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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100화 (100/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00화

이채화는 고민했다.

과연 자신을 위해서 눈앞에 있는 인물과 계약을 맺어도 괜찮을지.

“계약 조건을 살펴보고 결정해도 괜찮겠지요?”

“물론이죠.”

신유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 두었던 계약서를 꺼내며 말했다.

“그럼 협상을 해 보도록 할까요?”

* * *

결국 이채화는 신유현과 계약을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신유현이 내건 계약 조건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신유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최소 5년간, 적탑은 현무전과 전속 계약을 하게 된 것이다.

‘그 안에 전부 내 사람으로 만들면 되지.’

지금은 비록 파트너 전속 계약을 맺었지만, 최종적으로는 적탑 자체를 현무전 소속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럼 우선적으로 최소 3성급 화염 마법사들을 현무전으로 파견하도록 하겠어요.”

“네, 일단 마법사들은 현무전에 거주해야겠지만 조만간 마법사들이 지낼 건물을 따로 세우도록 하지요.”

신유현은 현무전 부지 내에 마법사들이 지낼 마탑을 세울 생각이었다.

돈이 좀 들어가겠지만, 훗날 마법사 전력을 가지기 위한 투자였다.

“아무래도 진심인 모양이네요.”

“네, 마법사들을 현무전에 소속시킬 생각이거든요. 마법사들뿐만이 아니라 궁수들이나 힐러 등등. 다양한 능력을 가진 직업군들을 받아들일 생각입니다.”

신유현은 이채화에게 자신의 비전을 이야기해 주었다.

마법사 전력을 시작으로 궁수들과 힐러들을 영입해서 전문 부서 및 부대를 창설할 것이라고.

정보전을 위한 비밀 첩보 부대부터 아티팩트와 장비들을 정비할 수 있는 정비고도 현무전 내에 신설할 생각이었다.

자신만의 세력을 만들고 후계자 경쟁에 승리하기 위해서.

“파천검가의 후계자 경쟁을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어요. 저희들이 도와줄 수 있는 데까진 도와 드리겠어요.”

“감사합니다.”

신유현은 미소를 지었다.

6성급 광역 화염 마법사인 이채화와 그녀가 이끄는 적탑은 상당한 전력이었으니까.

그녀가 도와준다면 한 걸음 더 가주 자리에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럼 이걸.”

신유현은 레드 에센스가 든 보석함을 이채화에게 넘겨주었다.

이미 계약서는 작성한 뒤였다.

이채화는 조심스럽게 보석함을 받았다. 그런 그녀에게 신유현은 한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서비스를 하나 해 드리죠.”

“서비스요?”

신유현의 말에 이채화는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슈브.”

“네.”

신유현의 부름에 슈브가 이채화의 등 뒤에서 조용히 나타났다.

“……!”

그러자 이채화는 흠칫 놀랐다.

아무런 징조도 없이 슈브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이분은……?”

순간 이채화는 긴장했다.

6성급 화염 마법사인 감각에 걸리지 않은 존재.

그 말은 최소 자신과 동급이라는 소리였으니까.

아니, 어쩌면 더 강할지도 몰랐다.

슈브에게서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것이다.

“저에게 협조해 주시는 마법사입니다.”

“대, 대단한 분이신 것 같네요.”

“만나서 반가워요.”

슈브는 긴장한 표정으로 경계하고 있는 이채화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와 동시에 느껴지는 달콤한 향기.

지금 슈브는 인간형 모습이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살짝 웨이브가 진 황금색 머리카락과 신비한 매력이 깃들어 보이는 금색 눈동자.

그리고 20대로도, 30대로도 보이는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미녀.

‘아름답다.’

이채화는 잠시 멍한 눈으로 슈브를 바라봤다.

같은 여자가 봐도 슈브는 굉장히 아름다운 미녀였으니까.

이채화는 홀린 표정을 지으며 슈브와 악수를 나눴다.

“그녀는 다양한 방면에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구음절맥에 대한 것도 있지요. 그래서 양기를 가진 영약을 효율적으로 흡수하고 빠르게 구음절맥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저, 정말인가요?”

“네.”

놀란 표정으로 반문하는 이채화의 물음에 슈브는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레드 에센스를 섭취하는 걸 제가 도와 드릴게요.”

