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32화 (32/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32화

“걱정하지 마라. 네놈을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 그냥 우리 집에 와 주면 돼.”

신유현은 웃으며 말했다.

세계 초인 헌터 협회에 이자르를 넘길 생각은 없었다. 일단 가문에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

이자르를 파천검가에 넘긴다면 가문 내에서 신유현의 위치가 상승할 것이다. 이자르가 가지고 있을 정보는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니고 있을 테니까.

“쓰레기 같은 인간 놈이! 그냥 죽여라! 네놈이 알아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

이자르는 적의를 드러내며 말했다.

자신을 붙잡아 가서 무슨 짓을 할지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살아서 치욕을 당할 바에야 죽는 게 더 나았다.

“그건 네 생각이고.”

신유현은 웃어 보였다.

파천검가에는 가주 직속 정보 조직, 흑영대가 있다.

그들이라면 충분히 이자르의 입을 열 수 있을 테지.

남은 건, 이자르를 무사히 아버지에게 넘겨주는 것뿐.

그렇게 이자르를 단단히 포박한 신유현은 바닥에 쓰러진 남연아의 볼을 콕콕 찔러 보고 있는 디아와 그 옆에서 굴러다니고 있는 까망이를 부르려고 했다.

그 순간.

지지직!

마치 노이즈가 생긴 것처럼 눈앞이 흔들리더니 어지럼증이 덮쳐 오기 시작했다.

신유현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런 신유현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들이 주르륵 떠올랐다.

[경고! 시공 관리 시스템에 허용하지 않은 부정 접근을 확인했습니다.]

[긴급 시공 격리 프로토콜을 발동. 에러! 에러! 에러!]

[시공 관리 시스템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이건 대체 무슨…….’

시스템 메시지들을 확인한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조금 전부터 심한 어지럼증과 함께 두통이 엄습해 오며 시끄러운 이명까지 울려 퍼지고 있었으니까.

[초인 개체 신유현에 대한 시공 관리 시스템이 정지됩니다.]

순간 머릿속을 울리던 시끄러운 이명이 사라졌다.

순간적으로 조용한 적막감이 찾아온 것이다.

바로 그때.

‘아직은 안 돼.’

머릿속에서 녹아들듯이 울려 퍼지는 달콤한 목소리.

그리고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가 있었다.

[차원의 저편에서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의 여신’이 즐거운 미소를 짓습니다.]

순간 신유현의 등줄기로 소름이 달렸다.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의 여신이라고?’

과거로 돌아오기 전, 바르바토스와 대치하고 있었을 때 시스템 메시지를 보냈던 정체불명의 존재.

그녀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메시지가 떠오르면서 고유 스킬,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가 진화했다.

그리고 바르바토스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한 후 눈을 떴을 때는 새하얀 세계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 후 불사왕의 비전을 보게 되면서 유산까지 상속받았다.

분명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의 여신이 무언가 안배를 했을 테지.

하지만 그건 앞으로 약 10년 후 미래의 일이었다.

‘어떻게 지금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거지?’

지금은 10년 전 과거다.

10년 후 미래라면 모를까,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의 여신이 지금의 자신에 대해 알고 있을 리 만무했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 그녀는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일까?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히, 히익!”

옆에 있던 이자르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몸을 떨고 있었다.

그리고 새파랗게 질린 채 고개를 마구 숙이더니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예, 알겠습니다! 저의 목숨을 당신에게 바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이자르는 이를 강하게 악물었다.

까득! 파스스슥!

그러자 다크 소울 체인에 구속되어 있던 이자르의 몸이 발끝에서부터 새까만 재처럼 변하며 바람에 흩날리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크아아아아악!”

이자르는 발끝에서부터 갈려 나가는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다.

발끝에서부터 시작된 고통은 이내 발목과 정강이, 그리고 무릎을 타고 기어 올라왔다.

계속되는 고통에 이자르는 결국 입에서 게거품을 물며 쓰러졌다.

