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55화
“DF코트를 양산할 수 있습니까?”
“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양산은 가능해요.”
“잘됐네요. 양산이 되면 저희 가문에 먼저 납품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말 마음에 드셨나 봐요?”
신유현의 말에 남연아는 기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작품이 신유현에게 인정받았다는 소리였으니까.
“네.”
신유현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남연아의 연구소에 와서 예상치 못한 수확을 얻었다.
‘역시 기회가 생기면 남민혁은 처리해야겠어. 어차피 죽여야 할 놈이야.’
이전 삶에서는 남민혁이 남연아를 암살하는 바람에 DF코트가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남연아에게 손을 대기 전에 남민혁을 처리할 생각이었으니까.
현시대에서 남민혁과 게티아 숭배자 놈들이 어떤 관계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이전 삶에서 남민혁은 게티아들에게 붙어서 인류를 팔아넘겼다.
그리고 남민혁처럼 인류를 게티아들에게 팔아넘긴 배신자 놈들이 더 있었다.
그놈들은 전부 피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신유현의 손에 의해서.
“아무튼 고맙게 잘 쓸게요.”
신유현은 감사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DF코트는 정말 큰 선물이었다.
가문의 중급형이나 고급형 코트보다 더 값어치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저도 선물해 줄 게 있어요.”
“저한테요?”
남연아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자신에게 선물이라니?
“받으세요.”
신유현은 작은 미소를 지으며 허리 뒤에서 까망이가 그림자를 통해 건네준 작은 상자를 하나 꺼냈다.
오늘 경매장에서 낙찰받은 상품들 중 하나였다.
“저한테 주시는 거예요? 감사합니다.”
남연아는 기쁜 표정으로 상자를 받았다. 그런 그녀에게 신유현은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연아 씨에게 중요한 부탁이 있어요.”
* * *
어둠이 내린 저녁 시간.
아티팩트 연구소에서 볼일을 마치고 남연아와 저녁 식사까지 한 신유현은 가문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얻은 게 많네.’
신유현은 기분이 좋았다.
남두그룹 주최의 경매 파티장에 갔다가 예상치 못했던 전리품들을 얻어 왔기 때문이다.
경매품만이 아니라 DF코트까지.
거기다 소소한 인맥도 만들었다.
남두그룹의 회장 남현철과 만독 가문의 최유리, 그리고 적탑의 이채화와 안면을 텄으니까.
천월검문의 이천우나 남민혁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 놈들도 만나긴 했지만 말이다.
‘그럼…….’
현무전의 지하 수련장으로 내려온 신유현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특히 경매장에 간 가장 큰 목적은 언데드 데스워치의 소재가 될 마수의 시체를 구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3성 네임드 유니크 보스 마수, 헤카톤 비틀을 손에 넣었다.
‘이제 언데드 데스워치를 먼저 만들어 볼까?’
언데드 데스워치.
3성 초인이 되고 나서 개방된 불사왕 전용 스킬이다.
각 등급마다 한 번, 보스 마수 두 마리를 융합개조 시킬 수 있다.
그리고 불사왕의 언데드 개체 중에서 오직 하나밖에 만들 수 없었다.
- 디아.
- 넹!
신유현의 부름에 그림자 속에서 귀여운 디아가 튀어나왔다.
신유현은 일단 미리 준비해 둔 초코 케이크를 디아에게 줬다.
“오늘 챙겨 주지 못해서 미안해. 이거라도 먹으렴.”
“와!”
디아는 눈앞에 있는 무려 홀 초코 케이크를 바라보며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감사합니당!”
디아는 작은 손으로 초코 케이크를 자르며 먹으려고 했다.
그때 갑자기 손을 멈춘 디아는 신유현을 올라다보며 침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마, 마스터도 드실래영?”
“아니, 난 됐어. 많이 먹어.”
“넹!”
순간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던 디아의 얼굴에 활기찬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디아는 신나게 초코 케이크를 퍼먹기 시작했다.
옴뇸뇸.
‘잘 먹네.’
