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73화
신유현은 처음으로 가문의 사람들 앞에서 불사왕의 소환수들을 불러냈다.
흑단 같은 머리카락 사이로 쫑긋 솟아 있는 검은 고양이의 귀와 꼬리를 가진 귀여운 흑묘족 소녀, 디아.
디아는 오른쪽 고양이 귀에는 붉은색 꽃 장식이 달려 있는 검은색 작은 모자를 쓰고 있었고 레이스가 달린 고딕풍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고양이 귀를 쫑긋하며 두리번거리는 디아의 모습은 굉장히 귀여웠다.
하지만 슈브가 모습을 드러내자 신철호와 현무검대원들은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었으니까.
거기다 지금 슈브는 글래머러스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로브를 입고 있었다.
그 아찔한 차림에 현무검대원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누구지?”
“인간이…… 아닌가?”
현무검대원들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디아와 슈브를 바라봤다.
이 세계에서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은 처음 보기 때문이다.
세븐 아크스들은 불사왕이 직접 차원을 넘나들면서 계약을 맺은 존재들.
당연히 이 세계의 네크로맨서라고 해도 디아와 슈브 같은 존재는 없었다.
네크로맨서는 단지 시체들을 부리는 소환술사일 뿐이니까.
덜그럭덜그럭.
뒤이어 까망이의 그림자 속에서 100마리가 넘는 스켈레톤 솔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푸른 안광을 피워 올리며 등장하는 스켈레톤 솔저들의 모습은 위압감이 상당했다.
“이건 대체…….”
“스켈레톤 솔저라고?”
“이건 네크로맨서의 스킬일 텐데…….”
신철호와 현무검대원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4성 보스급의 거대한 헤카톤 하이퍼 비틀이 나타나 헤비 아머 앤트를 공격하는 모습을 봤을 때도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인간이 아닌 귀여운 소녀와 아름다운 여인까지 나타나고, 급기야 스켈레톤 솔저들까지?
알 수 없는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자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신철호와 현무검대원들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들에게 신유현이 소리쳤다.
“정신 차려, 이 자식들아!”
신유현의 일갈에 그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은 넋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니었으니까.
“준비해라. 곧 놈들이 올 거다.”
“…….”
신유현의 말에 신철호와 현무검대원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전방을 바라봤다.
약 200마리에 달하는 4성 마수 솔저 앤트들.
척척척.
흑창을 앞세우고 솔저 앤트들이 진군을 해 왔다.
그에 맞춰 질서정연하게 오와 열을 맞춰 대기 중이던 스켈레톤 솔저들도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버프 걸게영!”
이어서 디아가 어둠을 순례하는 지팡이를 들고 귀여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당신의 소환수 디아가 고양이 춤 2단계를 추기 시작합니다.]
[공격력과 공격 속도가 상승합니다.]
‘고양이 춤 2단계는 또 뭐야?’
신유현은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신유현이 4성이 되면서 디아와 까망이도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 덕분인지 디아는 이전보다 더 귀여운 고양이 춤을 출 수 있게 되었고, 더불어 랜덤 효과에서 공격력과 방어력을 상승시켜 주는 버프를 걸 수 있게 되었다.
디아는 어비스 지팡이를 들고 몸을 귀엽게 좌우로 흔들면서 고양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러자 스켈레톤들의 몸에서 푸른빛이 피어오르는 고양이 기운이 씌워졌다.
뀨! >_<
그리고 까망이는 고양이 춤을 추고 있는 디아의 머리 위에서 귀여운 이모티콘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귀엽다.’
‘진짜 고양이 같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현무검대원들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걸렸다.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절망감으로 물들어 있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귀여운 디아와 까망이, 그리고 아름다운 여신 같은 슈브를 보고 사기가 오른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이 가장 컸다.
‘저 소환수만 해도 대단했지.’
‘장수풍뎅이 소환수라니!’
신유현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던 헤카톤 하이퍼 비틀 케이론.
현무검대원들은 케이론을 조종하는 신유현의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이 봐도 케이론은 강력해 보이는 소환수였으니까.