슈브는 눈웃음을 치며 이채화를 바라봤다. 아름다운 미녀의 웃음에 이채화는 가슴이 살짝 두근거렸다.

“그럼 슈브, 부탁할게.”

“네.”

슈브는 신유현의 고개를 숙인 후 이채화를 바라봤다.

“이채화 님, 이쪽으로 와 주시겠어요?”

“네? 네…….”

이채화는 자신의 손을 잡아끄는 슈브를 따라 집무실 옆에 붙어 있는 수면실로 향했다.

그곳은 신유현이 업무를 보다가 가끔 자기도 하는 작은 방이었다.

슈브는 방문을 닫으며 부드러운 미소로 말했다.

“그럼 마스터, 이채화 님을 치료할 테니 어떤 소리가 나도 절대 안으로 들어오시면 안 돼요.”

“알았어.”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채화의 구음절맥을 치료하는 걸 도와주겠다고 먼저 말한 사람은 슈브였다.

그녀는 오랜 세월을 살아온 덕분에 구음절맥의 치료법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채화가 도움이 되는 인물이라고 신유현이 말했기 때문에 슈브가 도와주기로 한 것이다.

잠시 후.

“흐아아아아앙!”

신유현이 있는 집무실까지 이채화의 녹아내릴 것 같은 달콤한 신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 * *

이채화는 굉장히 만족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수면실에 들어가기 전만 해도 안색이 좋지 않고 피부도 창백했었는데, 다시 나왔을 때는 생기가 넘쳤다.

거기다 불그스름한 얼굴로 슈브와 팔짱을 끼며 나왔다.

대체 슈브는 수면실 안에서 이채화에게 무엇을 한 것일까?

신유현은 고개를 저었다.

때론 모르는 게 약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생각보다 빨리 적탑을 내 세력으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슈브의 서비스가 마음에 들었는지, 이채화는 신유현을 지지하겠다며 공언을 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예상보다 빠르게 적탑을 자신의 세력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앞으로 며칠은 조용하겠지.’

이전 삶에서 지금 시기에 인천 마수 상륙 사건이나 가문 습격 사건 같은 큰 건은 더 이상 없었다.

‘심문은 아버지가 직접 할 테고.’

철화단의 단장인 오르카는 가문의 지하 감옥에 갇혀 있었다.

그리고 파천검가의 가주인 아버지가 직접 심문 중이었다.

잿빛 교단에 대해서.

그리고 마수 연구가를 비롯해 잿빛 교단과 연결되어 있는 빌런들이나 스파이들을 색출하기 위해서.

아마 지옥을 보고 있을 것이다.

둘째 형인 신철진의 죽음에 아버지는 분노하고 있었으니까.

‘당분간 아무 일은 없겠군.’

오르카에게서 정보를 얻고 잿빛 교단에 대해 조사를 하는 건 가문에서 해 줄 것이다.

이미 가문에서 알아내는 모든 정보들을 자신에게도 공유하겠다는 아버지의 확답을 받아 냈다.

그러니 잿빛 교단과 관련되어 있는 빌런이나 게티아에 대한 정보가 걸려들었을 때 움직여도 될 터.

‘아무 일이 없어도 바쁜 건 변하지 않지만.’

아무 사건이 없는 이때야말로 신유현이 해야 할 일이 많았다.

현무전을 강화시키기 위한 인재 영입과 육성.

그리고 또 하나. 시간 역행을 한 후, 인류를 배신하고 게티아에게 기생충처럼 들러붙을 놈들을 최대한 기억해 내서 살생부를 만들었다.

이제 그 살생부에 적힌 놈들을 하나하나 찾아가서 제거해 나갈 생각이었다.

‘일단 현무전의 기반부터 닦아야지.’

신유현은 현무전의 집무실에서 미래에 대한 계획을 하나씩 세워 나갔다.

* * *

다음 날 아침.

현무전의 집무실.

신유현은 인사부장 이연화와 재정관리부장 김재현을 불렀다.

“무슨 일인가요? 전주님.”

“부르셨습니까?”

이연화와 김재현은 신유현에게 인사를 건넸다.

“다들 아침은 먹었습니까?”

