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67화
신유현은 니알을 상대로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니알은 회귀 후 처음 상대해 보는 마법사 타입이었다.
그리고 지구의 마법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했다.
다양한 속성의 4서클 마법을 무영창으로 연사를 해 댔으니까.
그 때문에 신유현은 니알을 상대하느라 상당히 애를 먹고 있었다.
콰콰콰쾅!
니알이 날린 4서클 마법, 파이어 랜스가 신유현을 스쳐 지나가며 대폭발을 일으켰다.
뒤이어 같은 4서클 마법 아이스 랜스가 신유현을 향해 쇄도했다.
2미터 길이의 얼음 창이 정면에서 신유현을 꿰뚫어 버릴 기세로 날아왔다.
“본 실드!”
파바밧!
분할 사고로 캐스팅을 마치고 시전한 본 실드 세 개가 신유현의 앞에 나타났다.
쾅! 쾅! 쾅!
하지만 아이스 랜스는 본 실드 세 개를 간단히 뚫어 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날아드는 기세가 줄어들었다는 사실 정도.
그 앞에서 신유현은 마검 이그니스를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화르륵!
그러자 마검 이그니스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흑염, 다크 소울 블레이즈.
파천검법(破天劍法).
일식(一式), 무명(無明).
슈아아아악!
마검 이그니스가 번개같이 아래로 내려쳐지면서 날아오는 아이스 랜스를 반으로 갈랐다.
반으로 갈라진 아이스 랜스는 세로로 두 조각이 나면서 신유현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형. 너무 끈질 건 거 아니야? 그냥 나한테 등을 맡기는 게 어때?”
니알은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신유현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다.”
[고유 스킬, 백어택]
상대가 등을 보이는 순간 거리가 얼마나 되든지 순식간에 뒤를 잡을 수 있는 니알의 스킬.
‘이 스킬은 너무 위험해.’
고유 스킬 백어택은 여러 가지 의미로 위험했다.
일단 니알에게서 도망칠 수 없었다.
등을 보이는 순간, 눈 깜짝할 사이에 등 뒤를 잡힐 테니까.
만약 게티아 중 한 명인 사냥의 신, 바르바토스가 백어택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할 정도였다.
“그럼 이제 슬슬 끝을…… 컥!”
순간 신유현에게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던 니알은 갑자기 피를 토했다.
“뭐, 뭐야?”
니알은 얼굴을 찡그리며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모양이군.”
“뭐? 그게 무슨……?”
“디버프 마법이다.”
“뭐라고?”
니알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전투를 시작하기 전, 신유현은 포이즌, 디지즈, 디케이 마법을 니알에게 걸었다.
맹독, 질병, 부패로 상대에게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히는 마법이었다.
상대의 마법 저항력이나 회복 능력이 높다면 효과를 보기 힘들지만, 장기간 전투를 할 경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전투가 길어지면 필연적으로 지칠 수밖에 없으니까.
바로 그때 디버프 마법의 진가가 발휘된다.
실제로 니알은 신유현과 장시간 전투를 벌인 탓에 상당히 지친 상황.
특히 마법을 난사한 탓에 마나 소모가 컸으며, 그로 인한 체력 소모 또한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신유현은 아니었다.
인천 던전 스탬피드 사건에서 보상으로 얻은 A급 스킬 초재생이 있었으니까.
그 차이가 결국 드러난 것이다.
“커억! 쿨럭쿨럭!”
니알은 계속해서 피를 토하더니 결국 무릎을 꿇었다.
한번 몸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하자 걷잡을 수 없었다. 체력이 떨어지면서 저항력 또한 떨어졌으니까.
“젠장! 내가 하등한 인간 따위에게!”
“이제야 본성을 드러내는 건가?”
신유현은 핏발이 선 눈으로 소리치는 니알을 바라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닥쳐!”
니알은 마나서클을 맹렬히 회전시키며 다음 공격 마법을 준비했다.
하지만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피해가 누적되어 있었기에 급속도로 몸 상태가 나빠져 갈 뿐이었다.
그럼에도 니알은 악착같이 마나서클을 돌렸다.
스스스슥!
“이것도 과연 막을 수 있을까?”
