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78화
“가서 보고 알려 줄게.”
신유현은 신지아를 향해 웃으며 답했다. 일단 생각해 둔 무기가 있긴 했다.
하지만 언제 또 유니크 등급의 무기들이 보관되어 있는 성유물 금고에 올 수 있겠는가?
일단 성유물 금고를 구경할 생각이었다.
“뭘 갖고 싶어 하는지 궁금하네.”
신지아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유니크급 무기는 성유물 금고에서 문외불출(門外不出)이었다.
한 번도 바깥 구경을 하지 못한 무기가 있을 정도.
현재 성유물 금고에 남아 있는 무기들 중에는 신지아나 무기고를 관리하는 극소수의 가문 사람들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들도 있었다.
그런데 성유물 금고에 있는 무기들 중에서 신유현이 생각해 둔 게 있다니?
“관장님, 오셨습니까?”
어느덧 신유현과 신지아는 무기고 입구에 도착했다.
무기고 입구를 지키는 경비 무사들이 그들을 보자 경례를 하며 인사를 해 왔다.
신지아는 그들을 향해 손을 들며 인사를 받아 주었다.
[삐빅! 인식에 실패했습니다.]
“이게 또 이러네.”
경비 무사 중 한 명이 지문 인식 장치에 손을 올려 무기고 입구의 강철 문을 열려고 했지만 인식이 잘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툭! 툭!
경비 무사가 지문 인식 장치를 몇 번 쳤다.
[삐빅! 인식되었습니다!]
쿠구궁!
지문 인식 장치가 경비 무사의 손바닥을 인식했고, 그제야 무기고 입구의 강철 문이 열렸다.
“하하. 이 녀석이 좀 까탈스럽네요.”
그 모습에 경비 무사는 식은땀을 흘리며 어색한 미소로 말했다.
“누나, 보안 장치 좀 바꿔야겠다.”
“그래야겠네.”
신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게 신유현과 신지아는 무기고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가 성유물 금고인가?”
잠시 후, 신유현은 무기고의 최심부에 가까운 성유물 금고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성유물 금고 너머에는 익셉셔널 유니크 등급의 무기들이 보관되어 있는 천상 금고가 있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익셉셔널 유니크급보다 한 등급 위인 에픽급도 존재한다고.
하지만 더 자세히는 알 수 없었다.
천상 금고에 어떤 무기들이 잠들어 있는지는 극비였으니까.
그리고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서 성유물 금고에 온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잘 정리되어 있군.’
신유현은 내부를 둘러봤다.
세련된 인테리어의 성유물 금고는 마치 박물관이나 미술관 내부 같았다.
그리고 그곳에 조명을 받으며 진열되어 있는 유니크급 무기들이 있었다.
“과연 유니크 등급.”
성유물 금고 안으로 한 걸음 들어간 신유현은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성유물 금고 내부는 압박감이 상당했다. 유니크급 무기 자체에서 어마어마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으니까.
그 위압감은 어지간한 초인이라면 주눅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신유현은 성큼성큼 성유물 금고 안으로 들어갔다.
백호의 사인검.
용살검 전어도.
파쇄의 쌍룡검.
대한민국 역사 속에 등장하는 보검들.
그뿐만이 아니다.
월광의 대검, 문라이트.
폭풍검, 스톰 브링거.
빛을 가져오는 검, 라이트 브링거.
등등.
이외에도 성유물 금고에는 다양한 유니크급 무기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하지만 신유현이 생각해 둔 검은 보이지 않았다.
‘뭐, 여기에는 없겠지.’
신유현은 속으로 웃었다.
성유물 금고는 유니크 등급의 성검이나 유물검, 혹은 보검이 있는 장소였다.
당연히 신유현이 찾고 있는 검이 있을 리 없었다.
신유현은 신지아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아 누나, 유니크 등급 마검은 어디에 있어?”
신유현이 찾고 있는 무기는 다름 아닌 유니크 등급의 마검이었으니까.
“뭐? 유니크 등급의 마검?”
