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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66화 (66/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66화

신유현이 방 한복판을 향해 나아가자 미녀들이 유혹했다.

하지만 신유현은 그녀들의 손을 뿌리치며 무시하고 지나갔다.

이루고 싶은 일이 있었으니까.

게티아 놈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해 주기 전까지는, 이런 곳에서 이렇게 뻔한 유혹에 넘어갈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신유현은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방 안을 가로질러 갔다.

다른 이들이었다면 방 안에 자욱하게 흐르는 연기에 취해 최음 효과에 빠져서 미녀들을 덮쳐야 하는 상황.

하지만 정신력 수치가 100인 신유현에게는 어림도 없었다.

그렇게 방 끝에 도착해서 문을 연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건 또 뭐지?’

문 너머에는 유혹의 방에 있던 미녀들보다 더 위험해 보이는 존재가 있었다.

“대단하네. 누나들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남자는 없을 줄 알았는데.”

유혹의 방 너머에 하나 더 있는 넓고 큰 방.

그 중심에 중성적이고 인간 같지 않은 외모를 가진 소년이 한 명 있었다.

하얀 목까지 내려오는 화사하게 빛나는 금색 머리카락과 나른한 느낌의 자색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소년이었다.

성별을 초월하는 아름다운 외모와 퇴폐적인 분위기가 풍겨 왔다.

“형은 이쪽이 취향이야?”

소년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성은 물론 남성조차 한 번에 녹아 버릴 것 같은 뇌쇄적인 미소였다.

하지만 신유현의 눈에는 소년의 탈을 쓴 무언가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넌 누구냐? 슈브는 어디에 있지?

“슈브 누나를 찾으러 온 거야? 내 말을 들어 주면 금방 찾아줄게.”

“뭘 원하지?”

“형이 가진 욕망.”

소년은 입술을 혀로 핥으며 말했다.

인간은 누구나 욕망을 가지고 있다.

색욕, 탐욕, 식욕, 재물욕, 명예욕, 수면욕 등등.

그중에서 소년은 신유현에게서 색욕을 끌어내기 위해 탐색을 시작했다.

“내 노예가 되면 형이 원하는 여자들을 얼마든지 줄게. 아니면 나를 마음대로 해도 되고.”

소년은 상냥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신유현을 바라봤다.

하지만.

“헛소리는 자면서 해라.”

신유현은 코웃음을 쳤다.

소년의 시도는 눈곱만큼도 먹히지 않았다.

“왜? 내가 싫은 거야?”

소년은 토라진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조차 사랑스러워 보였다.

어지간한 초인이었으면 소년의 외모에 넘어갔을 터.

그뿐만이 아니라 지금 소년은 신유현을 유혹하면서 페로몬을 내뿜고 있었다.

상대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최음 효과까지 내는 달콤한 향기였다.

조금 전 신유현이 지나온 유혹의 방에 있던 미약 연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농후한 향.

하지만 신유현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슈브가 어디에 있는지 말해라.”

스르릉.

신유현은 허리에 차고 있던 마검 이그니스를 뽑아 들며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카, 칼은 왜 꺼내고 그래?”

소년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애처로운 모습에 다른 초인이었다면 당장 머리를 박으며 사과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신유현은 묵묵히 소년을 향해 이그니스를 겨눴다.

“왜 이래?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소년은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확실히 소년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신유현과 대화를 나누며 유혹을 하려고 했을 뿐이니까.

하지만.

“그래, 아무 짓도 안 했지. 아직은.”

파천검법(破天劍法).

사식(四式), 섬광(閃光).

번쩍!

순간 붉은 검광이 빛나더니 붉은 궤적이 허공을 가르며 소년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 순간 소년은 오른쪽 손바닥을 내뻗었다.

까앙!

그러자 소년의 손바닥에서 마력 역장이 생기면서 신유현의 공격을 막아 냈다.

“어떻게 알았지?”

소년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 말에 신유현은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놈 주위에 원혼들이 들러붙어 있으니까.”

4성이 되면서 개방된 새로운 고유 특성, 사령술(SSS).

사령술 또한 불사왕의 가호와 마찬가지로 고유 스킬 세 개가 기록되어 있었다.

[퍼스트 스킬, 사령안]

-상대에게 붙어 있는 원혼들을 볼 수 있으며, 상대의 정보를 파악한다.

