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51화 (51/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51화

‘저건…….’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경매 파티장의 단상 위에 거대한 마수의 시체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곤충형이라고?’

단상 위에 나타난 마수의 시체는 3성 네임드 보스, 헤카톤 비틀이었다. 몸길이만 2미터였으며, 뿔 길이도 무려 1.5미터에 달할 정도로 거대했다.

전체적인 모습은 코카서스 장수풍뎅이와 흡사하게 생겼지만, 머리에 날카로운 창 같은 뿔이 하나 달려 있었다.

‘헤카톤 비틀이라…….’

신유현은 헤카톤 비틀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헤카톤 비틀의 딱딱한 갑각은 방어구를 만드는 데 쓰인다.

그리고 보통 5성 이상 상위 던전을 공략하는 초인들은 중장비를 착용하기도 한다.

배리어 코트 안에 라이더 자켓 보호대 같은 디자인의 프로텍터 아머를 입는 것이다.

그 때문에 마수의 시체를 활용한 프로텍터 아머를 생산하거나 배리어 코트의 섬유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방어력이 좋은 마수들의 시체를 소재로 제작하면 상당한 방어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헤카톤 비틀도 나쁘진 않지.’

헤카톤은 강력한 3성 보스들 중 하나였다.

단단한 외골격 아머는 초인들의 공격에 꿈쩍하지 않고 버틸 수 있고, 뿔은 보급형 배리어 코트의 방어막을 간단히 뚫어 버릴 수 있을 정도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원래 언데드 데스워치의 코어 시체로 쓰려고 했던 3성 던전 게이트의 보스와도 좋은 궁합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경매품은 3성 네임드 보스, 헤카톤 비틀의 박제입니다! 1억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이윽고 사회자는 헤카톤 비틀의 경매를 시작했다.

1억이면 보통 레어 등급의 경매 시작가이다.

헤카톤은 비록 3성 네임드 유니크 보스였지만 4성급에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강하기에 경매가가 높게 책정된 모양이었다.

- 디아야.

- 넹.

- 저거 데스워치로 쓰기에 어떨 거 같아?

- 괜찮은 것 같아여. 정보 보내 드릴게영.

신유현은 디아가 보낸 헤카톤 비틀의 정보를 확인했다.

[헤카톤 비틀]

등급: 3성 네임드 유니크 보스

타입: 곤충

고유 스킬: 충각 돌진, 비행

일반 스킬: 상세 항목 확인

능력치:

근력 60 민첩 60 체력 60

지력 40 마력 55

‘괜찮네. 질러야겠군.’

헤카톤의 상태창 정보를 확인한 신유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헤카톤의 능력치가 제법 준수했기 때문이다.

곤충이라 지력이 좀 떨어지긴 했지만 마력도 괜찮은 편이며 무엇보다 근력, 민첩, 체력이 높았다.

이 정도 능력치면 3성 보스들 중에서는 최상위권에 속하며 4성 보스들에게도 비벼 볼 만했다.

거기다 고유 스킬까지.

“1억 4천!”

“1억 4천 100!”

신유현이 헤카톤의 정보를 확인하는 사이, 경매가는 1억 4천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 속에서 신유현은 한마디 했다.

“1억 5천.”

“네, 신유현 님! 1억 5천이 나왔습니다!”

1억 4천 정도 하던 가격에서 신유현이 단번에 1억 5천을 부르자 사회자는 눈을 빛냈다.

지금까지 무기들을 경매하는 동안 참여하지 않다가 신유현이 마수 시체 경매에 참여하자 텐션이 올라간 것이다.

마나하트 경매 이후, 사회자는 신유현이 큰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니까.

“유현 씨. 마수 시체를 사서 뭐 하시게요?”

“맞아요, 오빠. 무기는 안 사면서 왜 마수 시체 같은 걸 사요? 직접 만들려고요?”

신유현이 필요도 없을 것 같은 마수 시체를 뜬금없이 사겠다고 하자, 남연아와 최유리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파천검가의 직계가 곤충형 마수 시체를 산다고 하니 신기한 모양이었다.

“쓸 데가 있어서요.”

