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09화
“들어와.”
“황금 화살 길드분들이 오셨습니다.”
신유현의 말에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신유현의 비서인 이시아가 보고했다.
“들여보내.”
“네.”
이시아는 신유현의 대답하고 다시 집무실에 나갔다.
잠시 후, 오늘 계약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사람들이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 * *
황금 화살 길드와의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김성훈은 흑야의 날개 길드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숨통이 트였으니까.
그건 다른 황금 화살 길드원들도 마찬가지.
그들은 흑야의 날개가 저지른 범죄들이 세상에 알려지며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까딱 잘못했으면 자신들 또한 지독한 꼴을 당했을 수도 있었으니까.
다시는 그런 놈들과 얽히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인지, 그들은 이번 계약을 대단히 반겼다.
‘덕분에 빠르게 끝났지.’
신유현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부길드장도 눈치가 있어 보이고.’
이호성은 흑야의 날개 길드를 무너뜨린 게 신유현이 손을 쓴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직접 대놓고 물어보진 않았지만 반쯤 확신하는 눈치였다.
그 점이 신유현은 마음에 들었다.
길드장인 신유현은 사람이 너무 착해서 걱정스러웠는데, 이호성이 그러한 점을 보완해 줄 수 있어 보였으니까.
물론 흑야의 날개와 엮였던 것처럼 그들의 능력 밖의 일이 발생할 수는 있었지만, 앞으로는 자신이 그러한 부분들을 사전에 차단해 줄 테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나쁘지 않네.’
신유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마 김성훈이나 이호성도 만족스러웠을 것이다.
다른 어디를 가더라도 이만한 조건으로는 계약할 수 없을 테니까.
우선 신유현은 현무전 부지 내에 황금 화살 길드전을 세워 줄 것을 약속했다. 즉, 현무검대원들에 준하는 시설을 제공해 준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제대로 된 단련 시설조차 없었던 황금 화살 길드였기에 상당히 흡족해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신유현은 향후 뛰어난 역량을 지닌 궁수나 궁수 길드를 영입하게 된다면, 황금 화살 길드의 밑으로 배속시킬 것을 약속했다.
‘황금 화살이라면 잘 이끌겠지.’
고작 12명만으로 게티아 하나를 몰아붙였던 그들이다. 신유현은 그들이라면 제몫을 다 해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서로 만족할 만한 계약을 끝내고 김성훈과 이호성은 돌아갔다.
그 후 슈브는 현무전 건물 밖에서 놀고 있는 디아와 까망이를 찾으러 나갔고, 나머지 사람들도 각자 할 일을 하러 갔다.
‘그럼 이제 시련의 탑 2층을 공략할 준비를 해 볼까?’
신유현이 몸을 일으키려던 그때였다.
똑똑똑.
마치 쉴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또다시 집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전주님, 이야기드릴 게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재무관리부장 김재현은 주저주저하다가 조심스레 입을 똈다.
“……운영 자금이 부족할 거 같습니다.”
“네? 현무전 운영비를 벌써 다 썼습니까?”
신유현은 의아한 얼굴로 반문했다.
지금까지 신유현이 마수들을 잡고 얻은 마정석들만 해도 상당했으며, 불과 하루 전에 3성 상시 던전까지 받아 냈다. 그러니 자금이 부족할 리가 없었다.
“아뇨. 당장은 문제가 없습니다만, 이번에 계약을 체결한 이들에게 들어갈 비용이나 건물을 신축하기엔 자금이 다소 부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 그렇군요. 전 또 뭐라고.”
김재현의 말에 신유현은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 점이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조만간 자금 조달을 할 생각이니까.”
확실히 김재현의 말대로 새 건물을 짓게 된다면 자금이 부족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그 부분에 대해 신유현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현무검대원들을 굴리면 되지.’
신유현은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현재 현무검대원들은 각 검대 대장들과 최현성이 빡세게 훈련시키고 있는 중이었다.
거기다 무려 대호법인 숙부 신성현까지 가끔 찾아와서 교육을 시키고 있는 상황.
