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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46화 (46/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46화

[A급 스킬, 감정]

놀랍게도 인물이나 물건의 정보를 대략적이나마 확인할 수 있는 A급 감정 스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상대 초인의 등급이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아티팩트나 장비, 아이템까지도.

‘디아의 감정 스킬은 도움이 될 테지.’

경매품의 등급이나 상태가 어떤지 알아낼 수 있을 테니까.

일반적으로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하려면 감정 스크롤을 사용해야 한다.

물론 감정 스킬을 가지고 있는 초인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극히 소수였다.

‘감정 스킬을 가진 초인이…… 현시점이면 황혼의 연금술사나 금태양의 대장장이 정도인가.’

하지만 그들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초인들이었다.

그렇기에 디아의 감정 스킬은 큰 메리트였다.

부우웅.

그때 신유현이 있는 현무전 정문 쪽으로 차 한 대가 다가왔다.

한눈에 봐도 외제차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저건…….”

신유현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최정훈이 씩 웃어 보였다.

“예, 전주님이 생각하시는 게 맞을 겁니다. 가주님께서 좋은 차를 보내 주셨더군요. 그래서 아란트라는 차고에 보관해 놨습니다.”

“그런가요?”

최정훈의 대답에 신유현은 웃으며 답했다.

끼이익.

그사이 신유현의 눈앞에 외제차가 멈춰 섰다. 신성일이 보낸 외제차는 다름 아닌 신유현이 벼르고 있던 반츠의 최상위권 모델인 S클래스였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네.’

신유현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어제 100억이 들어 있는 블랙 카드를 확인한 이후였으니까.

“타시죠.”

S클래스가 멈춰 서자 최정훈이 바로 뒷좌석 문을 열었다.

신유현은 최정훈에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가 뒷좌석에 올라탔다.

“좋은 아침입니다.”

그러자 운전석에서 누군가가 신유현에게 인사를 건네 왔다.

순간 신유현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예상치 못했던 인물이 운전석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이시아 비서님이 왜……?”

놀랍게도 운전석에는 사무적인 표정의 이시아가 있었다.

“앞으로 제가 전주님을 전면적으로 보좌하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그런가요?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아, 그리고 말 놓으셔도 됩니다.”

‘응?’

이시아의 대답에 순간 신유현은 속으로 놀랐다.

말을 놓아도 된다니.

‘날 시험하는 건가?’

신유현은 헛웃음을 흘렸다.

“괜찮습니다. 저는 존대가 편해서요.”

“……그렇습니까?”

신유현의 말에 이시아는 잠깐 침묵한 후 답했다.

여전히 사무적인 얼굴로 신유현을 대하고 있었지만 내심 놀라고 있었다.

가문 내의 후계자 후보들과는 다른 태도 때문이었다.

‘아직 말을 놓을 수는 없지.’

반면 신유현은 속으로 웃음을 흘렸다.

기본적으로 초인 사회는 등급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 때문에 상대의 직급이 낮아도 등급이 높다면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야 했다.

괜히 신유현이 부전주인 최정훈이나 인사부장 이연화, 재정관리부장 김재현에게 존대를 하는 게 아닌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신유현은 아라크네 둥지에서 만난 현무검대원들에게도 존대를 했다.

이대영을 비롯한 그들은 3성 상급에서 최상급으로 신유현과 비슷하거나 등급이 조금 더 높았으니까.

막내인 최승현만 빼고.

하지만 작은형인 신철진과 막내인 신철호에게는 그냥 막 대했다

둘 다 싸가지가 없는 놈들이니까.

애초에 직계들끼리는 예의나 격식을 잘 따지지 않았다.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라이벌 사이인데 무슨 예의를 지킨단 말인가?

다만 첫째 형과 첫째 누나에게는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 주었다.

이미 5성 경지에 도달해 있는 강자들이니 말이다.

둘째 누나인 신지아 또한 5성 경지의 강자였지만 서로 말을 놓고 편하게 지내는 사이였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신유현은 이시아의 제안을 거절했다.

신유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이시아를 바라봤다.

지금 그녀는 3성 상급 정도의 기운을 보여 주고 있는 상황.

