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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49화 (49/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49화

“그럼 오늘의 첫 번째 물품 소개를 시작하겠습니다.”

단상에 올라선 사회자는 경매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유현 씨, 이쪽으로 오세요.”

“언니, 나도!”

“그래.”

남연아는 신유현과 최유리를 데리고 파티장 앞으로 향했다.

단상에서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테이블에 이미 자리를 잡아 두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상품은 무려 옵션이 붙어 있는 던전 보상품 출혈의 단검입니다. 가격은 5000만 원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출혈의 단검인가.’

신유현은 턱을 쓰다듬으며 선반 위 유리 상자에 담겨 있는 출혈의 단검을 바라봤다.

칼날에 화려한 문양이 새겨져 있는 마법 단검이었다.

‘출혈 자체는 좋은 능력이지만…….’

출혈은 일정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피를 흘리게 만들어서 상대의 체력을 깎게 만들 수 있었다.

다만, 옵션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었다.

지속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피해를 얼마만큼 입힐 수 있는지.

감정을 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정보였다.

하지만.

- 마스터. 저 상품 등급은 매직이에요. 출혈 지속 시간도 5초밖에 안 되네요.

- 알려 줘서 고마워.

그림자 속에서 의식을 동조하고 있던 디아가 단검의 정보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자, 신유현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덕분에 경매품의 정보를 상세하게 알 수 있었다.

‘역시 쓰레기였군.’

보통 매직은 1000만 원부터 시작하고, 레어는 1억부터 시작한다.

5000만 원부터 시작이라는 소리는 일단 매직급이라는 의미였다.

“하필 매직급이라니…….”

“그것도 단검에 붙어 있다고?”

출혈의 단검이 상품으로 나오자 여기저기에서 탄식이 들려왔다.

장비에 옵션이 붙어 있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었다.

특히 그중에서 출혈 옵션은 희귀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하필 아이템 등급이 매직에 출혈 옵션이 붙어 있을 줄이야.

‘매직급에 옵션 능력이 붙어 있어 봤자 의미가 없지. 가격만 비싸질 뿐.’

매직급의 옵션 능력은 성능이 좋지 않았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초인들은 외면했다.

- 그런데 마스터. 저 단검은 사는 게 좋을 것 같아여.

-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예상치 못한 디아의 제안에 신유현은 속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비싸기만 할 뿐 옵션 성능이 좋지 않은 출혈의 단검을 사라니?

- 단검에 붙어 있는 옵션 능력을 뼈 장비에 부여할 수 있어영.

- 뭐? 옵션을 뼈 장비에 부여할 수 있다고?

- 네.

- 그런 정보는 스킬 설명에서 못 본 거 같은데…….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무기에 붙어 있는 옵션 능력을 뼈 장비에 부여할 수 있다니?

- 그건 아직 마스터의 등급이 낮아서 그래여. 4성은 되어야 알 수 있는 정보거든영.

- 4성이 되어야 한다고?

- 네. 4성이 되면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게 될 거예여. 새로운 스킬들도 생길거구영.

- 역시 초인 등급이 중요하구나.

디아의 말에 신유현은 속으로 웃었다.

불사왕의 능력 또한 초인 등급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 신유현은 마수들을 잡고 모은 소울 포인트들을 주로 초인 등급을 올리는 데 썼다.

그리고 그 생각은 옳았다.

디아까지 쐐기를 박아 주었으니까.

‘시간이 충분했으면 차크라에 몰빵했을 텐데.’

유감스럽게도 4성이 되기 위한 소울 포인트를 모으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3성 마수들 기준으로 최소 300마리 이상은 잡아야 했으니까.

그 때문에 신유현은 던전 스탬피드를 막고 나서 4성이 될 생각이었다.

- 그리고 뼈 장비 강화를 해야 되여. 최소 2레벨은 되어야 하거든영.

- 뼈 장비도 강화시켜야 한다고? 그럼 지난번에 뼈 강화를 했을 게 아니라 뼈 장비를 강화시켰어야 했나?

디아의 말에 신유현은 속으로 혀를 찼다. 디아의 말대로라면 뼈 장비를 강화했으면 던전 스탬피드가 시작되기 전에 옵션 능력을 스켈레톤들에게 부여할 수 있다는 소리니까.

- 아니여. 뼈 장비를 강화해도 옵션 능력을 부여하려면 마스터의 등급이 최소 4성은 되어야 해영.

