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02화
신유현의 옆에 다가온 슈브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주물러 주기 시작했다.
달콤한 향기와 함께 기분 좋은 부드러움이 목과 어깨를 노닐었다.
“방금 나간 분은 어쩌실 생각인가요?”
“아까 말한 대로야.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으면 여러모로 이득이거든.”
“마스터를 따르려 할까요?”
“따르게 만들어야지.”
슈브의 물음에 신유현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신철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것을 이용한다면 신철민의 호감을 얻어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을 터.
“나는 가문의 정점에 오를 거다.”
신유현의 말에 슈브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마스터께서 원하시는 건 전부 가지게 될 거예요.”
슈브는 이미 파천검가의 모든 것을 파악했다.
그리고 세븐 아크스들이 전부 모이는 날, 마스터인 신유현을 파천검가의 가주로 만들 자신이 있었다.
자신들은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 * *
다음 날 아침.
신유현은 현무전을 나섰다.
만나야 할 인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무검대를 단련시켜야 돼.’
수일 내로 인사부장인 이연화가 선발권을 가지고 문하생 20명을 뽑아 올 것이다.
그때 신입 문하생 20명과 현무검대원들을 훈련시켜야 할 교관들이 필요했다.
그중 두 명은 이미 생각해 두었다.
‘교관으로는 최현성이 적격이지.’
신유현은 이연화에게 문하생들을 교육하고 있는 최현성을 스카우트해 오라고 이야기해 두었다.
최현성이라면 현무검대의 3성 대원들을 잘 훈련시킬 수 있을 테니까.
‘데리고 있으면 현무전의 전력으로 쓸 수도 있고.’
최현성은 6성까지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인물.
강한 초인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도움이 될 터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신유현의 머릿속엔 최현성을 비롯한 4성급 대원들은 물론이고, 3성급 대원들을 전반적으로 잘 훈련시켜 줄 중요한 인물이 있었다.
‘이제 과거의 청산을 해야 할 때군.’
신유현은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얼마 후, 신유현은 가주전에서 자신이 찾던 인물을 만날 수 있었다.
“유현아, 네가 여기엔 웬일이냐?”
다름 아닌 숙부 신성현이었다.
신유현은 가주전 응접실에서 신성현과 마주했다.
“예전에 걸었던 내기를 청산하러 왔습니다.”
신유현은 신성현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차크라를 개방한 후, 신유현은 가문의 지명 의뢰를 받았다.
그때 신철진과 마찬가지로 신성현과도 내기를 걸었다.
자신이 정말 2성 보스를 혼자 잡는다면 후견인이 되어 달라고 말이다.
그때 신성현은 신유현이 성공한다면 후견인이 못 되어 줄 것도 없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리고 신유현은 혼자서 2성 보스를 때려잡았다.
내기에서 이긴 것이다.
하지만 신성현은 은연중에 뒤에서 조금씩 신유현을 도와줄 뿐, 후견인이 되겠다고 공언하거나 큰 도움은 주지 않았다.
신유현 또한 그에 대해 별말 없이 조용히 있었다.
‘강해지는 게 먼저였으니까. 어느 정도 현무전을 키울 필요도 있고 말이야.’
가문의 지명 의뢰를 완수했을 때는 아직 신유현도 준비가 부족했다.
겨우 2성 초인이 되었을 뿐이었고, 가문의 인정은커녕 아직 현무전 내에서도 외면당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4성 중급 초인이 되면서 강해졌고, 가문 내에서 실적과 인망도 쌓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제 나에게 후견인이 되어 달라는 말이냐?”
“네, 그래 주면 저로서는 좋은 일이죠.”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흠.”
신성현은 생각에 잠기는 눈치였다.
그렇지 않아도 슬슬 신유현의 뒤를 어떤 식으로든 밀어 줘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긴 했다.
‘슬슬 때인가.’
가주인 신성일이 레이드 공략을 하러 간 사이, 가문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때 신성현은 가주 대리를 맡고 있었기 때문에 공공연하게 신유현을 밀어 줄 수 없었다.
중립을 지켜야 했으니까.
