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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42화 (42/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42화

흑색 대검을 치켜든 진원호가 이진규를 향해 달려들었다.

“으아아악! 오지 마!”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진원호의 모습에 이진규는 필사적으로 다리를 움직였다. 다행히 굳어 있던 몸이 풀리면서 도망을 칠 수 있었다.

하지만 진원호의 속도가 더 빨랐다.

눈 깜짝할 사이 진원호의 흑색 대검이 이진규의 등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까앙!

“허억!”

이진규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다행히 흑색 대검은 이진규의 코트에서 발생한 배리어에 막혔다.

츠츠츠츳!

하지만 진원호는 흑색 대검에 힘을 주며 밀어 넣기 시작했다.

그러자 흑색 대검의 날카로운 검 끝이 이진규의 배리어를 조금씩 파고들었다.

“아, 안 돼!”

엉덩방아를 찧고 앉은 채, 스파크를 튀기며 조금씩 뚫고 들어오는 흑색 대검을 바라보며 이진규는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음?”

순간 진원호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 직후.

슈아아악!

진원호가 있던 자리에 흑염이 피어오르는 붉은 검광이 공간을 갈랐다.

“어? 어?”

갑작스러운 상황에 이진규는 놀란 표정으로 눈앞을 바라봤다.

그리고 어느 틈엔가 흑색 코트를 입고 나타난 사내의 등을 볼 수 있었다.

“저, 전주님?”

다름 아닌 신유현이었다.

“괜찮나?”

“네, 네!”

신유현의 말에 이진규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함이 우러나오는 목소리로 답했다. 또다시 신유현 덕분에 목숨을 구한 것이다.

이진규의 대답에 신유현은 눈앞에 있는 진원호를 노려봤다.

“간부 놈들이 더 있을 줄은 몰랐는데.”

신유현은 이진규의 앞에 나타났을 때부터 진원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눈을 떼는 순간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았으니까.

“이게 파천검가의 쓰레기라고?”

진원호는 놀란 표정으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자신이 알고 있는 신유현과 정보가 달랐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을 노린 서늘한 살기에 반응하지 못했다면 치명상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사사키 시로는 이미 당했나 보군.”

베이스캠프 안에서 머리가 터져 죽은 사사키 시로의 시신을 확인한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사사키 시로를 통해 철화단의 정보를 캐낼 생각이었는데, 이미 입막음을 당해 버린 게 언짢았다.

“우리가 후환은 남기지 않는 주의라서 말이야. 네놈들은 전부 죽어 줘야겠다.”

“할 수 있으면 해 보든가.”

진원호의 말에 신유현은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

사사키 시로를 대신해서 정보를 제공해 줄 인물이 두 명이나 더 나타난 상황.

오히려 신유현은 눈앞에 있는 두 명을 생포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만만한 신유현의 모습에 진원호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네놈 정말 파천검가의 쓰레기가 맞는 거냐? 이거 돌아가면 정보원 놈들 좀 족쳐야겠구먼.”

“돌아갈 수 있으면 말이지.”

신유현은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파천검가의 영역에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 때는 아니다.

특히 눈앞의 놈들처럼 흙발로 쳐들어와서 가문의 사람들을 죽였다면 더더욱.

“애송이 주제에 입 하나만큼은 패기가 넘치는구나!”

쾅!

먼저 선공을 한 건 진원호였다.

강하게 지면을 박찬 진원호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신유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까가가가강!

이윽고 강체술을 발동한 신유현과 진원호는 서로 맞붙었다.

인비저블 아처와 흑기사.

그들은 연구원에 가까운 매드 닥터, 사사키 시로와 달리 전투의 달인이었다.

특히 흑기사 진원호는 어마어마한 괴력으로 신유현을 밀어붙였다.

“큭!”

그 때문에 신유현은 짧게 신음성을 내뱉으며 진원호의 공세를 막아 냈다.

어마어마한 괴력으로 무겁게 날아드는 진원호의 흑색 대검은 굉장히 위협적이었다.

깡! 까강!

흑색 대검과 마검 이그니스가 맞부딪칠 때마다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어 올랐다.

