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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39화 (39/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39화

콰앙!

그러자 공터 같은 방이 뒤흔들리는 충격과 함께 사사키 시로의 몸이 등부터 떨어지면서 지면 속으로 파고들어 갔다.

“크허어어억!

지면과 격동한 사사키 시로는 입에서 피를 토한 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제법 충격을 받은 모양.

당분간 움직이지 못할 테지.

그렇게 신유현은 간단히 사사키 시로를 무력화시켰다.

이전 삶에서의 사사키 시로와 싸운 경험 덕분에 전투 패턴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성 또한 좋지 않았다.

신유현의 흑염은 사사키 시로의 세균들에게 있어서 천적이었으니까.

‘심하군.’

사사키 시로에게서 몸을 돌리고 최승현을 바라본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미 사사키 시로에게 고문을 당한 후였기 때문에 처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향해 다가간 신유현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제 괜찮아. 아무도 너에게 손을 대지 못하게 할 테니까.”

“흐어어어엉!”

그 말에 최승현은 자기도 모르게 참았던 눈물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현무검대에서 자신만 혼자 따로 떨어져 고문을 받은 최승현.

사사키 시로의 고문은 집요했으며 잔인했다. 손톱을 뽑은 채 전류까지 통하게 했으니까.

그로 인한 끔찍한 고통에 그저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끔찍한 고통 속에서 자신을 구하러 오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깊은 절망감을 느꼈다.

언제까지 끔찍한 고통을 받아야 할지 알 수 없었으니까.

차라리 죽는 편이 나았다.

하지만 그마저도 매드 닥터인 사사키 시로는 들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고통에 반응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즐길 뿐.

꿈도 희망도 상황에 최승현은 정신이 나가 버릴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 자신을 구하러 와 준 사람이 있는 게 아닌가.

그것도 파천검가에서 무능하기로 유명했던 신유현이 말이다.

“가, 감사…… 흐윽…… 합니다. 흐으윽…….”

최승현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을 끔찍한 지옥에서 해방시켜 준 신유현에게 큰 고마움을 느꼈다.

‘다행이네.’

그런 최승현을 바라보며 신유현은 마음이 착잡했다.

최승현의 심정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으니까.

이전 삶에서 게티아 놈들로부터 뼈저리게 느껴 왔던 감정이었기 때문이다.

“아, 서, 선배님들은……?”

한동안 흐느끼던 최승현은 마음이 어느 정도 진정되었는지 함께 붙잡혔던 현무검대원들에 대해 물었다.

“다들 괜찮아. 감옥에서 탈출했으니까. 지금쯤이면 철화단 놈들을 제압하고 있을 거야.”

봉마석 수갑을 파괴한 후, 신유현은 그들에게 미리 준비해 두었던 무기를 넘겨주었다.

빈손인 줄 알았던 신유현에게서 마검 이그니스를 포함한 장검이 여섯 자루나 나오자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중요한 건 감옥에서 탈출하고, 막내인 최승현을 구출하는 일이었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갔다.

오히려 그들은 신유현에게 고마운 모습을 보였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잡혀 온 줄 알고 실망했었지만, 실상은 달랐으니까.

결과적으로 신유현 덕분에 구출되었으며, 지금 현재 부전주인 최정훈과 함께 철화단의 빌런들을 소탕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

신유현은 바닥에 처박힌 채 미동도 하지 않는 사사키 시로를 노려봤다.

놈에게서 알아내야 할 게 있었다.

‘이전 삶에서는 저놈이 아라크네의 둥지에 온 걸 알 수 없었지.’

이전 삶에서 신철호가 현무검대원들을 구하러 왔을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생존자는 단 두 명뿐이었고, 사사키 시로는 부하들을 구조대에게 내던지고 도망쳤었으니까.

거기다 살아남은 사사키 시로의 부하들은 모조리 자살했으며, 남은 생존자들은 고문으로 인해 정신이 나가 있었다.

그 때문에 신철호가 이끌고 온 구조대는 사사키 시로의 목적을 알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라.’