하지만 이제 신성일이 돌아왔기 때문에 신유현의 후견인을 하겠다고 공언해도 되는 상황.
“하지만 아직이다. 아직 부족해.”
“역시 그렇습니까?”
신유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신성현의 말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신성현이 후견인이라고 공언하기에는 신유현의 세력은 부족했다.
현재 3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현무검대원들밖에 없었으니까.
“너를 따르는 세력이 더 커진다면 힘이 되어 주마. 하지만 아직 5년은 이르다.”
“글쎄요, 5년까지는 가지 않을 것 같은데요.”
신유현은 빙긋 웃었다.
확실히 파천검가 내에서 자신만의 세력을 이루어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재능 있는 인재가 있어야 하고, 자금도 많이 필요하니까.
하지만.
“이미 적탑과 전속 계약을 완료했습니다. 5년 기간제 계약이지만 머지않아 온전히 제 세력으로 만들 겁니다. 그리고 가문의 문하생들을 선발한 권리도 받았고요.”
“뭐?”
신유현의 말에 신성현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 일들이 있는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만약 신유현의 말이 사실이라면 신성현의 생각보다 빠르게 현무전의 세력을 키울 수 있었다. 적탑의 마법사들만 해도 상당한 전력이었으니까.
“조만간 재능 있는 인재들을 영입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돈이 많이 필요할 텐데…….”
“그거라면 걱정 없습니다. 지금까지 잡은 마수들의 마정석이나 부산물로 돈을 좀 벌었으니까요. 그리고 이미 아버지에게 3성 상시 던전 하나를 받기로 했습니다.”
“뭐? 3성 상시 던전을 받기로 했다고?”
신성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한동안 자금이 부족할 일은 없을 것이다.
상시 던전은 광산이나 다름없으니까.
마수들의 마정석들과 부산물들을 매일 캐낼 수 있었다.
“그리고 남두그룹의 남연아 씨와 안면이 있으니 부족한 돈이 있으면 대출도 좀 받아 낼 수 있고요.”
거기다 신유현에게는 남두그룹의 장녀인 남연아라는 든든한 백이 있었다.
그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면 흔쾌히 도와줄 것이다.
“계획이 다 있었구나.”
“당연하지요.”
신유현은 미소를 지었다.
가문 내에서 자신만의 세력을 키우기 위해 조금씩 계획을 세우고, 이제 실천으로 옮기기 시작했으니까.
“조만간 가문 내에서 저만의 세력을 만들어 낼 겁니다. 그래서 숙부님께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부탁? 이번에야말로 후견인이 되어 달라는 말이냐?”
“그래 주면 저야 좋지만, 이번엔 다른 일입니다.”
“후견인이 되어 달라는 게 아니라고?”
“네, 현무전의 대원들을 훈련시켜 주십시오.”
“뭐? 설마 나에게 훈련 교관이 되어 달라는 말이냐?”
“네.”
신유현은 놀란 얼굴로 반문하는 신성현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그러자 신성현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하핫! 그러니까 넌 대호법인 나보고 후견인이 아니라 훈련 교관이 되어 달라는 말이냐?”
“네.”
“크하하하하!”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신유현의 말에 신성현은 한동안 파안대소했다.
설마 이 몸을 훈련 교관으로 써먹겠다니!
“좋다,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도와주마.”
“감사합니다.”
신유현은 고개를 숙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가문의 2인자이자 대호법인 숙부 신성현.
그는 신성일의 동생이라는 혈연 관계가 아니라, 오로지 스스로의 실력만으로 대호법의 자리를 차지한 인물이었다.
그러니 누구보다 가문에 대해 잘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가문의 수련법이나 무공까지도 말이다.
“물론 너도 수련에 참가할 거지?”
“시, 시간이 나면요.”
호쾌한 미소를 지으며 넌지시 묻는 신성현의 말에 신유현은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렇게 신성현은 신유현의 부탁을 승낙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현무전의 검사들을 훈련시켜 주겠노라고.
* * *
수일 후.
신유현은 현무전의 집무실에서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제 일이 조금씩 진행되어 가고 있는 것 같네.’
