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50화
‘대박이네.’
신유현은 미소를 지었다.
세 번째 물품은 다름 아닌 영약이었다. 복용하면 기력이나 차크라의 마나를 늘려 주는.
“이번 경매품은 마나하트입니다! 5억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마나하트라…….’
마나하트는 던전에서 구할 수 있는 아주 희귀한 영약이다.
5성 이하의 초인들이 복용하면 상당한 마나 증진을 이룰 수 있었다.
만약 현재 신유현이 마나하트를 복용한다면 4성에 가까워질 터.
‘확실히 영약이나 신단을 복용하면 빠르게 초인 등급을 올릴 수 있긴 해. 문제는 구하기가 어렵다는 거지만.’
영약이나 신단은 희귀하다.
일반적으로 던전에서 나오며, 인류가 스스로 제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던전에서 나오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며, 설령 제조를 한다고 해도 이번에는 재료를 구하기가 힘들다.
‘지금 시기에서 영약이나 신단이 나오는 던전은 아직 없지.’
신유현은 미래의 정보를 알고 있었다.
비록 세세하게까지는 모르지만 유명한 던전에 대한 정보나 사건, 사고들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중이었다.
남연아를 비롯한 조사팀이 증발했던 미확인 던전 게이트 사건.
아라크네 둥지를 공략하러 간 현무검대 사건.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인천 던전 스탬피드 사건까지.
그뿐만이 아니다.
당장 두 달 뒤에 열리는 4성 던전 게이트에서 쓸 만한 영약이 나온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던전 스탬피드가 시작되기 전에 영약이나 신단을 구할 수 있으면 가장 좋긴 한데, 문제는 현 상황에서는 구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돈이 있어도 구하기 힘든 게 영약이었으니까.
당장 파천검가만 봐도 직계들이라고 해서 파천신단을 쉽게 지급해 주지 않았다. 철저히 실적을 따졌으니까.
파천신단 하나를 제조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공이 어마어마하며, 재료를 구하는 것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영약이 경매품으로 나올 줄이야.
그것도 영약들 중에서도 구하기 어렵다는 마나하트가 말이다.
“다른 영약이나 신단은 봤었지만 마나하트는 처음 보네요. 저런 귀한 걸 어떻게 구한 겁니까?”
“저희 그룹의 헌터팀이 던전에서 우연히 구해 왔어요. 운이 좋았죠.”
“능력도 좋은 것 같은데요. 마나하트를 구해 올 정도면.”
“고마워요.”
신유현의 말에 남연아는 웃으며 답했다. 그리고 신유현은 마음속으로 디아를 불렀다.
- 디아, 감정해 봐.
- 넹, 맡겨 주세영!
신유현의 말에 귀여운 목소리로 대답한 디아는 마나하트를 감정했다.
그리고 마나하트의 정보를 신유현의 머릿속으로 보냈다.
[마나하트]
타입: 영약
등급: 레어
상태: 좋음
설명: 마나가 응축되어 있는 영약
먹으면 솜사탕처럼 부드럽게 녹는다. 4성 초인이 복용하면 마나와 관련된 능력치를 2포인트 상승시켜 주며, 복용자의 섭취 방법과 능력에 따라 상승 폭이 증가할 수 있다.
‘진짜 대박이네.’
디아가 감정한 마나하트의 정보를 확인한 신유현은 속으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마나하트의 등급은 레어였다.
초인 등급으로 치면 4성에 해당하며, 파천검가의 파천신단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그리고 영약이나 신단은 해당 등급보다 높은 초인이 복용하면 효과가 적었다. 5성 초인이 마나하트를 복용하면 능력치의 상승 폭이 미미하다는 소리다.
1포인트가 될까 말까 한 정도.
하지만 1성 초인이 복용한다면?
파천신단과 마찬가지로 단숨에 기력 개방을 시키면서 2성이 될 수 있었다.
“5억 1천!”
“5억 3천!”
“5억 5천!”
