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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69화 (69/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69화

“마스터께서는 마수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르시나요?”

신유현의 물음에 슈브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모른다. 수십 년 전부터 우리 세계를 침공하고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

“그럼 저는 말해 줄 수 없어요.”

“어째서지?”

“그들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위험하거든요. 마스터가 있는 세계에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요? 심연을 바라보면 심연도 당신을 바라본다, 라는 말.”

“있지.”

슈브의 말에 신유현은 마지못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학생이었을 때 인터넷을 하면서 보았던 구절이다.

“그 말은 또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전 마스터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긴 세월을 살면서 수많은 세계를 보아 왔답니다. 대부분 마수들에게 멸망했지만요.”

슈브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튼 지금 마스터가 그들의 존재에 대해 알기에는 너무 위험해요. 그들의 이름이나 존재를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마스터의 세계에 위험을 끼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시공관리국과도 얽혀 있기 때문에 제가 마음대로 이야기할 수 없어요.”

“시공관리국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건가?”

신유현은 놀란 표정으로 반문했다.

그렇지 않아도 시공관리국에 대해서 슈브에게 물어볼 생각이었다.

이 차원에 도착하자마자 시공관리국과 연결이 끊어졌다는 메시지가 떠올랐으니까.

그 말인즉 현대 초인들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시스템 능력과 시공관리국이 어떠한 연관이 있다는 소리였다.

“네. 물론 시공관리국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초대 불사왕님이 시공관리국과 맺은 조약 때문에 많은 걸 말해 줄 수는 없답니다.”

“디아의 말로는 이 세계에서 이야기하는 건 괜찮다던데?”

“그래서 많은 걸 말해 줄 수 없다고 한 거예요. 원래는 한마디도 할 수 없거든요.”

신유현의 말에 슈브는 부드럽게 웃으며 답했다.

“그럼 현대의 초인들이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건 시공관리국과 어떤 연관이 있는 거지?”

“마스터시라면 이미 눈치채셨겠죠.”

“시스템 능력을 부여한 자들인가?”

“네.”

“역시.”

신유현은 침음성을 삼켰다.

시공관리국과 연결이 끊어졌다는 메시지를 봤을 때부터 그렇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생각에 슈브가 쐐기를 박은 것이다.

“그럼 던전 게이트는 뭐지?”

“마수들이 마스터의 세계에 침략하기 전에 시공관리국에서 만든 완충지대 같은 곳이에요. 던전이 없었다면 마수들이 바로 마스터의 세계로 침략을 했겠죠.”

“던전이 없었다면 실시간 스탬피드가 일어난다는 말인가.”

신유현은 등골이 오싹했다.

던전 게이트가 생겨날 때마다, 스탬피드 현상이 발생한다니.

대부분의 던전 게이트들이 도시 외곽 쪽 인적이 드문 곳에서 발생하지만, 간헐적으로 대도시 내부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만약 대도시 한복판에서 스탬피드 현상이 발생한다면 인명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터.

“던전이 시공관리국이라는 곳에서 만든 완충지대였다라…….”

신유현은 생각에 잠겼다.

현재도, 미래에서도 인류는 던전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내지 못했다.

단지, 마수들이 존재하는 정체불명의 공간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설마 슈브에게서 던전의 비밀을 듣게 될 줄이야.

“그럼 던전에 있는 붉은 달은? 그 꺼림칙한 붉은 달도 시공관리국에서 만든 건가?”

신유현은 궁금한 얼굴로 슈브를 바라봤다. 붉은 달은 초인들에게 굉장히 불길하고 꺼림칙한 느낌을 선사했다.

단지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쁠 정도였으니까.

“붉은 달에 관해서는 설명하기가 좀 어렵네요. 기밀 사항이거든요.”

“시공관리국에서 만든 것인지 아닌지, 그것만이라도 말해 주면 좋겠는데.”

신유현의 말에 슈브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어요. 붉은 달은 시공관리국이 만든 게 아니에요. 본래 모습에서 변질이 된 거거든요.”