그녀들의 물음에 신유현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굳이 헤카톤 비틀을 어디에 쓸 건지 자세히 말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이번에는 가만히 있네.’

신유현은 힐끔 뒤를 돌아보며 피식 웃었다.

이번에도 이천우가 물고 늘어질 거라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조용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천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신유현을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자금이 떨어진 건가?’

이천우는 무기 경매에 참여해서 낙찰을 받아 왔다.

그 때문에 자금이 떨어진 모양.

거기다 헤카톤 비틀은 그에게 있어 쓸모가 없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려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출혈의 단검 때처럼 장난질을 쳐서 경매가를 높여도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으니 말이다.

“더 이상 입찰자가 없는 관계로 헤카톤 비틀은 1억 5천에 신유현 님에게 낙착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경매 파티장에 참석한 초인들이나 헌터들 중에 마수 시체를 가공하거나 이용할 만한 인물들은 거의 없었다.

그 덕분에 비교적 어렵지 않게 헤카톤 비틀의 시체를 낙찰받을 수 있었다.

‘일단 중요한 목적은 달성했군.’

신유현이 경매 파티에 참석한 가장 큰 이유는 언데드 데스워치에 쓸 만한 마수의 시체를 구하는 일이었으니, 가장 큰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또 뭐가 나오려나?’

신유현은 파티장의 단상을 바라보며 흥미로운 미소를 지었다.

* * *

이후 진행된 경매에서 신유현은 몇 가지 물건을 더 낙찰받았다.

[아름다운 수호자의 목걸이]

등급: 레어

타입: 액세서리

옵션: 수호

설명: 푸른색 사파이어로 장식된 심플하고 아름다운 목걸이

착용자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어 주며 한 달에 한 번 치명적인 공격을 방어해 준다.

[저항의 반지]

등급: 레어

타입: 액세서리

옵션: 모든 속성 저항력 40퍼센트 상승

설명: 심플한 디자인의 은색 팔찌

모든 속성 저항력을 상승시켜 준다

아름다운 수호자의 목걸이와 저항의 반지를 구매한 것이다.

수호자의 목걸이는 선물용으로 구매했고, 저항의 반지는 스켈레톤 솔저 부여용으로 구매했다.

마수들의 등급이 높아질수록 속성 공력을 가진 놈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니까.

“그럼 이제 본 경매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상품을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이라이트?’

사회자의 말에 신유현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나온 경매품들은 거의 대부분 상급품들이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하이라이트 상품을 공개하겠다니.

“이번 경매품은 흡혈검, 요희입니다.”

‘뭐? 이게 여기서 나온다고?’

신유현은 디아가 보낸 정보를 확인했다.

[흡혈검 요희]

등급: 유니크

타입: 장검

옵션: 흡혈

설명: 흡혈 능력을 가진 장검

날렵하고 세련된 디자인 덕분에 가벼워 보이지만 튼튼한 내구도를 가졌다.

‘흡혈검 요희라니…….’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요희는 무려 유니크 등급에 흡혈 옵션이 붙어 있는 장검이었다.

그리고 이전 삶에서 유명한 무기들 중 하나였다.

‘흡혈검은 혈요화의 검이었지.’

혈요화(血妖花), 윤소희.

이전 삶에서 유명했던 여성 빌런.

약 3년 뒤 잔인한 방식으로 피를 보는 살인귀로 알려질 인물이다.

흡혈검 요희가 어떻게 그녀의 손에 들어갔는지는 알지 못했다.

다만, 몇몇 헌터들의 손을 거친 끝에 그녀의 손에 들어갔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

‘결국 무분별한 살인으로 인해 토벌당했지만.’

피에 미친 그녀에게 있어 흡혈검 요희는 굉장히 상성이 좋았다.

흡혈검 요희는 피를 보면 볼수록 강해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 때문에 그녀에게 살해당한 초인들은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희대의 살인마라고 해도 좋을 정도.

그때 죽은 초인들 중에는 미래가 촉망되는 유망주들도 많이 있었다.