“5억…….”
마나하트의 경매가 시작하자마자 주로 4성 초인들이 금액을 부르면서 가파르게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7억!”
“7억 2천!”
여기저기에서 마나하트의 가격을 부르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중에는 최유리도 있었고 이천우도 있었다.
‘역시 인기 상품이군.’
그 모습에 신유현은 미소를 지었다.
3성이나 4성 초인이 마나하트를 탐내는 건 당연했다. 기력 수치를 2포인트나 상승시켜 주니까.
그 말은 4성 중급에서 상급으로 한 단계 상승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9억!”
“9억 나왔습니다! 9억 더 없습니까?”
이천우가 9억을 부르자 다른 초인들이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마나하트는 5성 초인들에게는 효과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경매에 대부분 참가하지 않았고, 4성 초인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고 있었다.
하지만 9억은 4성 초인들에게 있어서 상당한 거금이었다.
이 정도 거금이면 차라리 좋은 장비를 사는 게 더 효율적으로 강해질 수도 있었다.
초인 자신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장비의 중요성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력한 검술 가문인 천월검문은 자금력 또한 큰 편이었다.
그 때문에 천월검문의 직계인 이천우는 일반 4성 초인들이나 헌터들보다 주머니가 컸다.
실제로 지금 그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4성급에서는 그보다 자금이 좋은 인물은 없을 테니까.
이미 마나하트는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전 다이요.”
실제로 9억이라는 거금 앞에 4대 명가 중 하나인 만독 가문의 최유리도 포기해 버렸다.
비록 그녀는 만독 가문의 직계이기는 하지만 아직 나이가 어린 막내기 때문에 움직일 수 있는 돈이 크지 않았다.
“오빠는요?”
“난 콜이지.”
최유리의 말에 피식 웃으며 대답한 신유현은 조용히 오른손을 들었다.
“10억.”
“10억! 10억 나왔습니다!”
9억에서 한 번에 1억을 올려 10억을 부른 신유현의 말에, 사회자는 한층 더 텐션이 올라간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리고 주변 초인들도 웅성거리며 신유현을 바라봤다.
마치 또 너냐, 하는 표정으로.
“10, 10억 1천!”
그때 이천우가 질 수 없다는 듯이 신유현보다 높은 금액을 불렀다.
그리고 날카로운 눈으로 신유현을 노려봤다.
“10억 5천.”
으득.
곧바로 이어지는 신유현의 말 한마디에 이천우는 이를 악물었다.
“10억 5천! 10억 5천 나왔습니다. 다른 분 없으십니까?”
사회자는 경매장 내부를 둘러보며 말했다.
하지만 현재 가격에 마나하트를 살 수 있는 금액을 제시할 4성 초인들은 사실상 없었다.
10억 이상은 유니크 등급의 장비를 살 수 있는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십, 십일억!”
하지만 이천우는 시뻘게진 얼굴로 11억을 불렀다.
‘끝까지 해 보겠다 이거지?’
그 모습에 신유현은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이천우의 모습을 보니 지금 부른 금액은 있는 돈, 없는 돈 전부 쥐어짠 모양이었다.
붉어진 얼굴로 신유현을 노려보고 있었으니까.
출혈의 단검 때는 신유현에게 엿을 먹이기 위해 금액을 조금 부르다가 물러났었다.
하지만 마나하트는 달랐다.
출혈의 단검은 실용성이 없기에 끝까지 싸우지 않고 물러났지만, 마나하트는 어마어마한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이번만큼은 어떻게든 신유현에게 마나하트를 넘기고 싶지 않았다.
더불어 이번에는 이천우의 체면과 자존심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십이억.”
“…….”
신유현은 망설임 없이 1억을 더 얹으며 시원하게 12억을 불렀다.
그러자 이천우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대체 어떻게 이런 거금을 신유현이 가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십이억 나왔습니다! 다른 분 더 없습니까?”
사회자는 놀람 반, 감탄 반의 목소리로 말했다.
