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61화
“드디어 움직이는 건가?”
신유현은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챔피언을 바라봤다.
챔피언의 생김새는 다른 트리톤 마수들과 다를 바 없었다.
다만 마초스러운 근육과 전신을 가득 뒤덮고 있는 푸른 비늘, 그리고 도끼와 창을 하나로 합친 것 같은 대형 미늘창을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트리톤 챔피언은 하얀 달빛 아래에서 붉은 안광을 빛내며 스켈레톤 솔저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3미터에 가까운 미늘창을 빙글빙글 돌리더니 스켈레톤 무리들이 있는 중심부를 향해 내려쳤다.
부우웅! 콰아아아앙!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터지면서 사방으로 비산하는 하얀 모래들.
하얀 모래를 머금은 충격파는 주변에 있던 스켈레톤 솔저들과 트리톤 솔저들을 모두 휩쓸어 버렸다.
그 때문에 수십 마리의 솔저들이 비명을 지르며 튕겨 날아갔다.
잠시 후, 치솟아 오른 모래가 가라앉으며 챔피언이 있는 장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워어어얽!
챔피언을 중심으로 반경 3미터 이상 크기를 가진 크레이터가 생겨나 있었으며 주변은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
화르륵!
그리고 미늘창을 들고 포효하고 있는 챔피언의 등 뒤로 흑염이 피어올랐다.
어느 틈엔가 챔피언의 등 뒤를 향해 다가간 신유현이 흑염이 타오르는 마검 이그니스를 내려치고 있었으니까.
파천검법(破天劍法).
삼식(三式), 격멸(擊滅).
콰아아아앙!
둔탁한 쇳소리와 함께 충격파가 터져 나오면서 트리톤 챔피언은 백사장을 길게 끌며 밀려났다.
그사이, 공중에서 몸을 돌며 백사장에 착지한 신유현은 고개를 치켜들고 챔피언을 바라봤다.
콰앙! 콰가가가각!
뒤로 밀려나던 챔피언은 백사장에 미늘창을 박아 넣었고, 몇 미터 지나지 않아 곧 멈춰 섰다.
“터프한 놈이네.”
그 모습에 신유현은 미소를 지었다.
손맛이 느껴지는 놈이었으니까.
그워어어어!
그리고 등 뒤를 공격당한 트리톤 챔피언은 격노한 표정으로 포효하며 신유현을 노려봤다.
쿵쿵쿵!
이윽고 거대한 미늘창을 양손으로 치켜들고 신유현을 향해 달리는 챔피언.
그에 맞춰 신유현도 챔피언을 향해 뛰어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미늘창의 도끼날을 신유현은 마검 이그니스를 올려치며 막았다.
콰앙!
미늘창과 이그니스가 충돌하면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쿠구구궁!
“큭!”
그 충격에 신유현의 발이 백사장 속으로 푹 박혀 들어갔다.
챔피언은 보스 클래스이기 때문에 일반 마수인 트리톤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애초에 보스는 혼자서 잡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같은 등급의 초인이 최소 3인은 있어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신유현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회귀를 한 후 강해지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 결과 이전 삶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힘을 얻었다.
물론 대부분 불사왕의 유산 덕분이었지만 신유현의 노력도 컸다.
기력 개방, 즉 차크라를 개방한 지 불과 3달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4성을 눈앞에 두고 있었으니까.
노력하지 않고 어영부영했다면 이룰 수 없는 결실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지난 일주일간 신유현은 검술 수련 시, 디아의 도움을 받아서 완전히 새로운 스킬의 수련도 했다.
그 결과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숙련도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본 스피어.”
신유현의 머리 위로 생성되기 시작하는 하얀 뼈의 창.
대표적인 네크로맨서의 공격 마법, 본 스피어였다.
네크로맨서는 크게 세 종류의 마법을 사용한다.
소환 계열, 본 계열, 저주 계열.
이 중에서 소환 계열이 많았다.
가장 처음 배울 수 있는 마법 스킬인 데다가, 나머지 계열들은 초인 등급이 올라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네크로맨서들이 천대받는 직업이었기에 초인 등급을 올리기가 어렵다는 사실이었다.
거기다 다른 계열 마법을 배워도 숙련도를 높여야 실용성이 있었다.
하지만 불사왕의 스킬은 달랐다.
