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31화
“마스터의 부름에 따라 찾아왔어여. 당신이 제 마스터인가여?”
“그래.”
소녀의 말에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프나코틱 바이블을 통해 불사왕 다니엘 크라이튼 님의 후계자임을 확인. 만나서 반가워여. 전 디아에여!”
디아라고 이름을 밝힌 소녀는 활기찬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그 순간, 신유현의 눈앞에 소녀에 대한 정보창이 떠올랐다.
[세븐 아크스, 문곡성의 중재자]
이름: 디아나
애칭: 디아
종족: 흑묘족
나이: 비밀
칭호: 문곡성의 중재자
등급: 3성(성장 가능)
클래스: 어둠의 성녀
고유 특성: 매혹의 마안(S)
고유 스킬: 불사왕의 총애(SS), 성녀의 기도(S)
기본 스킬: 상세 항목 참조
능력치: 상세 항목 참조
설명: 불사왕 직속 세븐 아크스 중 한 명. 프나코틱 바이블에 봉인되어 있다가 풀려나왔다. 현재 능력에 제한이 걸려 있다.
‘대박이네.’
문곡성의 중재자, 디아의 정보를 확인한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S급 이상의 특성과 스킬들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디아의 등급은 고작 3성.
본래라면 더 높은 등급이나, 아직 마스터인 신유현이 3성이었기에 디아의 등급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때문에 스킬 숙련도와 능력치, 그리고 등급에 제한이 걸린 모양이었다.
거기다 나이 또한 열 살 정도로 어려졌다.
키햐아아아!
그때 다시 한 번 이자르의 괴성 같은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느덧 변형이 끝난 것이다.
이자르의 모습은 많이 변해 있었다.
이전에는 팔만 블레이드 형태였지만 지금은 어깨가 삐죽하게 튀어나온 강철 갑옷처럼 몸통이 변했다.
그리고 다리 또한 블레이드 형태로 변한 상황.
[4성 유니크 보스, 이자르가 페이즈2 풀 메탈 아머 모드로 이행을 완료했습니다.]
“준비가 끝난 모양이군.”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신유현은 이자르를 노려봤다.
이자르 또한 붉은 핏발이 선 눈으로 신유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마스터를 노려보다니 교육이 필요하겠네여.”
디아가 신유현의 앞에 나서며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검은 지팡이를 소환했다.
어둠의 성녀 전용 무기.
어둠을 순례하는 지팡이, 어비스.
은색과 흑색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세련된 느낌의 지팡이인 어비스는 디아의 키보다 더 길었다.
그리고 디아의 오른쪽 옆에 둥실 떠올라 대기했다.
“마스터, 지시를.”
자신의 전용 지팡이인 어비스를 소환한 디아는 신유현을 돌아봤다.
“잠시 붙잡아 둘 수 있어?”
“넹.”
신유현의 질문에 답한 디아는 오른쪽 옆에 떠 있는 어비스를 낚아채더니 지면에 내리꽂았다.
쿵!
그와 동시에 디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흑의 마법진.
[S급 스킬, 어둠의 사슬이 발동합니다.]
촤르륵!
순간 흑마력으로 이루어진 검은 사슬이 이자르 주변의 지면에서 솟구치며 튀어나왔다.
그리고 순식간에 이자르를 결박하는 게 아닌가?
검은 사슬은 이자르의 몸을 마름모 모양으로 묶으며 강하게 포박했다.
크아아아아아아!
이자르는 자신을 구속하는 어둠의 사슬에 저항하며 괴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럴수록 어둠의 사슬은 더더욱 이자르의 몸을 옥죌 뿐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둠의 성녀 디아가 고유 스킬 성녀의 기도(S)를 발동합니다.]
번쩍!
순간 신유현의 몸에서 황금빛이 번쩍였다.
“이건……?”
신유현은 따스한 황금빛에 감싸여 있는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더없이 포근하고 편안한 기분.
그리고 불과 조금 전까지 완전히 바닥나 있던 마나 외 체력이 회복되고 있었다.
디아의 고유 스킬 성녀의 기도는 하루에 한 번 대상을 완전히 회복시켜 주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신유현을 회복시킨 디아는 이어서 몸을 흔들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당신의 소환수 디아가 고양이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랜덤 효과 발동!]
