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63화
어마어마한 수의 검격이 한 번에 트리스탄을 향해 쏟아졌다.
파천검법 4초식 섬광은 엄청난 스피드로 상대에게 참격을 날린다.
그런데 그걸 제로 포인트 브레이크를 발동한 상태에서 날렸다.
찰나와 같은 1초 동안 무한에 가깝게 날려진 참격.
무한연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일격 하나하나에는 이를 악물고 반드시 트리스탄을 쓰러트리겠다는 신유현의 살의가 깃들어 있었다.
털썩.
멈춰진 시간 속에서 무한에 가까운 참격을 당한 트리스탄은 무릎을 꿇었다.
트리스탄의 상태는 너덜너덜했다.
강력한 적색 마투기로 보호받고 있던 푸른 비늘은 제거되어 속살이 드러나 있었고, 전신이 푸른색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으니까.
“커헉!”
신유현 또한 역류하는 피를 토하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고유 스킬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는 양날의 검이었다.
어마어마한 위력을 사용자에게 부여하지만 그로 인한 반동 또한 컸다.
하물며 세컨드 모드인 제로 포인트 브레이크의 반동은 상상을 초월할 터.
하지만 상대를 반드시 처치해야 할 때라면 부작용이 있어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리미트 오버가 아니었으면 쓰러트리기 힘들었을 테지.’
회귀 후, 신유현은 리미트 오버 덕분에 유니크 보스를 쓰러트릴 수 있었다.
차크라 스텟과 리미트 오버가 없었다면 상당히 고전했을 것이다.
하지만 반동이 컸기 때문에 신유현은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었다.
차크라 또한 텅 빈 상황.
그 때문에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4성 네임드 유니크 보스 트리스탄이 페이즈2 모드 심해왕을 발동합니다.]
“페이즈2라고?”
순간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에 신유현은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페이즈2 모드가 가능한 보스 마수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네임드 유니크 마수 이자르에 이어 트리스탄까지 페이즈2 모드가 있었을 줄이야.
‘네임드 유니크 보스들은 전부 페이즈2까지 있는 건가?’
아무리 미래의 일을 경험했다고 하나 신유현이 모든 걸 알고 있진 않았다.
애초에 유니크 마수는 조우할 확률이 굉장히 낮았다.
오히려 신유현이 유니크 마수와 자주 만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이상했다.
[4성 네임드 유니크 보스 트리스탄이 페이즈2 심해왕의 효과로 빈사에서 회복합니다.]
순식간에 푸른 비늘이 재생성되고 어느 정도 생명력과 마나를 회복한 트리스탄이 눈을 떴다.
“유감이군, 인간. 심해왕은 죽지 않는다. 단, 한 번 죽음에서 돌아올 수 있지.”
심해왕 트리스탄은 이를 드러내며 신유현을 비웃었다.
조금 전 신유현이 전력을 다한 무한연참으로 트리스탄은 죽었다.
하지만 트리스탄이 가진 페이즈2 모드 심해왕의 효과로 죽음에서 돌아온 것이다.
“네놈은 이제 한계인 모양이구나.”
트리스탄은 이를 드러냈다.
확실히 지금 신유현은 모든 것을 하얗게 불태운 상황이었다.
더 이상의 체력도, 마나도 없는 상황.
“글쎄. 과연 그럴까?”
하지만 신유현은 트리스탄의 비웃는 말에 웃음을 흘렸다.
그 순간.
팟!
신유현의 몸에서 찬란한 황금빛이 흘러나오는 게 아닌가.
[어둠의 성소녀 디아가 고유 스킬 성녀의 기도(S)를 발동합니다.]
“일어나세영, 마스터!”
디아가 완전회복 스킬인 성녀의 기도를 신유현에게 건 것이다.
따스한 황금빛 속에서 신유현은 포근하고 편안함을 느꼈다.
잠깐 사이에 체력과 마나를 완전회복한 신유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하루 종일이라도 싸울 수 있으니까.”
“썩을 놈.”
트리스탄은 눈살을 찌푸렸다.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자신에게 상황이 불리하다고.
