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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52화 (52/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52화

다름 아닌 그녀의 오빠이자, 남연아의 암살을 의뢰했던 남민혁이었다.

“남민혁 전략기획실장님께서 19억을 부르셨습니다! 다른 분 없으십니까?”

19억을 부른 남민혁의 등장에 사회자는 경매장 내부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리고 이제 서른 살이 된 남민혁은 착실히 후계자의 길을 걸으며 남두그룹 본사 전략기획실을 맡고 있었다.

덕분에 매일 회의를 하며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으며, 그런 탓에 남연아는 남민혁이 파티에 참석하지 못할 줄 알았다.

“20억.”

신유현은 나직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경매가를 불렀다.

남민혁의 등장은 예상외였지만 흡혈검 요희를 뺏길 수는 없었다.

“21억.”

“21억 2천.”

“21억 5천.”

“23억.”

남민혁을 비롯한 다른 6성 초인들 또한 경매에 참여하면서 흡혈검의 경매가는 멈추지 않고 올라갔다.

그리고 어느덧 25억을 돌파했다.

“25억! 남민혁 기획실장님 25억!”

“27억.”

“신유현 님께서 27억 부르셨습니다!”

27억이라는 거금 앞에 남민혁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로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가격이었으니까.

남민혁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건 경매장에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파천검가에서 무능하다고 소문만 무성하던 신유현이 갑자기 거금을 가지고 경매에 참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27억 1천.”

“남민혁 기획실장님! 27억 1천!”

“27억 5천.”

“신유현 님 27억 5천 나왔습니다! 다른 분 없으십니까?”

25억을 돌파한 시점에서 다른 경매 참가자들은 사실상 떨어져 나간 상황.

남은 건 신유현과 남민혁 둘뿐이었다.

그리고 신유현이 27억 5천을 부르자 남민혁은 뒤로 물러났다. 더 이상 경매에 참가하지 않은 것이다.

“다른 입찰자가 없는 관계로 흡혈검 요희는 신유현 님에게 낙찰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결국 흡혈검 요희는 신유현에게 돌아가게 되면서 경매는 끝이 났다.

* * *

경매가 끝나고 뒤풀이 파티가 시작되었다. 그러자 참석자들의 수가 조금 줄어들었고, 남현철 회장 또한 경매가 끝나자마자 본사로 돌아갔다.

그리고 최유리는 경매가 끝난 후, 테이블에 남아 있는 초코 케이크나 쿠키를 처리하기 위해 출격했다.

그렇게 신유현과 남연아 둘만 남아 있을 때, 남민혁이 다가왔다.

“잘 지냈어, 연아야?”

남민혁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남연아에게 말했다.

그 모습에 남연아는 소름이 끼쳤다.

눈앞에 있는 인물이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 때문에 남연아는 마지못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네.”

“그동안 별일은 없었고?”

“네.”

“그럼 다행이네. 난 또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걱정되었거든. 파티가 끝나면 연구소로 다시 돌아갈 거야?”

“네.”

남민혁의 말에 단답으로 대답하는 남연아의 표정은 대화를 하기 싫다는 티가 역력했다.

하지만.

“그럼 오랜만에 같이 저녁이나 먹을까?”

“아니요.”

남민혁의 저녁 식사 초대에 남연아는 정색한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남민혁과 저녁 식사라니?

음식을 먹고 피를 토하며 독살당하는 미래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 그거 참 아쉽네. 레스토랑에서 네가 좋아하는 스테이크를 준비하려고 했는데.”

남민혁은 서운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신유현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포커페이스가 대단하네.’

남연아는 남민혁에게 단답형으로 대답하며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민혁은 아무렇지 않은 듯 자기 할 말을 하며 받아넘긴 것이다.

거기다 사람 좋은 미소까지.

“그런데 이쪽 분은?”

드디어 남민혁의 시선이 신유현에게로 향했다.

“절 구해 주신 분이에요.”

“파천검가의 현무전을 책임지고 있는 신유현입니다.”

신유현은 남민혁에게 가문의 이름을 대며 자신을 소개했다.

