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10화
“여기가 시련의 탑 2층인가?”
신유현은 주변을 둘러봤다.
시련의 탑 1층은 한낮이었지만, 2층은 어둠이 내린 밤이었다.
밝게 빛나는 푸른 달과 별빛이 걸려 있는 어두운 밤하늘.
그 아래에 펼쳐져 있는 것은…….
‘무덤이로군.’
짧은 풀이 자라 있는 드넓은 초원 위로 무수하게 묘비들이 세워져 있었다.
[시련의 탑 2층 시련을 시작합니다.]
[시련의 탑 2층에서는 기본 언데드들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계승자님은 불사왕의 언데드 사용 능력을 증명해 보여야 합니다.]
[계승자님의 능력치를 스캔합니다.]
[스캔 완료. 계승자님의 능력에 맞게 시련의 난이도가 변경됩니다.]
[본래 예정되었던 기본 언데드 100마리 소환에서 1500마리로 상향됩니다.]
[시련의 탑 2층 등장 언데드 몬스터의 숫자를 100마리에서 1500마리로 상향합니다.]
“이번에도냐?”
신유현은 혀를 찼다.
그러지 않을까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시련의 난이도가 상향되었기 때문이다.
[시련의 탑 2층 특수 룰에 따라 오로지 언데드들로만 전투가 가능합니다. 또한 아군 진영 언데드들이 적군 진영 언데드들을 쓰러트리면 아군 진영으로 편입됩니다. 상대 적군 진영 또한 동일한 조건입니다.]
‘흠.’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신유현은 턱을 쓰다듬었다.
1층에서는 언데드 소환수들을 배제한 채 신유현 혼자만의 힘으로 불사왕의 능력을 계승할 자격이 있음을 증명해야 했다.
그래서 신유현이 가진 검술이나 불사왕의 스킬과 흑마법은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2층에서는 반대로 언데드 소환수들만 사용할 수 있는 모양.
이번에는 언데드 조종 능력이나 전술 등을 평가하기 위함이 아닐까 예상됐다.
‘1500마리라…….’
평범한 네크로맨서들이 기껏해야 수십 마리를 조종하는 게 고작임을 고려하면 가히 어마어마한 숫자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신유현은 달랐다.
불사왕의 권능이자 고유 특성 지배력 강화.
세븐 아크스 중 한 명이자 거문성의 지배자이며 불사의 군단 총사령관인 슈브 라니그두.
거기다가 하데스의 장갑, 퀴네어의 옵션 효과 지배력 증폭까지.
그 덕분에 지배력 강화로 4배, 퀴네어로 4배, 불사 군단의 총사령관인 슈브가 합류하면서 지배력 강화를 2배 더 증가시켜 주면서 총 32배까지 지배력을 상승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 내 지배력 수치는 51이지.’
따라서 현재 신유현이 지배할 수 있는 이론적인 언데드 소환수들의 총 숫자는 무려 1632마리였다.
다만 그만큼 데리고 다닐 필요도 없고, 까망이가 수송할 수 있는 언데드 병력에도 한계가 있는 탓에 전부 소환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시련을 시작합니다.]
그때 신유현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 순간.
콰득! 콰드득!
무수히 세워져 있는 묘비들 밑에서 팔이 땅을 뚫고 튀어나오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까망아.”
뀨!
신유현의 부름에 어깨 위에 있던 까망이가 귀여운 울음소리를 내며 용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자 신유현을 중심으로 지면을 잠식하며 퍼져 나가는 검은 그림자.
스스슥.
잠시 후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푸른 안광을 빛내며 스켈레톤들이 올라왔다.
그사이 신유현의 눈앞에 엄청난 수의 좀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4성 약 빤 좀비>
<4성 힘 센 좀비>
<4성 초원을 달리는 좀비>
<4성…….>
“전부 4성이네?”
신유현이 소환하는 스켈레톤의 등급이 4성이기 때문인지, 땅속에서 기어 나온 좀비들의 등급도 전부 4성이었다.
키헤헥!
키르륵!
이윽고 땅속에서 기어 나온 좀비들이 기괴한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빠르다.’
과연 4성급인지 일반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좀비들과는 움직임부터가 남달랐다. 특히 약 빤 좀비의 경우에는 진짜 미친 듯한 스피드로 달려들었다.
콰앙!