그 와중에도 이자르의 다리는 새까맣게 재가 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그렇게 전신이 갈려 나가는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던 이자르는 이내 새까만 재가 되어 사라졌다.

‘이런…….’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어떤 정보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며 적의를 드러내던 이자르.

그런 그가 설마 이런 식으로 자결을 할 줄이야!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의 여신이 당신에게 방해해서 미안하다며 미소를 짓습니다.]

‘역시 그랬나.’

신유현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의 여신이 시스템에 개입해서 이자르에게 무슨 비밀스러운 말을 전한 듯했다.

그 때문에 이자르가 두려워하며 자결을 한 모양.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의 여신이 사과의 의미로 선물을 보내 주겠다고 합니다.]

‘선물이라고?’

정체는 알 수 없지만 4성 유니크 보스인 이자르가 두려워하던 존재의 선물.

그 탓에 걱정이 되긴 했다.

어떤 선물을 보내올지 알 수 없었으니까.

즈즈즈증!

이윽고 신유현의 눈앞에 검은 틈처럼 보이는 차원의 균열이 생겨나더니, 고급스러워 보이는 작은 보석함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의 여신의 방으로 갈 수 있는 비밀 열쇠를 선물받았습니다.]

[여신의 열쇠]

등급: 신화

제한: 6성

설명: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의 여신이 자신의 마음에 든 존재에게 선물한 비밀 열쇠. 이 열쇠를 사용하면 그녀가 사는 방으로 갈 수 있다. 단, 초인 등급 6성이 되어야 사용 가능.

‘뭐지, 이건?’

예상 밖의 선물에 신유현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의 여신과 만날 수 있는 비밀 열쇠를 받게 될 줄이야.

‘6성이 되면 만나러 오라는 건가?’

아무래도 그런 의도로 전달한 모양이었다.

확실히 그녀를 만날 수 있다면 여러 가지 정보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의 여신은 위험한 존재였다.

그녀의 말 한마디에 이자르가 자결을 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지.’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의 여신이 알고 있는 정보의 가치는 이자르와 비교도 되지 않을 터.

그녀에게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위험을 감수할 만했다.

그리고 그녀의 위협을 버틸 수 있을 만큼 자신이 강해지면 되는 일이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4성 네임드 보스 이자르를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40 소울 포인트와 4성 마정석, 그리고 랜덤 보물 상자를 획득합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최초로 3성 던전 멸망한 도시를 클리어하셨습니다! 던전 최초 클리어 보상으로 성장의 물약을 지급합니다!]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의 여신이 물러가서인지 시스템이 정상이 되었다.

그 덕분에 신유현의 눈앞에 던전 공략을 클리어했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자르를 생포하지 못한 건 아쉽긴 하지만.’

이자르가 쥐고 있을 정보를 얻지 못한 건 아쉬웠다.

하지만 나중에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의 여신을 만나게 된다면 더 중요한 정보들을 들을 수 있을 터.

‘나쁘진 않아.’

거기다 자결한 이자르는 신유현이 처치한 걸로 시스템이 판정을 한 모양인지 처치 보상까지 받은 상황.

이 정도면 얻을 수 있는 건 다 얻었다고 볼 수 있었다.

또한, 이상혁을 잔인하게 살해한 이자르는 고통 속에 몸부림치며 죽어 갔다.

그 정도면 충분히 대가를 치렀다고 봐도 되겠지.

“일단 좀 쉬자.”

신유현은 자리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 * *

“그게 정말입니까?”

세계 헌터 협회 한국 지부의 인사 팀장 이성재는 놀란 표정으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그는 미확인 던전 게이트에서 돌아온 신유현과 개별 면담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사 대원 8명 중에서 6명이 죽었다니!

“던전 게이트에 입장하자마자 돌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그 때문에 일행들이 전부 흩어지고 말았죠.”

신유현은 미확인 던전를 조사하면서 있었던 일들을 이성재에게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이미 남연아와는 입을 맞췄다.