[당신의 민첩이 10퍼센트 증가합니다.]
디아가 귀여운 고양이 춤을 추면서 신유현에게 축복을 걸어 준 것이다.
아무래도 디아는 지원을 전문으로 하는 서포터인 모양이었다.
‘좋아.’
디아의 지원 덕분에 체력과 마나를 회복하고 몸이 가벼워진 신유현은 이그니스를 꽉 움켜쥐었다.
[강체술을 발동합니다.]
[마나 집속 시작. 1퍼센트…… 5퍼센트…… 15퍼센트…….]
신유현은 자세를 낮추며 디아에게 결박당해 있는 이자르를 노려봤다.
잠시 후,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마나 집속률 100퍼센트 확인. 고유 스킬,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를 발동합니다.]
쾅!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가 발동하자 신유현을 중심으로 차크라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그 때문에 신유현의 머리카락과 코트 자락이 거칠게 휘날렸다.
쿵!
그 상태에서 지면을 강하게 박차자 콘크리트 바닥에 작은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이어서 신유현은 이자르를 향해 지면을 날듯이 달려들었다.
파천신법, 질풍신보를 펼치며.
크아아아아아!
그에 맞춰 흉폭화된 이자르도 괴성을 내지르며, 전신에서 검붉은 마나를 줄기줄기 흘리면서 충격파를 터트렸다.
그와 동시에 이자르를 구속하던 어둠의 사슬이 검붉은 마나의 빛 속에 집어삼켜지며 바스러지듯 사라졌다.
콰가가각!
그 직후 신유현의 이그니스와 이자르의 암즈 블레이드가 서로 맞부딪치며 충격파와 함께 불꽃이 튀어 올랐다.
까가가가강!
뒤이어 신유현과 이자르는 눈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검을 휘두르며 공방전을 펼쳤다.
빠르게 이어지는 공수 교환.
흉폭화를 한 덕분인지, 이자르는 조금 전과 다르게 오버 드라이브를 발동한 신유현과 대등한 싸움을 펼쳤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키익! 키이익!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이자르가 밀리기 시작했다. 흉폭화로 인해 신체 능력이 월등히 강해졌지만 이성이 날아간 탓에 본능적으로 신유현의 공격에 반응하고 있을 뿐이었으니까.
거기다 흉폭화를 사용한 시점부터 이미 이자르는 체력과 마나가 바닥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에 반해 신유현은 디아 덕분에 체력과 마나가 완전회복을 한 데다가 민첩성까지 10퍼센트 증가한 상태였다.
이대로 간다면 빠른 속도로 지쳐 가고 있는 이자르에게 틈이 생겨날 터.
콰직!
이윽고 그 틈은 빠르게 찾아왔다.
이자르의 왼쪽 암즈 블레이드에 금이 간 것이다.
‘지금!’
화르륵!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신유현은 거세게 흑염을 불태우며 이자르의 왼쪽으로 파고들었다.
이에 이자르는 신유현을 막기 위해 반사적으로 오른쪽 암즈 블레이드를 왼쪽으로 밀어 넣었다.
암즈 블레이드 두 개를 교차하며 신유현의 다음 공격을 막을 속셈이었다.
하지만.
파천신법(破天迅法).
세 번째 걸음, 뇌전보(雷電步).
왼쪽으로 파고들던 신유현의 모습이 사라지더니 이자르의 오른쪽에 다시 나타는 게 아닌가.
왼쪽으로 파고드는 척 페이크를 걸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이자르의 오른쪽 옆구리가 훤히 드러났다.
뒤늦게 알아챈 이자르가 공격을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지쳐 있는 몸뚱이는 본능과 달리 움직임이 느렸다.
파천검법(破天劍法).
일식(一式), 무명(無明).
까가가강!
이윽고 갑주처럼 변한 이자르의 오른쪽 옆구리 위로 붉은 불꽃과 함께 흑염이 피어올랐다.
신유현은 무명에 이어 흑염을 머금은 이그니스로 쉴 새 없이 이자르를 몰아붙였다.
쩌적!
