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12화
‘헤르메스의 신발과 아이언 골렘이라고?’
신유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도 1층과 마찬가지로 전설급 장비를 보상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거기다 5성 아이언 골렘까지.
번쩍!
순간 신유현의 눈앞에 황금빛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다시 빛이 사라질 때쯤 눈앞에 고급스러워 보이는 상자 하나와 거대한 존재가 있었다.
“설마 또 이런 보상을 주다니.”
신유현은 자기도 모르게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명계의 신, 하데스의 장갑 퀴네어에 이어 전설급 장비를 하나 더 얻었으니까.
이어서 신유현의 시선이 아이언 골렘으로 향했다.
무려 키가 5미터에 달하는 육중한 거체에, 칠흑의 강철 갑주를 입고 있는 아이언 골렘은 그저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음에도 존재감이 엄청났다.
특히 양팔은 플래시 골렘처럼 비정상적일 정도로 거대했다.
‘플래시 골렘에 칠흑의 갑옷을 입혀 놓은 모습 같군.’
하지만 갑옷을 입혀 놓은 것만으로도 플래시 골렘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육중하고 투박한 멋이 있었다.
그리고 성능 또한 비교가 되지 않았다. 플래시 골렘이 5성 최하급 보스라고 한다면, 아이언 골렘은 5성 최상급 보스였으니까.
‘비장의 패가 하나 더 늘었군.’
아이언 골렘을 바라보며 신유현은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사실 지난번 철화단이 마수들을 데리고 가문을 공격하러 왔을 때, 신유현이 얻은 전리품은 소울 포인트와 마정석, 레드 에센스와 라이프 에센스뿐만이 아니었다.
비장의 패로 숨겨 놓은 두 가지가 더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5성 보스 아이언 골렘까지 합한다면 비장의 패는 세 가지가 된다.
‘내가 가진 패를 전부 다 드러낼 수는 없지.’
다른 초인들도 마찬가지다. 초인들은 자신이 가진 힘의 3할은 드러내지 않는다.
신유현 또한 숨겨 놓은 흑마법이나 언데드 소환 스킬들이 있었다.
필요할 때가 오면 사용하기 위해서.
‘다음은…….’
신유현은 아이언 골렘 앞에 놓여 있는 검은 상자를 바라봤다.
아마 저 안에 헤르메스의 신발이 있을 테지.
덜컥.
신유현은 망설임도 없이 상자를 열었다.
‘음. 좋아 보이긴 한데…….’
디자인이 좀 너무 특이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요즘 시대의 신발과 비교한다면 촌스러웠다.
일단 색상부터가 빛나는 은색이고, 양옆에는 작은 날개 장식이 붙어 있는 발목까지 오는 부츠였으니까.
“이걸 신고 다니라고 준 건가?”
요즘 같은 시대에서 실생활에 신고 다니에게는 너무 눈에 띄었다.
‘진짜 옛날 감성의 디자인인데…….’
신유현은 지난번 퀴네어에 이어 이번에도 의심이 되었다.
이거 정말 옛 신들의 물건을 초대 불사왕이 가져온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전령의 신 헤르메스의 날개 달린 신발, 탈라리아.]
타입: 신발
등급: 전설(SSS)
상태: 귀속
고유스킬: 블링크(S), 스카이 스텝(S), 체인지(A)
“미친.”
헤르메스의 신발 정보를 확인한 신유현은 눈을 크게 떴다. 고유 스킬들이 사기적이었기 때문이다.
블링크는 비록 수 미터 이내였지만 단거리 공간이동이 가능했고, 스카이 스텝은 하늘을 걸을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경공술의 상승 경지 중 하나인 허공답보와 흡사했다.
마지막으로 체인지는 신유현이 걱정했던 헤르메스의 신발, 탈라리아의 디자인을 착용자가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스킬이었다.
‘이거라면 대공 전투가 가능하겠군.’
