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40화
푸확!
특히 충격파와 함께 터져 나온 흑염은 방사형으로 내뿜어지면서 강철 문을 뚫고 나오려던 아라크네를 덮쳤다.
키에에에엑!
그러자 아라크네는 괴성을 지르며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따라오세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신유현은 아라크네가 벌려 놓은 강철 문틈 안으로 몸을 날리며 소리쳤다.
“알겠습니다!”
“네!”
“네, 넵!”
최정훈과 이대영, 김현석이 차례대로 답하며 신유현의 뒤를 따랐다.
나머지 현무검대원들은 사사키 시로를 감시하고 있거나, 상처가 심한 막내 최승현을 돌보고 있는 중이었다.
“으음.”
그렇게 강철 문틈 사이로 뛰어든 신유현은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퀴퀴한 시체 썩는 냄새가 덮쳐 왔기 때문이다.
“우욱! 이게 무슨 냄새야?”
“토할 것 같습니다.”
뒤따라온 이대영과 김현석도 얼굴을 찌푸리며 손으로 코를 막았다.
“철화단 녀석들은 전멸했나 보군요.”
최정훈 또한 역한 냄새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며 한마디 했다.
최정훈의 말대로 지금 그들의 눈앞에는 아라크네를 공략하러 온 철화단의 빌런들이 처참한 몰골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팔다리가 찢기거나 상하체가 분리되어 사방에 붉은 피를 흩뿌리며 죽어 있는 철화단 소속 빌런들.
그뿐만이 아니다.
키익. 키이익.
사방에서 기묘한 괴성이 들려왔다.
“긴장 풀지 마세요.”
신유현은 낮은 목소리로 말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보스 룸 천장의 장식물에서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빛 아래에 섬뜩한 붉은 눈들이 빛나고 있었다.
<3성 마수, 포이즌 스파이더>
<3성 마수, 아이언 스파이더>
<3성 마수, 블레이드 스파이더>
3성 던전 아라크네 둥지의 다양한 거미 형태의 마수들.
1미터에서 2미터까지 크고 작은 마수들이 최소 20마리는 있어 보였다.
“어째서 마수들이…….”
김현석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일반적으로 보스 룸에는 보스만 존재한다.
물론 드물게 보스를 지키는 근위 마수들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기껏해야 두세 마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아라크네의 보스 룸에는 20마리나 있는 게 아닌가.
“그래도 던전 스탬피드는 아닌 모양이군요.”
최정훈은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스탬피드 현상이었다면 20마리가 아니라 그보다 열 배는 더 많은 마수들이 던전에서 튀어나왔을 테니까.
예상외의 상황이긴 했지만 아직 최악은 아니었다.
끼에에에엑!
그때 스파이더 무리의 중심에 있던 아라크네가 괴성을 내질렀다.
그러자 신유현 일행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하는 수많은 스파이더들.
그에 맞서 신유현을 비롯한 현무전의 초인들도 스파이더 무리를 향해 마주 달리기 시작했다.
* * *
까가가강!
은은한 어둠 속에서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어 오른다.
사방에서 달려드는 스파이더 마수들을 향해 일행들은 쉴 새 없이 검을 휘둘렀다.
그럴 때마다 쇳소리와 불꽃이 튀어 오르고 스파이더들의 기괴한 괴성이 울려 퍼졌다.
‘호각인가?’
신유현은 부지런히 검을 휘두르며, 이자르를 쓰러트리고 얻은 분할 사고 스킬을 사용하면서 전황을 냉정하게 파악했다.
본래라면 스파이더 마수들에게 쓰러졌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실제로 무려 10명이나 투입된 철화단의 3성 빌런 초인들은 보스 룸에서 끔찍하게 살해당했으니까.
스파이더들뿐만 아니라 아라크네까지 믿기지 않는 속도로 거구를 움직이며 공격해 왔다.
키에엑!
아라크네는 5미터가 넘는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재빠르게 움직이면서 이대영과 김현석의 사이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이대로라면 이대영과 김현성이 분단될 수도 있는 상황.
서로 흩어지게 되면 각개격파를 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사방에서 달려드는 스파이더 마수들을 상대하느라 아라크네의 돌격에 무방비한 상태였다.
바로 그때.
현무중검(玄武重劍).
삼식(三式), 중파참(重破斬).
