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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33화 (33/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33화

국산 준중형 자동차인 아란트라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아란트라의 운전석에서 현무전의 부전주 최정훈이 내렸다.

“고생하셨습니다.”

최정훈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그런 그에게 신유현이 조용히 물었다.

“이거 설마 우리 공무용 차입니까?”

“네.”

대한민국 미래 자동차에서 출시한 준중형차.

흔하고 불량이 많고 고장이 잦은, 그저 그런 차였다.

애초에 가격이 저렴한 차이기에 큰 기대는 할 수 없었다.

‘이거 참, 늦게 와서 다행인 건가.’

신유현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조금 전 남연아를 마중 나온 고급 리무진은 최소 1억이 넘으니까.

비교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현무전의 공무용 차량이 가문 내에서 신유현의 위치라고도 할 수 있었다.

가주인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시작한 건 아직 얼마 되지 않았으며, 가문에서는 여전히 신유현을 탐탁지 않게 보고 있는 인물들이 많았다.

“타십시오.”

최정훈은 뒷좌석의 문을 열어 주며 신유현의 기사 노릇을 했다.

그 모습에 신유현은 묘한 눈빛으로 최정훈을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부전주님이 오실 줄은 몰랐네요.”

“지금까지 하지 못한 만큼 채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야말로 이런 차를 끌고 와서 죄송합니다.”

최정훈은 고개를 숙였다.

그로서도 현무전이나 전주인 신유현의 체면을 생각해서 더 좋은 차를 끌고 오고 싶었다.

실제로 최정훈은 아란트라와 비교도 안 되는 고급 외제차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공적인 일에서는 개인 차량을 사용할 수 없었기에 공무 차량인 아란트라를 끌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뭐, 어쩔 수 없죠. 가문의 방침이 그러하니.”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신유현은 고개를 흔들며 최정훈이 열어 준 뒷좌석에 올라탔다.

그래도 현무전의 부전주가 직접 마중을 나와 주었으니 신유현의 입장에서는 나름 체면치레는 한 셈이었다.

“조만간 좋은 차로 바꾸길 기대하겠습니다.”

“네, 그래야죠.”

최정훈의 웃는 말에 신유현 또한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그렇지 않아도 조만간 공무용 차를 바꿀 생각이었다.

‘내가 꼭 반츠 S클래스로 바꾸고 만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외제차 브랜드인 반츠.

그리고 반츠의 최상위권 모델이자 무려 2억은 가뿐히 넘어가는 승용차 S클래스.

그 꿈을 다짐하며, 신유현은 뒷좌석에 등을 기댔다.

* * *

부전주인 최정훈이 운전기사가 되어 준 덕분에 헌터 협회에서 돌아올 때는 편하게 올 수 있었다.

그리고 가문에 도착한 신유현은 바로 현무전의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저녁에 가문 회의 때 미확인 던전 게이트에 대한 보고를 할 예정이었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기에 확인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확인할 게 많아.’

이자르와의 전투가 끝나고 잠깐 쉬고 있는 사이, 바닥에 쓰러져 있던 남연아가 정신을 차렸다.

그 때문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던 남연아의 볼을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고 있던 디아는 화들짝 놀라며 신유현의 그림자 속으로 몸을 숨겼다.

디아 또한 까망이처럼 그림자 속에 숨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 후 디아는 신유현의 그림자 속에 존재하는 휴식 공간 안에서 아늑하게 쉬고 있는 중이었다.

‘일단 던전 공략 보상부터 확인해 볼까?’

“까망아.”

뀨!

신유현의 부름에 그림자 속에서 까망이가 귀여운 소리와 함께 펄떡거리며 튀어 올랐다.

싱싱한 모습이었다.

“랜덤 보물 상자랑 성장의 물약 좀 꺼내 봐.”

뀨! >_<

신유현의 요청에 까망이는 던전 공략 보상품들을 신유현의 눈앞에 꺼내 놓기 시작했다.

