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76화
“히, 히이익!”
마다테 헤이타로는 눈물을 흘리며 몸을 떨었다.
지금 슈브는 마다테 헤이타로가 죽지 않게 조절을 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마다테 헤이타로는 프라이팬 위에서 튀겨지고 있는 것처럼 지면 위에서 몸을 뒤틀고 있었다.
짜악! 짜악!
“끄악! 흐어어억!”
슈브는 검은 화염이 불타오르는 채찍으로 사정없이 마다테 헤이타로를 내려쳤다.
그럴 때마다 찰진 소리와 함께 마다테 헤이타로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미 매혹의 마안으로 감도를 2배 증가시켜 놓은 상태였으니까.
“죽이진 마라.”
그런 그들의 모습에 신유현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러자 슈브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이놈들을 살려 둬야 할 이유가 있나요?”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거점을 알아내야 하거든. 그리고…….”
철화단은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조직으로 악명 높은 테러리스트 집단이었다.
마약과 인신매매, 초인들을 이용한 인체 실험 등등.
온갖 악질적인 범죄는 전부 다 저지르고 다녔으니까.
하지만 무엇보다 신유현이 용서할 수 없는 사실이 있었다.
“설마 마수들을 이용하다니. 인류의 배신자 놈들.”
신유현은 고통스러워하는 철화단의 간부 놈들을 싸늘한 눈으로 노려봤다.
마수들은 첫 등장 이후로 인류의 주적이었다.
마수들 때문에 인류가 살 수 없는 지역이 생겨났으며, 언제 어느 때 던전 게이트가 생겨나서 마수들이 쳐들어올지 알 수 없어 늘 불안에 떨어야 했다.
그런데 마수들을 이용해서 가문을 습격해 오다니.
마치 게티아 놈들 같지 않은가.
“죽지 않을 정도로만 손봐 줘. 손톱 발톱 정도는 뽑아도 되겠지.”
조금 전 놈들이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했었는지 신유현 또한 듣고 있었다.
그리고 신유현의 신념은 당한 만큼 돌려주는 것.
조금 전 놈들이 자신에게 하려고 한 짓을 그대로 돌려줄 생각이었다.
“맡겨 주세요. 이놈들이 말하고 싶어지도록 만들어 드리겠어요.”
슈브는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눈을 빛냈다. 그녀의 마안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테지.
매혹의 마안으로 상대의 감도를 조절할 수 있으니까.
물론 통각까지도.
“그럼 먼저…….”
신유현은 마다테 헤이타로가 가지고 있던 크리스탈 장치를 들어 올렸다.
“이건 어떻게 조종하는 거지?”
신유현은 마다테 헤이타로와 이시이 히데키 앞에 크리스탈 장치를 보여 주며 말했다.
“우, 웃기지 마라! 내 부하들이 돌아오면 네놈들 따위……!”
신유현의 말에 이시이 히데키가 악에 받친 얼굴로 소리쳤다.
확실히 그들은 철화단의 정예 닌자 부대인 겐지대를 이끌고 왔다.
그중 겐지대의 대장 핫토리 겐지는 용의 기운을 검에 담아 쓸 수 있는 상당한 실력자였다.
겐지대가 온다면 눈앞에 있는 세 놈을 썰어 버릴 수 있을 테지.
그렇게 생각한 이시이 히데키는 불타는 분노의 눈빛으로 신유현을 노려봤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신유현은 입가에 비웃음을 지었다.
“글쎄…… 과연 올 수 있을까?”
“뭐?”
“네놈 부하들은 오지 못할 거다. 이미 처리해 두었으니까.”
“뭐 그게 무슨……?”
이시이 히데키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그들이 있는 장소에 오기 전, 신유현 일행은 철화단의 암살자 부대를 발견했다.
그들은 닌자 부대였으며 나무 그늘 아래에 은신해 있었다.
숫자는 대략 20여 명 정도.
그들을 발견한 신유현은 까망이의 그림자 속에서 스켈레톤 솔저들을 소환한 후 포위했다.
그리고 대부분 4성 초인들인 닌자들은 스켈레톤 솔저들의 포위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머지않아 전멸할 것이다.
그 직후 신유현은 철화단의 간부들이 있는 이곳을 향해 바로 온 것이다.
간부 놈들이 알아차리기 전에 제압할 생각이었으니까.
“그리고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보지? 슈브.”
“예.”
마다테 헤이타로를 가지고 놀던 슈브는 신유현의 부름에 이시이 히데키 앞에 섰다.
“무슨 짓을 해도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끄허어어어억!”
