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85화
[스켈레톤 세이버 1호가 프로텍트 가드를 사용합니다.]
즈즈증!
쾅!
세이버 1호는 순간 커지기 시작하는 카이트 실드를 지면에 박았다.
그 직후 최기영이 날린 푸른 전격의 십자참이 카이트 실드와 부딪쳤다.
콰지지직!
십자참은 카이트 실드를 파고들면서 금이 가게 했다.
그리고 십자참에 실려 있던 푸른 전격이 세이버 1호를 휘감아 올랐다.
하지만.
[전격 속성에 저항합니다.]
스켈레톤 세이버 1호는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모든 속성 저항력을 획득한 상태였다.
무려 레어 등급인 저항의 반지를 갈아서 옵션 능력을 뼈 장비에 부여했으니까.
“아직이다!”
최기영은 카이트 실드를 지면에 박고 버티고 있는 세이버 1호를 향해 달려들면서 대검을 휘둘렀다.
캉! 캉캉!
놀랍게도 최기영은 무거운 대검을 가볍게 휘두르며 연격을 날렸다.
그가 가진 오러 속성의 특성이었다.
푸른 스파크는 상대를 마비시키고, 자신은 가속시킨다.
그 덕분에 지금처럼 빠른 연격이 가능했다.
‘그래도 4성 초인이라는 건가. 제법 하네.’
신유현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최기영을 바라봤다. 입만 산 줄 알았는데 꽤 실력이 있어 보였으니까.
실제로 세이버 1호는 쏟아지듯 날아드는 대검 앞에서 방어만 급급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스켈레톤 세이버 1호가 실드 차지를 사용합니다.]
터엉!
순간 세이버 1호가 방패로 최기영의 공격을 크게 튕겨 냈다.
“뭣?”
그 때문에 최기영의 대검이 위로 크게 튕겨 올라가며 정면이 무방비하게 드러났다.
그 틈을 세이버 1호는 놓치지 않았다.
쿵!
지면을 박차며 앞으로 돌진하는 세이버 1호.
[세이버 1호가 숄더 차지를 발동합니다.]
육중한 본 아머로 무장한 세이버 1호는 어깨로 최기영의 가슴을 받아 버렸다.
팡!
하지만 즉시 최기영의 보급형 배리어 코트에서 방어막이 발동하면서 세이버 1호의 공격을 막아 냈다.
그러나 세이버 1호의 돌진력에 의한 충격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커헉!”
최기영은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수 미터 이상 튕겨 날아갔다.
이어서 세이버 1호는 최기영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뇌운보를 연속으로 펼치며 빠르게 최기영을 향해 다가갔다.
눈 깜작할 사이에 최기영을 따라잡은 세이버 1호는 본 소드를 내려쳤다.
현무중검(玄武重劍).
삼식(三式), 중파참(重破斬).
세이버 1호의 육중한 일격이 최기영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콰아앙!
파츠츠츳!
배리어 코트의 방어막이 발동하면서 세이버 1호의 일격을 막아 냈다.
하지만 세이버 1호는 숄더 차지 때와 마찬가지로 최기영을 방어막과 함께 지면에 처박아 버렸다.
“커허억!”
그렇게 최기영은 야외 연무장의 흙바닥에 처박히면서 정신을 잃었다.
“중파참이라고?”
“아니, 대체 어떻게 스켈레톤이 무공을…….”
그리고 그 모습을 본 현무검대원들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스켈레톤이 뇌운보에 이어서 자신들이 주로 사용하는 현무중검까지 사용한 것이다.
그 사실을 그들은 믿을 수 없었다.
“마, 말도 안 돼!”
“최기영 선배가 지다니!”
다른 한편에서는 최기영이 졌다는 사실에 놀라워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놀란 표정으로 세이버 1호와 신유현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신유현은 웃으며 한마디 던졌다.
“다음.”
그 말에 현무검대원들은 망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치 갑자기 야근을 하게 된 회사원들처럼.
* * *
현무전의 야외 연무장.
지금 그곳에서 곡소리에 가까운 신음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울려 퍼졌다.