- 옵션을 부여하려면 4성이 되어야 한다는 소리네.

- 넹. 그러니 어서 4성이 되어 주세여. 슈브 언니가 보고 싶어영.

- 그, 그래.

평소와 다른 디아의 말에 신유현은 식은땀을 흘렸다.

마치 어서 빨리 4성이 되어 달라고 보채는 것 같았다.

하지만 디아의 말이 맞았다.

불사왕의 능력은 4성이 되었을 때부터 본격적으로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4성이 되면 슈브를 시작으로 다른 세븐 아크스의 봉인도 풀 수 있었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4성이 되어야 했다.

- 아무튼 그럼 뼈 장비를 올리지 않은 게 정답이었구나.

- 넹. 처음 스켈레톤들을 강화할 때는 뼈 강화를 먼저 하는 게 맞아영.

그렇기에 디아는 스켈레톤의 뼈를 강화한 신유현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옳은 판단이었으니까.

- 그럼 옵션 효율은 어떻지? 이왕 부여할 거면 매직급이 아니라 레어급 장비의 옵션을 부여하는 게 낫지 않아? 그 편이 성능이나 효율이 더 좋을 거 같은데.

- 그건 상관없어영. 뼈 장비 강화 레벨에 따라 효율이 좋아지거든요.

- 그렇군.

뼈 장비의 강화에 따라 효율이 좋아진다니.

그렇다면 옵션이 붙은 장비들만 구하면 된다는 소리이지 않은가.

‘문제는 옵션이 붙은 장비가 많지 않다는 거지만.’

장비에 상태 이상을 일으키는 옵션들이 붙어 있는 경우는 드문 편이었다.

남두그룹에서 주최하는 경매 파티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일 터.

“출혈의 단검 5000만 원입니다! 입찰자 안 계십니까?”

신유현과 디아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에도 입찰자는 나오지 않았다.

다른 초인들과 헌터들도 출혈의 단검이 좋지 않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그 속에서 신유현은 조용히 손을 들어 올렸다.

“5000만.”

“5000만! 5000만 나왔습니다!”

신유현의 나직한 목소리에 사회자는 마치 구세주라도 본 것처럼 눈빛이 살아나고 목소리에 힘이 생겨났다.

팔리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포기하고 있던 차였으니까.

“오빠, 뭐예요? 왜 저런 걸 사려고 해요? 예쁜 쓰레기나 다름없는데 취향 한번 독특하네.”

“유현 씨, 정말 저걸 사시게요? 저희가 주최자이긴 한데 저거 비싸기만 하고 성능이 안 좋아요.”

신유현이 출혈의 단검 경매에 참여하자 양옆에서 최유리와 남연아가 우려가 섞인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 왔다.

“괜찮습니다. 필요해서 사는 거니까.”

그녀들의 우려 섞인 말에 신유현 또한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5000! 그 외에 다른 분은 없습니까?”

마지막으로 사회자는 다른 입찰자가 없는지 확인차 물었다.

그 순간.

“5100만!”

뒤편에서 신유현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경매장에 있던 초인들은 ‘이걸 경쟁한다고?’라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그곳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인물이 있었다.

“아까 일로 훼방을 놓으려고 하나 보네요.”

그를 본 최유리는 한숨을 내쉬듯 말했다.

천월검문의 차남, 이천우였으니까.

“5200!”

신유현은 다시 가격을 올려 불렀다.

이에 질세라 이천우도 가격을 올려 부르기 시작했다.

“5300!”

“5400!”

“5500!”

“6000!”

100만씩 올려 부르던 신유현은 한 번에 500만 원을 올려 불렀다.

“6100!”

그러자 이천우는 신유현보다 100만을 더 올려 부르는 꼼수를 부렸다.

“6500!”

“6600!”

이번에도 이천우는 신유현보다 100만 더 올려 부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마치 덤빌 수 있으면 덤벼 보라는 듯이.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섬뜩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이천우의 의도는 명확했다.

어떻게든 신유현에게 출혈의 단검을 넘기지 않겠다는 생각.

하지만 신유현에게는 회심의 한 수가 있었다. 다름 아닌 남두그룹에서 받은 100억이 든 블랙 카드가 있었으니까.

“1억!”

“1억 나왔습니다!”

순간 경매장 내부가 술렁였다.

