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84화 (84/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84화

“그건 너무한 말 아닙니까?”

4성 최하급 검사인 최기영이 자존심이 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현무검대원들 중에서 상급 무사로 실력에 자신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신유현의 눈에는 한없이 부족해 보였다.

“글쎄. 과연 어떨까?

“저희가 네크로맨서의 스켈레톤 한 마리를 이기지 못한다고 말하고 싶은 겁니까?”

최기영은 반쯤 따지듯 말했다.

그 말에 신유현은 피식 비웃었다.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렇다고 말하는 거다. 너희 중에 내 스켈레톤 한 마리를 이길 녀석은 없어 보이거든.”

“저희는 그 정도로 약하지 않습니다.”

최기영은 자존심이 상한 표정으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확실히 어제 스켈레톤 솔저들이 싸우는 모습을 봤을 때 강해 보였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물량으로 밀어붙였기 때문이었다. 네크로맨서들의 스켈레톤 솔저들은 물량전에서 진가를 발휘하니까.

스켈레톤 솔저들을 각 개체로 보자면, 동급이라고 해도 밀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일대일 개인전이라면 지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최기영은 호기롭게 외쳤다.

그 모습에 신유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놈이네.’

최기영이 자신 있어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스켈레톤 솔저들이 개인전에서는 약하다는 사실.

다른 하나는 최기영이 현무검대원들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라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다른 검전이었다면 다섯 손가락 안이 아니라 손가락 바깥이었을 테지.

“그럼 스스로 증명해 봐라.”

내가 그랬던 것처럼.

신유현은 가만히 최기영을 바라봤다.

‘무슨 눈빛이…….’

최기영은 흠칫 놀랐다.

고요하고 잔잔하지만 전신을 압박하는 위압감이 느껴지는 눈빛.

대체 언제 저런 눈빛을 가지게 되었단 말인가?

“알겠습니다. 전주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증명해 보이죠.”

“좋아.”

신유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지 않겠다는 패기가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 초인 빌런 집단이나 숭배자 놈들, 그리고 게티아들과 싸우게 되었을 때 저런 패기를 가지고 있다면 도움이 될 테니까.

하지만.

‘현실은 깨닫게 해 줘야지.’

패기만으로는 부족했다.

중요한 건 힘이었으니까.

신유현은 최기영과 현무검대원들에게 그들이 얼마나 무력한지 먼저 알려 줄 생각이었다.

현실을 자각하게 되면 강해지기 위해서 무엇이든 하게 될 테니까.

“비무는 진검 승부로 하겠다. 모두 완전 무장을 하고 오도록.”

신유현은 가벼운 차림으로 목검을 가지고 훈련을 하던 현무검대원들 전체에게 말했다.

그러자 현무검대원들 중 세 명이 신유현을 향해 경례를 하며 소리쳤다.

“알겠습니다.”

“자, 다들 들었지? 빨리 준비해라!”

“빠르게 움직여!”

그들 셋은 신유현의 명령에 부하들을 향해 소리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무검전에는 전투대라고 할 수 있는 검대가 있다.

현무검대원들은 총 30명이며 각각 10명씩 3검대로 분류되어 있었다.

그들은 각 검대를 이끄는 대장이었다.

그리고 아라크네 둥지를 공략하러 갔던 대원들은 각 검대에서 차출한 혼성 공략대였다.

3성 던전을 공략하러 간 것이기에 당시 4성급 현무검대원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때 가장 실력이 높았던 3성 최상급 이대영이 공략대의 대장을 맡았던 것이다.

잠시 후, 완전 무장을 한 현무검대원들이 야외 연무장에 다시 모여들었다.

* * *

‘흠.’

신유현은 현무검대원들의 장비들을 바라봤다.

‘장비도 썩 좋지 않네.’

보급형 코트들도 오래되어 보였고, 무기들도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다른 검전들과 너무나 차이가 나 보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가문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급품을 더 좋은 걸 달라고 말해야겠네.’

