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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99화 (99/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99화

장례식에 찾아온 이채화는 빈소에 가서 분향과 절을 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어 주었다.

그리고 다시 빈소를 나오는 이채화를 신유현이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적탑의 탑주님이 찾아오실 줄은 몰랐네요.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4대 명가 중 하나인데 당연히 찾아와야죠. 적탑을 대표해서 조의를 표합니다.”

이채화는 신유현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신철진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찾아온 건 아니었다.

“이쪽으로 오시죠.”

신유현은 이채화를 데리고 비교적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긴 후 작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나 보네요?”

이전에 비해 이채화의 심장에 만들어진 서클이 조금 튼튼해진 느낌이었다.

“네, 조금이지만 효과가 있었어요.”

이전에 신유현은 남두그룹이 주최한 경매장에서 이채화와 만나고 마법에 관해 토론을 나눴다.

그때 토론한 내용 중 하나가 심장에 생성한 마나 서클의 마나를 전신 혈맥을 따라 돌리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밀한 마나 제어법이 필요했다.

그 때문에 마나 제어에 재능이 있거나 숙련된 마법사가 아니면 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채화는 마나 제어에 능숙했기에 시험적으로 실험을 해 봤고, 꽤 효과를 봤다.

기존 마법사들의 마나 수련법보다 조금 더 효율이 좋았던 것이다.

“잘 됐네요. 계속 연구를 해 보세요. 그러다보면 효율이 좋은 새로운 마나수련법을 개발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

“대체 어떻게 이런 방법을 생각해 낸 건가요?”

“그냥 마법에 관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니 떠올랐습니다. 효과가 있다고 하니 제 이론이 맞았나 보네요.”

궁금하다는 얼굴로 묻는 이채화의 말에 신유현은 웃으며 답했다.

신유현이 말한 마법사들의 마나 수련법은 앞으로 3년 뒤에 나온다.

유럽에서 천재로 유명한 마리아가 연구, 개발한 수련법이었으니까.

“그래서 유현 씨에게 중요한 할 이야기가 있어요.”

“체질에 대한 이야기겠군요.”

“역시 알고 있었군요.”

“네.”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채화는 신유현이 어째서 자신의 문제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묻지 않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체질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었으니까.

“제 문제에 대해서 상담을 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다음에 해야겠네요.”

이채화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았다.

파천검가에 변고가 생긴데다가 직계 중 한 명이 사망했으니 말이다.

거기다 아직 장례식도 끝나지 않았기에 오늘은 조문만 하고 다음에 언제 만나서 이야기를 할지 약속 정도만 잡을 생각이었다.

“오늘 하루 시간 있습니까?”

“오늘이요? 네, 딱히 일은 없어요.”

“그럼 저녁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발인 후라면 시간이 되니까.”

신철진의 장례식도 오늘로 끝이었다.

장례식 삼일장의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이다.

“알겠어요.”

이채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로서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았다.

그녀의 특이 체질은 시시각각 정신과 몸을 좀먹고 있었으니까.

* * *

그날 오후.

신유현은 현무전의 집무실에서 이채화와 다시 대면했다.

“요즘 몸 상태는 어떻습니까?”

“좋지 않죠.”

이채화는 쓴웃음을 지었다.

지난번 신유현에게 마나 수련법을 듣고 실험해 본 결과, 어느 정도 효과를 보긴 했다. 마나가 좀 더 늘어나고 몸도 약간 나아졌으니까.

하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근본적인 치료를 한 게 아니었기에 몸 상태는 갈수록 나빠져 가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이렇게 신유현을 만나러 온 것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탑주님의 체질이 문제겠죠. 마법사로는 보기 드문 구음절맥이니.”

“역시 알고 있었군요.”

“증상을 보면 알 수 있으니까요.”

신유현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신유현이 구음절맥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이전 삶에서 유럽의 마녀 마리아에게 들은 덕분이었다.

하지만 현재 시기에서는 구음절맥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저 원인 모를 불치병 정도로 알려져 있을 뿐.