페이즈2 심해왕의 효과는 죽음을 한 번 회피해 주고, 죽지 않을 정도로만 체력과 마나를 회복시켜 준다.
사실 죽음을 한 번 회피시켜 주는 능력만 해도 사기적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단지 그뿐인 이야기였다.
현재 신유현은 완전회복이 된 상태였으니까.
트리톤 마수들이 아무리 달려들어도 신유현을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아직 신유현에게는 비장의 수단이 남아 있었다.
“케이론.”
부우우우웅!
공기를 진동시키는 날갯짓 소리.
어느 틈엔가 신유현의 머리 위로 헤카톤 비틀 케이론이 나타났다.
지금까지 케이론은 3성 중간 보스 트리톤 챔피언을 쓰러트린 후, 마수들을 쓰러트리고 있었다.
케이론이 없었다면 스켈레톤 솔저들은 훨씬 더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었을 테고, 신유현이 트리스탄과 싸울 시간조차 벌지 못했을 것이다.
“네놈들은 어디서 오는 것이냐? 왜 우리를 노리는 거지?”
마지막으로 공격을 하기 전에 신유현은 질문을 던졌다.
그 말에 트리스탄은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답했다.
“우리들은 혼돈에서 왔다. 모든 것은 혼돈을 위해서지.”
트리스탄은 구체적인 대답을 해 주지 않았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을 뿐.
하지만 애초에 신유현은 트리스탄이 제대로 대답해 주지 않을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이전 삶에서도 지성을 가진 유니크 마수에게 인류가 질문을 던진 일이 있었다.
지성을 가진 유니크 마수를 포획하거나 전투 중에 정보를 알아내려는 시도를 한 적이 있었던 것이다.
과거에서도, 현재에서도, 미래에서도.
그때마다 유니크 마수들은 혼돈을 이야기했다.
“혼돈이 무엇인지 말해 줄 수 없나?”
“네놈이 들어도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면 감당할 수 있을까? 그르륵!”
신유현의 물음에 트리스탄은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항상 이런 식이었다.
혼돈에 대해 물어보면 유니크 마수들은 제대로 답해 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인류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지성을 가진 유니크 마수를 연구하며 대답을 들으려고 했다.
그 결과.
‘대규모 던전 스탬피드 사태가 일어났다고 했었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정보였지만 신유현은 마리아에게 들었다.
특정 유니크 마수는 스탬피드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이다.
현재 신유현이 알고 있는 거의 모든 정보들은 헌터 협회나 유럽의 마녀 마리아를 통해 들은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할 생각이 없다면 살려 둘 필요가 없지.”
신유현은 차가운 눈으로 트리스탄을 노려봤다.
마수는 인류의 적.
현재 삶에서도, 이전 삶에서도.
마수들에게 희생당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어마어마했으니까.
“우리들의 먹잇감 주제에!”
트리스탄은 신유현을 노려보며 붉은 마투기를 양손에 피워 올렸다.
쌔애애액!
그때 케이론이 날카로운 창과 같은 뿔을 앞세우고 트리스탄을 향해 날아들었다.
콰앙!
붉은 마투기가 선명하게 피어오르는 트리스탄의 양손과 케이론의 뿔이 충돌했다.
놀랍게도 트리스탄은 케이론의 돌진을 양손으로 막아 냈다.
비록 백사장을 끌면서 수십 미터 이상 뒤로 밀려나긴 했지만 돌진을 막아 낸 것이다.
그 상태에서 트리스탄과 케이론은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그때.
키이이잉!
콰가가가가가각!
케이론의 뿔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그러자 트리스탄은 비명을 내질렀다.
회전하는 뿔 때문에 손바닥이 불타오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트리스탄은 케이론의 뿔을 놓지 않았다.
“내가 여기서 죽을 것 같으냐!”
트리스탄은 붉은 귀기와도 같은 안광을 피워 올렸다.
그 순간.
[3성 네임드 유니크 보스 트리스탄이 페이즈3 버서커 모드로 이행합니다.]
“페이즈3라고?”
페이즈2까지만 있을 줄 알았던 신유현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페이즈가 3까지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트리스탄의 생명력이 깎여 나가면서 얼마 남지 않자 페이즈3 모드가 발동한 모양이었다.