행복한 표정으로 초코 케이크를 먹고 있는 디아를 바라보며 신유현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 파티장에서 그림자 속에 숨어 있는 디아가 조각 케이크들을 향해 뜨거운 시선을 보내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파티장에서 보는 눈들이 많았기 때문에 챙겨 주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 경매를 하면서 디아의 감정 스킬에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보상으로 홀 초코 케이크를 준 것이다.
“까망아.”
뀨!
신유현은 까망이도 불러냈다.
까망이 또한 경매품들을 수송해 주었기 때문에 보상을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신유현의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온 까망이는 곧장 디아가 먹고 있는 케이크를 향해 꼬물꼬물 기어가는 게 아닌가?
“으르르!”
그러자 디아가 까망이를 노려보며 경계했다.
아무래도 홀 케이크를 독차지하고 싶은 모양.
‘우리 디아가 케이크를 정말 먹고 싶었나 보구나.’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앞으로 디아에게 자주 케이크를 사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소환수를 굶기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
뀨잉.
케이크를 먹지 못한 까망이는 꼬물꼬물거리며 처량한 표정으로 신유현을 돌아봤다.
그런 까망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신유현은 초코 쿠키를 건네주었다.
까망이를 달래 주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디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디아야, 결계도 부탁해.”
“넹!”
신유현의 요청에 디아는 현무전 지하 수련장에 결계를 쳤다.
지하이기 때문에 지상에서 불사왕의 기운을 느끼기 힘들긴 하겠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으니까.
“그럼…….”
모든 준비를 마친 신유현은 불사왕의 유산인 프나코틱 바이블을 소환했다.
팟!
순간 신유현의 앞에 상체 정도 크기를 가진 거대한 책이 모습을 드러냈다.
푸른빛을 내뿜으며 활짝 펼쳐져 있는 신화급 마도서, 프나코틱 바이블.
신유현은 프나코틱 바이블의 언데드 작성 목록에서 불사왕의 전용 스킬, 언데드 데스워치를 발동했다.
[언데드 데스워치 스킬을 발동합니다. 3성 네임드 유니크 보스 헤카톤 비틀을 언데드로 부활시킵니다.]
신유현의 눈앞에 증강 현실처럼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어서 지하 수련장 바닥에 누워 있던 헤카톤 비틀에게서 검은빛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사그라지는 검은빛 속에서 대지에 당당하게 우뚝 서 있는 헤카톤 비틀이 모습을 드러냈다.
[3성 네임드 보스 유니크, 헤카톤 비틀의 부활에 성공하였습니다.]
우우우우웅!
다시 부활한 헤카톤 비틀은 등의 딱딱한 갑각을 들어 올리고 날개를 활짝 펼치며 몸을 풀었다.
그 때문에 지하 수련장의 모래가 사방으로 퍼지며 먼지가 피어올랐다.
그렇게 한 차례 몸을 푼 헤카톤 비틀은 다시 날개를 집어넣더니 얌전해졌다.
하지만 수련장에 우뚝 서 있는 헤카톤 비틀의 존재감은 없어지지 않았다.
‘강해 보이네.’
힘없이 바닥에 쓰러져 있던 모습만 보다가 당당하게 서 있는 헤카톤 비틀을 보자 느낌이 달랐다.
거기다 매끈하고 검은 광택을 가진 유선형 디자인의 갑각과, 거대하고 우람한 뿔은 헤카톤 비틀을 더욱 강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3성 유니크 보스 헤카톤 비틀의 새로운 이름을 지어 주십시오.]
‘이름을 지어 달라고?’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에 신유현은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이내 이름을 생각해 냈다.
“그럼 케이론으로.”
[3성 언데드 데스워치 헤카톤 비틀의 이름이 케이론으로 설정되었습니다.]
[3성 언데드 데스워치 케이론이 당신에게 친근감을 느낍니다.]
‘친근감이라니.’
신유현은 웃음을 흘리며 케이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렇게 신유현은 무사히 언데드 데스워치를 얻었다.
“까망아.”
뀨!
신유현은 까망이를 불러서 케이론을 그림자 공간 속에 집어넣었다.
그림자 속에서 케이론을 휴식하게 한 것이다.
‘일단 큰 건 끝냈고.’
신유현은 오늘 경매장에서 얻은 전리품들을 바라봤다.
세금을 제외한 순수 경매가 기준으로 총 45억에 구한 상품들이었다.
