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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106화 (106/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06화

“파, 파천검가의 철부지 애송이!”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나.”

천무진의 말에 사내, 신유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네놈이 왜 여기에?”

천무진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대체 어째서 파천검가의 철부지 애송이 놈이 자신들의 도박에 와 있단 말인가?

“내가 여기 왜 왔을까?”

스르릉.

신유현은 천천히 불꽃의 마검 레바테인을 뽑으며 말했다.

그러자 천무진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날 죽이려고? 왜지? 황금 화살 때문에?”

그렇게 말한 천무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 그 이유만으로 신유현이 자신을 죽이러 온 것일까?

“내가 분명 경고했을 거다. 황금 화살은 이제 우리 가문의 소속이라고. 그런데 네놈은 무슨 짓을 하려고 했지?”

신유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천무진을 노려봤다.

김성훈과 천무진을 만나고 가문으로 돌아간 날, 슈브에게 명령했다. 천무진을 조사하라고.

이전 삶에서 천무진이 로드러너를 이용한 경마도박장을 운영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으며, 황금 화살 길드원들을 처리하려고 한 장소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슈브의 조사 덕분에 이곳을 알게 된 것이다.

“고작 그따위 일로 날 찾아온 거냐?”

천무진은 신유현을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 때문만은 아니지.”

신유현이 천무진을 찾아온 이유.

천무진을 비롯한 흑야의 날개 길드의 핵심 간부들은 게티아들에게 붙었다.

거기다 인간 사냥을 해서 게티아들에게 팔아넘겼다.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그건 흑야의 날개 길드원들도 마찬가지.

즉, 이곳에 있는 모든 놈들은 인류의 배신자들이었다.

“날 노리는 이유가 더 있다고? 그게 뭔지 좀 들어 봐야겠는데.”

천무진은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신유현을 노려봤다.

“그리고 여길 어떻게 찾아왔는지도.”

“글쎄. 네가 들을 수 있을까?”

“아직도 날 죽이겠다는 헛소리를 하려는 거냐? 몰래 암살이라도 했으면 모를까 지금 이 상황에서?”

천무진은 양팔을 활짝 펼쳤다.

어느덧 흑야의 날개 길드원들이 하나둘씩 천무진 곁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천무진을 암살하기란 불가능한 상황.

“암살이 뭐 별거 있나? 여기 있는 놈들을 모조리 다 죽이면 그게 암살이지.”

신유현은 천무진은 물론 흑야의 날개 길드원들을 바라보며 비웃었다.

신유현이 이곳에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존재는 단 한 명밖에 없었다.

세븐 아크스들 중 한 명이자, 거문성의 자배자인 슈브 라니구드뿐.

천의 가면 페르소나로 변신하고 그림자 은신술로 몰래 가문을 빠져나왔기에 아무도 몰랐다.

“이 건방진 애새끼가!”

“형님! 저 새끼 뭡니까?”

“확 그냥 팔다리를 분질러야 정신을 차리지.”

신유현의 말에 흑야의 날개 길드원들은 얼굴을 험상궂게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그렇지 않아도 마정석 발전기가 폭발해서 그들은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그리고 지금 마정석 발전기를 폭발시킨 범인으로 보이는 인물이 눈앞에 있는 게 아닌가?

“야. 저 새끼 잡아서 내 앞에 데려와라. 파천검가고 나발이고 던전에서 죽었다고 하면 자기들이 뭐 어쩔 건데.”

천무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미 이판사판이었다.

신유현이 파천검가든, 만독 가문이든 무슨 상관인가?

자신들을 죽이겠다는 놈을 그냥 가만히 놔둘 수는 없었으니까.

“너 같은 놈이 하는 행동은 역시 뻔하군.”

한 치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천무진의 행동에 신유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썩을 애새끼가.”

천무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손짓했다.

“조져.”

“살아서 나갈 생각은 마라!”

천무진의 명령에 흑야의 날개 길드원들이 강체술을 발동시키며 신유현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건장한 체격의 3성 최상급 헌터 두 명이 양날 도끼를 치켜들며 달려들었다.

둘 다 힘에는 자신이 있는 헌터들로, 흑야의 날개 길드에서 쌍익(雙翼)이라고 불렸다.

화르륵!