거기다 코카서스 장수풍뎅이와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를 합친 모습이라니!
케이론을 본 현무검대원들은 어린 시절 곤충을 잡으러 다니던 동심을 떠올렸다.
거기다 100마리가 넘는 스켈레톤 솔저들까지.
‘이 정도 숫자라면…….’
사실 전력적으로는 여전히 밀리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신유현이 나타나기 전이었다면 손을 쓸 수도 없는 상황이었으나 지금이라면 어떻게든 비벼 볼 만했다.
“견제할 수 있겠어?”
신유현은 마수들의 상공에 떠 있는 레드 제너럴 앤트를 바라보며 말했다.
“물론이죠.”
그 말에 슈브는 상냥하지만 어딘가 위험해 보이는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즈증.
그러자 그녀의 손앞에서 붉은색 공간의 틈이 생겨나는 게 아닌가.
그리고 그 틈에서 검은 바탕에 붉은색 문양이 새겨진 마도서가 나타났다.
어둠을 유혹하는 마도서, 아스타르테.
촤라락!
이윽고 마도서 아스타르테의 책장이 펼쳐지자, 검붉은 빛이 슈브를 감쌌다.
잠시 후, 검붉은 빛 속에서 위험한 옷차림의 슈브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슴이 크게 파여 있는, 붉은 문양의 검은색 가죽 상의와 다리가 드러나 보이는 미니스커트.
그리고 미니스커트 안에는 검은색 가터벨트와 스타킹을 착용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위험할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그리고 아스타르테는 마도서이기도 하면서 슈브의 전투복이기도 했다.
화르륵!
순간 슈브의 양손에서 붉은 화염의 구체가 나타났다.
그 상태에서 슈브는 허리에 숨겨 두고 있던 날개를 꺼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상공에서 날고 있는 5성 보스 레드 제너럴 앤트를 상대하러 간 것이다.
“…….”
그 모습을 현무검대원들은 말없이 바라봤다.
이미 그들은 슈브의 유혹에 걸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정신이 빠졌네.’
신유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래도 현무검대원들의 기강을 한번 바로잡아야 할 것 같았다.
키익!
덜그럭 덜그럭!
그사이, 솔저 앤트들과 스켈레톤 솔저들이 맞붙기 시작했다.
수적으로는 스켈레톤 솔저들이 밀리는 상황.
하지만 스켈레톤 솔저들은 엄청나게 강해져 있었다.
신유현이 4성이 되면서 군단화된 스켈레톤 솔저들 또한 4성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까앙!
키익?
스켈레톤 솔저 한 마리가 휘두른 검격을 창으로 막은 솔저 앤트는 뒤로 크게 밀려났다.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스켈레톤 솔저는 빠르게 솔저 앤트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콰가각!
순식간에 스켈레톤 솔저의 하얀 본 소드가 솔저 앤트의 가슴을 베고 지나갔다.
단 일격이었지만 치명상에 가까운 피해를 입힌 것이다.
키에에엑!
가슴에서 녹색 체액을 피처럼 흘리며 솔저 앤트는 괴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고통의 비명이 아니라 분노의 포효였다.
쌔액!
곧바로 자신을 공격한 스켈레톤 솔저를 향해 창을 찔러 왔기 때문이다.
스슥!
하지만 스켈레톤 솔저는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솔저 앤트의 창을 피했다.
“어?”
그리고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현무검대원들 중 한 명, 이석진은 경악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유운보라고?”
파천검가의 기본 보법 중 하나.
하늘을 흘러가는 구름 같은 움직임으로 상대의 공격을 피할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금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전역에서 스켈레톤 솔저들이 파천검가의 무술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 장면을 현무검대원들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설마 스켈레톤 솔저들이 가문의 무술을 사용할 줄이야!
그것도 꽤 능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강화시킨 보람이 있네.’
신유현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스켈레톤 솔저들은 신유현이 폐관 수련을 하는 동안 가르친 가문의 무술을 이전보다 훨씬 능숙하게 펼치고 있었다.
4성이 된 이유도 있지만, 신유현이 소울 포인트로 강화를 시켰기 때문이다.