신유현의 말에 신지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왜 또 마검을 찾고 그러니? 그냥 여기 있는 검은 안 될까?”
“응, 안 돼.”
신유현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신유현은 흑염과 상성이 좋으면서 마법 위력도 증폭시켜 주는 검을 찾고 있었다.
검이면서 지팡이와 같은 능력을 가진 유니크 등급의 무기.
이제 4성이 되었기에 불사왕의 흑마법도 사용할 생각이었으니까.
“불꽃의 마검, 레바테인. 우리 가문에서 입수한 거 맞지?”
“레바테인이라고?”
신지아는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마검들 중에서도 성능은 좋지만 가장 흉악한 마검, 레바테인.
설마 그 마검을 신유현이 원할 줄이야.
“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이그니스 때도 그렇고, 레바테인까지 알고 있다니…….”
신지아는 놀란 눈으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마검은 무기고 내에서도 비밀로 취급되고 있었다.
아무리 가문의 직계들이라고 해도 알기 힘든 정보였다.
그런데 신유현은 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이그니스나 레바테인에 대해서 조사를 좀 했거든. 그랬더니 우리 가문에서 입수한 것 같더라고. 누나 반응을 보니 레바테인이 진짜 있나 보네.”
신유현은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당연히 신지아를 납득시키기 위해 둘러댄 말이었다.
신유현이 마검 이그니스나 레바테인에 대해 알고 있는 이유는 이전 삶의 정보였으니까.
가문이 게티아의 습격을 받으면서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누나를 떠본 거였니?”
신지아는 팔짱을 끼며 도끼눈으로 신유현을 노려봤다.
그 모습에 신유현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반 정도는?”
“하…….”
신유현의 말에 신지아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말 레바테인이 아니면 안 돼?”
“응.”
신유현은 결정을 번복할 생각이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무조건 레바테인을 손에 넣을 생각이었다.
“이그니스 때와 마찬가지로 대면식을 해 줘. 그럼 결과가 나오겠지.”
어차피 못 먹어도 고였다.
레바테인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인정을 받지 못할 것인지.
대면식을 해 보면 결과가 나올 터.
하지만.
‘인정은 무슨. 지배를 해야지.’
신유현은 레바테인에게 인정받을 생각은 없었다. 이그니스 때처럼 복종시킬 생각이었다.
불사왕의 권능으로.
“알겠어. 따라오렴.”
결국 신유현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고 생각한 건지 신지아는 유니크급 마검들이 봉인되어 있는 장소로 향했다.
* * *
무기고의 마검들은 최신 보안 장비들로 엄중하게 관리되고 있으며, 작은 방 크기의 금고 안에 각각 격리 및 봉인되어 있었다.
특히 불꽃의 마검 레바테인은 이그니스보다 훨씬 더 보안이 엄중했다.
만년한철과 현철로 제작된 강철 방 안에 아홉 개의 자물쇠로 금고 문을 잠가 놓았으니까.
거기에 최첨단 보안 장치들까지.
지문 및 홍채 인식은 물론 비밀번호와 음성 인식까지 거친 후에야 레바테인이 봉인되어 있는 금고의 문을 열 수 있었다.
쿠구구구궁!
이윽고 아홉 개의 자물쇠가 풀리며 금고의 강철 문이 몇 번 회전을 하더니 좌우로 열렸다.
금고 안에는 이그니스 때와 마찬가지로 쇠사슬에 속박되어 있는 검 한 자루가 있었다.
다만 이그니스 때보다 쇠사슬의 재질이 훨씬 더 튼튼했다.
현철뿐만 아니라 만년한철과 티타늄을 비롯한 다양한 금속을 섞어서 제작한 합금이었다.
‘불꽃의 마검, 레바테인.’
붉은 화염 문양이 새겨져 있는 세련된 디자인의 장검.
붉은색 손잡이와 은빛 크로스 가드, 그리고 칼날 중심에 새겨져 있는 붉은 화염 문양까지.
레바테인은 모든 면에서 마검 이그니스를 능가하는 상위 호환의 검이었다.
화르륵!