그 앞에서 신유현은 강체술을 발동시키며 흑염을 피어올렸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흑염 사이로 검은 오러도 함께.

파천검법(破天劍法).

삼식(三式), 격멸(擊滅)!

신유현은 레바테인을 지면에 내려쳤다.

콰콰콰콰콰!

그러자 지면을 타고 칠흑의 충격파가 치솟아 오르면서 신유현을 향해 달려들던 두 명을 덮쳤다.

“헉!”

“흐압!”

두 놈은 화들짝 놀라더니 다급히 양날 도끼를 내려쳤다.

그러자 양날 도끼에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콰앙!

양측이 쏘아낸 충격파가 충돌하면서 폭발과 함께 상쇄되었다.

그리고 폭발로 인해 피어오른 흙먼지들이 시야를 가렸다.

“으윽.”

“파, 팔이…….”

뒤로 밀려난 쌍익은 팔을 부들부들 떨며 신음을 흘렸다. 분명 충격을 상쇄했음에도 불구하고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번쩍! 스아아악!

순간 길드원들 앞에서 섬광이 번쩍이더니 치솟아 오른 흙먼지들이 갈라졌다.

“어?”

“뭐지?”

고통은 인지하고 나서 찾아온다고 했던가.

“끄르르륵!”

“커흑!”

쌍익은 신음을 지르며 다급히 목을 손으로 막았다.

하지만 목에 작은 실선이 생기면서 흘러나오는 붉은 피를 막을 수는 없었다.

스르륵.

얼마 못 가 그들의 머리는 몸통을 잃고 굴러떨어졌다.

“이, 이런!”

“저 새끼 죽여!”

그 모습을 본 흑야의 날개 길드원들은 흥분한 표정으로 악다구니를 쓰며 소리쳤다.

“감히 내 친구들을 죽여?”

“야, 이 새끼야! 네놈이 우리 동료들을 죽이고도 무사할 줄 아냐!”

“팔다리를 잘라 내 주마!”

길드원들은 신유현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소리쳤다.

그 말에 오히려 신유현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야, 이 쓰레기 같은 놈들아! 네놈들이 지금까지 노예로 만들고 살해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죽였으면 네놈들도 뒤질 걸 각오했어야지!”

흑야의 날개 길드에게 빚을 진 헌터들 중에서 유독 실종된 자들이 많았다.

사실상 실종이 아니라 실종을 당한 거였지만.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들을 살해했으면서 정작 본인들의 친구와 동료가 죽었다고 난리를 치는 꼴이라니.

“각오도 없는 쓰레기 놈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려고 한다면, 자기 자신도 똑같이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저놈들은 왜 모르는 걸까?

쾅!

신유현은 진각을 강하게 밟았다.

그리고 이내 파천신법을 펼치며 가장 가까이에 있는 길드원 한 놈에게 달려들었다.

“헉!”

그 길드원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이를 악물며 장검을 꼬나들었다.

“이, 이 자식이!”

길드원은 자기가 자랑하는 검술을 펼치며 신유현에게 대항하려고 했다.

슈슈!

공기를 가르며 빠르게 찔러져 오는 날카로운 검 끝.

순식간에 세 번을 찔러 넣는 쾌속한 초식.

채앵!

“헉?”

그러나 그 공격은 두 번째 찌르기를 미처 내지르기도 전에 검이 튕겨져 날아갔다.

4성의 경지에 이른 신유현에겐 기껏해야 3성인 흑야의 날개 길드원들의 움직임은 뻔히 보이듯 훤했다.

[하데스의 장갑, 퀴네어의 무장화(S)를 발동합니다.]

철컥철컥!

이어서 신유현은 눈 깜짝할 사이에 퀴네어를 건틀렛으로 변형시키며 길드원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퍼억!

“크헉!”

건틀렛으로 무장화한 퀴네어가 길드원의 명치에 꽂혀 들자, 길드원은 비명을 토하며 몸이 공중을 살짝 들렸다.

그 순간.

파천검법(破天劍法).

일식(一式), 무명(無明).

스아아아악!

검은 화염의 궤적이 공중에 떠오른 길드원의 목을 스쳐 지나갔다.

툭. 데구루루.

순식간에 목을 베인 길드원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져 굴렀다.

