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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90화 (90/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90화

“아니, 저게 뭐야?”

관제실에서 함정 구역의 감시 화면을 지켜보던 오르카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머리털을 쥐어뜯었다.

철화단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함정들을 신유현이 어처구니없는 방법으로 손쉽게 돌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뭔 저런 개 같은 놈이 다 있어?!”

지하 1층 복도에 설치된 함정들은 초인들을 제압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기에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상 복도에 금을 발랐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돈을 썼다.

설치된 함정은 마나를 사용하니까.

비싸기 짝이 없는 마정석을 아낌없이 투자한 것이다.

그 덕분에 함정의 위력은 상당했다.

어지간한 보급형 배리어 코트 따위로는 함정을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모든 무기에는 비싼 독까지 발려 있었기에 조금이라도 상처가 난다면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런데 설마 스켈레톤을 앞세워서 모든 함정을 파훼 해 버릴 줄이야.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지하 2층은 쉽지 않을 거다.”

오르카는 이를 악물며 모니터 속 신유현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 * *

신유현은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지하 2층에도 수많은 복도와 방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각 방들은 연구실과 실험실이었다.

아무래도 지하 2층은 철화단의 연구 시설인 모양이었다.

‘마치 던전 같네.’

내부 시설은 현대적인 느낌의 세련된 디자인이었지만, 느낌상 개미굴 같았다.

긴 복도에 붙어 있는 실험실에서는 기괴한 몬스터들이 기어 나오고 있었다.

흐어어어어!

“이것들은…….”

신유현은 눈앞에 나타난 기괴한 생명체들을 바라봤다.

거미처럼 생긴 몸통에 인간의 상체가 붙어 있었다.

지금까지 나타난 적이 없는 마수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저것과 비슷한 생명체라면 본 적이 있었다.

“키메라인가.”

으드득!

신유현은 이를 갈았다.

키메라 생명체.

이전 삶에서 게티아들은 장난 삼아 인간들을 개조했다.

그 과정에서 인권 따위는 없었다.

동물이나 곤충과 인간을 융합하기도 했고, 마수와 융합하기도 했다.

지금 눈앞에 있는 기괴한 생명체는 인간과 마수를 융합한 모양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성이 없어 보인다는 사실일까.

키메라 생명체, 아니, 개체명 키메라 스파이더의 인간 남성으로 보이는 상체는 이성을 상실하고 눈동자가 풀려 있었다.

아마 실험 과정 중에 뇌사 상태에 빠진 것일 테지.

하지만 게티아 놈들은 달랐다.

그놈들은 키메라로 변형시킨 후에도 인간으로서의 이성을 유지시킨다.

그러고는 괴물로 변해 버린 실험체가 절망하며 정신이 붕괴되어 가는 과정을 즐기며 바라봤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부의 감정 에너지는 게티아들의 영혼을 강화시켜 주니까.

“선 넘네. 쓰레기 같은 철화단 놈들.”

신유현은 분노했다.

같은 인간을 마수와 융합하다니.

철화단이 한 짓은 인륜을 져 버리는 행위였다.

크워어어어!

그때 키메라 스파이더 한 마리가 신유현을 발견하고는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 앞에는 세이버들이 있었다.

콰아아앙!

거미의 몸을 가진 키메라 스파이더는 세이버들의 카이트 실드에 막혔다.

키이익! 키이이이익!

키메라 스파이더는 어떻게든 세이버들을 뚫으려고 했지만, 세이버 3기가 모여서 만들어 낸 방어진을 뚫을 수 없었다.

이를테면 세이버들은 든든한 탱커였다.

튼튼한 방어구와 방패로 최전방에 서서 공격을 받아 낸다.

그리고 그 뒤에서 스켈레톤 랜서들이 창을 내질렀다.

푸푸푹!

끼에에에엑!

세이버들의 카이트 실드 사이로 내지른 본 스피어 네 개가 키메라 스파이더의 몸통을 꿰뚫었다.

이어서 카이트 실드를 앞세운 세이버들이 키메라 스파이더를 향해 본 소드를 내려쳤다.

퍽! 퍽! 퍽!

무자비한 물량의 폭력 앞에 키메라 스파이더는 팔다리가 잘려 나가면서 절명했다.

[3성 키메라 스파이더를 처치하셨습니다.]

키메라 스파이더를 처치하자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마수 판정은 아닌 모양이군.’