“더 이상 입찰자가 없기에 마나하트는 신유현 님에게 낙찰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사회자의 말에 신유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12억이면 유니크 등급의 장비를 구할 수 있는 거금이었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마나하트라면 가치가 있지.’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강해질 수 있을 테니까.
신유현은 옆자리에 앉아 있는 남연아를 향해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남연아 씨 덕분에 경매가 참 즐겁네요.”
“생명의 은인인데 그 정도는 해 드려야죠. 오히려 부족하다고 생각될 정도인데요?”
“이 정도면 충분하죠. 경매품들을 사고도 남을 정도이니.”
신유현은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남두그룹으로부터 보상으로 받은 블랙 카드에는 아직 90억에 가까운 돈이 남아 있으니까.
“그럼 신형 코트는 필요 없나요?”
그때 남연아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신형 코트까지만 부탁드립니다.”
그녀의 말에 신유현 또한 웃으며 답했다. 다른 건 몰라도 신형 배리어 코트는 참을 수 없었다.
남연아가 자신하는 최신형 배리어 코트가 어떤 물건인지 궁금했다.
그렇게 신유현과 남연아가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를 갈고 있는 인물이 있었다.
‘저 망할 자식이…….’
다름 아닌 이천우였다.
경매로 싸움을 걸었다가 너덜너덜하게 털린 것이다.
특히 마나하트를 뺏긴 건 타격이 컸다. 그 또한 4성 경지의 초인으로, 지금보다 더 강해지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
마나하트는 그의 경지를 한 단계 높여 줄 물건이었는데 그만 신유현에게 빼앗겨 버린 것이다.
‘감히 내 마나하트를 가져가?’
으득!
이천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이를 갈았다. 그리고 남연아와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자 더더욱 성질이 뻗쳤다.
자신에게는 차갑게 대하던 남연아가 신유현에게는 다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니까.
‘신유현. 어디 나중에도 웃을 수 있나 보자.’
이천우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신유현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그사이 경매는 계속 진행되었다.
장검이나 창, 건틀렛, 단검 및 암기류 등등.
다양한 등급의 무기들이 경매품으로 나왔다가 빠르게 낙찰되어 갔다.
하지만 신유현은 무기들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지금 당장 사용하고 있는 이그니스만 해도 레어 등급으로 상당히 좋은 마검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문의 무기고가 있기 때문에 굳이 경매장 무기를 구할 필요가 없었다.
‘마나하트 이후로 필요한 건 보이지 않네.’
다양한 경매품들이 나왔지만 신유현의 마음에 들거나 필요한 상품들도 없었고, 옵션 능력이 붙은 장비들도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이번 상품은 마수의 시체입니다.”
‘드디어 나왔나.’
사회자의 말에 신유현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단상을 바라봤다.
드디어 기다리던 마수 시체 경매가 나온 것이다.
마수 시체는 다양한 곳에서 활용할 수 있었다.
특정 마수의 생태나 약점을 찾기 위한 연구용으로 사용하거나, 시체의 부산물을 이용해서 장비로 가공할 수 있는 기본 재료로 활용이 가능했다.
그 때문에 마수들의 시체는 꽤 수요가 있었다.
특히 마수의 시체가 유니크하다면 더더욱.
“이 마수의 시체는 3성 보스로 유니크 개체입니다.”
‘3성인데 유니크 개체라고?’
신유현은 눈빛을 반짝였다.
경매 파티에 참가한 가장 큰 목적은 언데드 데스워치의 기본 소재가 되는 3성 보스급 시체를 얻기 위함이었다.
특히 3성 유니크 개체는 신유현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소재였다.
다만, 유니크 개체의 형태가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인간형일지, 동물형일지, 곤충형일지, 부정형일지.
어떤 형태냐에 따라 언데드 데스워치의 모습이 결정되니 말이다.
잠시 후, 신유현의 눈앞에 3성 네임드 유니크 개체가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