그리고 종종 세이버들을 상대로 대련도 시키고 있었다.
그러니 빠른 시일 안에 지금보다는 좀 더 강해질 수 있을 터.
이제 곧 실전에 내보낼 계획이었다.
“조만간 현무검대를 던전에 보내죠.”
“대원들을요?”
“네. 현재 대원들 실력이면 3성급 던전 정도는 공략할 수 있을 테니까요. 마수들을 상대로 실전 훈련도 하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좋은 일 아닙니까?”
“흠. 그렇군요.”
신유현의 말에 김재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던전을 뺑뺑이 돌리는 것만큼 실전 훈련에 좋은 건 없으니까.’
훈련은 실전처럼, 실전은 훈련처럼.
신유현 또한 그런 식으로 훈련을 하고 강해져 왔으니까.
“대원들의 실력이 좋아진다면 레이드 던전에도 보낼 수 있겠죠.”
레이드 던전은 일반 던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공략만 해도 며칠은 걸리니까.
그리고 상시 던전화도 되지 않는다.
대신 그만큼 보상이 큰 편이었다.
‘그래도 그건 나중 일이긴 하지.’
레이드 던전의 난이도는 최소 4성급. 일반 던전보다 규모도 훨씬 크고, 마수들도 굉장히 많이 나온다.
쉽게 말해 4성 던전들은 일반 던전과 레이드 던전 두 가지 종류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현재 현무검대원들은 레이드 던전은커녕 일반 4성 던전조차 공략하기 힘들었다. 대부분 3성급 대원들이 많았으니까.
그 때문에 우선은 3성 던전에 계속 보내서 굴릴 생각이었다.
‘아니면 마수들이 점령하고 있는 지역을 토벌하든가.’
예를 들어 6성급 마수가 자리를 잡고 있는 강릉은 노다지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마정석부터 시작해서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미스릴이나 아다만티움, 오리하르콘 같은 희귀광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들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현무전에 부속전 건물을 짓는 비용 따윈 아무것도 아니었다.
다만 확실한 전력으로 강릉을 밀어 버릴 게 아니면 건드리지 않는 게 상책이었다. 괜히 건드렸다가 어떤 결과가 생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위험하냐 하면 마수들이 점령한 지역에 숨어 사는 빌런들조차 조심스럽게 행동할 정도였다.
“자금에 관해서는 걱정하지 마세요. 다 방법이 있으니.”
신유현은 웃으며 말했다.
지금보다 더 강해지고 세븐 아크스들을 한 명이나 두 명 찾고 언데드들을 강화시킨 다음이라면 강릉에 존재하는 마수들을 몰아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물론 좀 더 미래의 일이긴 했지만.
‘정 안 되면 남연아에게 투자를 해 달라고 해도 되고.’
남연아가 개인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자금은 어마어마할 터.
“알겠습니다.”
신유현의 말에 김재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무언가 생각이 있어서 마법사들이나 궁수들을 영입하는구나, 라고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김재현이 집무실에서 나가자 신유현은 의자에 등을 기댔다.
“조금만 쉬어야지.”
그리고 잠시 후 신유현은 현무전의 지하 수련장으로 향했다.
시련의 탑으로 향하기 전에 먼저 확인해 볼 게 있었기 때문이다.
* * *
“자, 뭘 선택할래?”
지하 수련장으로 내려온 신유현은 각 클래스의 스켈레톤 1호들을 소환했다.
세이버 1호는 검과 방패를 버리고 쌍검을 쓰기 시작했고, 랜서 1호와 아쳐 1호는 여전히 기본 회색빛 뼈 무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 외 기본 병종인 스켈레톤 캐스터는 제외했다. 스태프 무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이채화한테 레어 등급 스태프를 하나 구하든가 해야겠네.’
신유현은 눈앞에 서 있는 스켈레톤 3기를 바라봤다.
그중 랜서1호와 아쳐 1호 앞에는 각각 여러 종류의 창들과 활들이 바닥에 놓여 있었다.
