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89화
“뭐라고?”
오르카는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다.
본부 상공에 급속 접근 중인 물체라니?
“수송기인가?”
“아뇨. 수송기보다 훨씬 더 빠릅니다. 항공기 종류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항공기가 아니라고?”
오르카는 급히 레이더 모니터를 바라봤다. 오퍼레이터의 말대로 급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물체가 보였다.
“당장 결계를 작동시켜라! 방어막을 가동해!”
“네!”
오르카의 명령에 오퍼레이터는 황급히 결계 방어막을 작동시켰다.
이미 마법진이나 결계는 과학적으로 분석이 끝났기에, 마도공학의 힘으로 언제든지 스위치 하나로 작동시킬 수 있었다.
“파천검가 이 미친놈들이 미사일이라도 쏜 건가?”
오르카는 눈살을 찌푸리며 레이더 화면을 바라봤다.
“파천검가의 공격이 시작됐나 보군.”
그때 모니터 속 인물이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말했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미사일 공격 따위에 결계가 뚫릴 정도로 약하지 않지요.”
오르카는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정황상 파천검가의 공격이 분명했다.
철화단에서 파천검가를 공격한 지 이제 3일 정도 지난 상황.
헌터 협회나 한국 정부가 무거운 엉덩이를 들고 움직이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그렇다면 남은 건 파천검가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알아내자마자 거의 바로 선제공격을 해 온 것일 터.
“미사일 공격이라니 어리석은 짓이죠.”
오르카는 비웃음을 지었다.
설령 핵미사일을 쏜다고 해도 결계는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다.
결계는 마도공학의 정수로, 일반 병기로는 흠집도 낼 수 없었다.
결계 또한 오로지 마나와 오러 공격으로만 피해를 입힐 수 있었다.
거기다 결계는 어마어마하게 마정석을 처발라서 만들었다.
그 때문에 결계가 뚫린다는 건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결계 기동 완료했습니다! 충돌까지 앞으로 3초!”
그때 오퍼레이터가 보고를 해 왔다.
“2, 1! 정체불명의 물체와 결계가 충돌했습니다.”
“상황은?”
“정체불명의 물체 건재합니다!”
“뭐?”
오퍼레이터의 보고에 오르카는 눈살을 찌푸렸다.
결계와 충돌한 순간 사라져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정체불명의 물체가 건재하다니?
“앗!”
“뭐야? 어떻게 됐어?”
“겨, 결계가 뚫렸습니다!”
“뭔…….”
오퍼레이터의 보고에 오르카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결계가 뚫렸다고?
그 비싼 마정석을 발라 가면서 만든 결계가?
“2층, 3층까지 돌파당했습니다. 4층과 충돌 중! 깨졌습니다! 이제 마지막 한 장 남았습니다!”
비명 같은 오퍼레이터의 보고가 연이어 들렸다.
섬 전체를 감싸는 결계의 방어막은 다중 구조였으며 총 5층까지 존재한다.
그런데 벌써 4층까지 뚫렸다고?
“설마 마, 마지막 층도 뚫리는 건…….”
오르카가 불안한 표정으로 입을 연 순간.
“뚫렸습니다!”
비명 같은 오퍼레이터의 보고가 울려 퍼졌다.
“이런 빌어먹을!”
오르카는 눈에서 땀이 났다.
몇 십 억을 들여서 만든 결계가 박살이 났기 때문이다.
“무사하길 바라지.”
그때 모니터 속 청년이 한마디 하더니 연락을 끊었다.
“아, 잠…….”
오르카는 뒤늦게 청년을 부르려고 했지만 늦었다.
이미 연결이 끊겼으니까.
“빌어먹을 파천검가 놈들!”
오르카는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움켜쥔 주먹이 파들파들 떨려 왔고, 얼굴은 흉신악귀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결계를 파괴한 정체불명의 물체를 확인했습니다. 침입자입니다! 초인이 침입했습니다!”
이어지는 오퍼레이터의 보고에, 오르카는 철화단의 거점에서 대기 중인 단원들에게 통신으로 소리쳤다.
“어떤 새끼인지 확인해라! 그리고 반드시 살려서 포획해라! 실험체로서 살아 있는 지옥을 경험하게 해 줄 거니까!”
* * *
“1차 관문은 통과인가?”
부우웅!
신유현은 초원으로 보이는 장소에 착륙했다.
철화단 간부 놈들에게서 거점 좌표를 알아낸 후, 준비에 들어갔다.
일단 가장 먼저 이시아와 함께 무기고에 가서 신지아에게 몇 가지 부탁을 했다. 현무검대원들의 장비가 좋지 않으니 지원을 해 달라고 말이다.
