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79화
“이 정도 성능이면 나쁘진 않네요.”
레바테인을 확인한 슈브는 미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왜? 안 좋아?”
“아뇨. 마스터의 전투 스타일에 잘 어울리는 무기라고 생각해요. 다만…….”
“다만?”
“언데드나 지배력을 강화시켜 주는 무기는 아니니까요.”
그랬다.
불꽃의 마검 레바테인은 불사왕의 마법을 강화시켜 주는 마법 검이었다.
하지만 소환수에 해당하는 언데드들을 강화시켜 주는 버프 계열의 옵션은 붙어 있지 않았다.
그에 반해 초대 불사왕은 마법이나 언데드들을 강화시켜 주는 불사의 지팡이를 무기로 사용했다.
“그럼 나도 지팡이를 들어야 하나?”
“아뇨. 굳이 지팡이를 들 필요는 없지요.”
슈브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요컨대, 언데드 계열에게 버프를 걸어 주는 장비를 들면 되는 일이지 않은가?
“초대 불사왕님이 준비하신 장비를 얻는 걸 추천드려요. 지팡이를 대신해서 언데드들을 강화시켜 줄 장비들을 준비해 두셨거든요.”
“불사왕이 준비한 장비라고?”
신유현은 솔깃한 표정을 지었다.
검은 자신의 주력 무기였다.
그리고 검술에 대한 재능도 있었다.
다만, 이전 삶에서는 마나의 재능이 없었기 때문에 게티아들에게 닿을 수 없었을 뿐.
그러니 불사왕의 힘에 검술까지 더한다면 게티아 놈들에게 닿을 수 있겠지.
그 때문에 신유현은 검을 포기하지 않았다. 하여 불꽃의 마검 레바테인을 손에 넣었다.
자신의 검술을 살리면서 불사왕의 본 계열 마법을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되니까.
다만, 방금 전 슈브의 말대로 언데드나 지배력을 강화시켜 주는 옵션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아쉽긴 했다.
비록 프나코틱 바이블을 통해서 소울 포인트로 스켈레톤 솔저들을 강화시킨다거나 디아의 버프 마법을 사용할 수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검을 포기하지 않고도 불사왕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장비가 있다니?
“시련의 탑을 공략하는 걸 추천 드려요.”
아름답지만 어딘가 위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슈브의 말에 신유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시련의 탑?”
“네. 시련의 탑은 초대 불사왕님이 계승자님을 위해 준비하신 안배예요. 본래대로라면 디아가 깨어났을 때 알았어야 할 일인데…….”
슈브는 물끄러미 디아를 바라봤다.
“넹? 시련의 탑이 뭔가영?”
디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타임 크라이시스의 여파가 컸나 보네요.”
슈브는 디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디아는 타임 크라이시스 사건 때문에 기억과 힘을 잃은 상태라 시련의 탑에 대해서도 잊은 모양이었다.
“시련의 탑을 공략하면 뭐가 좋은데?”
“보상으로 장비를 얻을 수 있어요.”
“장비를 얻을 수 있다고? 던전의 보상 같은 건가?”
“네, 비슷해요. 그리고 시련의 탑은 7층까지 있어요. 각 층을 공략하면 불사왕님이 준비하신 안배들을 얻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럼 각층마다 난이도는 어느 정도지? 지금 내 힘이라면 4층까지 공략할 수 있나?”
현재 신유현의 초인 등급은 4성 중급 정도.
각층의 난이도가 초인 등급과 같다면 4층까지 비벼 볼 만했다.
“그건 가 보시면 아실 거예요. 다만, 시련의 탑이라는 걸 항상 기억하시길.”
신유현의 물음에 슈브는 의미 모를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런 그녀에게 신유현은 질문을 던졌다.
“그럼 각층마다 뭐가 있지?”
“죄송하지만 시련의 탑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어요. 시련의 탑은 계승자님이 불사왕님의 후계자로서 적합한지 자격을 증명해야 하는 곳이기도 하거든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셔야 해요.”
“자격을 증명해야 한다고?”