니알은 남은 마나를 쥐어짜며 최후의 마법을 준비했다.
니알의 머리 위에서 생성되기 시작하는 파이어 랜스와 아이스 랜스들.
그 숫자는 각각 15개가 넘었다.
도합 30개가 넘는 2미터 길이의 두 가지 속성의 창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죽어라!”
이윽고 파이어 랜스와 아이스 랜스들이 포탄처럼 신유현을 향해 쏘아졌다.
하지만 이미 신유현은 니알의 공격에 대비해 남은 마나를 1문에서 3문까지 차크라에서 끌어냈다.
[고유 스킬,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를 발동합니다.]
남은 마나를 집속시켜서 신체 능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스킬.
그 덕분에 어마어마한 가속 능력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실제로 신유현의 눈에는 엄청난 속도로 쏘아 내고 있는 파이어 랜스와 아이스 랜스가 멈춰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상태에서 신유현은 파이어 랜스와 아이스 랜스 사이에 달려들며 흑염이 피어오르는 마검 이그니스를 휘둘렀다.
슈카각! 슈가가가각!
마검 이그니스는 허공에 검은 궤적을 수도 없이 남기며 랜스들을 두 조각냈다.
콰콰콰콰콰콰쾅!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하얀 수증기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고 붉은 폭염이 그 뒤를 따라 흩뿌려지듯 퍼져 나갔다.
“내 승리다.”
니알은 자신이 이겼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니알의 눈에는 신유현이 파이어 랜스와 아이스 랜스 사이에서 일어난 어마어마한 폭발에 휩쓸려 죽은 것처럼 보였기에.
하지만.
투확!
하얀 수증기와 붉은 폭염 속에서 신유현이 튀어나오는 게 아닌가.
“헉?”
그 모습을 본 니알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놀라는 니알을 향해 신유현은 엄청난 속도로 마검 이그니스를 휘둘렀다.
파천검법(破天劍法).
사식(四式), 섬광(閃光).
번쩍! 스아아악!
그야말로 한 줄기 빛처럼 마검 이그니스는 검광을 빛내며 니알을 스치고 지나갔다.
툭.
“어?”
니알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머리에 돋아난 뿔이 잘리면서 바닥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크아아아아악!”
고통은 인지한 후에 찾아온다고 했던가.
바닥에 떨어진 뿔을 확인한 니알은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내 뿔이! 내 뿔이!!”
니알에게 뿔은 생명과도 같았다.
뿔을 통해 마력을 컨트롤하니까.
하지만 뿔을 잃은 지금 니알의 마나는 폭주하기 시작했다.
니알의 몸에서 검붉은색 스파크와 같은 마나가 튀어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크아아아아악!”
니알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신유현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이, 이렇게 된 이상 같이 가자!”
강렬한 마나 스파크를 내뿜으며 니알은 신유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대로 간다면 자신이 질 것 같자 과감하게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자폭할 셈인가?’
신유현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니알을 보고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마치 임계점에 다다른 것처럼 니알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마력이 터져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조만간 폭발할 터.
그나마 다행인 점은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를 발동 중이었기에 빠른 가속 능력으로 니알에게 벗어날 수 있다는 것.
“어딜 도망가!”
어마어마한 마나를 내뿜으며 니알은 절규하듯 소리쳤다.
바로 그때 신유현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주르륵 떠올랐다.
[기어 오는 혼돈의 분신체 니알이 혼신의 의지를 발동합니다.]
[기어 오는 혼돈이 폭주하고 있는 분신체를 감지합니다.]
[기어 오는 혼돈이 분신체에게 혼신의 의지를 지원합니다.]
[기어 오는 혼돈의 분신체 니알이 고유 스킬 백어택을 발동합니다.]
“미친?”
사령안과 연동하면서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한 신유현은 기가 막혔다.
기어 오는 혼돈이 니알에게 혼신의 의지를 지원하면서 고유 스킬 백어택이 발동한다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니알은 신유현을 향해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니알의 모습이 사라졌다.
“큭!”
니알이 사라지자 신유현은 이를 악물며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그곳에 광기에 물든 얼굴로 웃고 있는 니알이 보였다.