그건 달리 말하면 지금 트리스탄 또한 한계라는 소리였다.
실제로 버서커 모드는 이성을 날려 버리고 오로지 살기 위한 생존 본능만으로 싸운다.
회광반조와도 같은 능력.
남은 생명력을 불태우면서 압도적인 신체 능력을 손에 넣는 방법이니까.
“크아아아아아!”
트리스탄은 괴성을 내지르며 회전하고 있는 뿔을 팔 전체로 꽉 움켜쥐며 케이론을 집어던지려고 했다.
그러자 믿기지 않게도 케이론의 거구가 조금씩 들썩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케이론, 초진동파다.”
아무리 페이즈3 모드가 되었다고 해도 어림 없는 일이었다.
즈즈즈증!
신유현의 명령에 케이론의 뿔에서 발생한 초진동파가 폭발하듯 트리스탄을 덮쳤다.
붉은 마투기와 푸른 비늘로 보호를 받고 있는 트리스탄이라고 해도 초진동파의 공격을 막아 낼 수는 없었다.
케이론이 발생시킨 초진동파는 지속적으로 트리스탄의 내부를 파괴했다.
콰아아아앙!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충격파가 발생하면서 트리스탄을 뒤로 날려 버렸다.
수 미터나 밀려 버린 트리스탄.
크르르르륵!
하지만 그럼에도 트리스탄은 쓰러지지 않았다.
초진동파를 버텨 낸 것이다.
그리고 이성을 잃은 붉은 눈을 빛내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크라라라라락!
트리스탄은 기괴한 괴성을 지르더니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투둑투둑 하는 소리와 함께 몸집이 조금씩 거대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최후의 발악이었다.
하지만 신유현은 고개를 흔들었다.
“쓸데없는 발악을 하는군.”
신유현은 주변을 둘러봤다.
트리스탄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사이 상황은 종료되어 있었다.
[축하합니다. 3성 마수 트리톤 엘리트를 처치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3성 마수 트리톤…….]
신유현의 눈앞에 3성 마수 트리톤 군세를 처치했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수도 없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주변에 남은 건, 100마리가 넘는 스켈레톤 솔저들뿐.
분할 사고를 활용하면서 트리톤 마수의 시체들을 제물로 계속 소환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라.”
덜그럭덜그럭.
신유현의 명령에 스켈레톤 솔저들이 트리스탄을 향해 달려들었다.
크롸롸롸롹!
100마리가 넘는 스켈레톤 솔저들이 달려들자 트리스탄은 괴성을 지르며 팔을 휘둘렀다.
그 공격에 스켈레톤 솔저들 몇 마리가 나가떨어졌지만, 그보다 더 많은 수가 다시 달려들었다.
그렇게 스켈레톤 솔저들이 빼곡하게 트리스탄을 둘러싼 그때.
따악.
신유현은 손가락을 튕기며 마법을 하나 시전했다.
“본 익스플로전.”
콰콰콰콰콰콰콰콰쾅!
이윽고 어마어마한 폭발이 인천 해안가 백사장에서 일어났다.
* * *
본 익스플로전으로 스켈레톤 솔저 수십 마리를 폭사한 끝에 4성 네임드 유니크 보스 트리스탄을 쓰러트렸다.
그 이후에는 다크 소울 이터로 소울 포인트를 획득하고, 트리톤 마수들의 시체를 제물로 3성 스켈레톤 솔저들을 다시 추가 보충했다.
이제 스켈레톤 솔저들의 숫자는 총 100마리였다.
이 정도 숫자는 까망이의 그림자 보관 스킬로 충분히 수송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전투에서 그림자 보관 스킬의 숙련도가 상당히 오르면서 C급에 근접해졌다.
까망이가 3성 마수 트리톤들이 떨군 마정석들을 꼬물꼬물 기어 다니면서 주워 먹었기 때문이다. 조만간 C급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4성 네임드 유니크 마수 트리스탄을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40 소울 포인트와 4성 마정석, 그리고 랜덤 보물 상자를 획득합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혼자서 3성 트리톤 스탬피드를 막아 냈습니다. 당신은 놀라운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특별 보상으로 A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