그러니 그녀의 제안에 신유현이 말을 놓아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유현은 알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보다 경지가 더 높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래도 조만간 이시아 비서님과는 말을 놓을 수 있을 것 같긴 하네요.”

“그건…… 기대되는군요.”

순간 사무적인 얼굴이던 이시아의 표정에 금이 살짝 갔다.

‘4성 하급인 나를 따라잡겠다고?’

그녀가 알고 있는 신유현의 등급은 3성 상급 정도.

약 3단계 차이였다.

고작 3단계 차이이긴 하지만, 그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간극이 존재한다.

일반적이라면 수년은 지나야 따라잡을 수 있겠지.

그런데 조만간 말을 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선언을 할 줄이야.

그 말은 곧 단기간에 자신을 따라잡을 만큼 강해지겠다는 말이지 않은가.

“그럼 출발하도록 하죠.”

“네.”

신유현의 재촉에 이시아는 기어를 넣으며 액셀을 밟았다.

그렇게 신유현을 태운 S클래스는 남두그룹의 경매 파티장인 샤로테 호텔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 *

몇 시간 후.

신유현은 특1급 샤로테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호텔 입구에서 이시아가 뒷좌석을 열어 주자 신유현은 S클래스에서 내렸다.

“그럼 전 파티가 끝날 때쯤에 다시 오겠습니다.”

“예.”

이시아와 인사를 나눈 신유현은 호텔 1층 로비에 있는 데스크 앞으로 갔다.

“저희 호텔에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약 확인해 드릴까요?”

“여기 초대받아서 왔는데요.”

신유현은 남두그룹에서 받은 초대장을 데스크 직원에게 건넸다.

“아, 경매 파티 초대를 받고 오셨네요. 지금 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데스크에 있던 여직원은 초대장을 보더니 급히 다른 직원을 불렀다.

그리고 신유현은 호텔 직원의 안내를 받아 3층 사파이어 컨벤션 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초대장 확인을 해도 괜찮겠습니까?”

홀 입구에 도착하자 경호원으로 보이는 검은 정장의 사내가 날카로운 눈으로 신유현을 보더니 초대장을 요구했다.

“여기요.”

신유현은 사내에게 초대장을 보여 주었다. 그러자 날카로운 인상을 짓고 있던 사내는 눈매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확인했습니다.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그렇게 신유현은 초대장 덕분에 별탈 없이 파티장에 들어섰다.

‘여기가 경매 파티장인가?’

신유현은 파티장 내부를 둘러봤다.

내부는 상당히 넓었으며 원형 테이블 수십 개가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수십 명이나 되는 인원들이 2~5명씩 원형 테이블에 띄엄띄엄 흩어져 앉아 있었다.

신유현은 그들의 면면을 둘러봤다.

‘고위급 인물들도 있군.’

파티장에는 헌터 협회의 한국 지부장부터 시작해서 남두그룹의 계열사 임원들로 보이는 인물들이 보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최소 C급부터 B급까지 다양한 길드 소속인 헌터들과 초인들이 테이블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저들 중에 4대 명문가의 인물들도 있겠지.’

대한민국의 4대 무술 명가.

파천검법(破天劍法) 신가(家).

나선권(螺線拳) 이가(家).

육합창술(六合槍術) 김가(家).

만독암기술(萬毒暗器術) 최가(家).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초인들을 거느린 가문들이다.

물론 4대 가문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중소 무술 가문들이 존재하며, 헌터들이 모여서 만든 길드도 존재했다.

예상대로 이 파티장에는 4대 가문 소속의 초인들이 몇 명 보였다.

‘역시 4성 초인들이 대부분이군.’

보통 3성 초인들은 C급 일반 헌터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며, 그다음으로 4성 초인인 C급 베테랑 헌터들이 많았다. 대부분의 초인들은 3성과 4성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리고 5성 초인들부터는 숫자가 급감한다.

그 때문에 파티장에서 5성 초인은 많지 않았으며 6성 초인은 더더욱 보기도 힘들었다.

‘음?’

순간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파티장 앞쪽 테이블에 여성 초인 세 명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그녀들 중 한 명을 유심히 바라봤다.

