소설리스트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113화 (113/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13화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현재 시간은 늦은 저녁이었다.

이런 시간에 갑자기 자신에게 연락을 해 올 줄이야.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일까?

신유현은 고민을 뒤로한 채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연아 씨?”

-지지직. 유현…… 지지직. 크리스탈이…… 빨리…….

뚝.

“뭐야?”

신유현은 스마트폰을 바라봤다.

바람 소리와 잡음으로 남연아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몇 마디 듣지 못했는데 바로 끊겼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신유현은 재차 전화를 걸었지만 권외 표시가 떴다.

아무래도 남연아에게 무슨 일이 생긴 모양.

‘분명 크리스탈이라고 했었지?’

시끄러운 잡음 때문에 제대로 들리진 않았지만 크리스탈이라는 말은 확실히 들렸다.

게티아의 크리스탈을 연구하다가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확인해 봐야겠군.’

신유현은 다급하게 지하 연무장을 나섰다.

현무전 1층으로 올라오니 야외 연무장 구석에 누워 있는 백랑이 보였다.

백랑 위에는 디아가 뒹굴거리며 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디아를 불렀다.

“디아야.”

“넹!”

신유현의 부름에 디아는 백랑 위에서 상체를 일으키더니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호다닥 달려왔다.

“나갈 준비해.”

“어디 가영?”

디아는 신유현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디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신유현은 말했다.

“남연아 보러.”

그녀가 있는 아티팩트 연구소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으니까.

* * *

아티팩트 연구소로 출발하기 전, 신유현은 가문의 정보부대를 도와주고 있던 슈브를 불러들였다. 혹시 있을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그리고 슈브와 디아는 물론, 모든 소환수를 까망이의 그림자 공간에 보관한 후 케이론을 타고 날아올랐다.

‘나한테까지 연락을 했다는 말은 사태가 심각하다는 거겠지.’

케이론을 타고 남연아의 연구소로 가는 동안 신유현은 생각에 잠겼다.

남연아가 있는 아티팩트 연구소에는 초인들로 구성된 보안요원들이 있었다.

심지어 남두그룹에서 직접 보안을 관리하며 문제가 생길 시에는 구출팀을 꾸려서 출동시킨다.

그럼에도 남연아가 신유현에게 연락을 한 이유는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신유현이 건네준 게티아의 크리스탈에 문제가 생긴 것일 테고.

다른 하나는 파천검가가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무력 집단이기 때문일 테지.

하지만 신유현은 혼자 연구소로 향했다. 사실상 신유현이 혼자라고 해도 1인 군단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무사했으면 좋겠는데.”

뀨.

신유현의 어깨 위에서 까망이가 볼을 비볐다.

그사이 케이론은 남연아의 아티팩트 연구소로 들어갈 수 있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도착했다.

다행히 밤이라 그런지 주변에 사람들은 없었고, 애초에 아파트 자체도 연구소 직원들이 사는 곳이었기에 한산한 편이었다.

그리고 현재 케이론은 그림자 은신술 스킬 덕분에 모습과 기척을 어둠 속에 감추고 있었기에 알아보기 힘들었다.

지하주차장에 도착한 신유현은 케이론과 함께 가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지난번에 왔을 때와 변함없이 출입 제한 표시와 함께 차량 차단기가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부우웅.

하지만 케이론은 가볍게 차량 차단기를 넘어서 지하로 한 층 더 내려갔다.

얼마 후 벽으로 가로막혀 있는 작은 크기의 주차 공간이 나왔다.

앞이 막혀 있자 케이론은 날갯짓을 멈추더니 바닥에 착지했다.

“잠시 기다려.”

신유현은 케이론의 등에서 뛰어내리며 DF 코트 속주머니에서 남연아에게 받은 출입증 카드를 꺼냈다.

그리고 벽에 숨겨져 있는 센서에 카드를 가져다 댔다.

“먹통이네.”

그런데 센서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연구소 내에 시설들이 맛이 가 버린 모양.

“케이론.”

키이잉!

신유현의 말에 케이론의 길고 큰 검은 뿔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케이론은 정면에 있는 벽을 향해 들이받았다.

콰앙! 콰드득!

그러자 앞을 가로막고 있던 벽은 굉음과 함께 가볍게 꿰뚫렸다.