결국 혈요화는 게티아들과 싸울 초인들의 전력을 깎는 데 알게 모르게 공헌을 한 셈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럴 일은 없지.’

신유현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번 삶에서 흡혈검 요희가 혈요화의 손에 들어갈 일은 없었다.

요희를 완전히 분해해서 흡혈 옵션 능력만 스켈레톤 솔저들에게 부여할 생각이었으니까.

‘그리고 요희는 위험해.’

혈요화가 강해지고 살인마가 된 데에는 흡혈검 요희의 영향이 컸다.

흡혈검 요희는 귀검이니까.

일반적으로 마검과 귀검은 위험한 무기다.

당장 마검 이그니스만 해도 인정받지 못한 자가 사용하면 뜨거운 적염을 쏟아 내며 거부한다.

하지만 주인으로 인정한 다음부터는 순종적으로 따르는 편이었다.

그러나 귀검은 다르다.

귀검은 스테이터스 정보를 속이고, 오랜 시간에 걸쳐 사용자의 정신을 타락시킨다.

그 때문에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초인이 아니라면 사용해서는 안 되는 위험한 검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시기면 흡혈검 요희가 귀검이라고 알려지지 않았지.’

흡혈검 요희가 귀검이라고 알려진 시기는 요화가 나타나면서부터였다.

물론 그전에도 요희를 가진 초인들이 있었지만 귀검이라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었다.

요희를 가진 초인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기 때문이다.

던전 공략을 하다가 목숨을 잃는 경우는 많은 편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었다.

그렇게 돌고 돌던 요희가 어느 순간 혈요화의 손에 쥐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시기에 요희가 있었을 줄은…….’

신유현은 혹시나 싶어서 남연아에게 물어봤다.

“연아 씨, 저 검 언제 발견된 건가요?”

“흡혈검이요?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얼마 전에 던전에서 발견되었다고 알고 있어요.”

“그렇군요.”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흡혈검은 최근에 던전에서 발견되었던 것이다.

만약 요희가 귀검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면 남두그룹에서 경매로 내놓지 않았을 테고, 결국 봉인되었을 것이다.

‘무조건 손에 넣는다.’

언젠가 흡혈검이 혈요화의 손에 넘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12억! A급 헌터 박상민 님께서 12억을 부르셨습니다!”

“12억 2천!”

“12억 5천!”

신유현이 잠시 흡혈검 요희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사이, 경매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구치고 있었다.

지금까지 경매 중에서 가장 최고가는 신유현이 낙찰 받은 마나하트인 12억.

그런데 지금 12억을 가뿐히 넘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흡혈검 요희는 유니크 등급이었기에 10억부터 경매를 시작했으니까.

“13억!”

“13억 2천!”

흡혈검 요희의 가격은 끝도 없이 올라갔다.

그리고 이천우는 똥 씹은 표정이었다.

표정으로 보아 흡혈검이 탐이 나는 모양이었지만 더 이상 돈이 없어 보였다.

실제로 지금 경매에 참가 중인 대부분의 인물들은 남두그룹과 연관이 깊은 기업의 임원진이나 고위급 공무원들, 그리고 6성 헌터 초인들이었다.

“15억.”

그들 속에서 신유현은 조용히 한마디 했다.

“15억 1천!”

“15억 2천!”

역시 유니크 등급의 흡혈검.

15억을 불러도 경매가는 멈추지 않고 계속 올랐다.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흡혈검만큼은 뺏길 수 없었다.

흡혈이라는 능력 자체만 해도 굉장히 좋은 데다가, 혈요화에게 넘어가는 사태만큼은 피하고 싶었으니까.

“18억!”

“네! 파천검가의 신유현 님! 18억 나왔습니다! 다른 분 없으십니까?”

“…….”

역시 18억은 거금인 모양이었다.

18억까지 경매가가 오르자 다들 주춤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19억.”

그때 누군가가 19억을 불렀다.

신유현은 새롭게 경매가를 부른 인물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자는…….’

그곳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물이 있었다.

분명 경매 시작 전에는 없었던 인물.

그리고.

“어째서 여기에…… 오늘은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남연아는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왜냐하면 방금 19억을 부른 인물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