예전 같았으면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기력 개방조차 하지 못한 신유현은 가문에 무언가를 요구할 만한 입장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4성 초인이 되었고 가문에서 공훈을 세웠기 때문에 요구를 할 수가 있었다.

이제 현무전의 전주로서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주님, 현무검대 전원 재집합 완료했습니다.”

그때 30대 중반의 사내가 신유현에게 보고를 해 왔다.

4성 상급의 초인, 김현수.

그는 1검대 대장으로,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현무전의 살림을 담당하는 부전주와 인사부장, 재무관리부장을 먼저 만났었으니까.

‘1검대 대장급이나 부대장급은 그럭저럭 괜찮지.’

현무검대는 검전에서 전투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부대다. 그 때문에 대부분 전투력이 높은 초인들이 배치된다.

다른 검전이라면 대장급이나 부대장급은 4성 최상급과 상급 정도로, 현무전의 살림을 담당하는 간부들인 인사부장이나 재무관리부장과 비슷했다.

하지만 현무검대에서는 한두 끗발은 떨어졌다. 현무검대의 대장과 부대장은 대부분 4성 중급과 하급 정도였으니까.

일반 대원들은 더 처참했다. 대부분 3성 초인들인 데다가 4성 초인은 얼마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검전의 대원들은 대부분 4성급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최기영, 앞으로 나와라.”

“네!”

신유현의 부름에 최기영이 1검대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대장과 부대장 클래스를 제외하면 현무검전에서 에이스급 실력자였다.

‘다른 검전이었으면 흔한 상급 검사들 중 한 명이겠지만.’

신유현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다른 검전에서 상급 검사는 4성 최하급에서 하급 정도이며, 최상급 검사는 4성 중급에서 상급 정도 된다.

문제는 현무검대에서 1검대 대장과 부대장을 제외한 나머지 대원들 중에 최상급 검사는 없었다.

대부분이 3성 중급 초인들로 구성된 중급이나 하급 검사들뿐이었다.

그 때문에 최기영은 현무검대에서 자신이 가장 실력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다른 검전과 비교한다면 아무래도 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세이버 1호. 다녀와라.”

신유현은 스켈레톤 세이버에게 턱짓을 했다.

그리고 스켈레톤 세이버들 중에서 처음으로 소환한 개체에게 1호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세이버 1호는 신유현을 지나 성큼성큼 앞으로 나섰다.

야외 연무장 중심에서 서로 마주하기 시작한 세이버 1호와 최기영.

메탈 재질의 회색 광택으로 빛나고 있는 세이버의 강철 골격과 회색 본 소드 및 본 아머로 무장하고 있는 세이버는 상당한 위압감을 뿜어냈다.

거기에 뼈로 이루어진 카이트 실드까지.

“해골 따위가 내 상대가 될 수 없지.”

최기영은 질 수 없다는 표정으로 현무중검의 기본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현무검대의 검법은 무거움을 상징한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대검을 사용하며 한 방 한 방의 위력이 컸다.

그 때문에 중장갑인 상대에게 특히 강했다.

쾅!

선공은 최기영이 잡았다.

지면을 박찬 후, 뇌운보(雷雲步)를 펼치며 빠르게 세이버 1호를 향해 달려든 것이다.

후웅!

최기영의 대검이 공기를 가르며 정면에서 세이버 1호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콰앙!

하지만 세이버 1호는 침착하게 본 카이트 실드를 들어 올리며 대검을 막아 냈다.

“이걸 막는다고?”

최기영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전 일격에 모든 전력을 쏟아부었다.

강체술을 발동하고 달려들며 공중으로 도약한 다음의 체중까지 실어서 내려친 일격.

그런데 그 일격을 세이버 1호는 그냥 상체 크기만 한 카이트 실드를 들어서 막아 낸 것이다.

첫 일격을 날린 최기영은 대검을 내려친 반동을 이용해 튀어 오르고는, 뒤쪽으로 공중제비를 돌며 멀찍이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세이버 1호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쿵!

세이버 1호 또한 진각을 강하게 밟으며 빠르게 앞으로 쏘아져 나가는 게 아닌가?

“저거 설마?”

“뇌운보인가!”