연구소 비밀 입구 벽은 나름 단단했지만 케이론의 뿔을 막을 수는 없었다.

신유현은 다시 케이론의 등 위에 올라탔다.

“가자.”

부우웅!

신유현의 명령에 케이론은 재차 날갯짓을 하며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잠시 후, 신유현은 남연아의 아티팩트 지하 연구소 입구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내가 제일 먼저 왔나 보군.’

아직 남두그룹 소속의 구출팀은 오지 않은 모양.

아티팩트 연구소의 상황을 확인하고 구출팀을 꾸려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그에 반해 신유현은 빠르게 슈브를 불러서 케이론을 타고 바로 날아왔다.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연구소 보안요원들은 어디로 간 거지?”

신유현은 눈앞의 거대한 강철문을 바라봤다.

이전에는 입구 앞에 최소 두 명의 보안요원이 경비를 서고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출입증으로 받은 카드도 먹통이었다.

“케이론.”

어쩔 수 없이 신유현은 다시 한번 더 케이론을 불렀다.

키이잉!

그러자 케이론은 자신의 뿔을 회전하며 초진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쾅! 콰가가가각!

이윽고 케이론의 뿔과 맞부딪치기 시작한 강철 정문.

강렬한 불꽃이 튀어 오르면서 뜨거운 열기가 전해졌다.

‘역시 튼튼하네.’

연구소 정문은 외부의 침입을 막아야 했기에 지하 주차장에 있던 눈속임용 벽과는 차원이 다른 강도였다.

“슈브, 디아.”

케이론이 연구소 정문을 뚫고 있는 사이 신유현은 슈브와 디아를 불러냈다.

“부르셨어영, 마스터!”

그림자 속에서 디아는 활기찬 표정으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신유현의 어깨 위에 있던 까망이를 받아 들더니 가슴 앞에 안았다.

“도착하셨나 보네요.”

디아와 함께 그림자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슈브는 상냥하게 웃으며 신유현을 바라봤다.

“아직 안에는 들어가지도 못했지만.”

신유현은 연구소 정문을 바라봤다.

케이론이 열심히 정문을 뚫기 위해 뿔을 돌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제가 해 보죠.”

“그래?”

슈브의 말에 신유현은 케이론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케이론은 어딘가 기운이 빠진 듯 뿔을 떨어트리더니 뒤로 물러났다.

어딘가 시무룩해 보였다. 아무래도 자기가 직접 정문을 열고 싶었던 모양.

“수고했엉.”

그런 케이론의 머리를 디아가 쓰다듬어 주었다.

스스슥.

그리고 슈브가 원을 그리듯 팔을 움직이자 흑마력으로 이루어진 장검 두 자루가 모습을 드러냈다.

5서클 흑마법, 다크 소드 비트.

두 자루의 흑검은 슈브의 동작을 따라 허공을 움직였다.

콰직!

그리고 조금 전 케이론이 뿔로 정문에 만들어 놓은 틈을 향해 날아가 박혔다.

끼기긱!

슈브는 팔을 움직이며 두 자루의 흑검으로 정문의 틈을 조금씩 벌리기 시작했다.

스스슥!

뿐만 아니라 다크 소드 비트들을 몇 개 더 소환해서 정문에 박아 넣었다.

콰가각!

정문에 난 틈 사이로 박혀 들어가는 칠흑의 장검들.

열 자루가 넘는 장검들을 박아 넣은 슈브는 손가락을 튕겼다.

콰아아아앙!

그러자 장검을 이루고 있던 흑마력이 폭발하면서 연구소 정문을 종잇장처럼 짓이기며 날려 버렸다.

“뚫었어요.”

“괴, 굉장하네.”

두께만 1미터에 달하는 강철문을 날려 버리다니.

신유현은 혀를 내둘렀다.

“고마워요. 우후훗.”

슈브는 검은 공막의 금안을 빛내며 웃었다. 마치 먹이를 노리는 포식자의 눈빛처럼 보였다.

신유현은 정면이 훤히 뚫린 연구소 입구를 바라봤다.

입구는 꽤 넓은 편이었으며, 전기가 나간 모양인지 어두웠다.

“무저갱의 입구 같네요.”

팟!

슈브는 손바닥 위로 라이트를 시전하며 말했다.

