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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70화 (70/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70화

“디아가 말해 주던데?”

“아, 그 아이가…….”

신유현의 말에 슈브는 수긍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디아에게 들었다면 어쩔 수 없죠. 자세히는 말해 드릴 수 없지만 지구 출신인 건 맞아요.”

“그럼 어째서 불사왕에 대한 존재가 알려지지 않은 거지?”

신유현은 의문스러웠다.

불사왕이 지구인이었다면 어째서 게티아들에게 인류가 멸망해 가는 상황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단 말인가?

“당연하죠. 초대 불사왕님이 지구 출신이신 건 맞지만, ‘언제’인지가 중요하니까요.”

“뭐?”

슈브의 말에 신유현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언제인지가 중요하다니?

“설마 현재 시대의 인간이 아니라고?”

예상치 못한 슈브의 말에 신유현은 충격을 받았다.

지구 출신이라는 사실만 생각했지 어느 시대의 인물일지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디아는 타임 크라이시스 사건 때문에 불사왕을 지구에서 볼 수 없었다고…….”

“그건…… 디아의 기억이 불완전해서 그래요. 디아는 타임 크라이시스 사건 때, 우리들을 지키려고 하다가 가장 크게 피해를 입었거든요. 그래서 대부분의 능력과 기억이 날아가서 회복을 위해 프나코틱 바이블에 남겨 두었죠.”

“그런…….”

타임 크라이시스와 관련된 숨겨진 비사들 중 하나를 들은 신유현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디아는 과거의 일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능력 또한 봉인되어 있었고 말이다.

“디아는 잘 지내고 있나요?”

슈브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 말에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최대한 챙겨 주려고 노력은 하고 있어.”

신유현은 까망이와 스켈레톤 솔저들과 종종 놀던 디아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달달한 걸 좋아하는 디아에게 초콜릿을 주거나 하면서 나름 챙겨 주고 있었다.

그걸 디아가 어떻게 느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우리 디아를 많이 아껴 주세요. 고생을 많이 했거든요. 디아가 아니었으면 우리들은 시간 속으로 사라졌을 거예요.”

슈브는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타임 크라이시스가 발생했을 때, 디아는 시간을 달리는 사냥개 푸른 늑대와 마지막까지 뒤에 남아 다른 세븐 아크스들을 지켜 냈다.

만약 디아가 뒤를 지키지 않았다면 세븐 아크스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존재 자체가 지워졌을 터.

“걱정하지 마라.”

슈브의 말에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디아와 까망이를 귀여워해 주고 있었으니까.

“그럼 또 알고 싶은 정보가 있으신가요?”

슈브는 신유현을 바라봤다.

어지간한 정보는 일단 다 들은 상황.

하지만 한 가지 더 물어볼 게 있었다.

“게티아 놈들에 관해 알고 있는 게 있나?”

자신들을 신이라고 칭하며 인류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던 존재들.

그들 때문에 신유현은 모든 것을 잃었다.

가족도, 연인도, 친구들과 동료들도.

그리고 최후에는 목숨까지도.

“어떻게 게티아들에 대해서 알고 계시나요?”

슈브는 놀란 표정으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설마 신유현이 게티아들에 대해 알고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내가 게티아들에 대해 알고 있다는 건 모르나 보군.’

신유현은 분할 사고까지 사용하며 머릿속을 빠르게 정리했다.

아무래도 슈브는 자신이 시간 역행을 했다는 사실까진 모르는 모양이었다.

“게티아 숭배자들과 만난 적이 있다. 그때 알게 됐지.”

“숭배자들이요? 어째서 그들이 벌써…….”

슈브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마수들이나 시공관리국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현재 시대의 지구에 게티아들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까지는 모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게티아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있다면 말해 줬으면 하는데.”

“그들은…… 혼돈의 존재들에게 모성을 잃고 차원을 여행하는 자들이에요. 그들의 영혼은 혼돈의 존재들에게 저당 잡혀 있죠. 그래서 혼돈의 존재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고문을 즐기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들에게 고문은 영혼에 힘을 주니까요.”

“그러니까 그놈들은 혼돈의 존재들에게 목을 잡혀 있다는 건가?”

