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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77화 (77/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77화

“크으으윽.”

정면에서 슈브의 살기를 받은 신철진은 신음성을 흘렸다.

신철진뿐만이 아니었다.

슈브에게서 뻗어 나온 살기와 위압감은 가주전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을 압박했다.

그 때문에 모두들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오직 신유현과 신성현을 제외하고는.

하지만 현재 슈브와 같은 6성인 신성현조차 상당한 압박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슈브.”

신유현은 나직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살기와 위압감이 사라졌다.

그제야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은 숨통이 트였다.

“잘 아시겠지만 그녀는 제 소환수입니다. 그리고 이번 철화단의 습격 사건에서 큰 활약을 했지요. 그러니 가문의 손님으로 대해 주셨으면 합니다.”

신유현의 말에 가주 대리인 신성현은 침음성을 삼키며 슈브를 바라봤다.

“슈브라고 하였소?”

“네.”

신성현의 말에 슈브는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조금 전 신철진을 대할 때와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듣기로는 인간이 아니라던데?”

“네, 맞아요.”

아름다운 미소로 답하는 슈브의 말에 신성현은 머리가 아파 왔다.

아마도 슈브가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일 테지.

하지만 슈브는 신성현에게 매혹의 마안을 사용하지 않았다.

같은 6성 등급이었으니까.

“알겠소. 가문의 손님으로 있을 수 있게 해 드리지. 단, 본래 모습은 보이지 마시오.”

결국 신성현은 슈브를 받아들였다.

파천검가의 대호법인 신성현의 결정은 가주가 자리를 비운 지금으로서는 가주 신성일의 결정과도 같았다.

그만큼 신성일이 그를 신뢰하고 있다는 소리였으며, 신성일 또한 슈브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신유현과 계약한 존재이며 가문을 위기에서 구해 준 은인이었으니까.

다만, 인간의 모습으로 있어 달라고 조건을 걸었다.

인간이 아닌 존재가 파천검가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골치 아파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디아도 손님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네가 데리고 다녔다던 작은 소녀 말인가?”

“네.”

고개를 끄덕이는 신유현의 말에 신성현의 이마 골이 깊어졌다.

하지만 슈브를 허가했으니 한 명 더 추가한다고 해도 별 상관은 없을 터.

그리고 둘 다 신유현의 소환수라고 하지 않았던가.

“알겠다. 단, 조건은 동일하다.”

“감사합니다.”

신유현은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전했다. 디아 또한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조건으로 가문의 손님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로써 슈브와 디아는 가문에서 당당히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설마 네가 네크로맨서의 능력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구나.”

신성현은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파천검가는 검 하나로 대한민국에서 4대 명가의 자리까지 올라온 가문.

그런데 설마 그 직계가 네크로맨서의 힘을 계승했을 줄이야.

“저도 네크로맨서의 능력을 가지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신유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처음 가문 사람들은 신유현이 네크로맨서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설마 신유현이 검사로서의 힘뿐만이 아니라 네크로맨서의 능력까지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하지만 이내 실망했다.

하필이면, 네크로맨서냐고 하면서.

이 세계에서 네크로맨서는 존재 가치가 없을 정도로 약해 빠졌으니까.

네크로맨서들이 언데드 소환을 위해 주문을 외우는 동안, 초인 검사들은 칼질을 열 번이나 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마수들을 제압하기 위해 동문, 서문, 남문에 차례로 나타난 신유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4성 초인들 못지않은 상당한 기세를 가진 200마리 이상의 스켈레톤 솔저들.

4성 보스급 마수에도 꿀리지 않는 거대한 헤카톤 하이퍼 비틀, 케이론.

거기에 슈브까지.

귀여운 디아와 까망이는 덤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어떻게 인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2성 개방을 했을 때 3성 오러 속성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도 네크로맨서로서의 힘이었느냐?”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신유현은 빙긋 웃으며 답했다.

그 순간 신성현은 깨달았다.

그때 이미 신유현이 네크로맨서의 힘을 각성했었다는 사실을.

