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88화
짜아악!
신유현은 손에 마나를 실어서 이시이 히데키의 얼굴에 따귀를 날렸다.
“법의 보호는 법을 지키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법도 지키지 않는 네놈들에게 법의 보호와 인권을 바라지 마라.”
눈앞에 있는 두 놈은 명백한 죄를 저질렀고, 무엇보다 가문을 건드렸다.
그리고 철화단을 비롯한 초인 빌런 집단은 그 힘으로 온갖 흉악하기 짝이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
테러, 납치, 인신매매, 인체 실험 등등.
법이란 사회질서와 인권과 인간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초인 빌런들은 그러한 모든 것을 파괴하는 존재들이었다.
그런 놈들이 법의 보호와 인권을 바란다니.
지나가던 까망이가 웃을 일이었다.
“쓸데없이 말이 길어졌군. 내가 여기 온 건 네놈들에게 물어볼 게 있어서다.”
“……!”
신유현의 말에 이시이 히데키와 마다테 헤이타로는 움찔 몸을 떨었다.
또다시 심문이 시작되는 줄 알았으니까.
“우, 우린 이미 다 이야기했어!”
“더 이상 아는 게 없다고!”
그들은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그리고 두려운 눈으로 신유현의 뒤편에 서 있는 슈브를 바라봤다.
어두운 지하 감옥 속, 검은 공막 위에 빛나고 있는 금색 눈동자.
금안의 악마.
흑영대의 고문에도 버텼지만 저 금안의 악마 앞에서는 자비를 구걸할 수밖에 없었다.
“마수 연구가.”
“……!”
조용한 신유현의 한마디에 간부 놈들의 표정이 변했다.
“실은 말이야. 마수 연구가 놈이 기생 마수를 풀어놓았더라고.”
기생 마수에 감염된 신철진을 처리한 후, 신유현은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기생 마수에 감염된 가문의 검사들이 네놈들이 있는 곳으로 오려고 했다나 봐.”
놀랍게도 신유현이 신철진을 상대로 싸우고 있을 때, 철화단 간부들이 감금되어 있던 지하 감옥도 습격을 받고 있었다.
기생 마수에 의해 강해진 가문의 검사들에게.
그 때문에 지하 입구를 경비하던 검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기생 마수에 감염되면 흉폭화가 되면서 평소보다 더 강해지니까.
“아마 네놈들을 처리하려고 한 거겠지.”
정보가 새어 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때 지하 감옥에는 슈브가 있었다.
덕분에 기생 마수에 감염된 검사들을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 우리를 죽이러 왔었다고? 간부인 우리들을?”
“미, 믿을 수 없다!”
그들은 몸을 흔들며 부정했다.
설마 철화단의 간부들인 자신들을 죽이려 했었다니!
“그래서 말인데 잿빛 교단과는 무슨 관계지?”
“……!”
순간 그들은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미 신유현은 그들이 마수 연구가와 연관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들을 처리하기 위해 마수 연구가가 기생 마수를 사용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마수 연구가라는 말에 간부 놈들의 얼굴 표정이 변했으니까.
“모, 모른다!”
“그놈들과 우리는 아무 관계없어!”
그들은 부정했다.
하지만 말과는 달리 몸은 정직했다.
불안한 듯 떨고 있었으니까.
“모른다라. 네놈들은 아직 자신의 처지를 모르고 있나 보군.”
신유현은 그들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봤다.
그들이 여기서 벗어날 길은 오직 하나, 죽음뿐이었다.
파천검가를 습격한 초인 테러리스트 빌런 집단은 대외적으로 격퇴되었다고 알려져 있었다.
즉, 포로는 없으며 간부인 마다테 헤이타로와 이시이 히데키는 이미 죽었다고 알려진 것이다.
그 때문에 그들이 정부나 헌터 협회에 넘어갈 일도 없었다.
그들이 살아 있다는 사실은 어느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다.
분명 그럴 터인데.
‘마수 연구가 놈은 알고 있었지.’
가문 내부의 일이 외부로 흘러 나간 것이다.