예전 같았으면 가문의 이름을 대는 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가문의 인정을 받기는커녕 무시를 받고 있었으니까.

“아, 여동생을 구해 주신 분이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남두그룹의 전략기획실장 남민혁입니다.”

남민혁은 신유현에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반갑습니다.”

신유현과 남민혁은 서로 손을 쥐며 악수를 나눴다.

꽉.

‘음?’

신유현은 속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것 봐라?’

남연아를 대할 때처럼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남민혁.

하지만 지금 남민혁은 신유현의 손을 강하게 움켜쥐고 있었다.

그것도 강체술을 발동하면서.

강체술의 사용 유무에 따라 힘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난다.

그런데 지금 남민혁이 강체술을 발동하면서 신유현의 손을 으스러트릴 것처럼 꽉 쥐고 있는 게 아닌가?

‘질 수 없지.’

신유현 또한 순식간에 강체술을 발동하면서 손에 힘을 줬다.

그러자 남민혁의 눈에 놀란 빛이 깃들었다.

자신의 힘을 버틸 줄은 몰랐으니까.

거기다 서로 맞잡고 있는 손에서 마나의 파동이 일렁거릴 정도로 흘러나오는 게 아닌가.

서로의 힘이 백중세일 때 보기 드물게 생기는 현상이었다.

“역시 대단하네요. 제 여동생을 구한 분답게.”

“남민혁 기획실장님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신유현과 남민혁은 서로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제법이군.’

남민혁은 예상외로 자신의 힘을 버티는 신유현이 놀라웠고.

‘아직 이 정도인가?’

신유현은 힘의 부족함을 느꼈다.

남민혁을 압박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남두그룹의 후계자답게 남민혁은 힘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신유현이나 남민혁 모두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아직 주변에 보는 눈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상대가 얼마나 힘을 숨기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서로 만만치 않다는 사실만큼은 알 수 있었다.

“늦었지만 여동생을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들은 서로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신유현은 느낄 수 있었다.

남민혁의 사람 좋은 미소 너머에 숨겨져 있는 적의를.

분명 자신이 암살을 방해했기 때문이겠지.

“앞으로도 여동생을 잘 부탁합니다.”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남연아 씨의 안전은 제가 반드시 책임지겠습니다.”

남민혁의 마음에도 없는 여동생을 부탁한다는 말에 신유현은 웃으며 답했다.

유독 책임지겠다는 말을 강조하면서.

그리고 남연아의 안전을 책임져 주겠다는 말을 강조한 이유는 남민혁의 속을 뒤집어 놓기 위함이었다.

왜냐하면.

‘마음에 들지 않아.’

남민혁의 이중적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민혁은 인류를 게티아들에게 팔아넘긴 배신자였다. 그 때문에 신유현은 자신이 작성한 살생부 리스트의 상위권에 적어놓았다.

언젠가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현 시간대에서 남민혁은 남연아를 암살하기 위해 게티아 숭배자들에게 의뢰를 했다.

그러니 게티아 숭배자들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을 터.

‘문제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거지.’

아직 게티아 숭배자들과 연관되어 있다는 물증이 없었기에 남민혁을 추궁할 수 없었다.

“신유현 전주님 같은 분이 있으니 마음이 놓이는군요.”

신유현의 대답에 남민혁은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물론 미소 짓고 있는 겉모습과 달리 속은 짜증으로 얼룩져 있을 테지만.

“그리고 흡혈검 낙찰 축하합니다. 제가 가지고 싶었는데 신유현 전주님에게 지고 말았네요.”

남민혁은 쓴웃음을 지으며 흡혈검에 대해 운을 뗐다.

그는 늦게나마 경매 파티에 참석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회의가 늦어질 경우 경매에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이유는 아마 크게 세 가지.

신유현과 흡혈검, 그리고 경매장에 참석한 남연아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남민혁은 신유현과 남연아는 만났지만 흡혈검은 손에 넣지 못했다. 신유현과의 경쟁에서 한발 물러났으니까.

“혹시 흡혈검이 필요하십니까?”