[세컨드 스킬, 원혼 소환]

-시간을 넘어서 상대에게 억울하게 죽은 원혼을 소환한다.

[서드 스킬, 원혼의 복수]

-살해당한 원혼이 상대에게 자신의 죽음을 추체험시킨다.

고유 특성 사령술 또한 불사왕의 사기적인 권능 중 하나였다.

무려 SSS등급이었으니까.

그리고 사령술에 기록된 스킬들은 셋 다 S급이었다.

거기다 사령안은 다른 초인의 능력치나 스킬까지 파악이 가능했다.

그것만으로도 사기적인데, 상대가 죽인 원혼들을 소환하고 살해당한 원혼들이 복수를 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원혼의 복수가 가장 대박이지.’

서드 스킬, 원혼의 복수.

살해당한 원혼들이 원수에게 죽을 때의 상황을 생생하게 경험시켜 준다.

예를 들어 열 명을 죽인 연쇄살인마에게 스킬을 발동하면, 10번의 죽음을 경험하게 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게티아들에게 당한 만큼 철저하게 대가를 치르게 해 주며 복수를 하려고 하는 신유현에게는 유용한 스킬이 아닐 수 없었다.

‘대체 게티아 놈들은 몇 번의 죽음을 경험하게 될까?’

지구에 오기 전에도 게티아 놈들이 멸망시킨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신유현은 알고 있었다.

게티아들이 죽인 존재들의 원혼들이 얼마나 많을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게티아 한 놈이 죽인 생명체들의 숫자는 최소 억 단위는 될 테지.

그에 비하면 눈앞에 있는 소년은 새 발의 피였다.

지금 신유현의 눈에 보이는, 소년에게 붙은 원혼들의 숫자는 고작 수백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대체 무슨 짓을 해 온 거냐?”

게티아 놈들에 비하면 별것 아닌 숫자지만, 수백의 원혼들이 붙어 있은 소년 또한 방심할 수 없는 존재였다.

“네놈이 알 필요는 없지!”

더 이상 정체를 숨길 수 없다고 판단한 모양인지 소년은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우득! 우드득!

소년의 몸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머리에는 소와 같은 뿔이 돋아났으며 등에는 피막으로 이루어진 날개가 생겨났다.

외모적으로는 여전히 소년의 모습이었다.

다만, 뿔과 날개가 생겨난 형상은 악마와 다름없었다.

중성적인 미소년에서 소악마 같은 모습으로 변한 것이다.

얼굴 표정도 조금 전에는 장난스러웠다면, 지금은 오만해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년에게서 어마어마한 위압감의 마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4성 기어 오는 혼돈의 분신체, 니알>

“분신체? 마수는 아닌가?”

“마수? 날 그런 하등한 인공 생명체라고 생각하면 곤란한데?”

신유현의 말에 기어 오는 혼돈의 분신체, 니알은 입가에 비웃음을 지었다.

그 말에 신유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인공 생명체라고?’

마수가 인공 생명체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인 걸까?

“네놈이 알고 있는 걸 전부 말해라.”

“형이 나를 받아 주면 이야기해 줄게.

니알은 혀로 입술을 핥으며 답했다.

“말할 생각이 없나 보군.”

그렇다면 말할 생각이 들도록 만들어 주면 될 터.

“형이 나랑 놀아 주려고 할 줄은 몰랐네.”

“형이라고 부르지 마라. 난 너 같은 악마를 동생으로 둔 적 없다.”

“어차피 내 형이 될 거니까 상관없지 않아? 아니면 내 장난감이 되고 싶은 거야?”

“미친놈.”

신유현은 마검 이그니스를 고쳐 잡으며 니알을 노려봤다.

확실히 니알은 마수와 다른 이질감이 느껴졌다.

훨씬 더 치명적이고 위험했다.

그리고 던전의 붉은 달이나 마수보다도 더 기분이 나빴다.

“포이즌, 디케이, 디지즈.”

신유현은 조금 전부터 분할 사고로 캐스팅하던 불사왕의 마법을 시전하며 니알에게 걸었다.

4성이 되면서 개발된 새로운 불사왕의 일반 마법들이었다.

세 가지 마법의 특징은 상대에게 지속적으로 도트딜을 줄 수 있었다.