그 사실에 신성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알겠다. 그럼 가주 대리로서 보상을 내리마. 원하는 게 있느냐?”

신성현은 더 이상 신유현이 가진 힘에 대해 캐묻지 않았다.

애초에 초인 사회에서는 상대의 능력에 대해 캐묻지 않는 게 불문율이기도 했다.

‘보상이라…….’

신성현의 말에 신유현은 생각에 잠겼다. 지금 이때까지 가문에서 실적을 쌓아 왔다.

당장 오늘만 해도 마수들의 공격을 막아 내고 가문을 노린 철화단 간부들을 포획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아라크네의 둥지에서 현무검대원들을 구출해 왔고, 미확인 던전 게이트에서 남두그룹의 장녀인 남연아를 구출해 왔다.

이러한 모든 일들은 가문의 명예를 세워 주는 중요한 실적이었다.

‘지금이라면 그걸 요구할 수 있겠군.’

신유현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럼 검을 요구하겠습니다.”

“검을?”

신유현의 말에 신성현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 쓰고 있는 검도 괜찮지 않나?”

“네. 마검 이그니스도 좋은 검이죠.”

무려 레어 등급이니까.

“하지만 저도 이제 4성이 되었으니까요. 슬슬 바꿔야죠.”

신유현은 웃으며 말했다.

“4성……!”

신유현의 말에 가문 사람들의 눈빛이 흔들렸다.

신유현이 4성이 되었다는 소리를 이제야 들은 탓이다.

그리고 2성을 개방했다고 한 지 불과 몇 개월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4성이라니?

일반적이라면 수년은 족히 걸리는 일이었다.

“정말 4성이 된 것이냐?”

“네. 그 덕분에 슈브와 계약을 할 수 있었습니다.”

“으음.”

신성현은 애써 놀란 표정을 숨기며 침음성을 삼켰다.

곧이어 가주전 회의실은 시끄러워졌다. 가문의 사람들이 경악한 표정으로 웅성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문의 호법들부터 시작해서 신철민과 신철호, 그리고 둘째 누나인 신지아까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신유현의 말이 사실이라면 엄청난 재능이었기 때문이다.

고작 몇 개월 사이에 2성에서 4성이 되었다니!

아무리 생각해 봐도 믿을 수 없는 성장 속도였다.

‘네크로맨서 능력과 연관이 있는 것인가.’

적어도 신성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대체 어떻게 그런 능력을 가지게 된 건지…….”

신성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신유현을 바라봤다.

마음 같아서는 어떻게 네크로맨서의 힘을 손에 넣었고, 또 어떻게 단기간에 2성에서 4성이 되었는지 캐묻고 싶었다.

하지만 신성현의 시선에 신유현은 그저 웃고 있을 뿐이었다.

“좋다. 그럼 무슨 검을 원하느냐?”

“유니크 등급의 검을 원합니다.”

“유니크?”

신유현의 말에 또다시 회의실 내부가 시끄러워졌다. 마검 이그니스만 해도 레어 등급으로 4성급이었다.

그런데 익셉셔널 레어 등급인 5성을 넘어서, 6성에 해당하는 유니크 등급의 검을 달라고 할 줄이야!

“성유물 금고를 열어 달라는 말이냐?”

“네.”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파천검가의 무기고 안에서도 유니크 등급의 무기들만 모아 놓은 성유물 금고.

무기고를 지키는 신지아에게 인정받고, 가문에 큰 공훈이나 실적을 쌓은 인물에게만 성유물 금고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리고 지금 신유현은 그 조건을 충족시켰다고 봐도 무방했다.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큰 공훈들을 세웠으니까.

“신지아.”

신성현은 신지아를 바라봤다.

무기고는 그녀의 소관이었으니 말이다.

“4성이라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지아는 신유현을 인정했다.

그러자 회의실 안에 놀람이 번져 나갔다. 가문 내에서도 유니크 등급 이상의 무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최소 5성 이상의 실력자가 아니면 유니크 등급의 무기는 지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신지아가 6성에 해당하는 유니크 등급 무기를 신유현에게 지급하는 걸 인정한 것이다.