‘적안의 마녀.’

전형적인 한국인 이목구비에 화려한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미녀.

그렇다고 혼혈은 아니었다.

‘설마 여기서 만날 줄이야.’

6성 A급 헌터, 이채화.

허리까지 치렁치렁 웨이브가 진 붉은색 머리카락과 붉은 마안을 가진 글래머 스타일의 미녀였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적탑 길드의 수장이자 아시아에서 보기 드문 마법사이기도 했다.

보통 동양은 검사, 창술사, 무투가 등등 무공을 사용하는 무인들이 많았다.

그에 반해 서양은 마법사들이 대다수였다.

이채화가 이끄는 적탑도 얼마 되지 않는 마법사들이 모인 길드이며, 주로 화염 속성을 다뤘다.

특히 이채화는 적안의 소유자로 화염 속성에 특화되어 있으며, 그 때문에 머리카락이 붉은색으로 찬란하게 빛났다.

아마도 그녀 옆에 있는 두 명의 여자들 또한 적탑 소속의 마법사일 터.

‘운이 좋군.’

신유현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채화는 명실상부 대한민국에서 유명한 강자들 중 한 명이었다.

실제로 지금 이곳에 있는 모든 초인들이 전부 달려들어도 그녀를 이기지 못할 것이다.

그녀의 화염 마법은 공방 일체이며 강력한 화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거기다 무인들이 중심인 대한민국 출신이라 근접 격투술 또한 수준급으로 구사할 수 있었다.

서양의 마법사들이 근접전에 약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채화는 사기라는 생각이 들 정도.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붉은 눈은 강력한 힘을 가진 마안이었다.

거리가 얼마든 상관없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상대를 무조건 화염 마법으로 불태울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초장거리 공격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쯤이면 슬슬 문제가 생기고 있겠지.’

이전 삶에서 이채화는 게티아들의 침략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사망했다.

그녀가 가진 한 가지 문제 때문에.

‘잘하면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신유현은 그녀가 가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알고 있었다.

앞으로 약 8년 뒤, 자신의 연인이었던 유럽의 마녀, 마리아가 이채화를 치료할 방법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녀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다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터였다.

그녀는 유명인이니까.

‘그렇다고 조급해 할 필요는 없지.’

오늘 가장 큰 목적은 경매품이었다.

남두그룹이 운영하는 경매장에는 좋은 품목들이 나오는 걸로 유명하니 말이다.

그리고 언데드 데스워치에 사용할 마수 시체도 입수해야 했다.

‘일단 이채화는 나중에 남연아에게 소개해 달라고 해도 되고.’

신유현은 이채화에게 천천히 다가갈 생각이었다. 오늘 하루 파티 경매장에 있을 시간은 많으니까.

그리고 남연아나 남현철 회장을 통해 이채화를 소개시켜 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남두그룹에서 이채화를 파티에 초대할 정도이니 분명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일 테니 말이다.

‘그런데…….’

신유현은 주변을 둘러봤다.

조금 전부터 무언가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느껴졌다.

특히 파티장 입구에서 가장 오른쪽 구석진 테이블 쪽에서 이상한 기척이 감지되었던 것이다.

‘뭐지?’

신유현은 테이블을 가만히 바라봤다.

이전 삶에서 게티아들로부터 도망치고 살아남기 위해 단련된 위기 감지 능력이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저곳에 무언가가 있다고.

- 디아.

- 넹.

- 탐지 스킬을 쓸 수 있어?

- 넹. 잠시만영.

신유현은 그림자 속에 있는 디아와 의식 동조를 하며 짧게 대화를 나눴다.

디아의 다양한 서포트 스킬들 중에는 탐지 스킬도 있었다.

잠시 후.

지잉.

디아가 사용한 탐지 스킬로, 신유현은 위화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와구와구!

구석진 테이블에서 초코 케이크를 흡입하고 있는 어린 소녀를 발견한 것이다.

‘아니, 은신 스킬로 숨어서 케이크를 먹고 있다고?’

신유현은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테이블을 바라보고 있는 신유현과 소녀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

푸웃! 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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