이채화를 만나서 적탑과 계약을 한 이후, 신유현이 계획했던 일들이 조금씩 진척을 보이고 있는 상황.
특히 지난 며칠간, 인사부장 이연화와 재정관리부장 김재현은 즐거운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재정관리부장인 김재현의 경우, 드디어 가문에서 관리하던 3성 상시 던전 하나를 받았다.
3성 던전, 타락한 그래빗의 집.
도시 외곽 지역의 5층 건물 입구에 균열이 생겨난 던전이다.
그 때문인지 5층 건물 자체가 던전화가 되었으며, 규모도 제법 컸다.
그 말은 곧 마수들이 많다는 말이며 마정석들이나 부산물도 많이 얻을 수 있다는 소리였다.
그 때문에 김재현은 즐거웠다.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테니까.
‘다만 그래빗은 상대하기 좀 위험하긴 하지.’
그래빗은 150센티의 키를 가진 3성 상급의 인간형 마수였다.
초록색 피부와 탄탄한 근육.
그리고 날카롭게 찢어진 눈과 뾰족한 귀, 길게 튀어나온 송곳니를 가진 마수이며, 철갑옷으로 무장했다.
그 때문에 3성 초인 입장에서는 상대하기가 좀 힘든 편이었다.
거기에 초록색 머머리였다.
‘그렇다고 상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오히려 3성 현무 검대원들의 실전 경험을 쌓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인사부장 이연화 또한 가문에서 수련하던 문하생들 중 재능이 있어 보이는 3성급 20명을 선발해 왔다.
거기다 러브 콜을 보낸 최현성도 하루 동안 생각을 해 보겠다고 한 후 다음 날 바로 합류했다.
인재들을 담당하는 이연화로서는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3성 초인 20명과 4성 초인 1명을 영입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설마 이정훈 패거리들이 현무전을 지원했었다니.’
신유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자신과 함께 가문의 지명 의뢰인 2성 타락한 고블린의 숲을 공략한 2성 훈련생들.
그들도 어느덧 이정훈의 뒤를 이어 3성으로 성장해 있었다.
그리고 이연화가 문하생들을 선발하러 갔을 때, 그들은 현무전에 지원하겠다고 열렬한 의지를 보였다고 했다.
덕분에 문하생들을 선발하는데 편했었다고.
‘나중에 얼굴이나 한번 비쳐야겠군. 최현성 교관도 만나야 하니.’
지난 며칠간 신유현도 좀 바빴다.
현무전을 본격적으로 움직이려고 하니 전주로서 결재해야 할 일들이 많았고, 세력을 늘리기 위해 아직 원석 상태인 중소 길드들과 접선 준비를 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몇 년 뒤에 두각을 드러내는 작은 길드들이 있지.’
현 시점에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몇 년 뒤에 실력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중소 길드들.
그중 소규모 정예 길드가 하나 있었다.
골드 애로우(Gold Arrow).
통칭 황금 화살.
12명밖에 안 되는 작은 궁수 길드이지만 정예들로만 이루어진 집단.
심지어 이전 삶에서 황금 화살 길드는 게티아 한 놈을 빈사 직전까지 몰아갔었다.
거기서 최후의 일격을 성공시켰다면 게티아 한 놈을 골로 보냈을 테지.
하지만 다른 게티아 놈이 튀어나와서 도와주는 바람에 실패했다.
게티아 토벌에 실패했다고 판단한 황금 화살의 길드원들은 그 즉시 도망을 치거나 자결했다.
게티아 놈들에게 붙잡힌다면 죽음보다 더한 끔찍한 짓을 당할 테니까.
‘이야기를 꺼내길 잘했군.’
신유현은 씩 미소를 지었다.
현재 시점에서 황금 화살은 아직 무명에 가까운 궁수 길드였다.
그래서 황금 화살의 길드장과 만나기 위해 이시아에게 접선을 지시했다.
그리고 약속을 받아 낸 것이다.
오후에 서울 시내 카페에서 만나기로.
‘그럼 슬슬 가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