시스템 정보상에서도 키메라 생명체는 마수로 취급되지 않았다.

그리고 불사왕의 가호도 마찬가지.

다크 소울 이터는 상대가 마수가 아니면 발동하지 않는다.

마수들의 영혼을 수확해서 소울 포인트를 얻으니까.

끼에에에엑!

키메라 스파이더 한 마리를 처리하자 복도에 있던 키메라 생명체들이 신유현과 스켈레톤들을 향해 괴성을 내질렀다.

<2성 키메라 앤트>

<3성 키메라 타란튤라>

<4성 키메라 스콜피온>

하체는 마수이고 상체는 인간인 키메라 생명체들.

철화단의 인체 실험의 결과물인 키메라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

너비 3미터, 높이 5미터의 복도를 가득 채우며 달려드는 다양한 키메라들.

“디아.”

신유현은 전방을 바라보며 등 뒤에 있는 디아를 불렀다.

“넹!”

신유현의 부름에 디아는 몸을 웅크리기 시작했다.

[당신의 소환수 디아가 식빵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스켈레톤들의 방어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응?’

순간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한 신유현은 고개를 뒤로 돌렸다.

디아가 식빵 춤이라니?

대체 어떤 춤이란 말인가?

고개를 돌린 그곳에 무릎과 팔꿈치를 바닥에 대고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는 디아가 있었다.

실제 고양이들이 바닥에 배를 깔고 누운 식빵 자세였다.

그 상태에서 디아는 몸을 좌우로 흔들고 있었다.

그 모습은 굉장히 귀여워 보였다.

그리고 이전에는 디아가 춤을 추면 랜덤으로 효과가 부여되었지만, 이제는 상황에 따라 버프 효과를 줄 수 있었다.

쿵!

그 앞에서 세이버들이 카이트 실드를 지면에 박았다.

[스켈레톤 세이버들이 프로텍트 가드를 사용합니다.]

쾅! 쾅! 쾅!

이윽고 프로텍트 가드를 발동한 세이버들과 키메라들이 충돌했다.

여러 마리들이 달려온 탓에 가장 앞에 있던 키메라들이 세이버들에게 막히자, 뒤에 있던 녀석들과 부딪치며 난장판이 되었다.

이어서 스켈레톤 랜서들이 본 스피어를 찔러 넣기 시작했다.

푸푸푹!

키에에에엑!

본 스피어에 몸이 관통당한 키메라들은 비명을 내질렀다.

기본적인 전법은 키메라 스파이더 때와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규모가 좀 더 커졌다.

세이버들을 3기씩 2중 3중으로 겹쳐 서 있었고, 그 뒤에 랜서들이 장창을 찔러 넣고 있었으니까.

‘팔랑크스와 비슷하지.’

정확히는 마케도니아식과 비슷하며, 5기의 랜서들이 3열로 서서 창을 내지르고 있었다.

1열은 정면으로, 2열은 비스듬한 15도 각도로 올려서, 3열은 45도 각도로 말이다.

‘이런 장소에서는 효과가 더 좋군.’

팔랑크스의 약점은 기동성이 떨어진다는 점이었지만, 이런 좁은 복도에서는 상관이 없었다.

세이버를 앞세우고 천천히 전진해 나가는 것만으로도 키메라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테니까.

오히려 달려들었다가 랜서들의 장창에 먹잇감이 될 뿐.

“이대로 전진해라.”

철그럭, 철그럭.

신유현의 명령에 세이버들은 카이트 실드를 앞세우고 전진하기 시작했다.

스켈레톤 세이버들과 랜서들이 밀집한 진형은 육중한 전차나 다름없었다.

랜서들의 장창을 피해 가까이 다가오는 녀석들은 실드 차지로 튕겨 냈다.

그렇게 신유현은 디아와 함께 스켈레톤들 뒤에서 편하게 따라갔다.

* * *

“아니, 저건 또 뭐야?”

관제실에서 지하 2층 상황을 모니터링하던 오르카는 여전히 기가 막힌다는 표정이었다.

2층을 지키고 있는 키메라들은 어떤 존재인가?

철화단의 연구원들이 마수와 인간을 융합해서 만든 일종의 생체 병기였다.

마수들을 연구한 연구원들은 일부 마수들이 생체 병기와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래서 마수 연구가의 도움을 받아 키메라 병기를 만들어 냈다.