하지만 신유현은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은 채 어떻게든 진원호의 공격을 흘려 내며 버텼다.

“내 공격을 흘려낸다고?”

그러자 진원호는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그는 힘으로 상대를 찍어 눌러 왔다.

그런데 신유현의 검은 상대하기가 힘들었다. 검과 검이 맞부딪치는 타격감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신유현이 진원호의 대검을 정면에서 막는 게 아니라 흘려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힘드네.’

하지만 신유현은 진원호를 상대로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진원호는 4성 중급의 실력자였으니까.

키이이잉!

그뿐만이 아니다.

인비저블 아처인 이설리까지 신유현을 향해 보이지 않는 활을 겨누며 공격태세에 들어가 있었다.

“전주님!”

하지만 그때 부전주인 최정훈이 베이스캠프 내부로 뛰어 들어왔다.

‘타이밍 좋고.’

너덜너덜해진 천막을 뚫고 베이스캠프로 뛰어든 최정훈은 단숨에 상황을 파악했다.

붉은 피로 흥건한 바닥에 쓰러져 있는 현무검대원들.

신유현을 공격하고 있는 검은 정장 차림의 사내.

마지막으로 검은 후드 코트를 입은 여자의 모습이 보였으니까.

“멈춰라!”

최정훈은 곧바로 심상치 않은 기세를 내뿜고 있던 이설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칫.”

그 때문에 이설리는 신유현을 향해 겨누고 있던 활을 최정훈에게로 돌렸다.

피이잉!

“헛!”

갑작스럽게 강렬한 기세로 날아드는 보이지 않는 화살에 최정훈은 화들짝 놀라며 몸을 옆으로 날렸다.

슈슈슉!

보이지 않는 바람의 화살은 최정훈을 옆을 스쳐 지나갔다.

“투명 화살이라고?”

그 모습에 최정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이설리를 노려봤다.

이설리 또한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현무전의 부전주가 왜 여기에?”

“네년이 알 바 아니지.”

최정훈은 냉소적인 미소로 화답했다.

평소 신유현에게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지금 최정훈의 미소는 보는 것만으로도 자기도 모르게 몸이 떨릴 만큼 굉장히 차가웠으니까.

“전주님! 부전주님!”

그때 이대영과 김현석이 베이스캠프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들어오지 마라!”

그들의 등장에 최정훈은 다급히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저건 설마!’

이대영과 김현석이 들고 온 크리스탈 장치가 진원호와 이설리의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설리!”

“알고 있어!”

진원호의 외침에 이설리는 최정훈에게서 물러났다.

진원호 역시 신유현에게서 물러나더니 이설리를 향해 다가갔다.

마치 그녀를 지키려는 듯이.

키이이이잉!

‘설마?’

그 모습에 신유현은 그들의 의도를 파악했다. 이설리의 보이지 않는 활이 크리스탈 장치를 향해 있었으니까.

“부전주님!”

“알겠습니다!”

신유현의 외침에 최정훈은 자신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이설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신유현의 의도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뒤이어 이대영과 김현석이 있는 곳과 가까운 위치에 있던 신유현이 크리스탈 장치를 향해 내달렸다.

“어딜 가시려고!”

최정훈이 다가오자 역시나 진원호가 앞을 가로막았다.

“비켜라!

최정훈은 장검을 앞세우며 진원호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그사이 이설리는 화살을 쏠 준비를 마쳤다. 그녀의 화살은 마나와 공기가 복합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무려 한 번에 여러 발을 쏠 수 있었다.

피잉! 슈아아아악!

이윽고 그녀의 손에서 보이지 않는 화살이 떠났다.

비록 화살이 눈에 보이진 않았지만 소리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적어도 세 발 이상인가.’

그때 신유현은 이대영과 김현석 앞에 서 있는 상황.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었지만 초인다운 청각으로 보이지 않는 화살이 세 발 이상이라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막을 수밖에 없지.’

지금 이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화살은 날카로운 파공성을 내며 신유현을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신유현은 마검 이그니스를 정면에 앞세우고 검 끝을 노려봤다.

화르륵!