“네.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슈브의 대답에 신유현은 자기도 모르게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이전 삶에서 자신과 인류 앞에서 신이라고 자처하며 고문을 즐기던 절대적인 존재들.

인류가 어떻게 손쓸 수 없었던 코스믹 호러적인 존재였던 게티아 놈들이 혼돈에게 영혼이 저당 잡혀 있는 여행자들이었을 줄이야.

“그럼 마수들과도 적대적이겠군.”

“네, 그렇죠.”

슈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신유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전 삶에서 게티아들이 마수들을 조종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게티아들이 마수들을 조종할 수도 있나?”

“마수들을요?”

신유현의 말에 슈브는 생각에 잠기는 눈치였다.

“그들의 과학력이라면 가능할 거예요. 차원 여행이 가능한 자들이니까요.”

“그렇군.”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게티아들은 강대한 존재들이긴 했으나 수는 많지 않았다.

고작해야 수십 명 정도.

그 때문에 인류의 배신자들인 숭배자들을 이용했고, 인류를 자신들의 노예들로 만들기 위해 그들이 가진 과학력으로 마수들을 이용한 모양이었다.

신유현은 마지막으로 게티아들에 대해 한 가지 더 물었다.

“그놈들은 신인가?”

“게티아들 말인가요?”

“그래.”

“게티아들은 오랜 세월을 여행하며 수많은 세계들을 멸망시킨 걸로 알고 있어요. 아마 현재 시대쯤이면 신에 필적하는 힘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가.”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게티아 놈들이 궁금했었다.

대체 놈들은 어디에서 왔고, 무엇을 하던 존재였으며, 정말 신적인 존재인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알게 되었다.

그들이 신에 필적하는 힘을 가진 존재일지는 모르나, 그 실상은 정처 없이 차원을 떠도는 여행자들이라는 사실을.

“그럼 대체 혼돈의 존재들은 얼마나 위험하다는 거지?”

“신들조차 두려워하는 존재들이죠. 우주 밖 혼돈의 공간에 존재하는 아우터 갓들이니까요. 그들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지구가 위험해질 수 있어요.”

“아우터 갓이라…….”

우주 밖의 신들.

그리고 그런 존재들에게 초대 불사왕은 전쟁을 걸었다.

그 말인즉 최소한 불사왕의 힘을 온전히 가질 수 있다면 혼돈의 존재들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거기에 초대 불사왕이 준비해 둔 안배까지 손에 넣는다면 큰 도움이 터.

“더 물어볼 게 있나요?”

“아니.”

신유현은 고개를 흔들었다.

일단 알고 싶은 정보는 전부 알았다.

나머지 정보는 좀 더 강해진 다음에 시공관리국에서 연락이 오거나, 다른 세븐 아크스들을 모으면 알 수 있을 테지.

“아, 다른 세븐 아크스들은 어떻게 찾아야 돼?”

“다음 멤버가 어디에 있는지는 제가 알고 있어요.”

신유현의 질문에 슈브는 웃으며 답했다. 슈브가 봉인되어 있던 신전을 디아가 알고 있었듯이, 슈브 또한 다음 멤버인 녹존성의 처형자이자 붉은 진조, 루베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힘들어요. 제 힘이 아직 돌아오지 못해서 다음 멤버가 있는 차원의 문을 열 수 없거든요.”

“그렇군.”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신유현 또한 다음 세븐 아크스 멤버를 찾으러 가려면 어느 정도 준비를 할 필요가 있었다.

슈브 때처럼 니알과 같은 분신체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마스터.”

슈브는 신유현에게 허리를 숙였다.

그 순간 신유현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불사 군단의 총사령관, 거문성의 지배자 슈브 라니그두가 합류합니다.]

[군단 총사령관의 합류로 언데드 불사 군단이 강화됩니다.]

[고유 특성 지배력 강화 효율이 2배 상승합니다.]

“이건……?”

신유현은 놀란 눈으로 메시지를 바라봤다.

설마 슈브가 합류하면서 지배력 강화의 효율이 증가할 줄은 몰랐으니까.

“세븐 아크스들이 모이면 마스터의 권능이 상승할 거예요. 그리고 더 많은 언데드들을 거느리게 되면 또 그만큼 능력을 상승시키는 방법이 생기기도 하고요.”