그렇지 않아도 공중에서 싸울 때를 대비해서 비행이 가능한 아티팩트를 얻는다거나, 허공답보가 가능한 경지에 오른다거나 하는 계획을 세워 두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비행이 가능한 아티팩트나 능력을 얻는 건 먼 훗날의 일이었다. 또한 허공답보만 해도 7성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탈라리아를 얻게 되면서 대공 전투가 가능해진 것이다.
거기다 단거리 공간이동이 가능한 블링크도 있지 않은가?
‘마치 나한테 필요한 걸 미리 준비해 둔 느낌이네.’
시련의 탑은 초대 불사왕이 계승자를 위해서 만들었다고 했다.
시련의 탑을 클리어하고 주는 보상들 또한 초대 불사왕이 구해서 준비했을 터.
그렇다면 초대 불사왕은 계승자에게 필요한 장비들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던 것일까?
‘다음 층 보상이 뭔지 보면 알 수 있겠지.’
어찌 되었든 게티아들과 마수들을 때려잡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놈들을 무조건 막아야 해.’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그런 나약한 생각은 이미 버렸다.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무조건 해야 하니까.
하지 못한다면 다시 한번 더 신유현에게 지옥이 펼쳐질 뿐이었다.
신유현은 본래 신고 있던 군화 같은 신발을 벗고 탈라리아를 신었다.
[체인지를 실행합니다. 전령의 신 헤르메스의 날개 달린 신발, 탈라리아가 변형됩니다.]
신유현은 헤르메스의 신발을 무난한 디자인의 검은색으로 바꿨다.
‘가볍고 좋네.’
탈라리아는 깃털처럼 가볍고 탄력감이 있으면서도 쿠션감이 좋았다.
‘익숙해질 때까지 다뤄 봐야겠어.’
시련의 탑에 들어와 있는 동안, 현실에서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간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탈라리아의 고유 스킬들을 직접 사용해 보면서 익숙해진 다음에 돌아가도 괜찮을 테지.
그동안 스켈레톤들도 수련을 하며 기술을 연마하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였다.
그렇게 신유현은 준비한 식량이 떨어질 때까지 시련의 탑 2층에서 수련하기로 마음먹었다.
* * *
남두그룹 아티팩트 연구소.
지하 4층 다목적 실험실.
“소장님, 실험 준비 끝났습니다.”
“알겠어요. 잠시 기다리세요.”
30대 연구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남연아는 관제실에서 다목적 실험실을 내려다봤다.
다목적 실험실 중앙에는 케이블에 연결된 크리스탈 파편이 있었다.
지금까지 남연아는 혼자서 크리스탈 장치 파편을 연구했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다른 던전 보상품들처럼 지구에서 존재하지 않는 소재로 만들어졌으며, 어디에 쓰이는 건지 알 수 없었으니까.
‘이건 고도로 발전된 문명이 만들어 낸 거야.’
다만 크리스탈 파편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알아냈다. 크리스탈의 분자구조가 전자회로처럼 복잡했기 때문이다.
마치 고밀도 집적회로로 만든 반도체처럼.
‘대체 누가 만든 것일까?’
남연아뿐만이 아니라 인류는 이전부터 던전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헌터들에게 주어지는 시스템부터 던전이라는 미지의 공간, 그 던전에서 나오는 마수와 아이템들까지.
무엇 하나 현대 과학으로 규명해 내는 건 불가능했다.
그런데 신유현이 조사를 해 달라며 주고 간 크리스탈 파편은 그 이상의 미스테리였다.
만약 신유현의 조언이 없었더라면 용도조차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까지지.’
남연아는 크리스탈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오늘 지하 4층 다목적 실험실에서 여러 연구원들과 함께 여러 가지 실험들을 준비했다.
크리스탈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서.
“최종 점검을 시작하세요.”
남연아는 관제실의 방탄 유리 너머로 크리스탈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리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마나 접속 케이블 체크. 클리어.”
“전력 접속 케이블 체크. 클리어.”
“6성 마정석 마나 출력 확인. 이상 없음.”
“전력 시스템 확인. 이상 없음.”
“크리스탈 상태. 이상 없음.”
