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58화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천우 패거리들의 신음 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리고 고통스럽게 몸을 경련하며 땅바닥을 뒹굴던 그들의 움직임이 멎었다.
‘끝났나.’
신유현은 고통스러운 얼굴로 죽어 있는 이천우 패거리들을 차가운 표정으로 내려다봤다.
그들이 죽어 가는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이전 삶에서 이천우와 엮인 적은 없었다. 스무 살이 되었을 때 가문에서 내려온 지명 의뢰를 실패하고 의절당했으니까.
그 때문에 미확인 던전 게이트 조사팀에 합류했던 남연아는 사망했다.
그리고 신유현은 하급 헌터 생활을 전전했기에 이천우와 만날 기회조차 없었다.
또한, 게티아 침공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에도 이천우와 관련된 소식은 듣지 못했었다.
아마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천우는 던전에서, 혹은 게티아를 만나 비명횡사를 한 모양.
그래서 게티아와 연관이 없는 인물이었기에 고쳐서 써 볼까라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하지만.
‘이놈들은 선을 심하게 넘었어.’
고쳐서 쓰기에는 인성이 너무 쓰레기였다. 어느 정도껏이라면 모를까, 고문하는 것도 당연시하고 심지어 살인도 거리낌이 없었다.
거기다 디아를 아직 어린아이로 알고 있을 때도 손을 대려고 하지 않았던가?
‘게티아와 다를 바 없는 쓰레기 놈들을 고쳐서 쓸 순 없지.’
회귀를 한 후, 신유현은 자신이 당한 만큼 상대에게 돌려주기로 다짐했다.
“쓰레기 같은 놈들.”
그들이 죽었음을 인지한 신유현은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게티아와 관계가 없는 인간들을 처음으로 죽였지만 그다지 감흥은 없었다.
이천우 패거리들은 게티아와 같이 타인을 고문하고 즐기는 놈들이었으니까.
신유현에게 있어 게티아들과 숭배자들, 그리고 마수들은 한 놈이라도 더 죽여야 할 대상이었다.
그 때문에 게티아와 다를 바 없는 이천우 패거리들을 죽였다는 사실에 거리낌이 없었다.
“마스터, 다 끝나셨나영?”
“그래.”
이천우 패거리들을 뒤로한 신유현은 까망이와 디아가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이천우 패거리들을 처리할 때 혼자 있고 싶었기에 디아와 까망이는 좀 떨어진 곳에 보냈던 것이다.
이천우 패거리들을 처리하는 모습을 디아에게 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
아직 디아는 힘을 온전히 각성하지 못한 상태였기에 어린아이와 다름없었으니까.
그리고 안전을 위해 스켈레톤 솔저 20마리를 붙여 놓았었다.
‘남은 건 던전을 공략하는 일뿐인가.’
3성 던전 맨티스 포레스트는 공략을 완료하면 사라진다.
일반 던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던전이 사라지면 이천우 패거리들의 시체들도 사라질 터였다.
“그럼 다시 갈까?”
“넹!”
뀨!
신유현은 디아와 까망이를 데리고 던전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쉬에에엑!
던전 보스가 있는 장소로 가는 동안 다양한 종류의 3성 마수 맨티스들이 신유현의 앞을 막아섰다.
하지만 신유현은 편안했다.
키릭! 키리릭!
이천우 패거리들을 처리한 후, 스켈레톤 솔저들을 앞세워서 던전을 공략하고 있었으니까.
“잘 싸우네.”
신유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맨티스 한 마리당 다섯 기의 스켈레톤 솔저들을 붙여 놓았다.
그랬더니 스켈레톤 솔저들이 우세를 점하면서 여유롭게 맨티스를 사냥했다.
쉬에에에엑!
까가가각!
맨티스는 해머처럼 생긴 앞다리를 거칠게 휘두르면서 스켈레톤 솔저 한두 마리 정도를 쳐 냈다.
하지만 뒤쪽에서 꽂혀 들어오는 세 개의 본 소드까지는 막지 못했다.
끼에에엑!
[축하합니다! 3성 마수 해머 맨티스를 처치하였습니다. 3 소울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스켈레톤 솔저들이 맨티스를 처리하자 고유 스킬, 다크 소울 이터가 발동하면서 소울 포인트를 획득했다.
‘편하구나.’
본격적으로 스켈레톤 솔저들을 활용하기 시작한 다음부터는 전투가 굉장히 편해지면서 던전을 빠르게 공략해 나갈 수 있었다.