순간 이시이 히데키가 부들부들 몸을 뒤틀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슈브가 매혹의 마안으로 이시이 히데키의 감각을 3배 증폭시킨 것이다.
그 때문에 이시이 히데키는 조금 전 최정훈이 부러트려 놓은 팔의 고통을 3배 더 느끼게 되었다.
체감상 그보다 더한 고통일 테지.
“버러지 같은 인간 주제에 기어오르려고 하지 마라.”
슈브는 아름답지만 차가운 눈으로 이시이 히데키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세븐 아크스 중 한 명이며 거문성의 지배자인 슈브 라니그두.
그녀는 불사왕의 계승자인 신유현에게만 자애로운 존재였다.
그리고 적에게는 악마적인 본성을 드러냈다.
그녀가 적에게 베풀어 줄 자비는 죽음뿐.
그녀는 진짜 악마였으니까.
‘무, 무서운 분이구나.’
그녀의 차가운 모습에 최정훈은 자기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5성 초인인 그는 슈브가 얼마나 강대한 존재인지 은연중에 느끼고 있었다.
실제로 눈앞에서 거대한 검을 소환해 5성 보스 레드 제너럴 앤트에게 떨어트리는 모습을 보기도 했으니까.
“이걸 멈추는 방법은 뭐지?”
신유현은 재차 이시이 히데키에게 질문했다.
바로 그때.
타다닥!
신유현 일행이 있는 언덕의 절벽 아래쪽에서 누군가가 벽을 타고 뛰어오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팟!
잠시 후, 언덕 절벽을 타고 한 인물이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검은 후드 코트와 복면을 쓴 인물.
그가 바로 철화단의 정예 닌자 부대를 이끄는 대장, 핫토리 겐지였다.
‘포위망을 뚫은 건가?’
그의 등장에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닌자 부대에서 그와 같은 존재는 보지 못했으니까.
아마 다른 곳에 볼일을 보러 갔다가 돌아왔을 확률이 더 높았다.
그렇게 갑자기 언덕 벼랑 아래에서 뛰어오르며 모습을 드러낸 그는 훤히 드러난 공중에서 등에 매고 있던 용검을 뽑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국어로 이야기하던 이시이 히데키와 마다테 헤이타로와 달리, 겐지는 일본어로 스킬 시전어를 외쳤다.
“류승룡 기모…… (류진노 겐오 쿠…… )!”
휘리릭! 촤악!
그 순간 슈브가 날린 흑염의 불꽃 채찍이 겐지를 휘감더니 안쪽으로 잡아당겼다.
“흐어어어억!”
그러자 겐지는 속절없이 끌려오더니 이내 지면에 내동댕이쳐졌다.
“뭐야 이거? 뭔데 혼자 뛰어든 거지?”
“날파리 같은 놈이네요.”
그 모습을 본 신유현과 최정훈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놈은 어떻게 할까요, 마스터.”
“혹시 모르니 일단 잡아 놔.”
“네.”
이시이 히데키의 희망이었던 닌자 부대의 대장 겐지.
그는 대놓고 기습 공격을 하려다가 슈브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그럼 이제 이야기를 해 볼까?”
신유현은 이시이 히데키를 싸늘한 눈빛으로 내려다봤다.
그리고 순간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아, 아니다. 일단 이빨부터 뽑고 시작하자. 아가리 벌려.”
철화단 놈들이 자살 혹은 자폭용 독과 폭탄을 이빨에 숨기고 다닌다는 사실을.
* * *
겐지가 붙잡히는 모습을 본 이시이 히데키는 순순히 크리스탈 장치의 사용법을 실토했다.
그 전에 슈브에게 감도 다섯 배의 증폭 상태에서 자살 혹은 자폭용 이빨이 뽑힌 탓도 있었지만.
어쨌든 크리스탈 장치의 사용법을 알게 된 덕분에 철화단의 가문 습격 사건은 막을 내렸다.
크리스탈 장치를 조종하여, 마수들을 멈춰 버리고 인공적으로 공간을 비틀어 열었던 던전 게이트를 닫았으니까.
* * *
그날 저녁.
“정말 큰일을 해 주었구나.”
파천검가의 가주전 회의실.
그곳에 가문의 일족들이 모두 모여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파천검가의 대호법인 신성현의 말에 신유현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답했다.
이 회의에서 가주인 신성일과 장남 신철민, 장녀 신유라는 없었다.
그들은 6성 레이드 던전을 공략하러 간 탓에, 돌아오려면 며칠은 걸릴 터.