“이것도 불사왕이 가진 권능의 힘인가.”

신유현은 혀를 내둘렀다.

이제 200마리가 넘는 스켈레톤 솔저들을 조종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직 초대 불사왕님에 비하면 멀었어요. 빠르게 강해지는 걸 추천드려요.”

“나도 그랬으면 좋겠군.”

디아도 그렇고, 슈브도 그렇고.

둘 모두 신유현에게 빨리 강해지라며 은근히 압박을 넣었다.

“루베르가 봉인되어 있는 신전은 마수들이 많은 장소이니 빠르게 강해질 수 있을 거예요.”

“얼마나 많은데?”

“발에 치일 정도로 많지요.”

신유현의 물음에 슈브는 조용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말에 신유현은 혀를 내둘렀다.

“아무튼 이제 여기서 나가도록 하지. 디아도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이제 슈브도 군단에 합류했고 알고 싶은 정보들도 다 들었기 때문에 신전에 계속 있을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리고 신전 밖에서 디아가 계속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 * *

슈브가 봉인에서 풀려난 탓인지 신전에 있던 유혹의 방은 없어져 있었다.

그리고 신전 밖에서 슈브와 만난 디아는 굉장히 반가워했다.

슈브의 등에 찰싹 붙어서 떨어지려 하지 않을 정도로.

슈브는 타임 크라이시스의 여파로 기억과 힘을 잃고 나이도 어려지면서, 정신연령까지 어려진 것 같다며 디아를 꼭 안아 주었다.

마치 성모가 어린아이를 안아 주고 있는 모습처럼 보였다.

그렇게 해후한 슈브와 디아는 까망이와 함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갔다.

그녀들이 들어간 그림자 내부는 기본적인 생활권이 갖추어진 공간이 있으며 휴식을 푹 취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신유현은 디아가 열어 놓은 차원의 문을 통해 다시 현무전의 지하 수련장으로 돌아왔다.

* * *

‘이제 좀 한시름 놓을 수 있겠군.’

4성을 찍고 세븐 아크스 중 한 명인 슈브까지 얻은 신유현은 드디어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지난 며칠간 거의 쉬지 않고 달렸으니까.

남두그룹 주최의 경매 파티부터 시작해서 3성 던전 맨티스 포레스트를 공략하고, 인천 스탬피드를 막았으며, 다른 차원에 있는 신전까지 갔다 왔으니 말이다.

잠시 현무전의 지하 수련장에서 휴식을 취한 신유현은 밖으로 나갔다.

일단 최소 목표는 달성했으니 오늘은 방으로 돌아가서 쉴 생각이었다.

그렇게 지하 수련장에서 올라와 지상으로 올라왔을 때, 신유현은 현무전의 분위기가 어수선함을 느꼈다.

‘뭐지?’

현무전 대원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큰일이라도 생긴 것처럼.

“전주님!”

그때 신유현을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고개를 돌려 보니 아버지가 비서로 붙여 준 이시아가 다급하게 다가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찾으러 가려고 했는데 잘됐네요.”

이시아는 신유현을 만나러 지하 수련장으로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때마침 지하 수련장에서 올라온 신유현과 딱 마주친 것이다.

“무슨 일이지?”

자신을 반기는 이시아에게 신유현은 자연스레 하대를 했다.

그러자 이시아는 순간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존대를 하던 신유현이 갑자기 말을 놓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의아한 얼굴로 신유현을 바라보던 그녀는 이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벌써 4성이 되신 겁니까?”

불과 하루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신유현의 기세가 강해져 있었다.

대체 뭘 어떻게 해야 단 하루 만에 4성이 된단 말인가?

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신유현이 기운을 숨기고 있을 텐데도 강렬한 기세가 흘러나오고 있었으니까.

“4성이 되신 것을 경하드립니다!”

이시아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축하에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받았다.

그리고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는 건가?”

그 말에 이시아는 정색을 하면서 대답했다.

“가문이 마수들에게 습격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뭐?”

예상치 못한 이시아의 말에 신유현은 놀란 표정으로 반문했다.

“마수들이 가문을 습격하고 있다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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