현무중검법의 달인이자 무려 5성 경지의 실력을 가진 현무전의 부전주 최정훈이 아라크네의 앞다리를 대검으로 내려쳤다.
까아아아앙!
그러자 묵직한 쇳소리와 함께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그 때문에 최정훈의 대검도 튕겨 나왔지만, 아라크네 또한 거구를 움찔거리며 뒤로 수 미터나 물러서게 만들었다.
최정훈이 3성 보스인 아라크네를 견제해 주고 있는 덕분에 호각으로 싸울 수 있었던 것이다.
화르륵!
그사이 신유현은 흑염이 불타오르는 마검 이그니스를 휘두르며 스파이더 무리 사이를 종횡무진 내달리고 있었다.
키에에에엑!
신유현이 스쳐 지나가면 어김없이 스파이어들의 다리가 초록색 체액을 내뿜으며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좋아. 이대로 간다면 이길 수 있다.’
[3성 포이즌 스파이더를 쓰러트렸습니다!]
[3성 블레이드 스파이더를 쓰러트렸습니다.]
[다크 소울 이터를 발동하여 각각 3 소울 포인트를 흡수합니다.]
예상대로 신유현의 눈앞에 스파이더 마수들을 쓰러트렸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푸확!
그리고 다크 소울 이터가 발동한 신유현의 등에서 마나로 이루어진 깃털 날개가 펼쳐지면서 촉수들이 스파이더들을 향해 날아가 꽂혔다.
‘으음. 이건 맛이 쓴데? 블랙커피 같군.’
다른 초인들은 감지할 수 없는 다크 소울 이터로 스파이더 마수들의 소울 포인트를 흡수한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단맛을 좋아하는 신유현으로서는 쓴맛이 강한 블랙커피보다 달달한 자바칩 프라페가 더 좋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스파이더들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3성 상급과 최상급인 신유현과 이대영, 김현석의 상대가 아니었으니까.
숫자 차이 때문에 시간은 걸렸지만 확실히 쓰러트릴 수 있었다.
하지만.
키아아아악!
돌연 아라크네가 괴성을 지르며 어마어마한 속도로 최정훈을 향해 달려드는 게 아닌가.
콰아앙!
“큭!”
아라크네의 돌진을 최정훈은 대검을 옆면으로 눕히며 정면에서 받아 냈다.
콰가가각!
하지만 아라크네의 돌진을 막아 내지 못하고 최정훈은 10미터 이상 지면을 끌며 뒤로 밀려났다.
‘뭐지?’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그제야 이상함을 느꼈다.
최정훈의 실력은 최하급이라곤 하지만 5성의 경지.
비록 현장에서 떨어져 부전주로 일을 해 온 탓에 공백 기간이 있긴 하나, 3성 보스 따위에게 밀릴 리가 없었다.
오히려 방금 전 공격도 정면에서 받아쳐 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최정훈이 힘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닌가.
“부전주님!”
신유현은 빠르게 최정훈과 아라크네를 향해 다가갔다.
나머지 스파이더들은 이대영과 김현석에게 맡겨도 되니까.
남은 건, 아라크네를 잡는 것뿐이다.
‘저건…….’
그때 아라크네를 향해 다가가던 신유현은 이상한 무언가를 발견했다.
아라크네의 머리 위에 기괴한 기계 장치로 감싸여 있는 붉은 크리스탈이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설마?’
크리스탈 장치를 발견한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구의 마도공학과는 다른 이질적인 과학기술.
크리스탈 장치는 다름 아닌 게티아들의 기술이었다.
‘어째서 게티아 놈들의 기술이 여기 있는 거지?’
크리스탈 장치가 박혀 있는 아라크네의 머리를 바라보며 신유현은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역시 게티아 놈들은 이 시대부터 존재했었군.’
그렇지 않고서야 이지수 일행 같은 게티아 숭배자들과 크리스탈 기술이 이곳에 있을 리 없었다.
어쩌면 이미 오래전에 선발대라고 할 수 있는 게티아들이 넘어와 있을지도 모를 터.
‘사사키 시로라면 뭔가 알고 있을지도.’
신유현은 눈앞에 있는 아라크네를 노려봤다.
크리스탈 장치를 보는 순간 깨달았다.