그 모습을 본 현무검대원들이 술렁거렸다.

조금 전 최기영이 펼친 보법을 세이버 1호가 따라 펼친 것이다.

‘실력이 좋아졌군.’

그 모습을 신유현은 흥미롭게 바라봤다. 뇌운보는 전광석화보다 못하지만 짧은 거리를 빠르게 질주할 수 있었다.

그래서 스켈레톤 솔저 시절일 때 가르쳤지만, 제대로 습득을 하지 못했다.

뇌운보는 빠르게 간격을 좁힐 수 있는 장점이 있었지만 나름 익히기 어려운 보법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세이버 1호는 뇌운보를 능숙하게 펼치며 공중에서 떨어져 내리는 최기영을 따라잡았다.

“헉!”

그 모습을 본 최기영은 놀란 표정을 짓더니 재빨리 대검의 옆면을 몸 앞에 가져다 댔다.

까아앙!

그러자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려 퍼지며 불꽃이 튀었다.

그리고 최기영은 빠르게 뒤로 튕겨 날았다.

콱! 콰가가각!

하지만 그대로 계속 날려 가진 않았다.

재빨리 대검을 지면에 박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수 미터 이상 미끄러지듯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스켈레톤이 이렇게 강하지?’

최기영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세이버 1호를 바라봤다.

확실히 겉모습만 보면 일반 네크로맨서의 스켈레톤보다 강해 보이긴 했다.

하지만 단지, 그뿐.

설령 강해졌다고 해도 4성 초인인 자신이 밀릴 거라 의심하지 않았다.

자신의 실력을 믿고 있었으니까.

상대가 같은 등급의 초인이라면 이길 자신이 있었고, 조금 더 등급이 높다고 해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밀릴 줄이야!

‘최소 4성급 실력이다.’

순간 최기영은 등 뒤로 소름이 돋았다.

스켈레톤 솔저가 4성급 실력이라니?

네크로맨서의 무서운 점은 물량이었다. 아무리 강한 초인이라고 해도 수에서 밀리면 손을 쓰지 못한다.

그런데 어제 마수들을 상대하던 스켈레톤 솔저들의 숫자는 대체 몇 마리였던가?

적어도 200마리는 되었다.

즉, 신유현 혼자 200명에 달하는 4성 초인 부대를 이끌고 다닌다는 소리와 같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거대한 곤충형 언데드인 헤카톤 하이퍼 비틀 케이론, 슈브, 그리고 디아까지 합친다면 어마어마한 전력일 터.

‘미쳤네. 검전 하나가 그냥 걸어 다니는 수준 아닌가?’

최기영은 핏기가 가시며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건 단순히 신유현이 강해졌다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스켈레톤 무리들을 이끌고 다니는 신유현의 힘은 거의 군단급이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질 수 없지.’

대검을 지면에 찍어 박고 버틴 최기영은 전방을 노려봤다.

뼈로 이루어진 검과 방패로 무장한 잿빛 스켈레톤 세이버.

스르릉.

최기영은 지면에 박아 넣었던 대검을 뽑아내더니 어깨에 걸쳤다. 그리고 다리를 살짝 굽히며 자세를 낮췄다.

파직! 파지직!

순간 어깨에 걸쳐져 있던 최기영의 대검에서 푸른색 오러가 피어오르며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최기영의 오러 속성은 스파크였다.

철그럭, 철그럭.

그런 그를 향해 본 소드를 아래로 내리고 카이트 실드를 앞세운 세이버 1호가 천천히 경계를 하며 다가갔다.

그 순간 최기영의 간격에 세이버 1호가 들어왔다.

현무중검(玄武重劍).

이식(三式), 십자참(十字斬).

후우웅!

푸른 오러 스파크를 피워 올리는 최기영의 대검이 빠르게 휘둘러졌다.

좌에서 우로 한 번.

위에서 아래로 한 번.

십자 모양의 참격이 세이버 1호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에 맞춰 세이버 1호도 카이트 실드를 들어 올리며 대비를 했다.

[스켈레톤 세이버 1호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