레이드 던전은 위험한 마수들이 우글거리고 광활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단독은커녕 파티로 이루어진 소규모 인원으로 갔다가는 전멸당하기 십상이기에, 레이드 공략대의 인원은 수십 명이 넘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그리고 레이드 던전을 공략하러 간 가주 신성일을 대신해서 대호법인 신성현이 가주 대리를 맡고 있었다.
“네가 없었으면 피해가 더 컸을 테지. 그리고 감히 우리 가문을 공격한 놈들이 있었다는 사실도 몰랐을 테고.”
가문에서 온화한 편인 신성현.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를 갈며 분노하고 있었다.
이번 마수 습격 사건으로 인해 가문의 초인들이 죽어 나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이가 갈리는 일은 마수들의 습격이 던전 스탬피드로 인해 일어난 사고라고 생각했을 거라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신유현이 마수들의 습격 사건 배후에 철화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사실에 지금 가문의 사람들은 철화단을 어떻게 할지 벼르고 있었다.
“가주 대리! 철화단 놈들을 어떻게 할 생각이시오?”
그때 가문의 호법들 중 한 명이자 50대 중년인인 신태용이 책상을 내려치며 소리쳤다.
신태용을 비롯한 가문의 호법들이나 장로들은 이번 철화단의 마수 습격에 분개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냥 놔둘 수 없지. 감히 파천검가를 건드린 대가를 치르게 할 생각이오.”
국제적인 범죄 테러리스트 집단인 주제에 감히 대한민국 4대 명가인 파천검가를 건드릴 줄이야.
신성현은 물론 파천검가의 사람들은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문제는 놈들의 거점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지.”
신성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철화단은 철저한 점조직이었다.
그 때문에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들의 거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런데 여기서 신유현이 큰일을 해낸 것이다.
“철화단 간부 놈들을 포박하지 않았습니까? 그놈들에게서 정보를 얻어 낼 수 있다면…….”
“거점이 어딘지 알 수 있겠지. 다만 시간이 좀 걸릴 거라고 하더군.”
신유현이 잡은 철화단 간부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심문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가주전의 지하에서 가주 직속 정보 조직 흑영대에게 직접 말이다.
아마 흑영대에게 구워지고, 삶아지고, 튀겨지고 있을 터.
국제적인 범죄 테러리스트 놈들에게 인권은 사치일 뿐이었다.
그리고 초인 사회에서 초인 테러 빌런 집단은 초법규적 조치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애초에 법이나 인권을 지키지도 않는 놈들이었다.
그런 놈들에게 법이나 인권을 지켜 줄 정도로 초인 사회가 인도적이거나 자애롭지는 않았다.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힘이 우선시되는 세계였으니까.
거기다 철화단 놈들은 인류의 적인 마수들을 이용해 가문의 사람들을 학살하려고 했다.
실제로 사상자도 제법 나왔다.
마수들을 이용해 사람을 죽인 철화단 놈들은 인류의 배신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때문에 파천검가는 철화단 간부 놈들을 들들 볶고 있었다.
“정보를 알아내는 거라면 저희들에게 맡겨 주세요.”
그때 신유현이 입을 열었다.
그러자 가주 회의실에 있는 가문 사람들의 시선이 신유현에게로 향했다.
“네가? 무슨 수로?”
신유현의 말에 가만히 앉아 있던 신철진이 이때다 싶었는지 콧방귀를 뀌며 끼어들었다.
“그녀라면 정보를 알아낼 수 있을 테니까요.”
신유현은 신철진을 무시하며 신성현과 가문의 어른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그 말에 가문의 사람들은 신유현의 옆에 앉아 있는 여인을 바라봤다.
마치 여신과도 같은 외모를 가진 아름다운 여인.
다름 아닌 슈브였다.
가주 대리 회의를 시작했을 때부터 가문의 사람들은 그녀의 존재가 신경 쓰였는지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특히 신철진은 노골적으로 슈브를 바라봤다.
“신유현. 너에게는 아까운 여성이지 않아? 가문을 위해 우리 주작전으로 보내는 게 어때?”
여전히 신철진은 신유현을 인정하지 않았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이성이 아니라, 감정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감정을 앞세운 탓에 신철진은 제대로 된 상황 판단이 되지 않는 모양인지, 신유현은 안중에도 없는 듯 비웃고 있었다.
거기다 슈브를 자신이 있는 주작전으로 끌어들이려고까지 하는 게 아닌가?
‘감당 안 될 텐데.’
그 때문에 신유현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신철진을 바라봤다.
그리고.
쿠구구구궁!
역시나 슈브에게서 어마어마한 살기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등 생물 주제에 건방지구나. 내가 충성하는 존재는 오직 불사왕이신 신유현 님뿐. 너 같은 열등한 인간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