지난번 철화단의 본거지를 털었을 때와 이번에 흑야의 날개 길드를 털었을 때 전리품으로 회수한 무기들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 유일한 레어 등급 무기들인 서리궁 프로스트 바이트와 저주독창 아카드가 있었다.
철화단의 간부인 아리사와 사소리가 각각 사용하던 무기들.
‘과연 어떤 걸 선택할까?’
이전에는 그냥 일반 등급의 무기를 하나씩 스켈레톤들에게 줬을 뿐이었다.
지금처럼 여러 무기들을 두어서 선택지를 주지 않았고, 레어 등급의 무기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 바닥에 깔려 있는 무기들은 일반 등급부터 매직급과 레어급까지 놓여 있었다.
철그럭, 철그럭.
랜서 1호와 아쳐 1호는 무기들 사이를 누비며 살펴보는 듯했다.
역시 무기들을 하나씩 줬을 때와는 반응이 달랐다.
그리고 몇몇 개에는 관심을 보였는데 전부 매직급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발걸음이 멈췄다.
그들 앞에는 붉게 빛나는 저주독창과 푸른빛의 서늘한 한기가 흘러나오는 서리궁이 놓여 있었다.
휙. 휙.
랜서 1호와 아쳐 1호는 바닥에 있는 레어 등급 무기들과 자신들이 들고 있는 회색빛 뼈 무기들을 고개가 휙휙 돌아갈 정도로 번갈아 바라봤다.
투두둑.
그러다가 자신들의 무기인 창과 활을 그냥 바닥에 내던져 버리는 게 아닌가?
그 후 바닥에 있던 저주독창과 서리궁을 주워 들었다.
[스켈레톤 랜서 1호가 저주독창 아카드를 장비했습니다.]
[스켈레톤 아쳐 1호가 서리궁 프로스트 바이트를 장비했습니다.]
‘이놈들 보게?’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혹시나 싶었는데 역시나였기 때문이다.
“무기를 가렸던 거였냐?”
역시 불사왕의 언데드 스켈레톤.
일반이나 매직은 무시하고 레어만 고르는 패기라니!
어쨌든 레어 등급의 무기를 장비하자 스켈레톤들의 기세가 강해진 것처럼 보였다.
다만 랜서 1호와 아쳐 1호는 기존에 쓰던 무기들이라 그런지 세이버 1호 때처럼 기초 쌍검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향후 랜서 1호와 아쳐 1호를 예니체리로 배정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시스템 메시지.
랜서 1호와 아쳐 1호도 이제 예니체리로 배정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좋아.’
신유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저주독창과 서리궁은 좋은 무기들이었다.
이걸로 스켈레톤들이 강해진다면 나쁘지 않았다.
‘무기들도 많이 구할 수 있으면 좋을지도 모르겠군.’
최소 레어급 이상, 익셉셔널 레어나 유니크 무기를 구해서 스켈레톤들에게 장비해 준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질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뿐만이 아니라 무기를 바꾸었음에도 뼈 장비 옵션 능력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아무래도 스켈레톤 전체에게 부여되는 능력이라 그런 모양.
신유현은 스켈레톤들을 다시 그림자 속에 보관시키며 시련의 탑으로 갈 준비를 마쳤다.
“그럼 이제 시련의 탑 2층을 공략하러 가 볼까?”
이제는 슈브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시련의 탑으로 바로 갈 수 있었다.
전이 반지가 있었으니까.
[시련의 탑 2층에서는 기본 언데드들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본 언데드들을?”
기본 언데드란 까망이나 스켈레톤들을 의미했다.
케이랑이나 백랑, 그리고 슈브와 디아는 보스급에 해당하니까.
“그럼 같이 갈까, 까망아?”
뀨!
신유현의 말에 함께 있던 까망이가 즐거운 듯이 울음소리를 냈다.
그 직후 신유현은 전이 반지를 발동시켰다.
[시련의 탑 2층으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