매직급 무기의 가격이 레어급이 되었기 때문이다.

“1억! 1억 이상 입찰자분 없습니까?”

덕분에 사회자는 신이 났다.

팔리지도 않을 물건이 무려 1억이라는 거금에 낙찰될 상황이었으니까.

“그럼 더 이상 입찰자가 없는 관계로 출혈의 단검은 신유현 님에게 낙찰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사회자는 신유현을 쳐다보며 최종 낙찰되었음을 알렸다.

그 때문에 주변 초인들은 신기한 눈으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설마 매직급 단검을 이렇게 비싸게 사는 인물이 나올 줄은 몰랐을 테니까.

그리고 이천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신유현을 바라봤지만 옆에 있던 패거리들의 귓속말에 얼굴을 폈다.

비록 신유현에게 출혈의 단검을 넘겨주게 되었지만, 5000만 원에 살 수 있는 걸 1억에 사게 만들었으니 엿을 먹였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1억이라고 해도 아깝지 않지.’

신유현은 만족스러웠다.

단순히 옵션이 붙은 매직급 무기를 산 거라면 손해가 맞지만, 옵션 성능은 상관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이득이었다. 출혈 옵션이 붙은 장비를 사려면 못해도 최소 몇 억은 깨질 테니까.

그리고 아직 충전된 총알은 충분하고도 넘쳤다.

“다음 경매품은 저희 남두그룹의 배리어 코트 브랜드, 제네시스에서 나온 최신형 배리어 코트입니다! 4성 마정석을 코어 베이스로 하고, 최신형 마나 제어 장치가 탑재된 중급형 배리어 코트입니다. 가격은 1억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사회자의 외침에 초인들의 눈에서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배리어 코트는 초인들이나 헌터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장비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성능 좋은 배리어 코트는 언제나 환영이었다.

하물며 남두그룹의 제네시스는 배리어 코트 전문 브랜드 업체로, 아시아는 물론 서양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최신형 코트라는 게 저건가요?”

신유현은 단상 위에 모습을 드러낸, 하얀색 바탕에 붉은색과 검은색 무늬가 들어간 세련된 코트를 바라봤다.

제네시스 브랜드에서 나오는 모든 배리어 코트들은 남연아의 손을 거쳐서 나온다.

즉, 경매장에 출품된 코트 또한 남연아가 디자인하고 만들었다는 소리였다.

“네. 이번에 새로 나온 신형이에요. 그리고 경매 전용품으로 세상에서 단 한 벌밖에 없는 코트기도 하고요.”

“단 한 벌이라…….”

신유현은 경매 코트에 흥미를 보였다.

현무전에서 받은 코트도 나쁘진 않지만 눈앞에 있는 하얀 코트는 현재 가장 최신품인 데다, 세상에서 한 벌밖에 없으니까.

신유현의 소유욕을 자극한 것이다.

그러자 남연아는 싱긋 웃었다.

“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선물하려고 하는 코트는 저런 중급형이 아니니까.”

“기대해도 됩니까?”

“네, 기대해도 돼요.”

신유현의 물음에 남연아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등급이 높은 건가.’

지금 나온 경매 코트는 4성 마정석을 코어로 사용한 레어 등급의 중급형이었다. 거기다 경매용으로 나왔기에 프리미엄까지 붙은 상황.

그런데 저 코트보다 더 좋은 걸 준비해 놨다니.

중급형이 아니라 고급형인 익셉셔널 레어 등급의 코트라도 준비한 것일까?

‘빨리 보고 싶네.’

신유현은 남연아가 준비한 코트가 무엇인지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3억 나왔습니다! 더 없습니까?”

배리어 코트는 남연아가 선물을 해 준다기에 신유현이 뒤로 빠져 있던 사이, 경매가가 3억까지 올라 있었다.

“그럼 더 이상 입찰자가 없는 관계로 신형 코트는 이수아 님에게 낙찰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경매에 나온 하얀 코트는 4성 헌터로 보이는 한 여성에게 팔렸다.

그리고 잠시 후.

“다음 경매품입니다! 이번 경매품은…….”

세 번째 경매품이 단상 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

그리고 세 번째 경매품을 확인한 초인들은 전원 놀란 표정을 지으며 눈을 빛냈다.

초인들이 귀중하게 여기고 경매장에서도 구하기 힘든 물품이 나왔기 때문이다.

“5억부터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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