“본래 모습? 지금의 붉은 달은 본래 모습이 아니라는 건가?”

“네. 본래라면 희망이 되었어야 했지만 지금은 혼돈의 중심이 되었죠.”

“마수 놈들에게 넘어갔다는 소리겠군.”

“네. 거의 맞아요.”

슈브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슈브와 이야기를 나눈 신유현은 생각에 잠겼다.

인류의 오랜 미스터리였던 던전과 붉은 달의 비밀이 조금이나마 밝혀졌다.

하지만 여전히 알 수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하나씩 알아보면 되겠지.’

신유현은 슈브를 바라보며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럼 시공관리국이 인류를 도와주는 이유는?”

사실 이게 가장 큰 미스터리였다.

대체 무슨 이유로 시공관리국이라는 정체불명의 집단이 인류를 도와주는 것일까?

시공관리국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이미 오래전에 인류는 멸망했을 것이다.

인류가 마수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이유는 시스템 능력을 각성한 초인들 덕분이었으니까.

마수들의 몸을 보호하는 마나역장 때문에 현대 병기로는 2성 마수조차 쓰러트리기 힘들었다.

오로지 마법이나 스킬, 오러로만 피해를 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건 기밀 사항입니다. 초대 불사왕님과 시공관리국 사이에서 맺은 협약 때문에 말해 드릴 수 없어요.”

“여기서도? 이곳은 시공관리국의 눈이 미치지 못하는 장소라고 알고 있는데.”

“죄송해요. 방금 질문하신 내용은 초대 불사왕님께서도 말하면 안 된다고 저희들에게 명령을 내리셨거든요.”

“초대 불사왕이?”

신유현은 혀를 찼다.

아무래도 초대 불사왕이 입단속을 단단히 한 모양.

“하지만 직접 시공관리국으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거라면 상관이 없겠지요.”

“뭐? 직접 들을 수 있다고?”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시공관리국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니?

그들과 연락을 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단 말인가?

“마스터께서 강해지신다면 연락이 올지도 모르죠. 당신은 위대한 불사왕의 계승자시니까.”

슈브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불사왕의 능력은 시공관리국에서도 인정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시공관리국과 연락할 수 있다면 많은 게 바뀔지도 몰랐다.

이전 삶에서는 어떻게 해 볼 수 없었던 게티아들을 상대하는 데 시공관리국이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몰랐으니까.

‘그런데 시공관리국이 인류를 도와주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순간 신유현은 소름이 등줄기를 타고 달렸다.

슈브와 대화를 나누던 도중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마수와 던전이 지구에 나타난 지 이제 수십 년이 지났다.

하지만 분명 그보다 더 오랜 세월을 슈브는 이 신전에 봉인되어 있었을 터.

그런데 어떻게 마수들이 지구를 침공 중이고, 시공관리국이 인류를 도와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일까?

“슈브 라니그두.”

신유현은 나직한 목소리로 슈브를 불렀다.

“네.”

그 부름에 슈브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하며 자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너는 어떻게 현시대의 지구에 대해 알고 있는 거지?”

신유현의 질문에 슈브의 미소가 짙어졌다. 그녀의 미소는 초인이라고 해도 넋을 놓고 바라볼 정도로 아름다웠다.

“저에게 과거는 현재이고 미래이기 때문이에요.”

슈브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웃어 보였다.

신유현은 그녀의 말을 곱씹어 봤다.

알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알 수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어렴풋이 한 가지 사실은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시간 여행자라는 사실을.

“너의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타임 크라이시스 사건이란 건 뭐야?”

프나코틱 바이블의 세븐 아크스들에 대한 항목 설명 중에 차원 전쟁과 타임 크라이시스라는 사건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분명 과거 초대 불사왕이 활동을 하고 있을 때 있었던 일일 테지.

“과거에 차원 전쟁이 있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겠죠. 마스터께서 말한 마수라는 존재가 차원 침략을 하고 있을 테니까요.”