본래 까망이의 그림자 보관 스킬은 언데드 병력만 보관할 수 있었지만, 이제 아이템까지 보관이 가능해졌다. 까망이의 등급이 3성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까망이는 3성 크롤러들이 남긴 마정석을 오물오물 집어삼키며 자기 혼자 스멀스멀 돌아다녔다.

거기에 이자르가 남긴 4성 마정석을 보고는 찰싹 달라붙은 채 강아지처럼 핥아 댔다.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약해진 신유현은 결국 까망이에게 4성 마정석을 넘겨줬다.

그 덕분에 까망이는 3성이 되었으며 그림자 보관 스킬의 숙련도 또한 E급에서 D급이 되었다.

그 결과 언데드 병력을 수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템들까지 보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흠.’

신유현은 까망이가 꺼내놓은 던전 보상품들을 바라봤다.

4성 네임드 보스인 이자르를 처치하면서 보상으로 40 소울 포인트도 얻었지만, 차크라를 찍기 위해 일단 킵해 두었다.

그리고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의 여신이 준 열쇠는 이미 확인했으며, 남은 건 랜덤 보물 상자와 성장의 물약이었다.

‘설마 랜덤 보물 상자가 나올 줄이야.’

대박이었다.

4성 네임드를 가진 유니크 보스, 이자르.

네임드 유니크 보스는 보물 고블린 같은 존재였다.

잡을 수만 있다면, 약속된 승리의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열어 봐야 안단 말이지.’

다만, 보물 상자의 경우 열기 전까지 뭐가 튀어나올지 알 수 없었다.

신유현은 기대감이 깃든 눈빛으로 조심스레 랜덤 보물 상자를 오픈했다.

[축하합니다! 랜덤 등급 보물 상자에서 A급 스킬북, 분할 사고가 나왔습니다.]

랜덤 등급 보물 상자는 등급 제한이 없었다.

노말에서부터 전설까지 랜덤하게 보상품이 나온다.

다만 현재까지 세간에 알려진 랜덤 보물 상자에서 나온 최고 등급은 유니크까지였다.

그런데 지금 그 유니크 등급 보상품이 보물 상자에서 튀어나온 것이다.

‘이게 여기서 나온다고?’

하지만 신유현은 스킬의 등급보다 종류 때문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A급 스킬, 분할 사고.

1, 2년 뒤, 미국의 대현자 에드워드가 분할 사고 스킬을 얻게 된다. 그 덕분에 에드워드는 다중영창이 가능해지며 대현자 칭호를 얻었다는 기억이 있었다.

‘잠깐, 그럼 원래 이 스킬은 에드워드가 얻었어야 하는 건가?’

불현듯 신유현은 에드워드가 어떤 경로로 분할 사고 스킬을 얻게 되었는지 기억을 떠올렸다.

본래대로라면 이번 무색 던전 조사대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은 4성 중급 헌터 한 명뿐이었다.

그리고 정황상 그 헌터는 이자르가 변장한 존재일 터.

4성 중급 헌터로 변장한 이자르는 신인 헌터 파티의 인도자가 되었다.

하지만 이자르가 속한 신인 헌터 파티들이 전멸당하는 사고가 잇따랐고, 그 사실을 수상히 여긴 헌터 협회에서 자체적으로 몰래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신인 헌터들을 학살한 존재가 늘 살아 돌아오는 그 4성 헌터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 사실에 빡친 헌터 협회는 신인 킬러를 처리할 토벌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당시 한국에 있던 미국의 현자 에드워드도 토벌대에 참가했다.

아마 그때 에드워드가 이자르를 처리하고 분할 사고 스킬을 습득했을 것이다.

이자르를 토벌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중 영창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니까.

‘잘됐군.’

신유현은 자기도 모르게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미국의 대현자 에드워드 로버트.

그 또한 신유현의 살생부에 올라와 있는 게티아 숭배자였다.

이전 삶에서 에드워드의 다중 영창 마법 때문에 죽을 뻔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하지만.

‘다중영창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싸워 볼만 하지.’

분할 사고 스킬이 없는 에드워드는 무섭지 않았다.

그때와 달리 지금의 자신은 마나가 풍족하고, 불사왕의 유산까지 있으니까.