근력, 민첩, 체력, 정신, 명중의 강화 레벨을 전부 3까지 올렸으며, 뼈 장비는 5레벨까지 올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뼈 강화는 마스터 단계인 10레벨까지 올렸다.
그 덕분에 스켈레톤 솔저들은 동급의 마수들보다 더 강해졌다.
그와 동시에 상당한 위압감도 생겼다.
‘덕분에 소울 포인트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1010이나 하던 소울 포인트가 지금은 60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 스켈레톤 솔저에게 투자한 보람이 있었다. 수적으로 밀리는 상황임에도 밀리지 않고 있으니까.
아니, 오히려 스켈레톤 솔저들이 조금씩 유리해져 갔다.
키익?
털썩.
한창 잘 싸우던 솔저 앤트들이 하나둘씩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뒤편에서 전장을 살펴보던 신유현은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뼈 장비 부여의 효과가 나오기 시작했군.’
현재 뼈 장비 숙련도의 레벨은 5.
부여 가능한 슬롯은 다섯 개였다.
그중 슬롯 세 개를 출혈, 흡혈, 저항에 사용 중이었으며, 솔저 앤트들이 쓰러지기 시작한 이유는 출혈 때문이었다.
솔저 앤트의 피와도 같은 녹색 체액이 상처를 통해서 계속 흘러나왔으니까.
그에 반해 스켈레톤 솔저들은 흡혈 효과로 쌩쌩했다.
흡혈은 상대를 공격하면 동시에 생명력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솔저 앤트의 시체를 제물로 삼아 스켈레톤 솔저를 소환하였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스켈레톤 솔저들의 숫자는 늘어 갔다.
세븐 아크스 중 한 명인 슈브를 영입하게 되면서 고유 특성 지배력 강화가 2배가 된 까닭이다.
현재 수치상으로는 약 240마리 정도의 언데드들을 조종할 수 있었다.
‘솔저 앤트들은 문제가 없겠지.’
현무검대원들도 있기에 솔저 앤트들은 막아 낼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문제는 4성 보스 헤비 아머 앤트와 5성 보스 레드 제너럴 앤트였다.
콰콰콰콰콰쾅!
그때 상공에서 어마어마한 폭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신유현은 솔저 앤트들에게서 눈을 떼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곳에 붉은 화염의 날개를 곤충처럼 빠르게 움직이며 슈브를 공격하고 있는 레드 제너럴 앤트의 모습이 보였다.
레드 제너럴 앤트는 화염 속성을 가진 보스.
그래서인지 슈브를 향해 양손에서 붉은 화염의 창을 쉴 새 없이 소환해서 던지고 있는 중이었다.
쾅! 콰쾅!
하지만 슈브 또한 양손에 흑마력으로 이루어진 장검 두 자루를 소환해서 화염의 창을 쳐 내고 있었다.
다크 소드 비트.
공방 일체가 가능한 흑마법으로 반경 3미터 내에서라면 두 자루의 장검을 자유자재로 원격조종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양손으로 다크 소드 비트를 조종하며 붉은 화염의 창을 쳐 낸 슈브는 미소를 지으며 레드 제너럴 앤트를 바라봤다.
그리고 오른손을 하늘을 향해 치켜 들었다.
스스스스슥!
그러자 슈브의 머리 위에서 흑마력이 뭉치며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사운전드 다크 블레이드.”
슈브는 영창도 없이 머리 위에 5서클 흑마법을 구현시켰다.
“헉?”
“뭐, 뭐야, 저거?”
“저런 마법이 구현 가능하다고?”
그러자 오히려 지상에서 현무검대원들의 경악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왜냐하면 슈브의 머리 위에 흑마력으로 이루어진 엄청난 숫자의 블레이드들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슈브의 머리 위 상공에 원을 그리며 빽빽하게 소환된 천 자루의 다크 블레이드들.
“가라.”
잠시 후 달콤하지만 위험하기 짝이 없는 슈브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직후 어마어마한 숫자의 사우전드 다크 블레이드가 레드 제너럴 앤트와 그 아래에 있는 솔저 앤트 무리들을 향해 소나기처럼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