하지만 이미 스켈레톤들은 적의 공격을 방비해 두고 있었다.
현재 까망이가 수송 가능한 스켈레톤의 숫자는 총 450기. 세이버 140기, 랜서 130기. 아쳐 150기, 캐스터 30기였다.
슈브가 조언한 대로 비율을 최대한 맞췄지만, 아쳐와 캐스터는 신유현의 생각대로 조절했다.
‘캐스터는 아직 운영하기가 어려우니 말이야.’
캐스터는 화력이 좋은 만큼 마나가 떨어지면 전투력이 급감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렇다고 마나가 빠르게 회복되는 편도 아니었기에 운용하기가 어려운 상급자용 소환수 같은 느낌이었다.
그에 비해 세이버, 랜서는 굉장히 쓰기 편했으며, 아쳐도 화살의 수량 문제 때문에 쓰기가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캐스터만큼은 아니었다.
그리고 신유현은 편법을 하나 사용했다.
‘캐스터를 공격이 아니라 보조로 돌리는 거지.’
정확히 말하면 아쳐의 화살 공급용으로 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쳐의 화살에 속성 마법을 부여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캐스터들은 무기에 화염이나 얼음, 독 같은 속성을 부여할 수 있었으니까.
키르륵!
키아악!
그사이 수많은 좀비들이 몰려와 세이버들의 카이트 실드를 신나게 두들겨 댔다.
그 뒤로도 끊임없이 좀비들이 달려오고 있는 상황.
“엄청 많이 오네.”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혀를 내둘렀다. 푸른 달빛 아래에서 초원을 가로지르며 달려오는 좀비들의 모습은 섬뜩할 정도였다.
신유현은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 푸르게 빛나는 서리궁 프로스트 바이트를 들고 서 있는 아쳐 1호가 있었다.
그리고 신유현의 오른 쪽에는 빙설검 설백과 불꽃검 염화를 각각 양손에 든 세이버 1호가, 왼쪽에는 저주독창 아카드를 지면에 세우고 있는 랜서 1호가 있었다.
그 둘은 신유현의 양옆에 서서 호위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쳐 1호, 준비해라.”
텅!
신유현의 말에 뒤에 있던 아쳐 1호가 주먹으로 가슴을 쳤다.
스켈레톤들만의 경례법인 모양.
그리고 아쳐 1호는 서리궁의 활시위를 당겼다.
끼이이익!
그 뒤에 1열로 늘어서 있는 50기의 아쳐들까지도.
“쏴!”
티티팅!
쌔애애액!
신유현의 명령에 아쳐들은 푸른 달이 걸려 있는 밤하늘을 향해 활을 쏘았다.
어두운 밤하늘 위로 푸른 마나의 빛을 흘리며 수많은 화살들이 비처럼 좀비들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푸푸푹!
수십 발의 화살은 달려오는 좀비들 일부를 쓰러트렸다.
쾅! 쩌저저적!
그중에서 특히 아쳐 1호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서리궁의 거대한 얼음 화살이 좀비 무리들 한가운데에 떨어지면서 수십 마리를 얼려 버렸으니까.
[쓰러트린 4성 좀비들이 아군 진영으로 합류합니다.]
그때 신유현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과연 이런 식이로군.’
신유현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처음 메시지에서 적군 진영 언데드를 쓰러트리면 아군 진영으로 합류한다는 게 이런 의미였을 줄이야.
말 그대로 스켈레톤들이 좀비를 쓰러트리면 아군이 되는 모양이었다.
[아군 진영: 524/1500]
그와 함께 아군 진영의 언데드 숫자가 늘어났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2열 쏴!”
이어서 신유현은 대기 중인 아쳐 50기에게 또다시 명령을 내렸다.
50기씩 1열로 쉴 새 없이 화살을 쏠 수 있도록 로테이션을 돌리는 것이다.
티티팅! 쌔애액!
이어서 아쳐들의 화살이 밤하늘에 푸른빛의 궤적을 그리며 떨어져 내렸다.
푸푸푹!
키에엑!
그러자 좀비들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리고 이내 다시 일어나더니 옆에 있는 좀비들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눈속임도 잘 먹히는군.’
사실 아쳐들이 밤하늘에 쏜 푸른빛의 화살들은 페이크였다.