어느덧 던전 보스가 있는 장소에 도착했으니까.
‘오늘 중으로 공략을 완료해야 돼.’
이전 삶에서 3성 던전 맨티스 포레스트는 여섯 명의 3성 초인 헌터들로 구성된 D랭크 헌터 파티가 공략했다.
그들은 하루 정도 지나면 맨티스 포레스트를 공략하러 올 것이다.
그 전에 신유현은 공략을 완료할 생각이었다.
‘헌터 협회에 보고된 정보로는 상당히 큰 피해를 입었다던데.’
이전 삶에서 신유현은 헌터 협회에서 맨티스 포레스트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었다.
그때 맨티스 포레스트를 공략하러 온 D랭크 파티는 보스와의 전투에서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중상자가 나왔었으니까.
하지만 정작 보스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기록에 없었다.
‘뭐, 싸워 보면 알겠지.’
신유현은 고개를 들고 앞을 바라봤다.
보스가 있는 장소는 맨티스 포레스트의 중심부에 위치한, 반경 250미터에 달하는 넓은 공터였다.
그리고 그곳 중앙에 거대한 마수 하나가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3성 보스 마수, 데시카타 맨티스>
지금까지 만난 맨티스들 중에서도 가장 덩치가 커 보였다.
몸길이가 4미터는 되었으니까.
지금까지 만났던 일반 타락한 멘티스들은 몸길이가 1.5미터에서 2미터 정도였다.
즉, 2배나 더 큰 것이다.
그리고 생김새는 낙엽사마귀와 흡사했다.
쉬이익.
신유현을 비롯한 디아와 스켈레톤 솔저 20마리가 공터에 발을 들이자 데시카타 맨티스가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키햐아아악!
“크네.”
웅크리고 있을 때부터 데시카타 맨티스가 크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붉은 달빛 아래에서 몸을 완전히 펼치고 포효하고 있는 데시카타 맨티스의 위압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쉬익! 쉬에엑!
그뿐만이 아니었다.
보스인 데시카타 맨티스의 등 너머로 어둠 속에서 붉은 눈을 빛내며 몸을 일으키고 있는 존재들이 있었다.
<3성 마수, 로얄 맨티스>
다름 아닌 보스인 데시카타 맨티스를 호위하는 마수들이었다.
약 다섯 마리 정도 보였다.
키익! 키에엑!
데시카타 맨티스가 기괴한 소리를 내자 로얄 맨티스들이 앞으로 나섰다.
로얄 맨티스들은 2미터가 살짝 넘는 길이에 검은색 몸체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가슴과 배 쪽에 단단한 장갑 같은 갑각이 감싸고 있었으며 앞다리는 굉장히 날카로워 보였다.
“디아야.”
“넹.”
신유현의 부름에 디아는 옆에서 귀엽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당신의 소환수 디아가 고양이 춤을 춥니다.]
[랜덤 효과 발동!]
[스켈레톤 솔저들의 방어력이 소폭 증가합니다.]
디아가 고양이 춤을 추자 스켈레톤 솔저들에게 버프가 걸렸다.
그뿐만이 아니라 신유현은 디아에게 스켈레톤 솔저들의 지휘를 맡겼다.
디아의 지휘하에 스켈레톤 솔저들로 로얄 맨티스들을 상대하게 할 생각이었다.
“그럼.”
신유현은 3성 보스 마수인 데시카타 맨티스를 노려봤다.
로얄 맨티스처럼 단단한 갑주가 몸통을 감싸고 있었으며, 앞다리 또한 날카로운 톱니 같은 돌기가 나 있어서 굉장히 위협적으로 보였다.
푹!
그 앞에서 신유현은 마검 이그니스를 지면에 내리꽂았다.
그리고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환. 헤카톤 비틀, 케이론.”
순간 신유현이 꽂아 넣은 마검 이그니스에서 흑염이 터져 나오며 직경 10미터 크기의 거대한 푸른빛 마법진이 지면에 전개되어 나타났다.
그리고 마검 이그니스의 앞쪽 마법진 속에서 언데드 데스워치, 헤카톤 비틀 케이론이 천천히 떠오르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가라, 케이론.”
신유현의 명령에 케이론은 창과 같은 뿔을 앞세우고 데시카타 맨티스를 향해 육중한 몸을 돌진시켰다.
“골골이들아, 공격해!”
그와 동시에 디아도 스켈레톤 솔저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콰앙!