던전에 입장하자마자 조사대 일행들과 헤어지게 되었으며 이지수, 이재강, 최승철과는 아예 합류조차 못했다고.

마수들에게 당했다고 생각할 테지.

‘아직 그놈들에 대해 말해 줄 수는 없지.’

이지수 일행은 남두그룹의 후계자, 남민혁에게서 암살 의뢰를 받은 암살자들이었다.

그 사실을 밝힌다면 어떻게 될까?

가장 먼저 남민혁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고는 어떻게든 남연아의 입을 막기 위해 움직일 터.

그리고 이지수 일행이 암살자들이라는 증거도 없었다.

그 때문에 오히려 신유현과 남연아가 이지수 일행을 살해했을 거라는 쓸데없는 의심을 살 수 있었다.

특히 남민혁이라면 그런 방향으로 선동을 할 게 분명했다.

그러니 이지수 일행들과는 아예 만나지도 못했다고 알리는 게 향후가 편했다.

‘남민혁을 속여야 하니까.’

남민혁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의심을 가질 테지만, 머지않아 이지수 일행이 불의의 사고로 암살에 실패한 거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미확인 던전 게이트는 변칙적인 일들이 많은 위험한 장소였으니까.

“3성 던전에 4성 유니크 마수가 나타났었다니.”

이성재 팀장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던전 등급보다 높은 유니크 보스가 등장한 일은 이번이 최초였다.

거기다 피해도 너무 컸다. 8명의 조사 대원들 중 6명이 사망했으니 말이다.

“던전에서 있었던 일들은 방금 이야기한 대로입니다.”

“그렇군요. 그래도 두 분이라도 돌아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강유찬 씨와 김우성 씨 덕분이죠.”

4성 중급 헌터인 강유찬과 김우성.

신유현은 그들의 분투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비록 그들은 4성 유니크 마수 이자르와의 격렬한 싸움 끝에 사망했지만, 그 덕분에 자신과 남연아가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말이다.

“알겠습니다. 조만간 협회에서 보상 겸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이성재 팀장의 말에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이성재 팀장과의 개별 면담은 끝이 났다.

* * *

“그럼 저 먼저 가 볼게요. 이 은혜는 잊지 않겠어요.”

각자 개별 면담과 보고를 끝낸 후, 남연아는 협회 로비 앞에서 고급 리무진에 몸을 실으며 말했다. 남두그룹 아티팩트 연구소에서 마중을 나온 것이다.

그리고 리무진뿐만 아니라 남연아를 경호하기 위해 여성 헌터 다섯 명도 함께 왔다.

그녀들은 모두 4성 초인들이며 5년 전부터 아티팩트 연구소를 경비하는 보안 겸 경호 헌터들로, 믿을 수 있는 인물들이라고 했다.

“예. 혹시 모르니 조심하세요. 저쪽에서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으니.”

“당분간 연구소 안에서 지내려고요. 새로운 아티팩트를 개발 중이라고 하면 자기들이 어쩌겠어요?”

걱정하는 신유현의 말에 남연아는 웃어 보였다. 그녀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남민혁은 계속해서 암살을 꾸밀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아티팩트 연구소 밖으로 남연아를 끌어내려고 할 터.

아티팩트 연구소는 보안 등급이 높기 때문에 그 내부에서는 누구도 남연아를 건드릴 수 없으니까.

“그럼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네, 유현 씨도요.”

그 말을 끝으로 남연아를 태운 리무진이 떠났다.

‘한동안 지켜보는 수밖에 없나.’

남두그룹은 대한민국에서 유명한 대기업이다. 그리고 초인들의 장비들을 제작하는 이름 있는 브랜드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남두그룹의 후계자인 남민혁을 섣불리 건드릴 수 없었다.

증거가 없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 때문에 남연아는 남두그룹 안에서 남민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로 했다.

확실한 증거를 입수하게 된다면 남민혁을 몰아세울 수 있을 테니까.

잠시 후, 신유현의 눈앞에 검은색 차량 한 대가 다가와 섰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