출혈의 단검, 저항의 반지, 마나하트, 흡혈검 요희 등등.
그리고 수호자의 목걸이와 헤카톤 비틀은 이미 사용했다.
헤카톤 비틀은 언데드 데스워치로 만들었고, 수호자의 목걸이는 남연아에게 선물로 주었으니까.
참고로 수호자의 목걸이는 경매가가 2억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비싸다고 해도 남연아에게는 아깝지 않지.’
그녀 덕분에 얻은 게 훨씬 더 많았다.
당장 DF코트만 해도 최소 3억은 넘을 터였다.
경매로 내놓는다면 그보다 더 높게 받을 수 있을 테지.
그리고 100억이 들어 있는 블랙카드를 선물로 받지 않았던가?
그뿐만이 아니다.
3성 아라크네의 둥지에서 게티아들의 테크놀로지로 만든 크리스탈 장치의 파편을 조사해 달라고 남연아에게 무상으로 부탁도 했다.
크리스탈 장치는 일부 파편만 넘겼다.
게티아들의 크리스탈 기술은 일부만 해석할 수 있어도 전체를 알아낼 수 있으니까.
나노 기술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출혈의 단검과 흡혈검 요희는 나중에 쓰면 될 테고.’
4성이 되었을 때 스켈레톤 솔저들의 뼈 장비에 부여할 생각이었다.
현재 당장 사용할 건 마나하트였다.
‘마나하트는 빨리 먹는 게 낫겠지.’
레어 등급인 마나하트는 3성일 때 복용해야 가장 상승 폭이 크다.
그리고 현재 다른 능력치도 제법 올라 있는 상황.
지난 일주일간 성장의 물약을 복용하고 수련을 한 결과, 신체 능력이 꽤 상승했다.
거기다 폐관 수련을 할 때 스켈레톤 솔저들을 계속 소환해 두었기에 지배력도 꽤 올라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고유 특성 지배력 강화의 숙련도도 올라 있는 상황.
[지배력 강화(SSS)]
- 숙련도: 3단계
- 지배력 1포인트당 언데드 3마리 조종 가능
‘1포인트당 세 마리라.’
일반적인 네크로맨서의 능력을 생각한다면 경악스러웠다.
지배력 10포인트로 고작 언데드 1마리를 조종할 수 있으니까.
물론 등급을 올리면 소모되는 지배력을 줄일 수 있겠지만 실용성은 낮았다.
‘하지만 아직이야.’
불사왕의 권능은 사기적이었다.
하지만 신유현은 알고 있었다.
진정한 불사왕의 힘은 이 정도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전 삶에서 비전으로 보았던 불사왕의 언데드들은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가득 채울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수십만은 되어 보일 정도였으니까.
‘역시 등급을 먼저 올려야 돼.’
분명 초인 등급이 높아지면 지배력을 획기적으로 늘려 주는 새로운 스킬이 나타나겠지.
신유현은 수련장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현재 디아와 까망이의 보호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안전했다.
‘마나하트부터 먼저 흡수해야겠군.’
신유현은 단숨에 마나하트를 입안에 털어 넣었다.
“맛있겠당.”
그 모습을 본 디아가 입맛을 다시며 아쉬운 눈으로 바라봤다.
마나하트는 말 그대로 하트 모양의 초콜릿처럼 생겨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아의 말에 신유현은 눈물이 났다.
‘아니야, 디아야. 이거 진짜 맛없어.’
몸에 좋은 약은 쓰다고 했던가.
초콜릿 같은 모습과 달리 굉장히 쓴맛이었다.
하지만 맛이 없다고 해도 가격을 생각하면 한 조각도 흘릴 수 없었다.
무려 12억이나 했으니까.
그렇게 신유현은 마나하트를 꼭꼭 씹어 먹은 후, 천천히 차크라 연공법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 * *
이틀 뒤.
늦은 오후가 되자 신유현은 현무전을 뒤로했다.
바로 오늘, 저녁 시간에 신유현이 가려고 하는 던전의 균열이 열리니까.
‘그럼 가 볼까?’
언데드 데스워치의 융합 소재로 사용할 3성 보스가 있는 던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