그 이유를 눈앞에 있는 놈들이 알고 있는지, 아니면 정말 모르고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네놈들이 알고 있는 걸 전부 순순히 말해라. 이 이상 고통받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모, 몰라!”
“우린 정말 모른다고!”
철화단 간부들은 격렬하게 몸을 흔들며 부정했다.
“마수 연구가에 대해서, 잿빛 교단에 대해서, 그리고 게티아에 대해서 모른다고?”
“저, 정말 몰라!”
이시이 히데키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모른다고 잡아뗐다.
하지만 그 정도는 이미 예상한 일이었다.
“네놈들이 정말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는 네놈들 몸에 물어보면 되겠지.”
그렇게 말한 신유현은 뒤를 돌아봤다.
“슈브.”
“네.”
신유현의 말에 슈브는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철화단 간부들을 향해 다가갔다.
“히, 히익!”
“아, 안 돼……!”
이미 슈브에게 당해 본 경험이 있는 그들은 두려운 표정을 지으며 몸을 떨었다.
흑영대의 지독한 고문도 버텨 낸 그들이지만, 슈브는 굉장히 두려워하고 있었다.
잠시 후, 지하 감옥에서 비명 소리가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 *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철화단의 간부들은 찢어지는 비명을 질러 대다가 어느 순간 멈췄다.
“벌써 망가지고 말았네요.”
그 모습을 슈브는 아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됐어. 어차피 죽어도 싼 놈들이었으니까.”
이미 신유현은 사령술을 통해, 마다테 헤이타로와 이시이 히데키가 인간들을 어마어마하게 죽인 살인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놈들 주위에 수백이 넘는 원혼들이 모여 있었으니까.
원혼들은 그들이 고문받는 장면을 즐겁게 바라봤다.
그리고 놈들이 죽자 성불했다.
“그런데 정말 모르고 있었나 보군요.”
“게티아와 연관이 있는 조직이니까. 쉽게 꼬리를 잡을 수는 없겠지.”
신유현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문 장면을 지켜봤다.
슈브의 심문은 탁월했다.
결국 철화단이 한국에서 활동하는 아지트뿐만 아니라, 주요 본거지까지 캐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철화단의 간부들은 마수 연구가나 잿빛 교단에 대한 정보는 말하지 않았다.
몸이 망가져 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고통 속에 몸부림을 치면서도 말이다.
그 때문에 신유현은 혀를 찼다.
그들은 정말로 마수 연구가나 잿빛 교단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가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심문은 계속됐다.
조금이라도 놈들에게서 정보를 쥐어짜 내기 위함이었다.
그 결과 슈브의 심문을 버티지 못한 그들은 정신과 몸이 망가지면서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거점을 알아냈으니 괜찮아.”
눈앞에서 간부 놈들이 잔혹하게 죽었지만 신유현은 동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죽어 마땅한 놈들이었으니까.
“이제 어쩌실 건가요?”
“어쩌긴. 놈들의 거점을 박살 내러 가야지.”
그들의 본거지 위치를 알게 된 신유현은 어이가 없었다.
“이 자식들은 선을 넘었어.”
놀랍게도 철화단의 주요 본거지는 한국에 있었다. 서해안에 있는 수많은 무인도들 중에 하나였던 것이다.
“감히 우리나라 섬에 비밀 기지를 만들어 놔?”
지금까지 한국의 헌터 협회나 초인 가문들은 아시아의 유명한 빌런 집단인 철화단의 본거지가 일본 어딘가에 있을 거라 추측하고 있었다.
그런데 설마 한국 서해안에 있었을 줄이야.
그것도 지하에 기지를 만들어 놓았다고 하는 게 아닌가?
“준비가 되는 대로 놈들을 털러 간다.”
신유현은 한국의 초인들을 기만한 철화단 놈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
놈들의 본거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야 기분이 풀릴 것 같았다.
그리고 철화단의 본거지라면 잿빛 교단이나 게티아에 대한 정보가 있을지도 모를 터.
