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35화
밤늦은 시각.
가문 회의가 끝나고 신유현은 부전주 최정훈과 함께 현무전으로 돌아왔다.
지난번 현무전의 핵심 간부들인 부전주 최정훈과 인사부장 이연화, 재정관리부장 김재현이 신유현을 찾아왔었다.
그때 이후 최정훈은 신유현을 보좌하며 함께 움직였다.
이번 가문 회의 때도 마찬가지.
그리고 최정훈과 함께 현무전으로 돌아온 신유현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뭐지?’
현무전의 상황이 평소와 달랐기 때문이다.
보통 지금 시간이면 최소한의 인원이 남아 순찰을 돌고 있을 터.
그런데 현무전의 로비 앞에서 부하 직원에게 보고를 받고 있는 인사부장 이연화가 있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이연화에게 다가간 신유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 전주님.”
신유현의 등장에 이연화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했다.
“회의는 잘 마치셨나요?”
“네, 별일 없었습니다.”
“그것 참 다행이네요.”
강렬해 보이는 붉은색 바탕의 퓨전 한복을 입고 있는 이연화는 부채를 펼치며 입을 가리고 웃어 보였다.
“그런데 무슨 일 있습니까?”
이번에는 최정훈이 주변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이연화는 어두운 표정으로 답하기 시작했다.
“그게…… 던전을 공략하러 간 현무검대원들로부터 연락이 두절되었다고 해요.”
“연락이 두절되었다고요?”
“네. 예정대로라면 적어도 이틀 전에는 돌아왔어야 하는데…….”
신유현의 반문에 이연화는 말꼬리를 흐렸다.
그때 옆에서 최정훈이 끼어들며 이연화에게 말했다.
“그거 혹시 얼마 전에 우리가 담당하는 부지 내에 생겨난 3성 던전 아라크네의 둥지를 말하는 겁니까?”
“네, 맞아요.”
최정훈의 말에 이연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라크네의 둥지는 정말 운이 좋게도 현무전에서 관리하는 부지 내에 생긴 던전이었다.
그래서 최우선적으로 현무전에 던전 공략 임무가 배당되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다른 검무전에서 임무를 낚아채 갔을 것이다.
“아라크네의 둥지를 공략하러 간 대원들이라면 전원 3성 최상급이나 상급 아닙니까? 그들이라면 벌써 공략하고도 남았을 텐데…….”
“네, 그렇죠. 하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이틀이 지나도록.
사실 던전 공략대의 소식이 며칠간 끊기는 건 종종 있는 일이었다.
기본적으로 던전은 위험한 장소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기거나, 혹은 예상보다 던전의 규모가 큰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계획한 일정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아라크네의 둥지를 공략하러 떠난 현무검대원들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한 모양.
그러니 연락이 끊겼을 테지.
‘아라크네의 둥지라…….’
신유현은 팔짱을 끼며 생각에 잠겼다.
이전 삶에서라면 지금쯤 가문에서 쫓겨나 혼자 자취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오늘 가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는 알지 못했다.
‘아, 그러고 보니…….’
문득 잊고 있던 옛 기억이 떠올랐다.
현무검대의 대원 여섯 명이 행방불명이 되어 막냇동생인 신철호가 구조대를 이끌고 찾으러 갔다는 사실이.
그때 분명 신철호의 구조대가 구해 온 현무검대원들은…….
“구조대는 언제 보낼 예정입니까?”
“예? 아직 정확한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터라 하루 정도 더 기다려 보고 보낼 예정이에요.”
보통 던전 공략대의 연락이 끊기고 사흘 정도 지나면 구조대를 보낸다.
던전을 공략하러 간 공략대의 소식이 하루 이틀 정도 끊기는 일은 제법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당장 구출하러 가겠습니다.”
“네?”
신유현의 말에 최정훈과 이연화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규정대로라면 하루가 지나서 구조대를 보내도 되는 상황이었다.
