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98화 (98/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98화

“저는 문하생 20명 선발권과 3성 상시 던전 하나, 그리고 파천신단을 원합니다.”

“크흠.”

신유현의 요구에 신성일은 침음을 흘렸다.

“생각보다 많은 걸 요구하는구나. 이미 신성현이 유니크 등급의 마검을 보상으로 줬다고 알고 있는데?”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죠.”

신유현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확실히 좀 과한 요구긴 했다.

문하생 선발권은 말 그대로 다른 검전보다 먼저 실력과 재능이 있는 가문의 수련생들을 뽑을 수 있는 권리였다.

지금까지는 다른 검전에 문하생들을 빼앗겼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역으로 빼앗을 생각이었다.

다음으로 3성 상시 던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가치를 가진다.

마정석과 마수들의 부산물들을 매일 캘 수 있기에 어떻게 보면 광산이나 다름없었다.

금전적 가치만으로도 상당하며, 실전 훈련에 사용할 수도 있었다.

애초에 가문에서 관리하고 있는 3성 상시 던전은 몇 곳 되지 않았다.

그리고 파천신단은 가문에서 실적을 쌓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귀중한 영약이었다.

“셋 다 요구가 크구나.”

“이 정도면 아버지 선에서 주실 수 있지 않나요? 제가 한 일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받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문을 습격한 철화단과 마수들의 공격을 막아 내는 데 큰 전공을 세웠다.

그리고 철화단의 거점을 단신으로 찾아가 소환수들로 밀어 버리고 단장인 오르카를 생포해 왔다.

그뿐만이 아니라 가문에 숨어 있던 스파이를 잡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이 정도 실적이면 신유현의 요구가 조금 과하다고 해도 해 줄 만했다.

거기에 신유현은 쐐기를 박았다.

“둘째 형님을 기생 마수로 감염시킨 놈도 제가 잡아 보이겠습니다. 형님을 이용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죠.”

“복수를 하겠다는 말이냐?”

“당했으면 돌려주는 게 당연하니까요.”

그래야 다신 건드릴 생각을 하지 못할 테니까.

신유현의 말에 신성일은 잠시 생각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알겠다. 보상에 대한 건 잘 이야기해 두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신유현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로써 현무전에 필요한 인재와 지속적으로 자금을 얻을 수 있는 던전을 얻은 것이다.

‘이제 나만의 세력을 만든다.’

이번 보상을 기점으로 신유현은 가문 내에서 자신을 따르는 세력을 만들 생각이었다.

가주 직속 부대인 흑영대나 파천검대처럼.

그들은 아버지인 신성일에게 충성하지, 자신을 따르는 인물들은 아니었다.

‘가문에서 내 사람들을 만들어야지.’

그나마 가문에서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한 인물들은 현무전의 간부들인 최정훈, 이연화, 김재현이었다.

그들이라면 믿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만으로는 부족했다.

‘기반이 잡히면 숙부님도 포섭하도록 하고.’

몇 달 전, 신유현은 숙부인 신성현과 내기를 했다.

자신이 혼자서 2성 보스를 잡는다면 후견인이 되어 달라고.

이에 신성현은 신유현이 2성 보스를 잡으면 못 해 줄 건 없다고 했었다.

슬슬 그때의 내기를 청산할 생각이었다.

“아무튼 내가 없을 때 잘 해 주었다. 네가 아니었다면 가문의 피해가 커졌을 거라고 하더구나.”

신성일은 이미 가문의 대호법인 신성현에게 모든 보고를 들었다.

그래서 신유현이 한 일들을 전부 알고 있었다.

신유현이 아니었으면 가문의 피해가 훨씬 더 컸을 거라고.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신유현은 고개를 숙였다.

당연히 가문을 지키는 데 힘을 아낄 생각은 없었다.

‘내가 가문의 정점이 될 거니까.’

언젠가 가문을 자신의 손에 넣을 생각이었기에.

“당연한 일이라고 하기에는 스케일이 크지 않느냐? 혼자서 철화단의 거점을 찾아가서 초토화를 시켰다던데?”