최기영 이후로 신유현은 세이버 1호와 현무검대원들에게 비무를 시켰다.
하지만 최기영은 현무검대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강자였다.
그런 최기영을 파리 잡듯 검으로 후려쳐서 잡은 세이버 1호를 일반 대원들이 이길 수는 없었다.
그 때문에 대원들의 사기는 바닥이었다. 어차피 붙어도 질 거라는 생각이 팽배했으니까.
‘미끼를 던지긴 했지만, 이렇게 잘 먹힐 줄이야.’
의욕이 없는 그들에게 신유현은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세이버 1호를 이긴다면 대원들에게 포상과 휴가를 주겠다고 한 것이다.
그것도 현무검대원들 전체와 싸워서.
물론 일대일이라는 조건하이지만 말이다.
그 말에 자존심이 상한 현무검대원들은 신유현의 도발에 넘어갔다.
일대일 비무라고 해도 자신들이 전부 싸운다면, 아무리 스켈레톤 세이버가 강하다고 해도 한 마리 정도는 쓰러트릴 수 있을 거라 판단한 것이다.
스켈레톤 세이버라고 해도 언젠가 지쳐서 쓰러질 때가 올 테니까.
그 때문에 현무검대원들은 자신들이 세이버를 쓰러트리지 못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스켈레톤이 지칠 리가 없지.’
신유현은 피식 웃으며 현무검대원들을 바라봤다.
“이제 알았겠지? 이게 너희들의 실력이다. 너희들은 스켈레톤 한 마리도 이기지 못했다.”
“전주님의 스켈레톤이 너무 강한 것 아닌가요?”
대원들 중 한 명이 불만을 표하는 말에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인정하지. 확실히 내 스켈레톤은 일반 네크로맨서들보다 강하다. 하지만 너희들이 전부 덤벼서 이기지 못했다는 건 변명할 여지가 없지.”
“…….”
신유현의 말에 불만을 표한 대원은 입을 꾹 닫았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신유현의 말은 사실이었으니까.
‘그래도 설마 한 마리도 쓰러트리지 못할 줄이야.’
사실 신유현도 좀 기가 막히긴 했다.
현무검대원들이 약한 것인지, 아니면 세이버 1호가 너무 강한 것인지.
아마 둘 다일 터.
하지만 다른 검전의 대원들이었다면 세이버 한두 마리 정도는 쓰러트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나마 현무검대원들이 분발은 했는지 세이버 1호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본 실드는 이미 박살이 난 지 옛날이었고, 본 아머도 절반가량 부서져 있었으니까.
본 소드 또한 이가 다 나가 있었다.
나름 피해를 입은 것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신유현이 리페어를 사용해서 순식간에 수복시켜 두었다.
“아무튼 이제 너희들이 얼마나 실력이 없는지 알았겠지. 따라서 오늘부터 특별 훈련을 실시하겠다.”
“트, 특별 훈련이요?”
현무검대원들은 흠칫 놀란 얼굴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적어도 스켈레톤 수준만큼은 강해져야지.”
“헉!”
“아니, 그건 좀…….”
신유현의 말에 현무검대원들은 움찔거렸다.
방금 전 상대한 스켈레톤 세이버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만큼 강해지려면 대체 얼마나 수련을 해야 할까?
“그건 좀 무리 같습니다!”
“맞습니다, 전주님! 스켈레톤이 너무 강해요!”
현무검대원들은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확실히 스켈레톤 세이버는 4성 최상급 정도로 강했다.
그에 반해 현재 현무검대원들은 3성 초인들이 대다수.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못하겠으면 나가든가.”
신유현은 현무검대원들의 편의를 봐줄 생각이 없었다.
기회를 줄지언정 짐 덩어리를 안고 갈 수는 없으니까.
‘게티아 놈들을 상대하는 데 방해만 될 뿐이니.’
신유현의 목적은 앞으로 5년 안에, 지구에 나타날 게티아 놈들에게 복수를 하고 처단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전에 게티아 숭배자가 될 초인 빌런 집단이나 인류의 배신자 놈들을 숙청시킬 생각이었다.
이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가문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지.’
