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62화
<4성 네임드 유니크 보스, 심해왕 트리스탄>
트리톤 마수들의 군세를 이끌고 신유현의 눈앞에 나타난 존재는 다름 아닌 4성 유니크 보스였다.
‘유니크 보스라고?’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전 삶에서 인천 스탬피드 사건 때 유니크 보스가 등장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었으니까.
거기다 무려 4성이지 않은가.
“혼자서 내 군세를 막다니 제법이군, 인간.”
심해왕 트리스탄은 알 수 없는 언어로 말을 했지만 머릿속에서 바로 번역이 되어 들렸다.
마치 텔레파시처럼.
“심해왕이라니 네놈은 대체……!”
신유현은 4성 유니크 보스 심해왕 트리스탄을 바라봤다.
전체적인 생김새는 챔피언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푸른 비늘이 덮여 있는 근육질의 몸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보스치고는 챔피언보다 작은 2미터 정도였으며 무기는 들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얼굴이 인간에 가까웠다.
“나는 바다를 지배하는 자. 네놈이 살고 있는 육지를 정복해 주마.”
심해왕 트리스탄은 신유현을 비웃으며 말했다.
그 직후 트리스탄은 신유현을 향해 파고들더니 보디 블로우와 같은 훅을 날렸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신유현은 본능적으로 파천신법을 펼쳤다.
파천신법(破天迅法).
두 번째 걸음, 전광석화(電光石火).
신유현은 흐릿한 잔상을 남기며 뒤로 물러났다.
파앙!
공기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트리스탄의 훅이 신유현의 잔상을 날려 버렸다.
“빠르구나, 인간!”
트리스탄은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다시 신유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어서 엄청난 속도로 내질러지는 트리스탄의 푸른 권격.
수도 없이 쏟아지는 푸른 연격을 신유현은 마검 이그니스로 막아 냈다.
깡! 까가가강!
맨주먹과 검이 부딪치는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둔탁한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 공격을 막는 것이냐!”
트리스탄은 유쾌한 듯 소리쳤다.
그리고 신유현은 트리스탄의 공격을 강하게 튕겨 내면서 뒤로 물러나 거리를 뒀다.
‘단단하네.’
신유현은 속으로 혀를 찼다.
트리스탄은 맨손으로 마검 이그니스의 공격을 받아쳤다.
트리스탄의 손을 감싸고 있는 마투기 때문이었다.
기본적으로 마수들은 현대 병기가 통하지 않는다.
마수들을 보호하는 마투기 때문에.
그래서 마법이나 오러에 의한 공격이 아니면 피해를 입힐 수 없었다.
그마저도 마투기를 강하게 두른 상대라면 피해를 주기 힘들었다.
대표적으로 4성 유니크 보스였던 이자르와 지금 눈앞에 있는 트리스탄이 좋은 예시였다.
유니크 보스들은 일반 보스들보다 더 강한 편이었다.
특히 트리스탄은 흑염으로 인해 지속적인 피해를 입고 있을 텐데도 여유로웠다.
“이것도 한번 막을 수 있으면 막아 봐라!”
트리스탄은 오른손을 뒤로 크게 젖혔다.
키이잉.
그러자 오른손에 붉은 마투기가 선명하게 맺히는 모습이 보였다.
그것을 본 신유현은 재빨리 분할 사고를 발동했다.
자세를 낮추고 파천검법의 초식을 전개할 준비를 하는 한편, 불사왕의 방어 마법인 본 실드를 시전한 것이다.
팟! 팟! 팟!
신유현을 중심으로 푸른 마법진이 전개되면서 전방에 3개의 본 실드가 차례대로 나타났다.
그 직후.
파앙!
공기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트리스탄이 돌진해 왔다.
스트라이크 러시 임팩트!
쾅! 쾅! 쾅!
트리스탄이 돌진하면서 붉은 마투기가 피어오르는 주먹을 내지르자, 그 강렬한 공격에 본 실드 세 개가 차례대로 깨져 나갔다.
그리고 마지막 본 실드가 박살 나던 찰나.
“격멸.”
트리스탄의 머리 위에서 신유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트리스탄은 재빨리 고개를 치켜올렸다.