신성일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가문을 건드린 놈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으니까요. 놈들에 대한 정보도 얻어야 하고요.”

“안 그래도 네가 가져온 정보는 현재 분석 중이다. 아쉽지만 거의 절반 정도 자료가 지워져 있다고 하더구나. 그래도 건진 정보들이 꽤 있었지.”

“어떤 정보들이 있었나요?”

“철화단의 배후에 잿빛 교단이라는 조직이 있다는 걸 알아냈다. 그리고 잿빛 교단에 소속되어 있는 빌런들의 명단을 일부 입수할 수 있었지.”

“기생 마수에 대해서는 없었나요?”

“네 말대로 기생 마수를 사용하는 빌런에 대한 정보가 있더구나. 마수 연구가라고 불리는 놈이더군.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놈의 정체나 위치는 알 수 없었다. 잿빛 교단과 관련이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었지.”

“잿빛 교단에 대한 정보는 없었나요?”

“구체적인 건 없었다. 다만 철화단뿐만이 아니라 다른 테러 단체와 연관이 있고, 위험한 빌런들이 다수 소속되어 있는 모양이더군.”

“그럼 철화단 놈들이 사용하던 크리스탈 장치에 대한 정보에 대해서는…….”

“그 또한 대략적인 내용밖에 없었다. 크리스탈로 마수들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밖에는.”

“그렇군요.”

신유현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미 추측하고 있던 내용들이었으니까.

“그 외에 다른 정보는 없던가요?”

“없었다.”

신유현의 물음에 신성일은 고개를 저었다.

‘역시 게티아에 대한 정보는 없었나보군.’

게티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정보 통제는 잘 되었나 보군.’

신유현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마다테 헤이타로와 이시이 히데키를 심문할 때 신유현은 마수 연구가나 잿빛 교단, 그리고 게티아에 대해 언급했다.

그 이야기를 뒤에 있던 흑영대 대원 두 명이 들은 상황.

흑영대는 가주 직속 정보 부대였기에 그날 심문한 내용은 상층부와 당시 가주 대리인 신성현에게 보고될 터였다.

당연히 아버지인 신성일의 귀에도 들어갈 테고 말이다.

하지만 신유현은 슈브에게 명령했다.

흑영대 두 명의 기억을 지우라고.

슈브의 마안이라면 단기 기억 삭제가 가능했다.

다만 상대가 3성이어야 하고 10분 이내의 기억밖에 지울 수 없었다.

슈브의 마안도 만능은 아니었으니까.

어쨌든 그 덕분에 자신이 마수 연구가, 잿빛 교단, 게티아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을 숨길 수 있었다.

‘회귀를 하기 전에 알고 있던 정보들이니 말이야.’

그 셋에 대해 알고 있는 이유를 이야기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네 덕분에 잿빛 교단에 대해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지.”

신유현이 가져온 정보 덕분에 철화단의 배후에 잿빛 교단이라는 조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잿빛 교단이 철화단을 조종해서 파천검가를 습격했다는 사실까지 알아냈다.

“이제 어쩌실 거죠?”

“잿빛 교단에 대해 조사를 해 봐야겠지. 철화단이나 다른 빌런 조직을 후원하고 있는 모양이니.”

신성일의 말에 신유현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역시 파천검가의 수장.

‘내가 굳이 부추기지 않아도 되겠네.’

본래 신유현은 게티아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 잿빛 교단의 위험성을 알리고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하려 했다.

그런데 이미 신성일은 잿빛 교단의 위험성 조직이라는 사실을 알아챈 모양이었다.

“그럼 철화단 단장부터 먼저 심문해 봐야겠군요.”

“그럴 생각이다. 그리고 잿빛 교단과 관련된 빌런들을 잡긴 해야 하는데…….”

신성현은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국제적인 초인 테러리스트나 빌런들은 잡기가 까다로웠다.

그들이 가진 무력이 강한 것도 있지만 은신처가 문제였으니까.

대부분 마수들이 점령하고 있는 지하나 폐건물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당장 대한민국만 해도 마수들이 점령한 강릉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번 신유현이 미확인 던전 게이트를 조사하러 갔을 때는 그나마 외곽 구역에 생겨났기 때문에 조사를 하러 갈 수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마수들의 점령 지역 안쪽이거나 빌런들이 숨어 있는 지역이었다면 조사를 하러 갈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굉장히 위험하니까.