“크리스탈 검사 시스템 전부 이상 없습니다.”
남연아의 말에 관제실에 있던 연구원들은 실험에 필요한 항목들을 확인하며 이상이 없다고 보고를 해 왔다.
“그럼 크리스탈 조사 실험을 개시합니다.”
그렇게 크리스탈의 조사 실험이 시작되었다.
* * *
현무전 지하 연무장.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
신유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시련의 탑 2층을 공략하고 다시 돌아온 신유현의 모습은 조금 변해 있었다. 머리와 턱수염이 약간 자라 있었으니까.
현실에서는 시간이 거의 흐르지 않더라도, 시련의 탑 안에서 보낸 시간만큼 신유현의 몸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능력치가 꽤 올랐네.’
신유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시련의 2층을 공략하면서 지배력이 상당히 늘었다. 1500마리에 가까운 언데드들을 조종한 덕분에.
그리고 시련의 탑 2층에서 수련을 한 덕분에 다른 능력치들도 올릴 수 있었다.
[상태창]
이름: 신유현
종족: 인간
나이: 20세
업적 칭호: 불사왕의 계승자
초인 등급: 4성
고유 특성: 프나코틱 바이블(EX), 불사왕의 가호(SSS), 지배력 강화(SSS), 사령술(SSS)
고유 스킬: 차크라 연공법(SSS),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S), 기척 감지(S)
일반 스킬: 상세 보기
능력치:
근력 46 민첩 45
체력 47 정신 100
차크라 65 지배력 55
소울 포인트: 70
상태창을 확인한 신유현은 만족스러은 미소를 지었다.
4성이 되면서 새롭게 생겨난 고유 특성 사령술(SSS).
이전 삶에서의 실전 경험과 시련의 탑 1층에서 수천 마리에 달하는 몬스터들과 싸우면서 얻게 된 고유 스킬 기척 감지(S).
그리고 시련의 탑 2층에서는 능력치가 올랐다.
근력과 민첩이 1포인트 올랐으며, 지배력이 무려 4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시련의 탑 2층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지도 몰라.’
시련의 탑 2층에서 신유현은 1000마리가 넘는 언데드들을 조종했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적 좀비들을 쓰러트리면 아군으로 합류시킬 수 있는 효과 덕분이었다.
만약 신유현이 시체를 매개로 언데드들을 소환하려고 했다면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언데드를 소환하기 위해서는 마나가 필요하니까.
아무리 차크라의 효율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바닥이 드러났을 테고, 계속해서 휴식을 취하며 소환해야만 했을 터였다.
‘시련의 탑답게 난이도가 높아.’
시련의 탑 2층에서 5성 보스들이 대거 나타났을 때는 식은땀이 절로 났었다.
보스급 소환수인 케이론이나 백랑은 불러낼 수 없고, 숨겨 놓은 비장의 패까지도 쓸 수 없는 상황.
기본 언데드들로만 다수의 5성 보스를 잡으려니 다소 막막했으니까.
하지만 다행히 공략의 실마리가 있었다. 적 언데드 진영의 5성 보스 골렘들을 쓰러트리면 아군 진영으로 합류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쓰러뜨린 적 언데드를 아군 진영으로 합류시킬 수 있다는 규칙이 없었다면 신유현이라 할지라도 벅찰 수밖에 없었을 터.
‘그만큼 보상도 좋았지만.’
시련의 탑은 난이도가 높은 만큼 보상도 어마어마할 정도로 좋았다.
그리고 신유현이 시련의 탑을 갔다 올 때마다 강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그것이 본인의 능력이든, 아니면 언데드 군단이든 말이다.
“오늘은 이제 쉬어야지. 3층 공략은 다음에 하고.”
시련의 탑 3층 또한 1층을 공략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현실 지구 기준으로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신유현은 지하 연무장에서 현무전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위이잉!
DF 코트의 속주머니에 넣어 놓은 스마트폰이 진동하면서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누구지?’
신유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스마트폰을 꺼내 봤다.
‘남연아네?’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남연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