그뿐만이 아니다.

본래라면 에드워드가 얻었어야 할 A급 스킬, 분할 사고.

하지만 이제 분할 사고 스킬은 신유현의 소유가 되었다.

[A급 스킬 분할 사고를 습득합니다!]

‘으음.’

분할 사고 스킬북을 펼치자, 신유현은 짜릿한 쾌감이 이마를 관통하며 전신을 내달리는 감각을 느꼈다.

그리고 분할 사고 스킬이 머릿속에 새겨졌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후.”

짜릿한 여운을 느끼며 신유현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제 언데드들에게 명령을 내리기 쉬워지겠군.’

기본적으로 불사왕의 언데드들은 명령을 내리면 자율적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전장의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며 명령을 내린 것만 실행할 뿐이었다.

즉, 독자적인 판단 능력이 없다는 소리였다.

그 때문에 매 상황마다 명령을 새롭게 내려 줘야 했다.

문제는 신유현이 전투에 참가해서 싸워야 되는 상황.

아무래도 그런 상황에서는 언데드들에게 명령을 내릴 틈이 없었다.

하지만 분할 사고 스킬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직접 전투 중에도 상황에 맞춰서 언데드들에게 명령을 내리거나, 혹은 강력한 보스를 상대로 언데드들에게 세세한 지시를 내리며 다 함께 레이드를 뛸 수 있으니까.

물론 언데드 작성 스킬의 숙련도가 높아져서 지휘관급 언데드 개체가 나온다면 분할 사고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었다.

‘아니면 분할 사고로 흑마법을 사용해도 되고.’

분할 사고의 효능은 언데드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투 중에 불사왕의 흑마법을 기습적으로 사용해서 공격할 수도 있었다.

그만큼 지금의 신유현에게 분할 사고 스킬은 굉장히 도움이 되는 능력이었다.

‘그럼 다음은…….’

보물 상자에서 나온 분할 사고 스킬을 확인한 신유현은 성장의 물약을 바라봤다.

[성장의 물약]

타입: 영약

등급: 레어

설명: 7일간 훈련을 할 경우 신체 능력치 상승률이 증가

“괜찮네.”

신유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마법이나 이능 계열을 제외한 직접 전투직을 선택한 초인들은 내공심법을 수련한다.

기력 개방을 한 후, 단전에 내단을 만들어 내공심법을 수련하면서 마나를 계속 늘려 나가는 것이다.

초인들의 신체는 마나를 담는 그릇과도 같았다. 그렇기에 내공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단련을 통해서 외공 수련도 해야 마나를 더욱 많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근력, 민첩, 체력 등등.

성장의 물약은 바로 그런 신체 능력치를 단기간의 훈련을 통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상승시켜 주는 영약이었다.

‘일주일간 폐관 수련을 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군.’

성장의 물약을 마시고 일주일간 체력 단련이나 검술 수련을 한다면 신체 능력치를 상당히 올릴 수 있을 터.

그리고 그건 자연스럽게 차크라의 상승으로도 이어진다.

‘이제 남은 건…….’

3성 던전 멸망한 도시에서 얻은 전리품들을 전부 확인한 신유현은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할 게 남아 있었다.

“디아.”

신유현은 조용한 목소리로 디아를 불렀다.

“넹! 부르셨나여!”

그러자 신유현의 그림자 속에서 고딕 드레스 차림의 흑묘족 소녀, 디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활기찬 검은 고양이 같은 디아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검은 고양이 귀를 파닥거리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디아의 모습은 귀엽기 짝이 없었다.

슥슥.

무심코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을 정도로.

“후냥.”

그 손길에 디아는 안심한 표정으로 고양이 같은 귀여운 목소리를 냈다.

그렇게 한동안 신유현은 디아의 머리와 턱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다가 흠칫 디아를 부른 이유가 떠올랐다.

“디아.”

“넹.”

“넌 무엇을 알고 있지?”

“넹?”

신유현의 물음에 디아는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모습에 신유현은 좀 더 구체적으로 디아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불사왕이나 세븐 아크스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걸 전부 말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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