하얀빛의 구체 몇 개가 나타나자 그나마 연구소 내부의 모습이 보였다.

연구소 내부는 긴 복도로 이어져 있었다.

“까망아.”

뀨!

신유현의 부름에 까망이는 언데드 소환수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크허엉!

가장 먼저 그림자 속에서 복슬이가 뛰어 올라왔다.

몸길이 3미터, 어깨높이 약 2미터 정도 되는 하얀 늑대. 그리고 혈랑이었던 시절 머리에 있던 적색 뿔은 금색으로 변해 있었다.

뒤이어 스켈레톤들이 나타났다.

현재 남아 있는 스켈레톤들은 약 100여 기 정도로, 일단 세이버 5기와 랜서 5기를 먼저 꺼냈다.

이어서 빙설검 설백과 불꽃검 염화를 양손에 든 세이버 1호와 붉은 저주독창을 들고 있는 랜서 1호, 그리고 푸른빛의 활 서리궁을 장비한 아쳐 1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자.”

앞에는 스켈레톤들을, 양옆에는 디아와 슈브를, 뒤에는 케이론과 복슬이를 데리고 연구소 내부로 들어갔다.

조금 전 슈브가 만들어 놓은 빛의 구체 덕분에 그럭저럭 주변 확인은 할 수 있었다.

“일단 전력부터 복구시켜야 돼. 발전 시설부터 가 봐야겠군.”

아마 연구소 내부는 각층마다 강철문이나 격벽으로 차단되어 있을 것이다.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격벽부터 내리니까.

그걸 일일이 부수면서 남연아가 있을 지하 4층이나 5층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력을 복구시킬 수 있다면 출입증으로 빠르게 격벽을 해제하여 강철문들을 열고 나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비상용 발전 시설은 신유현이 진입해 들어가고 있는 연구소 지하 1층에 존재한다.

비상용 마정석 발전기를 작동시킬 수 있다면 앞으로의 일이 수월해질 터.

‘분명 오른쪽 지역에 발전기가 있다고 했었지?’

신유현은 남연아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이동을 시작했다.

철그럭, 철그럭.

세이버 5기와 랜서 5기는 주변을 경계하며 한참 앞에서 나아갔다.

“아무도 없는 건가.”

“분명 연구원들이 있었을 텐데 보이지 않는 건 문제가 있네요. 보안요원들도 보이지 않고요.”

“연구소 밖으로 도망친 것 같지는 않은데…… 아래층에 있는 건가?”

신유현과 슈브는 서로 대화를 나누며 지하 1층을 둘러봤다.

복도와 작은 방 같은 실험실들을 확인했지만 아무도 없었다. 연구 장비들이 방 안을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 모습만 보일 뿐.

휘리릭, 촤악!

“……?”

순간 세이버 57호는 고개를 갸웃 거리며 다리를 내려다봤다. 무언가가 세이버 57호의 발목을 휘감았기 때문이다.

촤르륵!

뱀처럼 발목을 휘감고 있는 무언가가 세이버 57호를 강하게 잡아당겼다.

그 때문에 세이버 57호는 바닥에 넘어지더니 순식간에 무언가에게 끌려가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뭐, 뭐야?”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신유현은 놀란 표정으로 전방을 바라봤다.

눈 깜짝할 사이에 4성급 스켈레톤을 잡아가 버리다니!

‘대체 연구실에서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 거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이전 삶에서는 없었던 일이었다.

신유현조차도 세이버 57호를 끌고 간 존재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슈브, 방금 봤어?”

“네.”

“뭘 것 같아?”

“아직 확정 지을 수는 없겠지만…… 마수 같아요.”

“뭐, 마수라고?”

슈브의 말에 놀란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럼 던전 게이트라도 열린 건가?”

연구소 내에 던전 게이트라니!

그렇다면 던전 스탬피드의 발생도 고려해야 했다.

하지만.

“아뇨.”

슈브는 고개를 저었다.

슈브의 대답에 신유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던전 게이트가 아니라고? 그게 아니면 대체 뭐지?”

“아마도 워프 게이트 너머에서 온 마수 같아요.”

“워프 게이트라고?”

슈브의 말에 신유현은 가슴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워프 게이트.

그건 게티아들이 지구로 넘어올 때 사용했다고 알려진 공간의 문이었으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