이전 삶에서는 재능이 없다고 쫓겨났지만, 이번 삶에서는 반대로 가문을 먹어 버릴 생각이었다.
그건 곧 파천검가의 정점에 서겠다는 소리였다.
‘나도 참 많이 변했네.’
신유현은 피식 웃었다.
이전 삶에서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파천검가의 정점에 서겠다니.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현무전의 세력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 일환으로 현무검대원들이 강해져야 했다.
그 계획에 따라오지 못하겠다면 어쩔 수 없었다.
현무전에서 내보내는 수밖에.
‘상황이 반대가 되었군.’
신유현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유현은 현무전의 사람들에게 인정받아야 할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제 현무전의 검사들이 신유현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너희들도 알고 있겠지. 지금까지 현무전이 어떤 취급을 받아 왔는지. 다른 검전에게 무시당하며 가문의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 대부분의 이유는 신유현 때문이었다. 기력 개방도 하지 못하고 2성조차 되지 못한 자신이 전주로 있었던 탓이었으니까.
그 때문에 능력 있는 자들은 자기 자리를 찾아서 떠나갔기에 다른 검전에 실력 있는 신입 문하생들을 뺏겼고, 가문의 지원금까지 삭감되기도 했다.
“물론 그렇게 된 데에는 내 탓이 크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니 여기서 말하마. 이제 현무전은 달라질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거기서 신유현은 선언했다.
이제 현무전은 달라질 것이라고.
“그러니 너희들도 지금보다 더 강해져라. 나는 너희들이 단 한 명도 낙오되지 않기를 원한다.”
이전 삶에서 신유현은 가문에서 버림받았다. 그래서 누구보다 버림받는 아픔을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현무검대원들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너희들이 앞으로 해야 할 훈련 메뉴는 이미 생각해 두었다.”
신유현은 현무검대원들 한 명 한 명에게 프린트 용지를 나눠 주었다.
“이, 이건……?”
“이걸 어떻게……?”
현무검대원들은 놀란 눈으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프린트 용지에는 현무검대원들이 각자 연습해야 할 훈련들이 적혀 있었다.
각 대원들의 약점과 보완에 대한.
그들에 대한 정보라면 이전 삶에서부터 보아 왔다.
거기다 사령안으로 상대의 능력치와 스킬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 정보들을 토대로 대원들 각자에게 알맞은 훈련법을 미리 마련해 두었던 것이다.
‘지켜보고 있었던 건가?’
각자 다른 훈련 메뉴를 본 대원들은 놀람과 함께 가슴이 뭉클해졌다.
“현무전의 기둥은 너희들이다. 지금보다 더 강해지기를 기대하지.”
각 검전의 핵심은 던전을 공략하는 초인들로 구성된 검대들이다.
그들이 던전을 공략하고 얻은 부산물들, 즉 마정석이나 마수들의 시체들로 각 검전이 운영된다.
특히 4성이나 5성 이상의 레이드 던전을 공략하고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어마어마하다.
그렇기에 가문에서 던전을 공략하는 검대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물론 던전을 공략하면 마수들의 피해도 줄일 수 있고 말이다.
“알겠습니다!”
“맡겨 주십시오!”
신유현이 기대를 하고 있다는 말에 대원들은 의욕이 생긴 모양이었다.
‘시련의 탑을 훈련 장소로 쓸려고 했는데 아쉽네.’
의욕이 넘치는 대원들을 바라보며 신유현은 속으로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시련의 탑에서 대원들을 훈련시키려고 했지만, 시련의 탑은 전이 반지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었다.
즉, 신유현 혼자만 시련의 탑을 왔다 갔다 할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림자 속에 소환수들을 보관해서 갈 수 있다는 것.
‘어쨌든 최대한 굴리면 강해질 수 있겠지.’
신유현은 현무검대원들을 바라봤다.
훈련 메뉴대로 꾸준히 한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강해질 수 있을 터.
“신유현! 신유현 어디 있어!”
그때 돌연 야외 연무장에서 신유현을 찾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신유현을 비롯한 현무검대원들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신유현을 찾고 있는 폭열검, 신철진의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