“역시 차원 전쟁은 마수들과의 전쟁을 말하는 건가?”

“네. 차원의 밖에 존재하는 혼돈의 공간에서 보내진 마수들과 초대 불사왕님께서는 전쟁을 벌이셨어요. 이 벽화들을 보셨으면 이미 아시겠죠. 수많은 행성들이 마수들의 손에 넘어가 있다는 사실을요.”

슈브는 방 안에 그려진 벽화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벽화에는 불사왕과 마수들이 다른 차원과 우주를 배경으로 전쟁을 하고 있는 장면이 그려져 있었다. 즉, 벽화는 차원 전쟁을 묘사해 놓은 것이었다.

“그럼 타임 크라이시스는?”

“마수들과 전쟁을 하던 도중 일어난 사건이에요. 시간과 공간이 찢어져 버렸죠.”

슈브의 말을 정리하면, 불사왕과 마수들의 전쟁으로 시간이 찢어졌고, 그 여파로 초대 불사왕은 행방이 묘연해졌으며, 세븐 아크스들 또한 시간의 틈 속에 빠져 뿔뿔이 흩어져 버렸던 것이다.

그 결과 현재 세븐 아크스들은 각기 다른 차원에 봉인되어 있는 상태였다.

“타임 크라이시스 사건으로 초대 불사왕의 세력이 흩어진 건가?”

“네. 마수들을 비롯한 혼돈 세력들도 큰 피해를 입었고요. 항성계 하나가 날아가 버릴 정도였으니까요.”

“항성계 하나가 날아갔다고?”

어마어마한 스케일에 신유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확실히 벽화에는 행성 크기를 가진 우주적 마수들이 존재하긴 했다.

하지만 아직 신유현은 만난 적이 없었기에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신유현이 만났던 가장 큰 마수라고 해 봐야 고작 수십 미터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초대 불사왕님은 미리 미래의 일을 준비해 두셨어요.”

“미래의 일을 준비해 두었다니?”

“바로 당신이에요.”

“뭐?”

슈브의 말에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초대 불사왕이 준비한 미래가 자신이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정확히는 초대 불사왕님의 다음 대 계승자님을 말하는 거지만요. 초대 불사왕님은 이미 마수들을 몰아내기 힘들다는 걸 깨닫고 계셨어요. 그래서 후세에 미래를 맡기기로 했죠.”

“이미 알고 있었나?”

“네. 그만큼 마수들과 그 너머의 혼돈 세력의 존재들은 강대했어요. 그래서 초대 불사왕님은 후대를 위해 여러 가지 준비와 안배를 해 놓으셨죠.”

아무래도 초대 불사왕은 자신이 마수들을 몰아낼 수 없음을 미리 알고 미래를 준비한 모양이었다.

자신의 힘과 유산을 물려받을 계승자를 준비한 것이다.

그리고 초대인 자신보다 계승자를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안배들도 준비한 듯했다.

“앞으로 계승자님이 해야 할이 많아요. 초대 불사왕님이 남겨 주신 유산을 얻어야 하고, 저희 세븐 아크스들도 모아야 해요. 그리고 초대님이 남기신 안배들도 찾아야 하고요.”

“흠.”

슈브의 말에 신유현은 생각에 잠겼다.

슈브와 만나면서 몇 가지 의문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풀 수 없는 의문들도 남아 있었다.

초대 불사왕의 정체가 무엇인지.

시공관리국이란 어떤 곳인지.

던전에 항상 존재하는 붉은 달의 정체가 무엇인지.

이름조차 알아서는 안 된다는 혼돈의 세력이란 무엇인지.

아직 신유현이 알 수 없는 정보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때 문득 신유현은 디아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초대 불사왕은 지구 차원 출신이라던데? 맞나?”

“그걸 어떻게?”

신유현의 말에 슈브는 드물게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초대 불사왕에 대한 정보는 극비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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