사람 크기만 한 본 실드로 시야를 가리고 자신의 머리 위로 도약했다고 순간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
고개를 치켜든 트리스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머리 위에 있을 거라 생각한 신유현이 없었으니까.
그곳에 있는 건 입만 있는 검은 구체에 박쥐 날개가 달린 귀여운 생명체뿐.
디아의 서포터 마법 디코이였다.
신유현이 분할 사고로 디아에게 타이밍에 맞춰서 디코이 마법을 써 달라고 의식 공유를 한 것이다.
뒤늦게 트리스탄이 신유현을 찾기 위해 고개를 내린 순간.
파천검법(破天劍法).
삼식(三式), 격멸(擊滅).
트리스탄을 향해 흑염이 피어오르는 마검 이그니스가 쇄도했다.
콰앙!
트리스탄의 옆구리에 깨끗하게 들어간 일격.
신유현과 트리스탄을 중심으로 충격파가 터지면서 백사장의 모래가 사방으로 확 퍼져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모래가 가라앉으며 신유현과 트리스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걸 막네?”
신유현은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완벽하게 기습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트리스탄은 왼쪽 옆구리를 노리고 쇄도한 마검 이그니스를 오른손을 뻗어 막아 냈던 것이다.
놀라운 반사 신경이 아닐 수 없었다.
“방금 전은 나도 놀랐다. 페이크를 쓸 줄이야. 이제 두 번 당할 일은 없겠지.”
트리스탄은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글쎄.”
그 말에 신유현은 웃어 보였다.
불사왕의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한 덕분에 공격의 베리에이션이 생각보다 훨씬 넓어져 있었으니까.
그리고.
깡! 까가가가강!
서로 주먹과 마검을 마주 대고 있던 트리스탄과 신유현은 공방전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흑염이 피어오르는 마검 이그니스가 허공에 수많은 검은 궤적을 그렸고, 트리스탄 또한 적색 마투기를 감싼 주먹으로 푸른 궤적을 그렸다.
캉캉캉!
검은 궤적과 푸른 궤적이 맞부딪칠 때마다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었다.
눈에 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공방전을 벌이며 신유현은 분할 사고로 트리스탄의 틈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트리스탄은 네임드 유니크 보스답게 강한 존재였다.
몸에 두르고 있는 적색과 청색의 궤적이 흑염을 상쇄시키고 있었으며, 그럼에도 계속 되는 공격에 푸른 비늘이 떨어져 나가면 순식간에 재생성되었다.
아무래도 초재생이나 초회복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역시 네임드 유니크 보스로군.’
신유현은 이를 악물었다.
체감상 이자르보다 강하게 느껴졌다.
이자르에 못지않은 힘과 속도에 초회복 능력까지.
그리고 방어력도 상당히 높았다.
실제로 트리스탄은 이자르보다 한 단계 높은 4성 중급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신유현 또한 이자르와 전투를 벌인 이후 강해져 있는 상황.
차크라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신체 능력 또한 상당히 올라 있었다.
그 덕분에 트리스탄을 상대로 혼자서 대등하게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분할 사고 또한 전투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
빠르게 공방전을 벌이는 한편, 트리스탄의 틈을 찾아볼 수 있었으니까.
‘상황은 좋지 않네.’
분할 사고로 두 개의 의식을 가진 신유현은 트리스탄의 틈을 찾다가 전장을 둘러봤다.
트리스탄이 이끌고 온 200마리의 트리톤 정예병들은 스켈레톤 솔저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트리톤 솔저와는 차원이 다르게 강한 탓에 스켈레톤 솔저들과 실력적으로 별 차이가 없는 데다가, 스켈레톤 솔저들이 숫자에서 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트리톤들은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레인저도 있었기에 화살 공격도 주의해야 했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숫자지.’
디아가 고양이 춤으로 버프를 걸면서 지휘를 하고 있었지만 숫자에서 너무 밀렸다.
저쪽은 2배가 넘었으니까.
그 때문에 신유현은 트리스탄을 상대하는 한편, 트리톤 마수의 시체들을 계속해서 제물로 바쳐 가며 스켈레톤 솔저들을 소환하며 전황을 유지했다.
“재미있는 인간이군. 감히 나와 싸우면서 딴짓까지 하는 것이냐?”
트리스탄은 신유현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렇기에 더욱 맹렬하게 폭풍처럼 연격을 날리며 공격을 해 댔다.