“느낌이 좋지 않아서요. 구조대를 준비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전주님, 지금은 시간이 너무 늦었습니다. 지금 당장 구조대를 보내는 건 힘듭니다.”
“맞아요. 지금 당장 구조대를 보내려면 준비하는 데만 최소 몇 시간은 걸릴 거예요. 그리고 밤에 구조대를 보내는 것보다는 아침에 보내는 게 나아요.”
최정훈과 이연화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확실히 그들의 말대로 밤늦은 시간이었기에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현무검대원들은 퇴근 후 쉬거나 자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신유현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럼 제가 먼저 선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두 분은 구조대를 준비시켜서 보내 주세요.”
“예? 전주님이 직접 말입니까?”
“왜 그렇게까지…….”
최정훈과 이연화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신유현을 바라봤다.
설마 신유현이 직접 구출하러 가겠다고 말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굳이 이렇게 늦은 시간이 아니더라도, 다음 날 가도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일을 서두르는 것일까?
‘서두를 수밖에 없지.’
신유현은 알고 있었다.
아라크네의 둥지를 공략하러 간 여섯 명의 현무검대의 대원들.
이전 삶에서, 구조대를 이끌고 간 신철호가 구해 온 생존자들은 단 두 명뿐이었으니까.
그리고 문제는 그들이 마수들에게 살해당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파천검가를 도발하기 위해 현무전의 대원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미친놈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놈들은 다름 아닌…….
‘국제 초인 빌런 조직, 철화단.’
동아시아에서 활동하는 빌런 조직으로, 주요 구성원은 중국, 일본, 한국 계열의 초인들이었다.
그들은 한국에서도 활동하는 범죄 조직이다 보니 4대 명가와 자주 부딪쳤다.
특히 파천검가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이번 현무전의 대원들이 실종되는 사건도 파천검가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철화단의 간부가 일으켰으니 말이다.
“그들이 걱정되니까요.”
신유현은 여전히 의아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최정훈과 이연화를 향해 입을 열었다.
“……!”
생각지도 못한 신유현의 대답에 그들은 움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부하들을 걱정해 주시다니…….’
‘원래는 이런 분이었구나.’
최정훈과 이연화는 신유현에 대한 평가를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마나의 재능이 없다는 사실에 가려져 신유현이 어떤 인물인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전주님을 혼자 보낼 수는 없습니다.”
“맞아요.”
최정훈의 말에 이연화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아무리 부하들이 걱정된다고 해도 가문의 후계자 후보이자, 현무전의 주인인 신유현을 혼자 보낼 수는 없는 법.
“제가 동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최정훈의 웃는 말에 이번에는 신유현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최정훈이 동행하겠다고 말할 줄은 몰랐으니까.
“저도 아직 현역입니다. 젊은 녀석들에게 지지 않지요.”
최정훈이 씩 웃어 보였다.
현무전의 부전주, 최정훈.
아무리 현무전이 영락했다고 해도, 그의 실력은 다른 검전의 부전주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5성 최하급의 검사였으니까.
그는 젊었을 때 철혈의 방패라고 불리며 가주인 신성일을 지키는 검들 중 한 명이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노련할 터.
“그리고 부하들이 걱정되는 건 저희들도 마찬가지이니까요.”
힘을 중시하는 파천검가에서 현무전은 그나마 인정이 있는 편이었다.
다른 검전이었다면 대원들이 어떻게 되었든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뭐, 검대원들의 수가 부족한 이유도 있긴 하겠지.’
현재 현무전은 검대원들의 숫자가 부족했다. 다른 검전에서 싹이 보이는 문하생들을 전부 데려가 버렸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함께 가도록 하죠.”
최정훈이 함께하겠다는 말에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실력적인 측면에서 거절할 이유가 없는 데다가 부하들을 위해서 참가하겠다고 하는 최정훈을 거부할 수 없었다.