신유현이 빠르게 구출하러 와 준 덕분에 첫 번째로 고문을 받은 최승현을 제외한 나머지 검대원들은 무사했다.

거기다 지금 이렇게 사사키 시로를 생포까지 한 상황.

“내가 말했지? 대가는 철저하게 치르게 될 거라고.”

신유현은 조금 전 사사키 시로가 흥분하며 최승현을 괴롭히던 펜치를 주워 들었다.

벽 구석에 마정석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휴대용 발전기와 여러 전기 장치들을 거쳐서 절연 펜치와 이어져 있었다.

파지직!

절연 펜치의 스위치를 작동시키자 전류가 흐르며 푸른 스파크가 튀었다.

신유현은 사사키 시로를 향해 다가갔다. 사사키 시로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신유현을 올려다봤다.

“버러지 같은 조센징 놈. 네놈은 절대 곱게 죽이지 않을 거다. 죽여 달라고 울부짖게 만들어 주마.”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네놈이 무슨 수로 그렇게 한다는 거지?”

“우리들은 결코 빚을 잊지 않는다. 네놈은 영원한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내가 반드시 기필코 그렇게 만들 테니까.”

“정신을 못 차렸군. 나보다 먼저 네놈이 그렇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거냐?”

“네놈이? 나를? 사람을 죽여 본 적도 없는 애송이 놈이 허세를 부리는구나.”

사사키 시로는 비웃음을 흘렸다.

그의 말대로 신유현은 이제 20살이 된 청년이었으며 살인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사사키 시로는 신유현이 이 이상 자신을 건드리지 않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사사키 시로의 착각이었다. 이번 삶의 신유현은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내가 못 할 거라 생각하나?”

신유현은 차가운 눈으로 사사키 시로를 내려다봤다.

“뭐? 그게 무…….”

신유현의 말에 반문하던 사사키 시로는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순간 신유현이 사사키 시로의 입을 틀어막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제로 입을 벌리며 어금니 안쪽을 손으로 더듬었다.

‘있다.’

자살용 폭약.

이전 삶에서 게티아 숭배자가 된 사사키 시로는 초소형 자살 폭탄을 어금니 안에 숨겨 놓고 있었다.

그래서 혹시나 싶어 확인했는데 설마 이 시대에서도 숨기고 있을 줄이야.

콰득!

강체술을 발동하고 있던 신유현은 간단하게 사사키 시로의 어금니를 뽑아내 자살용 폭약을 제거했다.

“어, 어떻게……?”

입안에서 흐르는 피를 한 차례 뱉으며 사사키 시로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신유현이 자살 폭탄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한 탓이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신유현은 절연 펜치를 다시 집어 들었다.

“뭐, 뭘 할 셈이냐?”

신유현의 행동에 사사키 시로는 살짝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이대로 자신을 붙잡아서 국가기관에 넘길 줄 알았다.

그렇게 되면 빠져나갈 구멍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그가 속한 조직 철화단의 입김이 닿아 있는 곳은 많으니까.

“너 같은 놈들은 직접 당해 봐야 돼. 그래야 정신을 차리거든.”

사사키 시로처럼 타인을 괴롭히는 놈들은 왜 그럴까?

대체 왜 타인에게 고통을 주면서 희열을 느끼고 괴롭히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들이 안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네놈은 고문을 하면서 너도 똑같이 고문을 당할 거라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생각해 본 적이 있냐고? 대체 어떤 놈이 철화단의 간부인 나를 건드린다는 거지? 감히 날 건드리고도 무사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신유현의 말에 사사키 시로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말에 신유현은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바로 그거야. 네놈들은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러도 보호받거나 안전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지. 그래서 너 같은 쓰레기 놈들이 생기는 거고.”

타인을 괴롭혀도 자신은 안전할 거라는 믿음.

그런 믿음을 사사키 시로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생각은 버려라.”

파지직!

신유현이 들고 있는 절연 펜치에서 푸른색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신유현은 그것을 사사키 시로에게 가져다 대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놈은 철저하게 대가를 치르게 될 테니까.”

당한 만큼 철저히 돌려준다.