‘철화단의 수장이라면 정보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 때문에 철화단의 본거지를 습격할 생각이었다.
“준비해 놓겠습니다.”
신유현의 말에 슈브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 * *
다양한 모니터들이 있는 관제실.
그곳에 한 사내가 모니터에 떠오른 인물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파천검가의 공격에 실패한 모양이군.”
“죄송합니다.”
모니터 속 인물의 말에 철화단의 수장, 코드네임 오르카는 고개를 숙였다.
모니터 속 인물은 이제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청년이었다.
그에 반해 오르카는 모니터 속 인물보다 나이가 많은 40대 초반이었지만 긴장한 표정으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분의 기분이 좋지 않으시다.”
“……!”
모니터 속 인물, 청년의 말에 오르카는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었다.
위대하고 성스러운 존재의 도움을 받아 파천검가를 공격했다.
하지만 파천검가에는 예상보다 아주 적은 피해를 겨우 입혔을 뿐이며, 철화단의 정예부대와 간부들을 잃었다.
사실상 실패를 한 것이다.
“죄송합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글쎄. 너희에게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군. 파천검가에서 너희들의 거점을 알아내고 공격을 하려는 것 같던데.”
“파천검가의 공격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올 테면 와 보라지요. 저희가 자리 잡은 거점은 천연의 요새입니다. 오히려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청년의 말에 오르카는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모니터 속 인물에게 버림받게 될 것이고, 무엇보다 그분의 분노를 받게 될지도 몰랐으니까.
그리고 모니터 속 인물은 철화단의 물주였다.
지금까지 자금 지원을 받아 왔다.
그런데 그가 지금 손을 떼기라도 한다면 철화단은 돌이킬 수 없었다.
그러니 아무 말이라도 해서 어필을 해야 했다.
“자신감이 넘치는군. 믿는 구석이 있나 보지?”
관심을 가지는 듯한 청년의 말에 오르카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물론입니다. 저희들이 거점으로 잡은 섬 주변에는 항상 소용돌이가 치고 있습니다. 배로는 접근조차 할 수 없지요.”
“잠수함이나 항공기가 아니라면 말이지.”
“아무리 파천검가라고 해도 대규모 인원을 옮길 수 있는 잠수함이나 항공기를 움직일 수는 없겠죠.”
오르카는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웃었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잠수함이나 항공기를 움직이려면 돈이 상당히 든다.
그리고 설령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철화단이 숨어 있는 섬을 공격하려면 한 가지 관문이 더 기다리고 있었다.
“설령 움직일 수 있다고 해도 저희 섬에는 그게 있지 않습니까?”
오르카는 웃어 보였다.
철화단이 가진 비장의 수단.
그건 강력한 결계였다.
환영 결계의 영향으로 상공에서 무인도를 찾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설령 찾는다고 해도 도달하지 못한다.
강력한 방어막이 쳐져 있기에.
그 어떤 침입자라고 해도 막아 낼 수 있을 정도로 방어막의 출력은 어마어마했다. 4성에서 6성급 마정석을 동력 코어로 때려 박아서 만든 결계였으니까.
그 때문에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갔지만 말이다.
거기다 잠수함을 타고 오면 음파 방해 결계로 인해 제대로 된 탐지를 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 때문에 해저로도 섬에 도달할 수 없었다.
그 모든 걸 뚫기 위해서는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파천검가 놈들이 섬의 위치를 알아낸다고 해도 도달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 아니, 오히려 도달한다면 더 좋을 수도 있겠군요. 섬에서 전멸시키면 될 테니.”
철화단이 거점으로 삼고 있는 섬은 이미 침입자들에 대한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저희가 있는 지하 거점까진 오지도 못할 것입니다.”
오르카는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 철화단의 진정한 거점은 지상이 아니라 지하에 있었다.
그리고 지상에는 침입자들을 저지할 함정과 실험체들이 대기 중이었다.
“상공에서 급속 접근 중인 물체가 있습니다!”
그때 철화단의 모든 지하 시설들을 감시하고 관리 통제하는 관제실에 있던 오퍼레이터 한 명이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