이윽고 마검 이그니스에서 다크 소울 블레이즈가 어마어마한 기세로 치솟아 올랐다.

신유현의 앞을 가득 채울 정도로.

쌔액!

그 순간 전방에 가득 차 있던 흑염의 일부가 뚫렸다.

흑염에 틈이 생긴 것이다.

‘지금!’

그 틈을 향해 신유현은 마검 이그니스를 내려쳤다.

깡!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보이지 않는 화살이 땅바닥에 박혔다.

쌔액!

뒤이어 신유현의 왼쪽 상단에 흑염이 뚫리며 구멍이 생겨났다.

깡!

이번에도 신유현은 재빠르게 마검 이그니스를 휘둘러 보이지 않는 화살을 쳐 냈다.

화살이 흑염을 뚫고 구멍이 생기는 순간은 그야말로 찰나와도 같았다.

하지만 그 순간의 틈을 신유현은 놓치지 않았다.

깡! 깡! 깡! 깡!

그렇게 신유현이 다섯 발의 화살을 쳐 내는 데는 불과 3초도 걸리지 않았다.

“미친…… 말도 안 돼.”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본 이설리는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파천검가의 쓰레기라 불리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력 개방조차 하지 못한 신유현이 그녀의 자랑인 보이지 않는 화살들 전부 막아 냈기 때문이다.

“그럼 이것도 막을 수 있으면 막아 봐라!”

키이이이잉!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이설리는 눈에 쌍심지를 켰다. 그러고는 있는 대로 기력을 끌어올리며 보이지 않는 활과 화살을 강화시키기 시작했다.

그러자 진원호가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다.

“야, 너 미쳤어? 지금 여기서 그걸 쏘겠다고?”

“말리지 마. 이미 늦었어!”

어마어마한 기세로 이설리의 양손에 모이기 시작하는 마나의 소용돌이.

아니, 실제로 그녀를 중심으로 공기가 회오리를 치고 있었으며, 그 속에서 이설리는 공기를 압축하고 있었다.

초고압으로 압축된 공기는 초고온 상태가 되며 거기에 마나를 불어넣으면 일시적이지만 플라즈마가 생성된다.

그렇게 이설리의 양손에서 생성되고 있는 초록빛 플라즈마 구체.

플라즈마 에어 블래스터.

인비저블 아처, 이설리의 비기였다.

투확!

잠시 후 초고온의 열을 내뿜는 초록색 플라즈마 구체가 신유현을 향해 쏘아졌다.

모든 것을 불사르며 다가오고 있는 플라즈마 구체.

이설리가 공기를 압축시키며 플라즈마를 생성하는 모습을 본 신유현은 생각했다.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공기를 압축시켜서 플라즈마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흑염을 압축시키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 신유현은 이설리가 플라즈마 구체를 생성하고 있을 때, 다크 소울 블레이즈를 마검 이그니스에 집중하며 압축시켰다.

기본적으로 흑염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화르르륵!

어마어마한 양의 흑염이 마검 이그니스 속으로 집속되며 압축되어 갔다.

그 때문에 흑염은 평소보다 거세게 불타오르며 검은 빛을 발했다.

즈즈증.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마검 이그니스의 붉은 검신은 새까맣게 덧칠되었다.

다크 매터 플라즈마 블레이드.

흑빛 플라즈마가 피어오르는 마검 이그니스는 마치 검정색 빛의 칼날을 가진 광검 같았다.

“무슨 짓을 하든 이미 늦었어!”

플라즈마 에어 블래스터를 발동한 이설리는 자신만만했다.

실제로 그녀가 쏘아 보낸 플라즈마 구체는 모든 것을 불살라 버리면서 신유현을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저 구체에 닿는다면 재조차 남지 못하고 사라져 버리겠지.

어느덧 섬뜩한 초록빛을 내뿜는 플라즈마 구체는 신유현의 바로 눈앞까지 다가왔다.

그 앞에서 신유현은 길게 호흡을 내쉬며 이그니스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초록빛의 플라즈마 구체를 향해 이그니스를 조용히 내리그었다.

파천검법(破天劍法).

일식(一式), 무명(無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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