“네, 가볍게 먹고 왔지요.”

“저도 간단하게 먹고 왔습니다.”

신유현 또한 간단히 인사를 건네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다름이 아니라 두 분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 드리려고 불렀습니다.”

“좋은 소식이요?”

“어떤 소식일지 기대가 되는군요.”

이연화와 김재현은 궁금한 표정으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그런 그들에게 신유현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가주님으로부터 문하생 20명 선발권을 받아 냈습니다. 그리고 3성 상시 던전도요.”

“네? 문하생이요?”

“상시 던전 말입니까? 그것도 3성짜리로요?”

이연화와 김재현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이내 기쁜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축하드려요!”

“드디어 우리 검전에도 고정 수익이 들어오겠네요! 축하드립니다!”

그들은 감사와 축하를 동시에 전했다.

지금까지 인재와 자금이 부족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또 있나요?”

“이번에는 어떤 소식일지 궁금하군요.”

이연화와 김재현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신유현을 바라봤다.

“현무전에 마법사들을 들일 예정입니다. 화염 마법이 특기인 적탑을요.”

“마법사들요?”

“혹시 어제 이채화 헌터님이 다녀가신 이유가…….”

“네, 맞아요.”

신유현은 김재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이채화가 어제 자신을 만나러 왔다는 사실은 이미 가문 내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으니까.

“경사로군요.”

인사부장인 이연화는 화색이 만연했다. 만성 인재 부족이었는데, 가문의 문하생 20명을 선발할 수 있는 권리와 마법사들을 받았으니까.

특히 적탑이라면 공격 마법이 강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마탑이었다.

그들이라면 던전을 공략할 때 원거리 지원을 기대해 볼 만했다.

“처음부터 노리고 계셨던 겁니까?”

그리고 재정관리부장인 김재현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신유현을 바라봤다.

마법사들을 고용 계약하는 건 좋지만 그만큼 돈이 나간다.

특히나 마법사들은 몸값이 높은 편이었다. 던전에서 한 방 화력이 좋은 건 물론이고 서포터 마법사들이 있을 경우 공략이 한층 더 편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적탑과 파트너 전속 계약을 맺는 시기에 맞춰서 신유현이 가문으로부터 3성 상시 던전을 받아 냈다고 하는 게 아닌가?

상시 던전은 광산이라고도 부른다.

매일매일 마정석이나 마수들의 부산물을 얻어서 돈을 벌 수 있으니까.

적탑의 마법사들을 고용하는 데 자금이 부족해지진 않을 것이다.

“당분간 자금은 충분하겠죠? 제가 지금까지 잡은 마수들의 마정석과 부산물이 있으니.”

“네, 전주님 덕분에 현재 자금 사정이 많이 좋아졌으니까요.”

김재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지금까지 신유현이 잡은 마수들만 해도 상당한 숫자였으니까.

그것들 중 일부는 신유현이 쓰거나 까망이에게 마정석들을 먹이로 주기도 했다.

그리고 남은 건 재정관리부장인 김재현에게 맡겼다.

그의 손에 의해 현무전의 살림이 돌아가니 말이다.

‘아직 남두그룹에서 받은 블랙 카드도 남아 있지.’

신유현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지난번 남두그룹 주최의 경매장에서 쓰고 남은 블랙 카드도 남아 있는 상황.

“적탑의 마법사들을 고용해도 자금 사정은 충분합니다.”

김재현은 자신 있는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그건 적탑만 고용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앞으로 신유현은 다양한 부속전을 건설할 생각이었으니까.

그 사실을 알았다면 자신 있어 하는 표정을 짓지 못했을 테지.

다른 부속전을 추가로 건설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니 말이다.

“그럼 두 분 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맡겨 주세요.”

“던전은 제가 책임지고 잘 관리하겠습니다.”

신유현의 말에 그들은 고개를 숙였다.

이후에도 신유현은 그들과 현무전의 운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후 헤어졌다.

그리고 그날 저녁.

신유현은 예상치 못한 인물과 마주했다.

“오랜만이구나.”

아버지인 신성일과 흡사한 분위기를 풍기는 청년.

청룡전의 전주이자, 폭풍검 신철민이 찾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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