“네. 그래서 저희가 도와드릴 수 없답니다. 그리고 세븐 아크스들이 봉인되어 있는 신전들도 마찬가지예요. 오직 마스터 자신의 힘만으로 나아가셔야 해요.”
“흠.”
슈브가 봉인되어 있던 색욕의 신전 또한 언데드들의 도움 없이 오직 신유현 혼자만의 힘으로 클리어했다.
다른 세븐 아크스들이 봉인되어 있는 신전이나 시련의 탑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그럼 시련의 탑에는 어떻게 갈 수 있지?”
“제가 시련의 탑 1층으로 보내 드릴 수 있어요.”
“다른 세븐 아크스의 신전이 있는 공간은?”
“루베르가 있는 차원의 문을 열기에는 아직 힘이 돌아오지 않았어요.”
슈브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시련의 탑은 갈 수 있고?”
“네. 시련의 탑은 초대 불사왕님이 미리 준비하신 거라 프나코틱 바이블의 힘을 이용하면 갈 수 있어요.”
“그렇군.”
고개를 끄덕인 신유현은 팔짱을 끼며 생각에 잠겼다.
시련의 탑은 가려고 한다면 언제든지 갈 수 있다.
‘어떤 방식이든 지금보다 더 강해질 수 있다면…….’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 언데드들과 지배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면 더더욱.
거기다 곧 철화단 간부들을 심문해서 아지트의 위치를 알아내면 박살 내러 갈 예정이었다.
그 전에 더 강해질 수 있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현무전의 대원들도 더 충원하거나 훈련을 시켜야 하지.’
이번 철화단의 습격 사건에서 신유현은 현무검대원들의 싸움을 지켜봤다.
현무검대원들의 숫자가 적은 건 어쩔 수 없다며 넘어갔다.
신유현이 기력 개방도 하지 못하고 무능한 전주로 있는 동안 다른 검전에 문하생들을 많이 빼앗겼으니까.
거기에 더해, 남아 있는 현무검대원들의 실력은 파천검가에 소속된 검사라고 하기에 부족했다.
이제 4성도 되었고 하니, 슬슬 현무전의 전력을 증강시킬 생각이었다.
현무검대원들의 충원과 실력 증진을 위한 훈련.
‘가문 밖의 인재들도 영입해 올 수 있으면 더 좋을 테고.’
아직 젊은 나이이지만 4성에 도달한 최현성을 가문에서 교관으로 받아들인 것처럼.
‘일단 최현성에게 우리 검전으로 오라고 제안부터 해야겠군. 시련의 탑에 다녀오고 나면 해야 할 일이 많겠네.’
신유현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시련의 탑에 갔다 오는 데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고작해야 몇 시간 정도일 터.
일단 시련의 탑에 가서 불사왕의 장비 하나를 얻어 올 생각이었다.
“그럼 시련의 탑에 갈 준비를 해 줘.”
“네.”
“그리고 철화단 간부 놈들은 어떻게 되었지?”
“아직 입을 열지 않았다고 이시아 비서가 이야기해 주더군요.”
“아직도?”
역시 철화단의 간부.
입이 무거운 모양이었다.
흑영대의 심문은 결코 자비롭지 않았다. 가문에서 사상자가 났으니까.
자백을 받으려 무슨 짓이든 하고 있을 터.
그럼에도 아직 입을 닫고 있을 줄이야.
“너라면 얼마나 걸릴 것 같아?”
“하루도 걸리지 않죠.”
신유현의 물음에 슈브는 아름답지만 어딘가 섬뜩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름다운 여신 같아 보이지만 그녀의 본성은 어디까지나 악마였으니까.
“그럼 맡기지. 내가 시련의 탑에서 돌아올 때까지 알아낼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 그건 좀 무리일 것 같아요.”
“뭐? 왜?”
의외로 슈브가 약한 소리를 하자 신유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련의 탑에서는 시간이 거의 흐르지 않거든요. 마스터께서 1층을 공략할 때 하루가 걸려도 현실 세계로 돌아오시면 1분 정도 지나 있을 거예요.”
“그래?”
