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43화
슈아아아아아악!
그러자 이설리의 플라즈마 구체가 반으로 갈라져 버리는 게 아닌가.
“마, 말도 안 돼!”
그 모습을 본 이설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지금까지 플라즈마 에어 블래스터를 피했으면 피했지 정면에서 두 조각을 낸 존재는 없었다.
그런데 설마 파천검가의 무능한 쓰레기라고 보고된 신유현이 자신의 플라즈마를 두 조각낼 줄이야!
“아니, 미친! 저걸 반으로 갈랐다고? 대체 어떻게?”
진원호 또한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설리의 비기인 플라즈마 에어 블래스터를 파훼하기 위한 연구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파훼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아무리 마나를 다루는 초인이라고 해도 검 한 자루를 가지고 플라즈마 구체를 깨뜨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플라즈마 에어 블래스터는 한 가지 성가신 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플라즈마의 상태가 불안정해지면 바로 폭발한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반으로 갈라진 플라즈마 에어 블래스터는 바로 폭발하지 않았다.
신유현의 양옆으로 두 조각이 난 뒤 한참을 뒤로 날아갔다.
그리고.
콰콰콰콰콰콰쾅!
베이스캠프를 지나 훨씬 뒤쪽에서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후우우우우웅.
베이스캠프로 강풍이 불어닥쳐 올 정도로 폭발의 규모는 꽤 컸다.
“큭…….”
그때 신유현은 몸을 비틀거리더니 마검 이그니스를 지면에 꽂으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흑염을 압축시켜서 일시적으로 플라즈마 블레이드를 생성하는 일이 몸에 부담을 크게 주었기 때문이다.
근육통이 온 것처럼 전신이 아팠으며 머리 또한 술에 취한 것처럼 어지러웠다.
그 때문에 신유현은 금방이라도 쓰러져 눕고 싶었지만 마검 이그니스에 의지하며 버텼다.
“내, 내 플라즈마 에어 블래스터가…….”
이설리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회심의 한 수이자 비기인 플라즈마 에어 블래스터가 허무하게 날아가 버렸으니.
“괴물 자식.”
진원호 또한 눈살을 찌푸리며 신유현을 노려봤다.
그는 직감했다.
앞으로 신유현은 자신들의 조직에 위협이 되는 인물이 될 거라고.
지금 싹을 잘라 놓아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한 진원호는 흑색 대검을 움켜쥐었다.
그때 최정훈이 진원호의 앞을 가로막았다.
“무슨 짓을 할 생각이지? 내가 있는 한 저분의 옷자락 하나도 건드릴 생각하지 마라.”
“쳇.”
진원호는 혀를 찼다.
눈앞에 있는 현무전의 부전주 최정훈은 5성 최하급의 실력자.
자신보다도 더 강한 존재였다.
하지만 이설리와 둘이라면 충분히 최정훈을 제압할 수 있었다.
다만.
‘아직 움직일 수 없나.’
진원호는 힐끔 이설리를 쳐다봤다.
지금 이설리는 모든 마나를 쏟아부어 비기를 사용한 탓에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 힘들었다.
신유현과 다를 바 없는 상태.
그 때문에 상황은 진원호에게 불리했다. 진원호 혼자 최정훈을 상대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리고 이대로 시간을 끈다면 파천검가에서 구조대가 올지도 몰랐다.
‘최소한 저것만이라도 파괴했었으면…….’
진원호는 아쉬운 눈으로 크리스탈 장치를 바라봤다.
크리스탈 장치는 조직의 중요 기밀 중 하나였다.
그것이 파천검가에게 넘어가야 한다는 사실에 진원호는 절로 얼굴이 구겨졌다.
‘이거 돌아가면 엄청 깨지겠군.’
그렇다고 해도 파천검가에 붙잡히는 것보다는 나을 터.
그리고 최소한 사사키 시로는 처리했으니 조직의 기밀들이 유출되는 건 막을 수 있었다.