이전 삶에서도 수많은 동료 초인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게티아 놈들로부터 살아남았었다.
또한, 그는 현무전에서 인사부장 이연화, 재정관리부장 김재현과 함께 충성을 맹세하겠다고 찾아왔었던 인물.
‘최정훈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해.’
최정훈은 다방면에서 유능하며 같은 편이 된다면 믿을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앞으로 게티아 놈들에게 복수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터였다.
신유현이 가진 힘을 숨기는 데 도와줄 수도 있을 것이고, 현무전의 행정 전반을 맡겨도 되기 때문이다.
‘일단 그 전에 인정을 받아야 하겠지만.’
최정훈을 비롯한 이연화와 김재현이 자신을 따르겠다고 했지만, 아직 신유현은 현무전 전체를 휘어잡지는 못한 상황이었다.
그 때문에 신유현은 자신이 직접 검대원들을 구하러 가려고 하는 것이다.
그들을 구해 온다면 현무전의 초인들에게 인망을 얻을 수 있으며 인정 또한 받을 테니까.
그리고 최정훈, 이연화, 김재현도 더욱더 자신을 따르게 될 터.
“오랜만에 던전이라니 피가 끓어오르는군요.”
최정훈은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현무전의 부전주가 된 이후 현장에서 멀어져 사무직만 보아 왔다.
그런데 오랜만에 던전에 갈 생각을 하니 잊고 있던 옛날 기억이 떠올랐다.
가주인 신성일과 함께 던전을 휩쓸고 다니던 그때가.
“그럼 이연화 부장님은 구조대를 최대한 빨리 준비해서 보내 주세요. 그동안 저와 부전주님은 먼저 선행해 있겠습니다.”
“네.”
이연화 또한 더 이상 거절하지 않았다. 던전에 갈 생각으로 들떠 있는 최정훈의 모습을 본 까닭이다.
“그럼 30분쯤 뒤에 다시 보죠. 구출하러 갈 준비를 해야 하니.”
“네.”
그렇게 신유현은 현무검대원들을 구하러 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 * *
30분 뒤, 신유현은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그림자 속에는 까망이와 디아를 숨겨 두었다. 여차할 경우 소환수들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까망이의 몸 안에도 총 41기의 스켈레톤 병사들을 준비해 놓았다.
대부분 이자르에게 파괴당했지만, 남연아가 정신을 차리기 전에 리페어로 수복하거나 크롤러들의 시체로 스켈레톤들을 보충시켰던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디아가 가지고 있는 아공간 수납 스킬에 장검들과 마검 이그니스를 보관해 놓았다.
지금 신유현은 일반 장검을 장비한 상황.
아라크네 둥지의 던전 내부와 현무검대원들이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었기에 일단 만반의 준비를 한 것이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현무전 로비 앞에서 최정훈과 다시 만난 신유현은 아라크네의 둥지를 향해 출발했다.
* * *
어느덧 신유현은 3성 던전 아라크네의 둥지 입구 앞에 도착했다.
파츠츳!
어두운 밤하늘 아래에서 3성 던전 특유의 초록색 스파크가 허공에서 번쩍이며 튀기고 있었다.
“전주님.”
그때 앞에서 걸어 나가던 최정훈이 정색하며 팔을 들어 올렸다.
상황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3성 던전 아라크네의 둥지는 파천검가의 사유지에서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산속에서 발생했다.
그래서 파천검가에서, 정확히는 현무전에서 최정훈이 던전의 연구 및 감시를 위해 인원을 보냈다.
그 덕분에 균열 주변에는 베이스캠프가 배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아무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게 아닌가?
그 사실을 신유현도 눈치챘다.
신유현과 최정훈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조용히 베이스캠프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베이스캠프의 입구 양옆에 선 후, 최정훈이 빠르게 안으로 진입해 들어갔다.
“이런…….”
베이스캠프 내부를 확인한 최정훈은 대경실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