그의 몸통까지도.

“이런 썅!”

“쳐 죽여 주마!”

또다시 동료 한 명의 목이 날아가자 길드원들은 눈에 핏대를 세우며 신유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뒤로 몸을 뺐다.

그러자 길드원들은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어딜 도망가!”

신유현이 몸을 빼자 도망을 치려고 한 줄 알았는지 더욱 기세등등하게 달려왔다.

‘어리석은 놈들.’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입가에 비웃음을 띄웠다.

흑야의 날개 길드원들 대부분은 3성 상급과 최상급의 초인들이었다.

실력에서 신유현보다 밑이었지만, 문제는 역시 숫자였다.

아무리 신유현이 강하다고 해도 포위 공격을 당한다면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때문에 포위를 당하지 않도록 뒤로 살짝 빠진 것이다.

그랬는데 길드원들이 너도나도 달려오는 게 아닌가?

그 결과, 신유현을 포위하려고 넓게 포진해 오던 길드원들의 진형이 무너졌다.

오히려 신유현에게 유리한 형세가 된 것이다.

그렇게 잠시 뒷걸음질을 치며 뒤로 물러나던 신유현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놈들을 향해 다시 달려들었다.

“엇?”

가장 먼저 선두로 쫓아오던 한 놈이 눈썹을 찌푸리더니 양손에 장착한 건틀렛에서 녹색의 오러를 피어올렸다.

아무래도 무투가인 모양.

무투가는 신유현이 다가오자 스텝을 밟으며 짧은 거리를 빠르게 치고 들어왔다.

‘좀 치네?’

생각보다 빠른 움직임에 신유현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뿐.

턱!

턱을 노리고 올라오는 라이트 어퍼컷을 신유현은 왼손바닥으로 막아 냈다.

그러자 곧바로 신유현의 얼굴을 향해 레프트 훅이 이어서 들어왔다.

‘하이브리드인가?’

아무래도 복싱과 권법을 융합한 하이브리드 스타일의 초인인 모양.

콰가가각!

신유현은 레프트 훅까지 레바테인을 쥐고 있는 오른손 건틀렛을 치켜들며 막아 냈다.

슉!

그리고 왼손으로 빠르게 무투가의 얼굴에 잽을 날렸다.

“억!”

모든 공격이 막힌 무투가는 강철보다 단단한 건틀렛으로 콧잔등을 쳐 맞자 피를 흩뿌리며 고개가 들렸다.

슈슉!

신유현은 가볍게 잽을 두 번 더 날리며 거리를 조금 벌린 뒤 발에 오러를 집중하며 차올렸다.

퍼억!

“커헉!”

이윽고 신유현의 강력한 킥이 턱밑에 꽂히자 무투가의 몸이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수 미터 이상 공중으로 올라간 무투가는 붉은 달빛 아래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쾅!

그 직후 신유현도 강하게 지면을 박차며 뛰어올랐다.

그리고 정신없이 빙글빙글 돌고 있는 무투가를 향해 레바테인을 내려쳤다.

파천검법(破天劍法).

사식(四式), 섬광(閃光)!

번쩍!

붉은 달빛 아래에서 붉은 검광이 번쩍이며 신유현이 무투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타닥.

그리고 신유현이 지면에 착지하는 순간,

촤아아아악!

무투가의 몸이 두 갈래로 갈라지면서 지면에 떨어졌다.

“…….”

그 모습을 흑야의 날개 길드원들은 질린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그제야 나머지 길드원들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애송이 하나가 과연 자신들을 네 명이나 쓰러트릴 수 있을까?

“제길 뭣들 하고 있어! 저놈은 혼자라고! 숫자로 밀어붙여!”

갑자기 분위기가 싸늘해지자 천무진이 악을 쓰며 소리쳤다.

그러자 길드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신유현을 노려봤다.

“어차피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지.”

“각오해라, 이 자식아!”

여전히 자신들의 수가 많다는 사실에 여유를 찾은 길드원들은 신유현을 포위하며 다가가기 시작했다.

조금 전과 달리 신중한 움직임이었다.

“내가 혼자라고?”

신유현은 입꼬리를 치켜 올렸다.

그 직후, 신유현의 그림자가 지면을 어둡게 잠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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