“큭.”
점점 더 빨라지고 위력이 높아져 가는 트리스탄의 연격에 신유현은 이를 악물고 마검 이그니스를 휘둘렀다.
채채채채챙!
서로 공방전을 벌일 때마다 날카로운 쇳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지며 불꽃이 튀었다.
스스슥!
그 와중에 신유현은 분할 사고를 사용하여 트리스탄의 머리 위로 본 스피어 세 개를 만들어 냈다.
잠시 후 각기 다른 세 방향에서 본 스피어들이 트리스탄을 향해 쇄도했다.
“잔재주를 피우는군.”
자신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는 본 스피어를 확인한 트리스탄은 등과 어깨에 돋아나 있는 촉수들을 쭉 뻗어 냈다.
촉수들은 본 스피어들을 후려치면서 궤도를 꺾었다.
그 순간.
덜그럭덜그럭.
트리스탄의 뒤쪽 그림자 속에서 푸른 안광을 빛내는 스켈레톤 솔저 세 마리가 솟구치며 나타났다.
트리스탄을 상대하는 사이, 신유현이 까망이와 스켈레톤 솔저들에게 명령을 내려서 뒤를 잡은 것이다.
정면에서는 신유현이, 머리 위로는 본 스피어 세 개가 트리스탄의 정신을 흔들고 있는 사이 스켈레톤 솔저들은 푸른 등판을 향해 본 소드를 휘둘렀다.
티티팅!
하지만 트리스탄의 등을 완전히 뒤덮고 있는 푸른 비늘은 스켈레톤 솔저들의 본 소드로 뚫기에는 너무 단단했다.
거기에 전신을 두르고 있는 마투기도 있었으니까.
‘지금이다!’
그래도 트리스탄의 틈을 만들어 내기에는 충분했다.
[고유 스킬,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를 발동합니다. 남은 지속 시간 1분.]
순간적으로 신유현에게서 마나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는 남은 마나를 전부 불태워서 강체술을 아득하게 뛰어넘는 신체 강화 스킬이다.
그 때문에 발동 지속 시간이 짧다는 단점이 있지만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트리톤 마수들과 챔피언을 상대하고 스켈레톤 솔저들을 소환까지 하였기에 마나 소모가 어마어마했다.
만약 기력이나 마력 스텟이었으면 진작에 마나가 바닥났을 것이다.
하지만 마나하트를 복용한 덕분에 마나 양이 늘어났으며, 차크라 스텟 덕분에 동급의 다른 초인들보다 훨씬 더 많은 마나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신유현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1분뿐이었다.
그러나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의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까앙!
신유현은 단숨에 트리스탄의 양팔을 좌우로 쳐 내어 버렸다.
“어?”
그러자 순식간에 목과 가슴이 훤히 드러난 트리스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신유현의 기세가 변하는가 싶더니 어마어마한 힘과 속도로 자신을 압도했으니까.
촤르륵!
그뿐만이 아니다.
갑자기 트리스탄의 발밑에서 흑염으로 이루어진 사슬이 치솟아 오르더니 손과 발을 묶고 잡아당겼다.
신유현이 불사왕의 가호 서드 스킬, 다크 소울 체인을 발동한 것이다.
그 때문에 트리스탄은 꼼짝없이 허공에 묶였다.
그 상태에서 신유현은 파천검법의 초식을 펼치기 시작했다.
까가가강! 쾅쾅!
무명에 이어 파쇄, 격멸까지.
그리고.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의 세컨드 모드, 제로 포인트 브레이크 발동.]
신유현은 숨겨 둔 비장의 카드 중 하나를 꺼내 들었다.
세컨드 모드, 제로 포인트 브레이크는 정신력이 100이어야 발동할 수 있다.
그리고 가지고 있는 마나를 더더욱 압축해서 위력을 올릴 수 있었다.
[남은 시간 1초.]
그만큼 지속 시간은 훨씬 짧아지지만.
‘1초면 충분해.’
세컨드 모드의 발동으로 신유현의 의식이 가속했다.
그러자 신유현은 세상이 정지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파천검법(破天劍法).
사식(四式), 섬광(閃光).
지금까지 마나가 부족해서 사용하지 않았던 4초식이 회귀 후 처음으로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