아라크네의 머리에 박혀 있는 크리스탈은 일종의 조종 장치였다.
후에 게티아들은 수많은 마수 무리들을 조종하며 인류를 휩쓸어 버린다.
아마도 저 크리스탈 장치는 마수들을 조종하기 위해 게티아들이 개발한 프로토타입이겠지.
그리고 분명 사사키 시로가 이곳에 온 이유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신유현은 마검 이그니스를 고쳐 잡으며 아라크네를 향해 달려들었다.
키에에에에엑!
그 순간, 아라크네도 괴성을 지르며 믿기지 않는 속도로 신유현을 향해 돌진했다.
콰아아아앙!
그 직후 신유현과 아라크네 사이에서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콰아아앙!
마검 이그니스와 아라크네의 앞다리가 맞부딪치면서 충격파와 함께 굉음이 울려 퍼졌다.
‘크윽!’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뒤로 튕기듯 공중제비를 돌며 물러났다.
도저히 3성 보스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의 위력.
아마도 아라크네의 머리에 박혀 있는 크리스탈 장치 때문일 테지.
키에에엑!
순간 아라크네가 괴성을 지르며 신유현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후.’
그 모습에 신유현은 길게 숨을 내쉬며 마검 이그니스를 치켜들었다.
길게 내뿜는 호흡과 함께 신유현의 마음은 냉정해졌으며 머릿속은 차가워졌다.
그리고 신유현의 자세를 본 최정훈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저 자세는……?’
지금까지의 파천검법이 아닌 다른 검법의 자세.
놀랍게도 파천검가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무상검법의 기본 자세였다.
잠시 후 아라크네의 앞다리가 어마어마한 기세로 내려쳐졌다.
그 순간.
무상검법(無上劍法).
삼식(三式), 회류(回流).
신유현은 몸을 오른쪽으로 살짝 틀면서 마검 이그니스로 아라크네의 앞다리를 옆으로 쳐 냈다.
깡! 콰앙!
그러자 5성 초인인 최정훈을 튕겨 낼 정도의 위력을 가진 아라크네의 앞다리가 신유현의 옆을 지나 지면을 강타했다.
‘무상검법으로 아라크네의 공격을 흘려 냈다고?’
그 모습을 지켜본 최정훈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무상검법은 파천검가의 기본적인 검술들 중의 하나.
아라크네의 공격을 흘려 낼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은 없었다.
하지만 이전 삶에서의 실전 경험들과 길게 호흡을 내쉬며 냉정하게 상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신유현이기에 아라크네의 공격을 흘려 낸 것이다.
키익?
그리고 아라크네는 자신의 공격이 맞질 않자 머리를 갸웃거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마검 이그니스가 붉은 검광을 번쩍였다.
파천검법(破天劍法).
이식(二式), 파쇄(破碎).
슈카가가각!
마검 이그니스는 아라크네의 앞다리를 베며 지나갔다.
‘단단하군.’
딱딱한 키틴질로 둘러싸인 아라크네의 앞다리는 상당히 튼튼했다.
칼자국만 남겼을 뿐이었으니까.
키이이익!
그러자 아라크네는 화가 난 듯 붉은 눈을 번뜩이며 양 앞다리를 치켜들었다.
쌔애애액!
이윽고 쏟아져 내리기 시작하는 아라크네의 앞다리들.
한 방 한 방이 충격파가 생길 정도로 상당한 위력이었다.
하지만.
깡! 까강!
신유현은 무상검법의 세 번째 초식 회류와 파천신법의 뇌전보를 동시에 펼치며 아라크네의 공격을 피해 냈다.
‘디아의 도움을 받는다면 쉽게 처리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디아와 까망이는 비장의 수였다.
남들 앞에 함부로 드러낼 수 없었다.
그리고 디아를 불러야 할 정도로 절망적인 상황도 아니었다. 지금 아라크네의 상대는 신유현 혼자만이 아니었으니까.
현무중검(玄武重劍).
일식(一式), 초중발검(超重拔劍).
슈아아아악!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어마어마한 중압감을 가진 일검이 아라크네의 옆다리들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콰직!
키에에에에엑!
갑작스러운 공격에 아라크네는 괴성을 지르며 울부짖었다. 왼쪽 세 번째 다리가 잘려 나갔기 때문이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신유현도 앞으로 치고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