이윽고 케이론과 데시카타 맨티스가 서로 맞부딪치면서 육중한 굉음과 함께 충격파가 한 차례 터져 나왔다.
‘굉장하네.’
어마어마한 덩치를 자랑하는 두 괴수가 서로 충돌하자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흔들렸다.
그리고 데시카타 맨티스는 충돌 직전 몸을 살짝 비틀며 케이론의 뿔을 옆으로 받아 냈다.
그 상태로 둘은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밀고 당기며 서로 물러서지 않고 버티는 거대한 보스급 마수들.
콰각! 카가가가각!
데시카타 맨티스는 날카로운 체인톱 같은 앞다리를 케이론의 등 위로 휘둘렀지만 단단한 갑각에 기스만 살짝 냈을 뿐 유효타는 넣지 못했다.
그리고 케이론은 육중한 파워로 조금씩 데시카타 맨티스를 밀어붙이고 있었다. 그 때문에 데시카타 맨티스는 조금씩 뒤로 밀려났다.
키에엑!
케이론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데시카타 맨티스는 다시 앞다리를 치켜올렸다.
그 순간.
키이이잉!
데시카타 맨티스의 앞다리에 돋아나 있는 작은 톱니들이 진동을 하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초진동이라고?”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데시카타 맨티스가 초진동 톱날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저거 때문에 D랭크 파티가 큰 피해를 입었던 거구나.’
초진동 톱니는 굉장히 위협적이었다.
살짝만 스쳐도 치명상을 입을 테니까.
데시카타 맨티스는 진동하는 톱니가 돋아나 있는 앞다리를 케이론의 등을 향해 내려쳤다.
콰지지직!
그러자 이전과 달리 케이론의 등에 너무나 손쉽게 톱니가 파고들어 갔다.
케이론의 단단한 갑각이 뚫린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케이론은 우직하게 데시카타 맨티스를 힘으로 밀어붙일 뿐이었다.
쿠구구구궁! 콰앙!
키에에엑!
초진동 톱니로 케이론의 등 갑각에 피해를 줬지만 힘에서 밀린 데시카타 맨티스는 결국 뒤에 있던 바위와 충돌했다.
키이익!
그나마 몸통을 보호하는 단단한 갑주 덕분에 큰 피해를 입진 않았지만 케이론과 바위 사이에 짓눌려진 상황.
어떻게든 빠져나가기 위해 데시카타 맨티스는 몸부림을 쳤다.
그 때문에 반동으로 오히려 케이론이 뒤로 살짝 밀려났다.
퍼억!
하지만 그 틈을 노리고 케이론은 거대한 뿔을 데시카타 맨티스를 향해 옆으로 후려쳐 버리는 아닌가?
키에에엑!
갑작스러운 일격에 데시카타 맨티스는 괴성을 지르며 옆으로 쓰러졌다.
“그렇지!”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 바닥에 쓰러진 데시카타 맨티스는 무방비 상태에 빠졌다.
케이론은 재빨리 뒤로 살짝 물러나며 재정비를 하더니, 장창과도 같은 날카로운 뿔을 데시카타 맨티스에게 빠르게 들이밀었다.
푹! 푹!
키에에에에엑!
케이론의 뿔이 데시카타 맨티스의 가슴 쪽을 찔렀다.
그러자 데시카타 맨티스는 괴성을 지르며 앞다리로 케이론의 뿔을 막거나 쳐 내면서 뒤로 물러났다.
초록색 체액이 튀는 것으로 보아 꽤 피해를 입은 모양.
하지만 데시카타 맨티스는 빠르게 뒤로 물러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위협적으로 날개를 포함한 몸 전체를 활짝 펼치며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키이이이잉!
그뿐만이 아니었다.
몸을 치켜든 데시카타 맨티스의 앞다리 톱니가 진동하면서 회전하기 시작했다.
마치 체인톱처럼.
“저런 게 가능하다고?”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초진동 체인톱이라니!
아무리 케이론이라고 해도 저 공격에 제대로 걸리면 상당한 피해를 각오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키이이이잉!
케이론은 정면으로 데시카타 맨티스를 상대할 모양이었다.
날카로운 창과 같은 케이론의 뿔이 드릴처럼 회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헤카톤 비틀, 케이론이 고유 스킬, 충각돌진을 발동합니다!]
잠시 후, 드릴처럼 회전하는 케이론의 뿔과 초진동 체인톱처럼 회전하는 데시카타 맨티스의 앞다리가 서로 맞부딪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