비록 신유현이 2성이 되었을 때, 4성급 레어 무기인 마검 이그니스를 신지아에게 뜯어내긴 했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레어급까지라면 신지아의 개인적인 재량으로 지급할 수 있었고, 그때는 신유현의 흑염에 버틸 수 있는 검이 필요했었으니까.

“성장 속도가 굉장히 빠르니까요. 언제 이렇게 큰 건지…….”

“그건 그렇지.”

“유현이가 이렇게 강해질 줄 누가 알았겠어.”

“역시 피는 못 속인다는 건가.”

신지아의 말에 가문의 사람들은 납득하는 분위기였다.

‘이게 초인 사회로군.’

조금씩 신유현을 인정하기 시작하는 가문의 사람들.

하지만 그 속에서 신유현은 오히려 씁쓸함을 느꼈다.

불과 약 3개월 전쯤 기력 개방을 하지 못했을 때는 가문에서 무시당하며 쫓겨나기 직전인 상황이었다.

그런데 자신에게 힘과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태도가 반대로 변해 버린 것이다.

자신이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기분이 나쁘진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힘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이 현실이.

만약 이 세계에 마수들이나 초인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다.

단지 가치 평가의 기준이 초인 등급이 아니라 돈으로 바뀔 테지.

“가주 대리로서 현무전의 전주, 신유현에게 성유물 금고의 열람을 허가한다.”

“감사합니다.”

가주 대리 신성현의 결정에 신유현은 고개를 숙였다.

* * *

가문 회의는 밤이 되어서야 끝났다.

철화단의 습격 뒤처리를 어떻게 할지 논의를 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린 것이다.

가문 회의가 끝나고 신유현은 슈브와 이시아를 현무전으로 보냈다.

이시아는 신유현의 비서였기에 회의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후 신유현은 신지아와 함께 무기고로 향했다.

그리고 그동안 신지아가 서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한동안 안 보인다 싶었더니 굉장히 바빴었나 보구나?”

신유현이 무기고에서 마검 이그니스를 받아 간 이후 따로 신지아를 만나러 간 적이 없었다.

신지아는 무기고를 자주 비울 수 없었다. 그래서 가문 회의도 오늘처럼 전체 소집이 걸린 날에나 참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신유현도 가문 회의에 자주 참석하는 편은 아니었기에 그 이후로는 처음으로 신지아와 만난 것이다.

“미안. 좀 바빴어.”

말 그대로 기력 개방을 하고 신지아가 있는 무기고에서 마검 이그니스를 받은 후, 신유현은 굉장히 바빴다.

한시라도 빨리 강해질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차 있었고 게티아들이 나타나기 전에 대비도 해야 했으니까.

그 와중에 게티아 숭배자 놈들에 대해 알게 되었고, 철화단 놈들과 몇 번의 충돌이 일어났었다.

“그래도 건강히 지내서 다행이네. 너무 위험한 일은 하지 마. 어머니께서 걱정하시니까.”

“걱정하지 마.”

신유현은 괜찮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전 삶에서부터 신지아는 가문에서 신유현을 걱정해 주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에 한 명이었다.

그 때문인지 그녀와 함께 있는 동안 신유현은 마음이 편했다.

그렇게 신지아와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신유현은 무기고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신지아와 함께 있는 덕분에 보안 절차는 프리패스였다.

“무슨 무기를 받을지 생각은 해 놨어?”

“사실 생각해 둔 게 하나 있어.”

가문에서 유니크 무기를 지급하는 데 까다로운 이유가 있었다.

원래 가문에서 보관하던 유니크급 무기는 총 20여 개 정도였다.

절반은 이미 주인을 찾아갔고, 현재는 나머지 절반인 열 개 정도가 남아 있는 상황.

성유물 금고에 남아 있는 유니크급 무기 중에서 현재 신유현에게 가장 알맞은 건 무엇이 있을까?

“내가 원하는 무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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