어두운 밤하늘에서 푸른빛의 궤적은 굉장히 눈이 띈다.
그래서 푸른빛을 보고 피하려는 좀비들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빛이 나지 않는 마나 화살을 섞어서 쏘았던 것.
그 때문에 좀비들은 어둠 속에서 쏟아지는 화살을 피하지 못하고 벌집이 되어 쓰러졌다.
“다음 3열!”
그 뒤를 이어 신유현은 3열 아쳐 50기에게 명령을 내리며 쉬지 않고 뒤쪽에서 몰려오는 좀비들을 쓰러트렸다.
그 와중에 분할 사고 스킬을 발동하면서 전장 상황을 살펴봤다.
‘아직은 세이버들이 잘 버티고 있군.’
세이버들과 랜서들의 전술은 심플했다. 세이버들이 앞에서 방패로 막으면, 뒤에 있는 랜서들이 장창으로 좀비들의 머리를 꿰뚫었다.
거기다 쓰러트린 좀비들이 아군이 되면서 세이버들을 막아 주는 방패막이가 되어 주고 있는 상황.
그 덕분에 세이버들의 부담도 크지는 않았다.
다만.
‘수가 너무 많아.’
좀비들은 계속해서 몰려왔다.
대충 눈대중으로만 봐도 수백 마리는 가볍게 넘었다.
그에 반해 스켈레톤들의 숫자는 약 450마리 정도이며 아군이 된 좀비들의 숫자는 약 100마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스켈레톤들을 잘 버티고 있었다.
[세이버들이 실드 차지를 사용합니다.]
터터텅!
키에엑!
세이버의 기본 스킬인 카이트 실드로 밀쳐 내며 발생하는 충격파에 좀비들이 튕겨져 나갔다.
서걱-!
몸의 중심을 잡지 못한 좀비들은 세이버들의 회색빛 장검 앞에 두 조각이 났다.
‘역시 훼손이 심하면 합류를 못하는군.’
신유현은 세이버에 의해 양단된 좀비 한 마리를 바라봤다.
역시 피해가 크면 아무리 언데드라고 해도 진영에 합류를 하지 못하는 모양.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상관은 없었다. 좀비들은 땅속에서 끝도 없이 기어 나오고 있었으니까.
[아군 진영: 1424/1500]
그렇게 좀비들과 싸우는 사이 어느덧 아군 진영의 병력은 1400마리를 돌파해 나고 있었다.
그리고 아군 좀비들과 적군 좀비들은 서로 물고 뜯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런 만큼 빠르게 진영 숫자는 변동했다.
슈슈슉!
하지만 역시 후방에서 아쳐들의 지원이 효과가 가장 컸다. 화살에 당한 좀비들이 아군 진영으로 합류하면서 좀비들의 숫자가 한 번에 수십 마리씩 늘어났으니까.
크아아아아!
키아아아아!
그때 신유현이 있는 장소 양옆으로 수많은 좀비들의 괴성이 들려왔다.
전방은 약 100마리의 세이버들이 반구형으로 포진한 채로 좀비들을 막고 있었고, 그 뒤에 랜서들이 장창을 들고 대기하고 있는 상황.
그런데 신유현이 있는 후방 양옆으로 좀비 무리들이 달려오고 있는 게 아닌가?
그 숫자는 각각 좌우 30마리 정도 되었다.
“가라, 1호들아.”
신유현의 명령에 빙설검과 불꽃검을 든 세이버 1호와 저주독창 아카드를 지면에 세우고 있던 랜서 1호가 양옆에서 달려오고 있는 좀비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뒤를 각각 세이버 10기와 랜서 10기가 따랐다.
잠시 후 그들은 좀비 무리들과 격돌했다.
어둠 속에서 화염과 얼음이 번쩍이고, 저주독창에 좀비들이 꿰뚫리면서 아군 진영의 언데드 숫자가 빠르게 치솟아 올라갔다.
세이버 1호와 랜서 1호는 좀비들의 신체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쓰러트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유현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아군 진영 언데드 숫자가 1500을 돌파했습니다.]
콰아아아앙!
그 순간 돌연 전방에서 굉음과 함께 지면이 터져 나가는 게 아닌가?
그리고 폭발 속에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을 본 신유현은 혀를 찼다.
“그렇지. 명색이 시련의 탑인데, 어쩐지 좀비들만 나오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