새로운 사실에 신유현은 눈을 반짝였다. 현실 시간 기준으로 1분이 하루라니?
“혹시 훈련 장소로 써도 되나?”
“훈련 장소로요?”
신유현의 질문에 슈브는 생각에 잠겼다. 설마 시련의 탑을 훈련 장소로 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1층을 공략했다는 가정하에서라면 가능할 것 같지만 확답은 드리기 어렵네요. 저도 시련의 탑을 가 본 적이 없거든요. 초대 불사왕님에게 이야기만 들었는지라…….”
“그래도 완전히 불가능한 건 아닌가 보군.”
“네. 뭐든 직접 해 봐야 알 수 있는 법이니까요.”
“그건 그렇지.”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시련의 탑을 훈련 장소로 쓸 수 있을지 없을지는 직접 가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튼 그럼 일단 시련의 탑에 먼저 가 봐야겠군.”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 기다려 주세요. 시련의 탑에 가려면 준비를 좀 해야 하거든요. 그리고 시련의 탑에 가게 되면 한동안 있어야 할 테니 비상식량을 미리 준비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식량을 준비하라고? 중간에 돌아올 수 없는 건가?”
“네. 한 층을 공략해야 돌아올 수 있어요.”
“그럼 문제없는 거 아니야? 1층만 공략하고 돌아오면 되잖아.”
“시련의 탑은 마스터께서 생각하는 것처럼 만만하지 않을 거예요. 1층을 공략하는 데만 꽤 시간이 걸릴걸요?”
“그 정도야?”
슈브의 말에 신유현은 고개를 흔들었다. 단숨에 4층까지 공략하고 돌아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1층을 공략하는 것도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니?
“일단 혹시 모르니 식량을 챙겨 가긴 하겠지만 길어 봐야 몇 시간 안 걸릴 것 같은데.”
“그건 가 보시면 알 거예요.”
신유현의 말에 슈브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신유현은 슈브와 디아, 그리고 까망이를 데리고 지하 수련장으로 향했다. 시련의 탑으로 가기 위한 게이트를 방 안에서 열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 * *
현무전의 지하 수련장.
신유현은 완전 무장을 마쳤다.
새롭게 얻은 불꽃의 마검, 레바테인을 장비하고 남연아로부터 받은 DF코트를 착용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신유현이 사용했던 레어 등급 마검 이그니스는 무기고에 반납했다.
이그니스는 마검이라 다른 초인들이 사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슈브의 조언대로 비상식량을 챙긴 배낭도 준비했다.
‘그럼…….’
신유현은 어제 마수들을 잡고 얻은 전리품들을 바라봤다.
‘어제 전투에서 소울 포인트를 상당히 벌 수 있었지.’
어제 신유현과 스켈레톤 솔저들이 때려잡은 마수들의 숫자는 대략 300마리 정도.
거기에 4성 보스 헤비 아머 앤트와 5성 레드 제너럴 앤트도 소울 포인트로 들어왔다.
‘더럽게 쓴맛이었지만.’
솔저 앤트들을 다크 소울 이터로 흡수했을 때, 진한 블랙커피 같은 맛이었다. 아메리카노에 에스프레소 샷을 추가한 맛이랄까.
그 때문에 흡수하느라 고역이었지만 덕분에 소울 포인트를 상당히 벌었다.
‘1280 소울 포인트를 벌 수 있었으니 이 정도는 감당해야지.’
신유현은 소울 포인트를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기존에 남겨 두었던 60포인트까지 더하면 무려 1340포인트나 남았다.
이제부터 고민이었다.
능력치에 투자를 해서 초인 등급을 높일지, 아니면 언데드들을 더 강화시킬지.
신유현은 자신의 능력치를 바라봤다.
능력치:
근력 45 민첩 44
체력 43 정신 100
차크라 65 지배력 42
소울 포인트: 1340
[차크라 1포인트를 상승시키려면 400 소울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지배력 1포인트를 상승시키려면 100 소울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흠. 어떡한다?’
신유현은 자신의 능력치와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차크라와 지배력의 비율을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