일반 네크로맨서들과 달리 숙련도가 낮아도 위력적이었으니까.
특히 마력이 아닌 차크라를 사용하는 신유현이라면 더더욱.
남은 건, 실전 경험과 요령을 터득하는 것뿐.
쌔애액!
이윽고 신유현의 머리 위에 생성된 본 스피어는 챔피언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 모습을 본 챔피언은 재빨리 미늘창을 치켜올렸다.
까아앙!
본 스피어와 미늘창이 충돌하면서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본 스피어를 막고 안도하는 찰나, 챔피언은 자신의 아래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를 들었다.
“밑이 비었다.”
그워얽?
챔피언은 눈을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붉은 검을 휘두르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파천검법(破天劍法).
이식(二式), 파쇄(破碎).
콰가가가가각!
흑염으로 불타오르는 이그니스가 허공에 검은 궤적을 남기며 챔피언의 상체를 아래에서 위로 비스듬하게 베어 올렸다.
크워어어어어억!
그 때문에 챔피언은 비명 같은 괴성을 지르며 순간적으로 팔에 힘을 줬다.
카앙!
본 스피어를 튕겨 낸 것이다.
하지만 이그니스가 긋고 지나간 푸른 비늘은 조각조각이 났다.
파쇄의 효과 덕분에.
‘일단 견제용으로는 충분히 쓸 만하군.’
신유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3성이 되었을 때, 본 계열 마법은 활성화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다.
자신은 검사였으니까.
이전 삶에서는 마나의 재능이 없었던 탓에 기력 개방을 못 해서 무능하다는 소리를 들었을 뿐이지, 실제로 신유현은 검술에 재능이 있었다.
그 예로 마리아와 함께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라는 오리지널 기술까지 만들어 냈을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신유현이 원했던 불사왕의 강함은 강력한 소환수들과 어마어마한 숫자의 언데드 군단이었다.
그래서 스켈레톤 솔저들 위주로 불사왕의 권능을 사용했으며, 자신의 전투 스타일에 가장 알맞은 다크 소울 블레이즈를 사용해 왔던 것이다.
그 외 다른 일반 마법 스킬은 딱히 사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디아가 좋다고 말하기 전까지는.
불사왕의 다른 스킬들도 나중에 도움이 된다는 말에 신유현은 지난 일주일간 마법 수련도 병행했다.
실전에서 바로 사용하기에는 위험이 따를 수 있기에 미리 경험을 쌓은 것이다.
‘디아의 말대로군.’
반신반의했었는데 막상 견제용으로 사용한 본 스피어는 꽤 도움이 되었다. 덕분에 챔피언에게 일격을 먹였으니까.
그렇게 분할 사고로 생각을 정리함과 동시에 이그니스로 챔피언의 가슴을 긋고 지나간 직후, 신유현은 앞으로 한 걸음 나가며 검은 오러가 피어오르는 주먹을 내질렀다.
퍼억!
크워어어어억!
푸른 비늘이 부서진 부분을 정확히 강타한 일격에 챔피언은 뒤로 밀려 날아갔다.
하지만 신유현은 챔피언을 그대로 날려 보낼 생각이 없었다.
재빨리 질풍신보를 펼치며 챔피언을 뒤따라 백사장 위를 날듯이 내달렸다.
그리고 몸을 회전하며 챔피언의 밑을 마검 이그니스로 올려쳤다.
파천검법(破天劍法).
삼식(三式), 격멸(擊滅).
콰앙!
허공을 날고 있던 챔피언은 신유현의 일격을 피하지 못하고 몸을 웅크리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격멸의 충격파로 인해 챔피언의 몸은 수직으로 날아올랐다.
밤하늘에 걸린 하얀 달을 배경으로 챔피언의 몸이 붕 떠올랐다.
그리고 하얗게 빛나는 달 앞에서 챔피언을 기다리고 있는 존재가 있었다.
부우우우웅!
3성 언데드 데스워치 헤카톤 비틀, 케이론이었다.
트리톤 마수들의 2진이 백사장으로 올라오고 있을 때 이미 케이론을 불러낸 상황.
미리 상공에서 대기하고 있던 케이론은 챔피언이 공중으로 솟아오르자 충각돌진을 시전했다.
키이이이이잉!
맹렬한 기세로 회전하기 시작하는 케이론의 가장 길고 두꺼우며 날카로운 창.