순간 레바테인에서 강렬한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레바테인을 휘감고 있는 쇠사슬과 금고 자체가 억제기였다.
그럼에도 레바테인의 검신에서 검은 화염이 눈에 보일 정도로 솟구쳐 올랐다.
“검은 화염인가?”
그 모습에 신유현은 미소를 지었다.
화르륵!
이윽고 신유현의 손에서 흑염, 다크 소울 블레이즈가 피어올랐다.
“얼마나 버티려나?”
현재 신유현의 초인 등급은 4성 중급.
2성 최하급이었을 때, 4성급 레어급 무기인 마검 이그니스를 복종시켰다.
그렇다면 레바테인은 과연 얼마나 버틸까?
신유현은 미소를 지으며 레바테인에게 흑염을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마검 이그니스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규모로.
그리고 하룻밤이 지났다.
* * *
[축하합니다. 당신은 유니크 등급 불꽃의 마검 레바테인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불꽃의 마검 레바테인이 당신에게 복종합니다.]
“드, 드디어…….”
털썩.
신유현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역시 유니크 등급.
레어급과는 달랐다.
마검 이그니스 때는 길들이는 데 고작 몇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불꽃의 마검 레바테인은 아니었다. 밤새도록 흑염을 쏟아부은 끝에야 복종시킬 수 있었다.
결국 신유현은 아침까지 잠도 못 자고 밑도 끝도 없이 흑염을 피워 올려야 했다.
하지만.
[불꽃의 마검, 레바테인]
등급: 유니크
타입: 마법 검
옵션: 마력 증폭(A), 화염 내성(A)
고유 스킬: 흑염일섬(A)
설명: 마법의 위력을 증폭시켜 주는 마법 검.
날카로운 불꽃의 칼날을 가지고 있다.
“좋네.”
신유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레바테인의 상태창을 보자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마검 이그니스와는 비교도 안 되는 성능이었으니까.
이그니스에는 옵션 능력 화염 내성(C)이 붙어 있어서 다크 소울 블레이즈를 버텨 냈다.
하지만 레바테인에는 훨씬 더 등급이 높은 화염 내성과 이그니스에는 없었던 마력 증폭(A), 그리고 고유 스킬 흑염일섬(A)이 붙어 있었다.
그 덕분에 신유현은 레바테인이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레바테인에 붙어 있는 고유 스킬, 흑염일섬은 상당한 위력을 자랑할 터.
그렇게 불꽃의 마검 레바테인을 손에 넣은 신유현은 그대로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 * *
그날 저녁.
밤새도록 레바테인에게 흑염을 퍼붓고 끝내 주인이 된 신유현은 한숨 푹 자고 신지아와 작별 인사를 한 후 어머니가 계시는 별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어머니와 잠시 담소를 나누고 저녁 식사를 한 후에 현무전으로 돌아왔다.
오늘 하루는 휴식을 취한 것이다.
“돌아오셨습니까, 마스터.”
현무전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오자 슈브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스터! 오셨어영!”
뀨!
슈브뿐만 아니라 디아와 까망이도 폴짝폴짝 뛰며 신유현에게 달라붙었다.
“잘 지냈어?”
“넹!”
뀨! >_<
디아는 신유현의 다리에 달라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고, 까망이는 꼬물꼬물 기어서 어깨까지 올라와 얼굴을 부볐다.
“아이들이 마스터를 정말 좋아하네요.”
그 모습을 슈브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봤다.
“애들 돌본다고 수고했어.”
“아뇨. 오랜만에 저도 디아와 그림자 슬라임을 봐서 즐거웠어요.”
슈브는 디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랜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다시 만나게 된 디아와 그림자 슬라임.
슈브는 오늘 하루 종일 디아, 그리고 그림자 슬라임 까망이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무기는 잘 얻으셨나요?”
슈브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질문했다. 어제 신유현이 가문의 무기고에 가서 무기를 받아 오겠다고 하며 슈브를 먼저 돌려보냈으니 말이다.
“이거야.”
신유현은 신지아에게서 뜯어내다시피 한 마검을 슈브에게 보여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