애초에 구음절맥은 초인들이 생겨난 후로 지금까지 극소수에게만 증상이 나타난 불치병이었다.

이 세상에 초인들이 나타난 건 이제 고작 100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구음절맥에 대해서 알려진 정보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증상을 보면 알 수 있다니?

“구음절맥의 특징은 음기 때문에 전신 혈맥이 막혀서 마나가 순환하지 못하지요. 그 때문에 구음절맥이 체질인 사람들은 피부와 안색이 창백해지지요. 그리고 손과 발도 차갑고요.”

실제로 이채화는 피부가 창백할 정도로 하얗고 안색도 푸르스름했다.

그래서 화장으로 숨기고 있었다.

“원래라면 이미 예전에 쓰러졌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화속성 마법을 익힌 덕분에 지금까지 버텨 올 수 있었던 거겠죠.”

검사든, 마법사든 아무리 초인이라고 해도 혈맥이 막히면 죽는다.

만약 이채화가 화속성 마법을 익히지 못했더라면 진작 사망했을 것이다.

혈맥이 막힌다는 건 혈액 순환이 되지 않는다는 소리였고, 지독한 음기에 의해 내부 장기도 상해 있을 테니까.

“네, 맞아요. 잘 알고 계시네요.”

이채화 또한 본인 스스로가 느끼고 있는 사실이었다.

화속성 마법을 배운 이후부터 몸 상태가 나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에 다다른 상황.

“지금보다 좀 더 몸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으면 좋겠네요.”

이채화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사실 신유현에게 큰 기대는 걸지 않았다.

지금보다 몸 상태가 좀 더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준다면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런데.

“구음절맥을 치료할 방법이 있습니다.”

“네?”

이채화는 놀란 표정으로 반문했다.

구음절맥을 치료할 방법이 있다니?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구음절맥의 문제는 음기 때문이죠. 그럼 음기를 없애면 됩니다.”

“그건 저도 알고 있어요. 그래서 화속성 마법을 배운 거니까요.”

“영약이나 내단을 먹어 봤습니까?”

“물론이에요.”

이채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영약이나 내단은 마나를 증진시켜서 심장의 서클을 강화시켜 주기에 마법사들도 섭취한다.

구하기가 어렵고 비싸서 못 먹을 뿐이지.

이채화는 적탑의 탑주로서 영약을 꽤 섭취했다.

하지만 효과는 작았다.

“구음절맥을 치료하려면 영약을 먹으면 됩니다. 가능하면 양기가 응축된 화속성의 영약을 말이죠.”

“화속성 영약도 이미 먹어 본 적이 있어요.”

신유현의 말에 이채화는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화속성 영약은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이채화는 어떻게든 구해서 먹어 봤다.

하지만 이렇다 할 큰 효과는 없었다.

그저 증상만 조금 나아졌을 뿐, 시간이 지나면 나빠졌으니까.

“등급이 낮은 영약이 아닙니까?”

“네, 당연하지요. 애초에 영약 자체를 구하는 것도 어려운데, 속성까지 붙어 있는 건 훨씬 더 구하기 어려우니까요.”

그랬다.

이채화가 그동안 섭취한 화속성 영약은 기껏해야 매직 등급 정도였다.

화속성 영약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가 어려운 물품이었기에.

“그게 문제입니다. 아무리 화속성 영약이라고 해도 등급이 낮으면 근본적인 치료는 할 수 없거든요.”

“하, 하지만 그런 걸 어디서 구할 수 있나요? 구하기도 힘들고, 굉장히 비싼데…….”

확실히 고등급 화속성 영약이라면 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부르는 게 값이었다.

그녀가 아무리 화염 마법사들이 모여 있는 적탑의 탑주라고 해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마탑은 길드와 같은 조직이며, 그녀가 지금까지 키운 적탑은 그 규모가 파천검가의 사대수호검전보다 작았다.

적탑에 소속된 화염 마법사들은 모두 다 합해 봐야 30명 정도밖에 안 되는 중소 규모였으니까.