그 후에는 지배력과 까망이가 수송할 수 있는 한계까지 스켈레톤들을 준비시켰다.
‘이제 지배력은 충분하지.’
신유현은 미소를 지었다.
고유 특성 지배력 강화는 숙련도 4레벨로 1포인트당 4마리의 언데드들을 부릴 수 있었다.
거기에 슈브가 합류하면서 효율이 2배로 뻥튀기가 되었으며, 명계의 신 하데스의 장갑 퀴네어의 효과로 4배가 더 추가되었다.
이 정도면 시간 역행을 하기 전 보았던 불사왕의 수십만이 넘는 언데드들을 재현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다만, 까망이가 수송할 수 있는 숫자에는 한계가 생겼다.
3성이나 4성에 해당하는 마정석을 계속 먹였지만, 신유현의 사기적인 지배력 수치를 따라올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신유현이 4성이 되면서 몇 가지 좋아진 점이 있었다.
이제 디아도 아공간 수납 스킬이 업그레이드되면서 스켈레톤 병력 일부를 수송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건 슈브 또한 마찬가지였다.
‘철화단 거점을 붕괴시키기에는 충분하고도 넘치겠지.’
그렇게 가문에서 모든 준비를 마친 신유현은 헤카톤 하이퍼 비틀 케이론을 타고 철화단 거점이 있는 무인도로 향했다.
철화단 간부 놈들 말대로 거점은 천연의 요새였다.
섬 주변에는 소용돌이가 치고 있었고, 상공의 기후도 좋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돌개바람으로 인해 항공기를 이용한 접근이 쉽지 않아 보였으니까.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섬 전체를 감싸는 결계였다.
환영 효과까지 있었기 때문에 정확한 좌표가 없었다면 철화단이 있는 섬을 찾기 힘들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 덕분에 철화단은 서해안의 무인도에 둥지를 틀고 활동을 해 올 수 있었다.
‘그것도 이제 여기까지.’
신유현은 케이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상공을 올려다봤다.
섬 상공에는 방어막이 쳐져 있었다.
그래서 케이론이 고생을 좀 했다.
드릴처럼 회전하면서 진동하는 뿔로 결계의 방어막을 깨뜨리느라 말이다.
충각돌진과 초진동파의 합작이었다.
결국 방어막을 뚫고 섬에 들어올 수 있었다.
“슈브, 디아, 까망아.”
신유현은 자신의 소환수들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넹!”
뀨!
길게 늘어난 그림자 속에서 휴식을 취하던 소환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결계를 돌파해서 철화단의 거점으로 들어왔다. 아마 이곳 지하에 놈들이 숨어 있겠지. 슈브는 놈들의 퇴로를 찾아서 막아 줘.”
“알겠어요.”
검은색 공막에 금색의 마안을 빛내며, 슈브는 아름답지만 위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쪽으로 도망치는 놈들이 있다면 가능하면 죽이지 마. 정보를 캐내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신유현의 명령에 슈브는 섬뜩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디아나 까망이, 신유현에게는 한없이 자애롭고 상냥한 미소를 지어 보이나 적에게는 무자비했다.
신유현은 그 사실을 슈브가 철화단 간부를 심문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꼈다.
심문은 굉장히 잔혹했으니까.
하지만 신유현은 개의치 않았고 말리지도 않았다.
잔혹한 짓을 당해도 할 말이 없는 놈들이었기에.
스슥!
순간 슈브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 섬에서 유일하게 오갈 수 있는 통로를 찾으러 간 것이다.
철화단 간부 놈들의 말에 의하면, 거점이 있는 섬을 오가기 위해서는 잠수함을 사용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섬 어딘가에 잠수함이 있는 도크가 있을 터.
“그럼 우리도 가 볼까?”
“넹!”
뀨!
신유현의 말에 디아와 까망이는 귀여운 목소리로 답했다.
디아와 까망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신유현은 주위를 둘러봤다.
무인도 섬은 굉장히 넓었으며, 눈앞에는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지상에는 입구가 없다고 했었지.’
섬에 착륙하기 전, 한번 훑어봤었지만 철화단의 거점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보이지 않았다.
‘그럼 입구를 만드는 수밖에.’
“케이론.”
키이이이잉!
신유현의 부름에 케이론은 다시 뿔을 돌리기 시작했다.
콰가가가각!
그리고 이내 지면을 파 내려갔다.
초진동파를 내뿜으면서.
‘은근히 다재다능하단 말이야.’
신유현은 케이론을 바라보며 웃었다.
크기가 커서 타고 다니기에도 좋고, 땅까지 팔 수 있다니.
잠시 후.
쿠구구궁!
케이론은 철화단의 지하 시설로 보이는 복도로 떨어져 내렸다.