그래야 복수라고 할 수 있겠지.

* * *

사사키 시로가 제압된 이후, 상황은 빠르게 일단락되었다.

철화단이 임시로 만든 감옥에서 탈출한 현무검대원들은 부전주인 최정훈과 합류했다.

그 이후 거미굴에 남아 있던 철화단의 빌런들을 쓰러트렸다.

그들은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철화단 놈들에 의해 파천검가의 일원들이 살해당했으니까.

그리고 철화단은 국제 헌터 협회에서 지정한 테러리스트 범죄 조직이었다.

그렇기에 국제초인보호법을 받지 못하며, 철화단 쪽에서 먼저 시작한 전쟁이었기에 파천검가는 정당방위라 할 수 있었다.

“나머지 잔당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전부 소탕했습니다.”

신유현의 물음에 최정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거미굴에 남아 있던 철화단 빌런들은 전부 처리했으며, 사사키 시로는 봉마석 수갑으로 포박하였다.

그전에 신유현은 사사키 시로를 제압한 후 심문을 했다.

사사키 시로가 최승현에게 했던 것처럼 전류가 흐르는 펜치로 손톱 네 개를 뽑으면서.

하지만 사사키 시로는 고통에 몸부림을 치면서도 아라크네의 둥지에 온 목적은 말하지 않았다.

자세한 건 파천검가로 돌아가서 천천히 심문하면 될 터.

하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그럼 남은 건 보스뿐이군요.”

신유현은 눈앞을 바라봤다.

그곳에 아라크네의 둥지 던전의 보스 룸이 있으며 입구가 강철 문으로 막혀 있었다.

그리고 철화단의 빌런들 중 일부가 공략을 하러 들어가 있는 상황.

지금쯤이면 슬슬 결판이 났을 것이다.

그렇게 신유현 일행이 보스 룸 앞에 선 순간.

쾅쾅쾅!

강철 문 너머에서 무언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게 아닌가.

“뭐, 뭐야?”

“갑자기 무슨……?”

갑작스러운 상황에 현무검대 대장 이대영과 김현석이 흠칫 놀라며 강철 문을 바라봤다.

단단해 보이는 거대한 강철 문이 우그러지고 있었다.

끼기긱!

얼마 지나지 않아 문틈이 벌어지면서 섬뜩한 붉은빛이 나타났다.

쉬에에에엑!

그 순간 강철 문 너머에서 공기가 떨리는 괴성이 울려 퍼졌다.

<3성 보스 아라크네>

“아, 아라크네라고?”

“아니, 아라크네가 왜 입구를……?”

이대영과 김현석은 화들짝 놀라며 강철 문에서 살짝 떨어졌다.

던전은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고블린의 숲처럼 탁 트인 필드형이 있는가 하면, 아라크네의 둥지처럼 동굴형도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동굴형 던전의 보스들은 격리된 구역에서 대기하고, 입구 또한 거대한 강철 문으로 막혀 있어서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어찌 된 영문인지 아라크네는 강철 문을 부수며 밖으로 기어 나오려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설마 던전 스탬피드 현상이……?”

최정훈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만약 던전 스탬피드가 시작된 거라면 보스가 어마어마한 숫자의 부하 마수들을 이끌고 던전에서 뛰쳐나오니까.

끼기긱!

하지만 생각할 시간은 길지 않았다.

강철 문의 틈이 크게 열리면서 3성 보스 아라크네가 반쯤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일단 여기서 막도록 하죠.”

신유현은 마검 이그니스를 뽑았다.

‘보스 룸에서 나오게 하면 안 돼.’

아라크네의 크기는 생각보다 꽤 컸다.

몸길이만 5미터는 넘어 보였으니까.

보스 룸과 이어져 있는 메인 동굴 길은 넓은 편이었지만, 아라크네의 크기를 생각한다면 상대하기 힘들 수 있었다.

파천검법(破天劍法).

삼식(三式), 격멸(擊滅).

화르륵!

마검 이그니스에서 흑염이 치솟아 오르면서 붉은빛 검광이 허공에 수놓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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