그렇게 탄생한 키메라 병기들은 마수들보다 더 강했다. 같은 등급이라면 최상위권에 들어갈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허무하게 뚫릴 줄이야.

“파천검가의 쓰레기 주제에…….”

오르카는 이를 갈며 모니터 속 신유현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자신들의 거점에 침입한 자가 누구인지는 화면을 통해 알아냈다.

그래서 더 열이 받았다.

파천검가에서 마나의 재능이 없다고 암암리에 소문이 난 인물이었으니까.

그런 놈에게 자신들의 거점이 털리다니!

그 사실 하나만으로 지금 철화단은 위기를 맞았다.

지금까지 거점의 위치가 노출된 적도 없었고, 설령 알려졌다고 해도 침입까지 허용한 건 뼈아픈 실책이었으니까.

그 때문에 잿빛 교단에서 어떤 처분이 내려질지도 알 수가 없었다.

분명 처벌은 피하기 어려울 터.

‘일단 저 새끼만큼은 확실히 조진다.’

실험체로 써서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몸으로 만든 후 끊임없이 고통을 주리라.

‘남은 건 3층 거주 구역과 4층 실험실뿐인가?’

관제실은 5층에 있었다.

아직 두 층이 남아 있었지만, 거주 구역에서는 신유현을 막을 수단이 없었다.

하지만 4층 실험실이라면 확실하게 막아 낼 수 있을 터.

그곳에는 철화단의 정예 병력들이 대기 중이니까.

“그러고 보니 그게 있었지?”

순간 오르카는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3층 거주 구역에서 신유현을 막을 수단 하나를 생각해 낸 것이다.

“단장님, 설마 그걸 쓰실 생각입니까?”

오르카의 중얼거림에 오퍼레이터 중 한 명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이 기회에 한번 써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하지만 너무 위험하진 않을까요? 간부들이 없으면 제압하기 힘든 놈인데…….”

오퍼레이터는 몸을 떨었다.

철화단의 연구원들이 키메라 프로젝트에서 처음으로 만들어 낸 프로토타입이 있었다.

하지만 폭주를 하는 바람에 큰 피해를 입었지만, 때마침 철화단의 간부들이 본부에 모두 있던 때라 겨우 제압할 수 있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철화단은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으리라.

“잔말 말고 풀어라. 일단 저놈부터 먼저 제압해야 될 거 아니야!”

오르카는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프로토타입보다는 신유현을 제압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그리고 그놈이라면 이미 보험을 들어 놓았다. 여차하면 보험을 쓰면 돼.”

프로토타입은 위험한 존재였다.

그놈이 습득한 고유 스킬 때문에 죽여도 죽지 않는 불사의 몸을 가지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불사의 몸은 훌륭한 연구 소재였다.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는 연구에 도움이 되니 말이다.

그래서 살려 두는 대신 보험을 들어 놓았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런 상황이 아니면 언제 또 프로토타입을 사용한단 말인가?

“아, 알겠습니다.”

결국 오퍼레이터는 오르카의 명령에 따라 3층 거주 구역에 놈을 풀었다.

* * *

왜애앵! 왜애앵!

3층 거주 구역의 한 곳.

그곳에 연결된 강철 문에 달린 비상등이 요란하게 빛나면서 경고음을 냈다.

그리고 강철 문이 천천히 열리며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 *

“흠.”

그 무렵 3층 거주 구역으로 내려와 있던 신유현은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빠, 감사해여.”

“캄샤합니돠.”

신유현의 눈앞에는 아직 열 살도 채 되지 않은 어린아이들이 있었다.

철화단에서 실험체로 쓰기 위해 납치한 아이들이었다.

거주 구역 입구 쪽에 수상한 인기척이 감지되었기에, 철화단의 연구원들이 남아 있나 해서 갔더니 어린아이들이 있었던 것이다.

‘쓰레기 같은 놈들.’

신유현은 속으로 철화단을 욕하며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 언니 누나 말 잘 듣고 있으렴.”

신유현은 디아와 까망이에게 아이들을 맡겼다.

그 말에 아이들은 신유현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올려다봤다.

자신들을 구해 준 사람이 신유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에 신유현은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오빠.”

그때 아이들 중 그나마 나이가 많아 보이는 소녀가 신유현의 코트 자락을 쥐며 입을 열었다.

“왜 그러니?”

신유현은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 신유현에게 소녀는 울먹이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동생을 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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