신유현은 케이론이 판 구멍을 내려다봤다. 지하 시설의 복도로 보였으며 케이론이 움직이기에는 좁아 보였다.
신유현은 케이론이 파 놓은 구멍을 향해 디아와 까망이를 데리고 내려갔다.
“잘했다. 이제 들어가서 쉬어라.”
그극!
신유현의 말에 케이론은 뿔을 한번 들어 올렸다가 이내 그림자 속으로 들어갔다.
“그럼.”
신유현은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둘러봤다. 길게 이어진 일자형 복도였으며, 끝에 출구로 보이는 문이 작게 보였다.
“세이버 소환.”
철그럭, 철그럭.
신유현의 그림자 속에서 스켈레톤 세이버 10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두 마리는 디아에게 붙였다.
호위역이었다.
뀨!
까망이 또한 디아의 머리 위에서 슬라임 몸체에 촉수 두 개를 쭉 올렸다.
까망이 나름대로 디아를 지켜 주려고 하는 모양이었다.
‘느낌이 안 좋아.’
신유현은 길게 이어진 복도를 바라봤다.
전신의 감각을 찔러 오는 느낌.
복도에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방어 진형.”
철그럭, 철그럭.
신유현의 말에 세이버 8마리가 서로 둥글게 뭉치더니 카이트 실드를 치켜들었다.
동그랗게 모여서 카이트 실드를 바깥으로 든 것이다.
그 상태로 세이버 8마리는 출입구 문이 있는 쪽으로 움직였다.
그 때문에 뒤쪽에 있는 세이버들은 뒷걸음질을 쳐야 했다.
그렇게 세이버들이 몇 발자국 이동한 순간.
쌔애액!
돌연 복도의 벽 일부가 열리더니 안에서 마나를 머금은 작은 화살이 쏘아져 나오는 게 아닌가?
콰가가가각!
화살은 스켈레톤 세이버의 방패에 꽂혀 들어갔다.
일부는 얼마나 힘이 센지 방패를 꿰뚫고 들어와서 세이버의 본 아머에 흠집을 내기도 했다.
“역시 함정이 있었나?”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혀를 찼다.
느낌이 좋지 않아서 세이버들을 먼저 보냈는데, 예상대로였기 때문이다.
신유현은 세이버들을 조금 더 보충하면서 전진해 나갔다.
그리고 함정은 갈수록 위험해져 갔다.
키이이잉!
이번에도 별다른 전조 없이 복도 양쪽 벽이 열리더니, 갑자기 회전하는 원형 톱날 두 개가 나타났다.
콰가가각!
원형 톱날은 순식간에 세이버들을 스치고 지나갔다.
쩌저적!
순식간에 양옆에 튀어나와 있던 세이버 4기가 두 조각이 나면서 사라졌다.
“진짜 위험했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신유현은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만약 세이버들이 아니라 파천검가의 대원들을 투입했었다면 상당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그리고 신유현이었다면 긴장을 늦추지 못했을 것이고 상처를 입었을지도 몰랐다.
‘초재생으로 회복한다고 해도 아픈 건 아픈 거니까.’
함정으로 인해 상처를 입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대부분 치료할 수 있었다.
다만, 상처로 인한 통증이 없는 건 아니니까.
“다음 애들 나와.”
스스슥.
신유현은 까망이의 그림자 속에서 세이버들을 다시 보충했다.
아직 갈 길은 멀었다.
출입구로 보이는 문까지 거리가 꽤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보충한 세이버들을 앞세우고 신유현은 다시 전진하기 시작했다.
세이버들이 전진하는 동안 온갖 다양한 함정들이 발동되었다.
치이익!
천장에서 초록색 독액이 떨어져 내리고.
화르륵!
복도 양옆 벽에서 갑자기 화염이 쏟아졌으며.
촤촤촤악!
복도 바닥에서 갑자기 강철 창이 솟구쳐 올라오기도 했다.
‘좀 고전적인데?’
복도 자체는 인테리어가 세련되고 현대적이었지만 함정은 고전적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효과적이었으며 위협적이었다.
왜냐하면 함정에 숨겨진 화살이나 원형 톱날, 강철 창에는 마나가 실려 있었던 탓이다.
실제로 신유현은 함정 복도에서 꽤 많은 수의 세이버들을 잃었다.
스켈레톤 솔저들의 클래스 중에서 가장 방어력이 높은데도 말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무사히 함정 복도를 클리어할 수 있었다.
끼이익.
세이버로 복도 끝에 있는 문을 열자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왔다.
“그럼 아래층으로 내려가 볼까?”
“넹!”
뀨!
귀여운 디아와 까망이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신유현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감히 파천검가를 건드린 놈을 잡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