단시간에 큰 피해를 주는 건 아니지만, 장시간 전투를 벌일 때 피해를 지속적으로 줄 수 있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었다.

“쓸데없는 짓을 하네. 마법은 이렇게 쓰는 거야.”

신유현이 마법을 걸자 니알은 손을 들어 올렸다.

화륵! 화르륵!

그러자 순식간에 니알의 머리 위 상공에서 붉은 화염의 구체 세 개가 나타나는 게 아닌가.

“무영창이라고?”

신유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니알을 노려봤다.

신유현조차 분할 사고로 캐스팅을 하고 나서야 불사왕의 마법을 구현해 냈다.

그런데 니알은 4성, 즉 4서클 마법사라는 소리였다.

그런데 설마 무영창으로 3서클 마법 파이어 볼을 구현해 낼 줄이야.

지구에 존재하는 4서클 마법사들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적어도 6서클은 되어야 무영창이나 멀티 캐스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유현은 재빨리 옆으로 움직였다.

“어딜 도망가!”

슈아아아악!

옆으로 뛰기 시작하는 신유현을 향해 세 개의 파이어 볼이 날아들었다.

쾅! 콰쾅!

신유현의 주변에 쇄도한 파이어 볼은 지면과 격돌하면서 폭발했다.

그 때문에 폭염과 충격파가 터져 나왔지만 신유현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

폭발 범위에서 벗어났으니까.

“생각보다 빠르네.”

스스슥!

그렇게 말한 니알은 이미 4서클 마법을 준비 중이었다.

니알의 앞에 얼음으로 이루어진 탄환들이 원을 그리며 생성되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스 불렛.”

4서클 얼음 속성 공격 마법.

파바바바밧!

얼음덩어리들이 마치 기관총처럼 신유현을 향해 쏘아졌다.

하지만 아이스 불렛은 니알을 중심으로 원을 그릴 뿐, 달리고 있는 신유현에게 맞지 않았다.

강체술을 발동한 데다가 파천신법을 펼치고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퉁! 퉁퉁!

남연아가 선물한 디스토션 필드 코트 또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DF코트의 공간왜곡장 덕분에 아이스 불렛의 얼음덩어리들을 거의 대부분 흘려 냈으니까.

그 덕분에 신유현은 최소한의 마나 소모로 아이스 불렛을 피할 수 있었다.

“왜 이렇게 안 맞는 거야?”

니알은 눈살을 찌푸렸다.

공격 마법을 연사하면서 신유현을 밀어붙이고 있었지만 유효타를 하나도 내지 못했다.

그 때문에 초조함이 조금씩 생겨났다.

화르륵!

순간 니알의 양손에 신유현의 몸 크기만 한 파이어 볼이 생성되었다.

스팟!

이윽고 파이어 볼 두 대가 날아왔다.

그리고 그것을 본 신유현은 한시도 지체 없이 니알을 향해 몸을 돌렸다.

“파이어 볼을 정면에서 받아칠 생각이야? 그냥 나한테 등짝을 보이는 게 나을 텐데?”

니알은 뜨거운 눈으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니알에게는 특수한 스킬이 하나 있었다. 상대가 등을 보이는 순간 발동하는 고유 스킬이었다.

하지만 이미 신유현은 사령안으로 니알에게 특수한 고유 스킬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니알을 무시하며 흑염이 불타오르는 마검 이그니스를 휘둘렀다.

파천검법(破天劍法).

삼식(三式), 격멸(擊滅).

파앙!

마검 이그니스에서 터져 나온 충격파가 파이어 볼 하나를 튕겨 날려 버렸다.

그리고 나머지 파이어 볼은 충격파와 함께 터져 나온 흑염이 역으로 집어삼켜 버렸다.

단 일검에 파이어 볼 두 개가 무력화된 것이다.

“마, 말도 안…….”

그 모습을 본 니알은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말도 채 끝맺지 못했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신유현이 바로 눈앞까지 다가왔기 때문이다.

니알은 재빨리 양손을 앞으로 내밀며 마나역장을 전개했다.

파천검법(破天劍法).

사식(四式), 섬광(閃光).

그 직후 니알이 펼친 마나역장 앞에 흑염이 피어오르는 마검 이그니스가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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