이윽고 케이론은 회전하는 뿔을 앞세우고 챔피언을 향해 쇄도했다.
푸욱! 콰가가가각!
크워어어어어억!
날카로운 뿔이 회전하면서 가슴팍을 파고들자 챔피언은 괴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아직 케이론의 공격은 끝이 아니었다.
[3성 언데드 데스워치 헤카톤 비틀 케이론이 고유 스킬 초진동파를 발동합니다.]
데시카타 맨티스와 융합하면서 생성된 신(新) 고유 스킬 초진동파를 발동한 것이다.
우우우우우웅!
날카롭게 회전을 하면서 챔피언의 가슴에 파고든 케이론의 뿔이 진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르러러러러럵!
가슴에서 시작되는 강한 진동에 챔피언은 몸을 떨면서 기괴한 괴성을 흘렸다.
그리고 잠시 후.
퍼어어어어어어억!
트리톤 챔피언의 상체가 폭발하듯 터져 나갔다.
초진동파를 버티지 못한 것이다.
[당신의 소환수 헤카톤 비틀 케이론이 3성 보스, 트리톤 챔피언을 처치하였습니다. 보상으로 3성 마정석과 30 소울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상공에서 케이론이 트리톤 챔피언을 처리하자 신유현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게 불사왕의 힘이라는 건가.’
공중에서 케이론의 전투를 지켜보던 신유현은 혀를 내둘렀다.
언데드 데스워치의 소재로 헤카톤 비틀을 선택한 건 신유현 자신이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잘 싸워 줄 줄은 몰랐다.
트리톤 챔피언의 가슴에 상처를 좀 입히고 공중에 띄워 올려 보냈을 뿐인데, 케이론이 치명타를 입히면서 그냥 쓰러트려 버린 것이다.
거기다 3성 보스 데시카타 맨티스와 싸웠을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쓰러트리지 않았던가?
‘이대로 케이론을 계속 키워 나간다면…….’
게티아 놈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터.
어쩌면 케이론이 게티아들에게 무언가를 보여 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거기에 세븐 아크스까지 있다면 게티아 놈들을 쥐어짤 수도 있을 테지.
“거의 다 정리되어 가는군.”
신유현은 주변을 둘러봤다.
트리톤 솔저, 워리어, 아처들은 늘어나는 스켈레톤 솔저들의 숫자를 감당하지 못했다.
거기에 신유현이 챔피언과 싸우는 동안 디아가 스켈레톤 솔저들을 지휘하면서 격차는 더욱더 벌어졌다.
디아가 귀여운 고양이 춤을 추면서 버프까지 걸어 주었으니까.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었다.
마지막 웨이브가 남아 있었다.
쏴아아아아.
순간 인천 앞바다에서 파도가 거칠게 치기 시작했다.
“드디어 오는 건가.”
요동치는 파도 속에서 머리를 내밀고 다가오고 있는 트리톤 마수들.
<3성 마수 트리톤 워리어>
<3성 마수 트리톤 나이트>
<3성 마수 트리톤 엘리트>
<3성 마수 트리톤 레인저>
두 번째 웨이브 때와는 또 다른 구성이었다.
분명 중간 보스인 챔피언이 이끌고 온 무리들보다 더 강할 테지.
사실상 지금 다가오고 있는 마수들이 진정한 본대라고 할 수 있었다.
규모도 가장 컸으니까.
대충 어림잡아 봐도 무려 200마리에 육박해 보였다.
그 때문에 신유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다가오고 있는 트리톤 무리들을 노려봤다.
‘예상보다 더 많아 보이는군. 그리고 엘리트에 레인저라니…….’
마지막 웨이브 때는 약 120마리 정도의 정예 마수들이 등장한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보다 숫자가 더 많은 데다가 엘리트와 레인저라는 새로운 트리톤 마수들이 있는 게 아닌가.
“어떻게 된 일이지?”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트리톤 군세를 노려봤다.
촤악!
그 순간 바다 쪽에서 무언가가 튀어 오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콰아아아앙!
이윽고 공중으로 뛰어오른 존재는 정확히 신유현 앞에 떨어져 내렸다.
오른쪽 손과 무릎을 지면에 붙이고 왼손을 치켜든 자세로 떨어져 내린 정체불명의 존재.
그 정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