니알은 신유현을 향해 일그러진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다.
“등짝 좀 보자, 형.”
그 직후.
콰콰콰콰쾅!
신유현의 등 뒤에서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니알의 몸이 터지면서 육편이 사방으로 튀었으며 검붉은색의 마나 충격파가 폭염처럼 터져 나왔다.
잠시 후, 니알을 중심으로 터져 나온 검붉은색의 육편과 마나 충격파가 걷히면서 폭심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폭심지에는 니알도, 신유현도 없었다.
단지, 반경 2미터 정도 되는 크레이터가 생겨나 있을 뿐.
“죽는 줄 알았네.”
그때 폭심지에서 수 미터 떨어진 곳에서 신유현은 몸을 일으켰다.
폭발로 인한 충격파에 휩쓸려 튕겨 날아갔던 것이다.
니알이 폭발하기 전.
신유현은 니알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앞으로 뛰었다.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를 발동 중이었기에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릴 수 있었다.
거기에 본 실드 세 개까지 만들어 내며 폭발을 막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본 실드를 뚫고 들어온 니알의 육편을 DF코트의 공간왜곡장으로 대부분 흘려 냈다.
하지만 폭발로 인한 충격파까지는 막아 낼 수 없었기 때문에 튕겨 날아갔던 것이다.
그 때문에 폭발로 인한 피해를 어느 정도는 입을 수밖에 없었다.
‘역시 초재생 스킬은 사기구나.’
아무리 폭발을 피하고 막았어도 무사할 수 없었다.
니알이 근거리에서 자폭을 했으니까.
그 때문에 갈비뼈가 2개 정도 나갔고, 전신 타박상에 한동안은 꼼짝 없이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또한 이 초재생 스킬 덕분에 빠르게 회복을 한 것이다.
툭툭.
자리에서 일어난 신유현은 DF코트에 묻은 먼지와 지면이 박살 나면서 생긴 흙을 털어 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니알이 기다리던 방 끝에 있는 출입구를 바라봤다.
“그럼 다음 방으로 가 볼까.”
그렇게 어느 정도 몸을 회복한 신유현은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니알이 있던 방을 나간 신유현은 긴 복도를 지나 화려한 문양이 새겨져 있는 하얀 문 앞에 서 있었다.
‘여기가 마지막 방인가?’
끼이익.
신유현은 크고 무거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 내부는 굉장히 컸다.
그리고 벽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건…….”
신유현은 잠시 벽화를 바라봤다.
그곳에 비전으로 보았던 불사왕과 비슷하게 생긴 인물이 마수들과 전쟁 중인 장면이 그려져 있는 게 아닌가.
불사왕의 진영에는 세븐 아크스들과 언데드들이 있었으며, 그 뒤로 거대한 요새가 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마치 미래에서나 볼 법한 세련된 느낌의 기계적인 모습이었다. 어떻게 보면 전함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마수의 진영에는 온갖 다양한 크기의 마수들이 있었다.
마수들 너머에는 행성들이 그려져 있었는데, 행성과 비슷한 크기의 상상도 할 수 없이 거대한 존재들이 그려져 있는 게 아닌가.
행성을 촉수로 휘감고 있는 존재가 있는가 하면, 블랙홀처럼 행성을 집어삼키고 있는 존재도 있었다.
그리고 하나같이 형체가 기괴했다.
‘이건 대체 뭘 의미하는 거지?’
방 안에 그려진 벽화들을 한 차례 훑어본 신유현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벽화는 불사왕과 마수들의 싸움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리고 벽화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불사왕과 마수들은 행성에서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차원과 우주에서 싸우고 있었다.
‘마수들이 노리는 게 지구뿐만이 아닌 건가?’
벽화를 전부 둘러본 신유현은 머리가 아파 왔다.
대체 마수들은 어떤 존재인 것일까?
다행히 이 의문을 해결해 줄 존재가 있었다.
신유현은 말없이 방 중앙을 바라봤다.
그곳에 거대한 푸른색 크리스탈이 있었으며, 그 안에 아름다운 여성이 봉인되어 있었다.
바로 세븐 아크스들 중 한 명, 거문성의 지배자 슈브 라니그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