더 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오늘은 이만 물러나도록 하지.”
“흙발로 쳐들어올 때는 언제고 이제 나가겠다고? 내가 보내 줄 거라 생각하나?”
최정훈은 진원호를 차가운 눈으로 노려봤다.
그 또한 화가 나기는 마찬가지였다.
사사키 시로에게 부하가 잔인한 고문을 당한 데다가, 겁도 없이 파천검가의 사람을 건드렸으니까.
그러니 눈앞에 있는 놈들에게 그 책임을 지게 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섭섭해하지 않아도 돼. 조만간 다시 보게 될 테니까.”
그렇게 말한 진원호는 품속에서 작은 크리스탈 조각을 하나 꺼냈다.
“놈!”
그 모습에 최정훈은 진원호를 향해 달려들었다. 진원호가 또 무슨 수작질을 부릴 거라 생각했으니까.
번쩍!
그 순간 진원호를 중심으로 하얀빛이 터져 나왔다.
“섬광탄인가!”
최정훈은 손으로 눈을 가리며 소리쳤다. 설마 여기서 섬광탄을 쓸 줄이야.
“또 보자고.”
하지만 최정훈의 생각과 달리 진원호가 사용한 건 일반적인 섬광탄이 아니었다.
오히려 섬광은 부작용이었다.
그가 사용한 건 텔레포트용 크리스탈이었으니까.
슈슉!
눈 깜짝할 사이에 진원호는 이설리를 둘러업고 사라졌다.
“이런!”
눈앞에서 진원호와 이설리가 사라지자 최정훈은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이내 몸을 돌렸다.
다음에 놈들을 만나면 절대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전주님!”
최정훈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검에 몸을 지탱하며 버티고 있는 신유현을 향해 달려갔다.
그렇게 일행들이 서로 부축하며 몸을 추스르는 사이, 파천검가에서 보낸 구조대가 도착했다.
* * *
어두운 밤.
고층 호텔의 호화스러운 거실에서 한 사내가 창문 앞에 서서 밖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 탁 트인 마천루의 불빛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도시의 모습은 절경이나 다름없었다.
“흠. 실패했다고?”
샤워 가운 차림으로 와인을 마신 사내는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크리스탈 마인드 컨트롤 프로젝트.
온갖 다양한 마수들을 조종하기 위해 실행 중인 비밀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3성 던전 아라크네의 둥지를 타깃 삼아 실험을 실행했다.
이번 실험의 가장 큰 목적은 3성 보스 마수를 상대로 마인드 컨트롤을 성공시킬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
만약 성공한다면 그대로 파천검가를 한번 두들겨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실험 결과는 확인할 수 없으며 실험에 투입한 인원들도 전부 전멸했다고 하는 게 아닌가?
“재미있군. 하등한 인간들 주제에 내 계획을 방해할 줄이야.”
사내는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설마 파천검가가 이렇게 대응을 빠르게 해 올 줄은 몰랐다.
계획대로라면 최소 하루는 더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니까.
‘실험 결과를 확인하지 못한 건 아쉽군. 하루만 더 있었더라면 알 수 있었을 텐데.’
그뿐만이 아니라 이번 실험의 실패로 철화단의 간부와 조직원들을 꽤 잃었고 마수를 마인드 컨트롤할 수 있는 크리스탈 장치도 파천검가에 넘어갔다.
하지만 사내는 개의치 않았다.
“실험에서 실패는 늘 있는 법이지.”
지구에서는 실패를 성공의 어머니라고 표현했다.
사내는 그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그 말대로 실험에 실패한 데이터들은 성공을 향한 기반이 되어 주니까.
“부족한 인원은 다시 충원하면 될 뿐이고.”
어차피 자신들에게 있어 인간들이란 하등한 생물에 지나지 않았다.
대체할 수 있는 인력 또한 얼마든지 있었다.
그리고 크리스탈 장치가 파천검가에 넘어가도 상관없었다.
‘과연 이해나 할 수 있을까?’