다른 마탑들도 마찬가지.

애초에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마법사들의 숫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거라면 충분할 테죠.”

신유현은 집무실 테이블 위에 작은 보석함을 올렸다.

그리고 보석함을 뚜껑을 열어서 내용물을 보여 주었다.

“이, 이건 설마?”

이채화는 두 눈을 크게 뜨며 경악했다. 작은 보석함에는 붉은 보석이 들어 있었다.

뜨거운 마나의 기운이 흘러나오는.

“레드 에센스. 익셉셔널 레어 등급의 화속성 영약입니다.”

신유현은 웃으며 말했다.

“이, 이런 걸 대체 어디서……?”

이채화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레드 에센스와 신유현을 번갈아 바라봤다.

“지난번에 가문을 습격한 마수에게서 얻었습니다. 운이 좋았죠.”

나중에 이채화와 협상을 하기 위해서 양기가 강한 영약을 구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설마 가문을 습격한 5성 보스 레드 제너럴 앤트에게서 레드 에센스를 얻을 줄은 몰랐다.

“이거라면 탑주님의 구음절맥을 치료할 수 있을 겁니다.”

신유현은 자신했다.

레드 에센스로 구음절맥을 치료할 수 있다고.

왜냐하면 이미 과거에 유럽의 마녀 마리아가 레드 에센스와 동급인 익셉셔널 레어 등급인 화속성 영약으로 구음절맥을 치료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설마 슈브도 알고 있었을 줄은 몰랐는데.’

놀랍게도 슈브도 구음절맥의 치료법을 알고 있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만큼 지식과 경험, 정보를 많이 가진 모양이었다.

“그럼 이제 협상을 해 볼까요?”

탁.

신유현은 보석함을 닫으며 미소를 지었다.

상대는 6성급 화염 마법사.

지금이야 구음절맥 때문에 약한 모습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숙부인 신성현에게 조금 못 미치긴 하나 광역 폭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강자였다.

그리고.

‘레드 에센스를 엄청 원하고 있지.’

실제로 이채화는 눈을 빛내고 있었다.

레드 에센스를 얻을 수 있다면 구음절맥을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으니까.

“원하는 게 뭐죠?”

이채화는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물었다. 이미 자신이 할 수 있는 거라면 무엇이든 다 들어줄 생각이었기에.

“저는 당신을 원합니다.”

“저, 저요?”

순간 이채화는 당황하며 얼굴을 붉혔다. 설마 신유현이 직설적으로 자신을 원한다고 말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어, 어떡하지?’

이채화가 붉어진 얼굴로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신유현이 치고 들어왔다.

“개인적으로 탑주님과 계약을 맺고 싶습니다. 가능하면 적탑과 협력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고요.”

“네?”

순간 이채화는 깨달았다.

신유현이 원한다 한 건 적법사 이채화였음을.

“그, 그렇군요.”

이채화는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신유현은 재차 말을 이었다.

“저희와 파트너 전속 계약을 맺는 건 어떤가요?”

“파트너 전속 계약이요?”

“네, 현무전에 적탑의 마법사들을 파견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탑주님도 함께 현무전으로 와 주면 좋겠네요.”

신유현은 레드 에센스를 빌미로 적탑과 계약을 맺을 생각이었다.

적탑의 협력을 얻을 수 있다면 파천검가에서 입지가 커질 테니까.

‘적탑뿐만이 아니라 다른 속성의 마법사들이나 궁수들, 그리고 힐러들이 필요해.’

지금 현무검전은 검사들 밖에 없었다.

보통 던전을 공략하는 건 검사들이 주축이긴 하지만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딜러들도 필요했다.

다른 검전의 경우, 궁수들이나 소수의 마법사들이 소속되어 있었다.

혹은 개인적으로 검전과 계약을 하고 있거나.

신유현은 파천검가 내에서 현무전을 중심으로 자신만의 세력을 슬슬 구축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이채화를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다.

“저희와 계약을 하시겠습니까?”

신유현은 이채화를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에 이채화는 신유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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