“마수 점령 지역이 까다롭긴 하죠.”

“그렇지. 아직 초인들의 힘은 부족하다. 마수들이 점령한 지역조차 수복할 수 없으니 말이야.”

대한민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일부가 이미 던전 스탬피드로 마수들에게 먹혔다.

과거 수많은 초인들과 헌터들이 마수들로부터 빼앗긴 토지를 되찾기 위해 도전했다.

영토 수복이란 목적도 있지만 마수들이 점령한 지역에선 희귀 광물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정석부터 시작해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미스릴이나 아다만티움, 오리하르콘을 채굴할 수 있는 광산이 생겨났던 것이다.

그것들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했다.

만약 마수들을 몰아낼 수 있다면 19세기 미국처럼 골드러시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마수 점령 지역은 굉장히 위험했으니까.

“6성급이나 7성급의 대형 보스 마수가 존재하고 엄청난 수의 마수들이 존재하는 하이브가 존재하는 곳이죠.”

“그런 곳에 함부로 헌터들을 이끌고 갔다간 난리가 날 테지.”

벌집을 건드리는 짓이나 다름없을 터.

만약 생각 없이 강릉을 건드렸다가는 최악의 경우, 서울까지 피해를 입게 될 수도 있다.

강릉 도시 중심부에 엄청난 숫자의 마수들이 모여 있는 6성급 하이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 곳에 터를 잡고 있는 빌런들은 간혹 마수들에게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었다.

‘다음 세븐 아크스를 해방시킨다면 마수 점령 지역을 수복할 수 있을까?’

불사왕의 힘과 세븐 아크스가 함께라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불사왕의 힘은 물량전에서 힘을 발휘하니까.

‘슈브와 한번 상의해 봐야겠군.’

마수 점령 지역을 수복할 수만 있다면 엄청난 이득과 명예를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일단 잿빛 교단과 연관이 있는 빌런들에 대한 조사부터 시작하죠.”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다. 헌터 협회에 협조 요청도 할 예정이고.”

모든 빌런들이 항상 마수 점령 지역에 있는 건 아니었다.

때때로 사회에 몰래 숨어들어 생활하는 놈들도 있었다.

일단은 그런 놈들이 있는지 조사를 하고 생포나 처리를 할 모양.

“앞으로 바빠지겠군요.”

“우리를 건드렸으니 대가를 치러야지.”

신성현은 싸늘한 음성으로 말했다.

놈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기 전까지 파천검가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잘됐군.’

그 사실에 신유현은 속으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 잿빛 교단과 게티아가 어떤 관계인지 알아내기만 하면 되니까.

그렇게 신유현은 아버지인 신성일과 잠시 더 대화를 나누고 헤어졌다.

그리고 다음 날.

신철진의 장례식이 시작되었다.

* * *

신철진의 장례식에는 많은 사람들이 조문객으로 찾아왔다.

대한민국에서 파천검가의 영향력은 상당히 컸으니까.

대기업의 회장들과 사장들이 왔다 가고, 헌터 협회의 관계자들도 왔다 갔다.

그리고 다른 4대 명가에서 온 인물들도 있었다.

‘전부 아버지의 눈치 때문에 왔겠지.’

신유현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그들이 왔다간 이유는 철혈의 검왕, 신성일 때문이었다.

검왕의 자식이 사망했다는 소식은 충격적이었으며, 언론사의 기자들까지 올 정도였으니까.

그뿐만이 아니라 남연아도 왔다가 잠시 이야기를 하고 가기도 했다.

아직 크리스탈 장치에 대해 알아낸 건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며칠 안에 최후의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연구에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신유현은 무리는 하지 말라며 한마디 해 주었다.

그렇게 삼일장을 치르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왔다갔으며 마지막 3일째 되는 날 아침, 신유현을 찾아온 손님이 있었다.

“오랜만이네요.”

적탑의 탑주이자 6성 A급 헌터 이채화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