“아뇨. 꼭 필요한 건 아닙니다. 그냥 제 콜렉션에 추가하고 싶었거든요.”

흡혈검 요희는 위험한 귀검이다.

그걸 콜렉션에 넣고 싶다니.

정말 이유는 그것뿐인 걸까?

“신유현 전주님은 어떻습니까? 흡혈검이 꼭 필요한 겁니까?”

“저도 남민혁 기획실장님과 비슷한 이유라고 해 두죠.”

신유현은 웃으며 답했다.

조금 전 남민혁이 한 말을 돌려주며 자세히 말하지는 않은 것이다.

“그렇습니까? 아무튼 흡혈검은 항상 잘 가지고 다녀주세요.”

‘잘 가지고 다녀 달라…….’

신유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아무래도 남민혁은 남연아와 자신을 처리하고 흡혈검을 손에 넣으려 하는 모양.

그렇지 않고서야 흡혈검을 항상 잘 가지고 다니라고 말하지는 않을 테니까.

하지만 남민혁의 손에 흡혈검이 쥐이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흡혈검은 곱게 갈아서 스켈레톤 솔저들한테 줄 거니까.’

4성이 되는 순간 흡혈검을 프나코틱 바이블에 곱게 갈아 넣을 생각이기에.

“그럼 파티 잘 보내세요. 연아도 좋은 시간 보내고.”

이야기를 끝마친 남민혁은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렸다.

“네. 남민혁 기획실장님도 좋은 시간 되십시오.”

신유현 또한 즐거운 미소로 남민혁을 배웅했다.

“네.”

남연아는 남민혁이 정말 싫었는지 마지막까지 단답형으로 대답하며 싸늘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남민혁이 떠나가자 남연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저놈 상대하느라 고생하셨어요.”

“고생이라고 할 게 있나요. 그리고 고생은 연아 씨가 많이 했을 것 같은데요?”

신유현은 남민혁과 짧게 대화를 나눴지만 어떤 인물인지 대충 감이 왔다.

그는 한마디로 말해서 위선자였다.

“정말…… 고맙네요.”

남연아는 고개를 숙였다.

남민혁의 실체를 아는 인물은 남두그룹 내에서도 손에 꼽았다.

그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주변 사람들은 남민혁이 정말 성격이 좋은 오빠인 줄 알고 있었다.

그 성격 좋은 오빠가 여동생을 암살하려 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로 말이다.

그런데 그런 남연아의 고충을 신유현이 이해해 준 것이다.

“가능하면 연구소에서 지내세요. 밖에 나가야 하는 일이 생기면 일단 저한테 연락하시고요.”

“네.”

남연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신유현에게 고마워했다.

남두그룹 빌딩이나 혹은 도심 한복판에서 남민혁이 수작을 부리진 않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에 연구소에 있는 편이 나았다.

남연아의 연구소라면 아무리 남민혁이라고 해도 손을 쓰지 못할 테니까.

‘남민혁 문제도 해결해야겠지만 일단 당장 할 일부터 해야지.’

우선 인천 앞바다에서 발생할 던전 스탬피드를 막아야 한다.

그리고 4성이 된 후 세븐 아크스 중 한 명인 슈브를 얻어야 한다.

남민혁의 문제는 그 이후에 해결하면 될 터.

‘역시 가장 먼저 4성이 되는 게 급선무구나.’

인천 던전 스탬피드를 전후로 4성이 되는 게 관건이었다.

일단 4성이 되어야 게티아 숭배자 놈들을 상대하기 유리해질 테니 말이다.

“낙찰받은 경매품들은 오늘 받아 갈 수 있습니까?”

“경매품들이요? 네, 오늘 당장 받아 갈 수 있어요.”

“잘됐네요.”

남연아의 대답에 신유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당일 바로 경매품을 받아 갈 수 있다니.

이보다 기분 좋은 일이 있을까.

‘그럼 이제 남은 건…….’

신유현은 주변을 둘러봤다.

경매가 끝난 후, 남은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우며 친목을 다지고 있었다.

그중에는 신유현이 만나고 싶은 인물이 있었다.

“연아 씨, 혹시 이채화 씨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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