사내는 입가에 비웃음을 띠었다.
크리스탈 장치는 지금의 지구 인류가 들여다봐도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지구의 과학력을 최소 100년은 앞서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제 시작일 뿐이지.”
사내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창문을 바라봤다.
그런 사내 너머로 거실 중앙 테이블 위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수많은 크리스탈 장치들이 정렬되어 있었다.
* * *
어느덧 아라크네의 둥지 던전 사건이 있은 지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 신유현은 뒷수습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라크네 던전에서 있었던 일들을 가문에 보고를 해야 했고, 사망자도 나왔기 때문에 이리저리 불려 다니는 일이 많았다. 그리고 어머니를 만나 걱정을 덜어 주는 일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한동안 바쁜 나날을 보냈지만 신유현은 가문 내의 분위기가 변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현무전에서 신유현이 지나갈 때, 가문의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에는 신유현이 지나가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말이다.
‘나쁘지 않아.’
신유현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가문 내의 사람들이 조금씩 자신을 인정해 주기 시작했다는 사실이었으니까.
그런 그들의 변화가 싫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따뜻해지며 편안해졌다. 이전 삶에서는 결코 느껴 보지 못했던 기분이었다.
‘이렇게 될 거라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신유현은 아라크네의 둥지에서 철화단의 간부들과 대치하며 현무검대원들을 구해 왔다.
당연히 신유현에 대한 태도가 변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자신의 힘을 조금씩 가문 내에서 드러내 보였으며, 결정타로 죽을 뻔한 가문의 사람들을 구해 낸 것이니 말이다.
거기에 막내인 최승현과 파티의 대장이었던 이대영이 신유현을 치켜세운 점도 한몫했다.
그 결과 지금 신유현은 현무전 내에서 여간 존경을 받고 있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신유현의 목적은 가문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게 아니다.
그들이 자신을 인정하고 신뢰하게 만드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힘을 보여 주고, 실적과 명성을 얻고, 그들에게 자신이 먼저 손을 내밀어 주면 되는 일이니까.
이번에 이대영을 비롯한 현무검대원들을 구해 주었던 것처럼.
‘문제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지.’
신유현은 철화단의 간부들과 있었던 싸움을 떠올렸다.
사사키 시로는 둘째치고, 진원호와 이설리는 무시할 수 없는 강자였다.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돼.’
그들에게 대항하려면 최소 4성은 되어야 했다.
‘그러고 보니 4성이 되면 슈브를 찾으러 갈 수 있다고 했었지.’
이전 디아에게 세븐 아크스들 중 한 명인 슈브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봤지만 결국 말해 주지 않았다.
다만 4성이 되면 찾으러 갈 수 있다고 대답했다.
확실히 디아의 말대로 4성이 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앞으로 철화단 간부 놈들에게 대응할 수 있을 테고, 세븐 아크스들과 만날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4성이 되면 소울 포인트를 모아서 스켈레톤들도 강화시킬 생각이었다.
‘현무검대도 실력을 키워야 돼.’
현무전의 전투부대라고 할 수 있는 현무검대.
하지만 이번 사태로 신유현은 깨달았다. 현무검대원들의 실력이 예상보다 밑이라는 사실을.
다른 검전이었다면 최소한 철화단의 습격을 가문에 알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에 반해 현무검대는 정보를 알리기는커녕 손도 못 쓰고 당했다.
그만큼 다른 검전에 비해 실력이 뒤처진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현무검대를 강해지게 하는 방법이라면 몇 가지 있지.
신유현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현무검대를 강해지게 만든다면 그들의 신뢰도 함께 얻을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 전에.
‘이제 그 사건이 일어날 시기로군.’
철화단의 습격 이후,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사건이 하나 일어난다.
이전 삶에서 인천공항이 초토화가 되어 쓸려 나갔던 사건.
“인천 마수 상륙 사건.”
규모에 따라 도시 하나가 멸망할 수 있는 던전 스탬피드가 일어날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