거의 무방비 상태로 공격을 허용한 탓에, 이자르의 오른쪽 옆구리에 금이 갔다.
쾅!
그뿐만이 아니라 이그니스에서 발생한 강력한 충격파로 인해 이자르의 몸은 수 미터 이상 공중에 튀어 올랐다.
파천검법의 삼식 격멸로 이자르의 몸을 띄워 올린 것이다.
“끝이다.”
철컥! 쾅!
신유현은 이그니스를 납검하며 지면을 박찼다.
이자르를 따라 신유현의 몸이 솟구쳐 올라온 순간 파천검법의 3초식이 거의 동시에 연달아 펼쳐졌다.
콰가가가가각!
이그니스의 붉은 검광과 흑염이 공중에 떠올라 있는 이자르의 전신을 난도질했다.
그러자 갑주처럼 단단한 이자르의 외피가 부서지며 깎여 나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유현은 이그니스를 치켜들며 오러를 집중했다.
화르륵!
집중되는 오러에 반응하듯 흑염도 거칠게 불타올랐다.
그 상태에서 신유현은 이자르를 내려쳤다.
파천검법(破天劍法).
삼식(三式), 격멸(擊滅).
콰앙!
이전과 동일하게 이자르는 격멸의 충격파에 튕기듯 지면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쿠구구구궁!
어마어마한 굉음을 내며 콘크리트 바닥에 처박히는 이자르.
시멘트 가루와 흙더미가 치솟아 오르며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위력이 올라갔군.’
페이즈2 모드가 되기 전, 이자르를 지면에 처박았을 때보다 위력이 올라가 있었다.
디아의 완전회복과 민첩 버프 덕분일 터.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지면에 착지한 신유현은 뒤를 돌아봤다. 이자르를 중심으로 치솟아 오른 흙먼지가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이자르를 처치했다는 시스템 메시지는 올라오지 않았다.
아직 이자르가 살아 있다는 소리.
신유현은 이자르가 있는 곳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흙먼지들이 바람에 날려가며 이자르가 떨어진 장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살아 있나.’
예상대로 이자르는 페이즈2 풀 메탈 아머 모드가 해제된 상태로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이제 마지막 일격을 가하면 끝나는 상황.
하지만.
‘유니크 마수는 가치가 높지.’
대부분의 마수들은 이성 없이 본능에 따라 움직이며 오직 한 가지 목적성을 보인다.
바로 인간들을 살해한다는 것.
마수들은 맹목적인 살의와 살인 충동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 반해 유니크 마수는 인간들을 향한 적의와 살의를 가지고 있는 건 마찬가지이나 이성을 가진 지성체였다.
그렇기에 유용한 가치가 있었다.
‘마수들이나 던전에 대한 정보를 캘 수 있으니까.’
유니크 마수가 알고 있는 정보들.
그 가치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마수들의 정체와 종류, 목적들과 던전에 관한 공략 정보들을 얻어 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헌터들이 유니크 마수들을 생포하기 위한 시도를 했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유니크 마수와 조우하기도 힘든 데다가 워낙 강하기에 쉽게 잡을 수 없었다.
거기다 수틀리면 자폭까지 불사하기에 까다롭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지금 신유현이 유니크 마수인 도플갱어 이자르를 생포하기 직전까지 온 것이다.
유니크 마수의 포획이란, 그야말로 세계 헌터 협회뿐만 아니라, 파천검가 내에서도 어마어마한 업적이 될 터였다.
[불사왕의 가호 서드 스킬, 다크 소울 체인을 발동합니다.]
촤라락.
신유현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이자르에게 다크 소울 체인을 발동했다.
디아가 사용한 어둠의 사슬보다 등급이 더 높은 구속 스킬로 지속적으로 조금씩 상대의 마나를 흡수한다.
그 덕분에 장시간 구속하는 데 쓸 만한 스킬이었다.
“큭!”
온몸을 구속하는 다크 소울 체인의 손길을 느낀 것일까.
이자르는 신음을 흘리며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자신의 몸 상태를 바로 파악했다.
“죽여라!”
이자르는 신유현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자신의 온몸을 꽉 묶고 있는 다크 소울 체인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까.
이 상태에서 자신이 무슨 짓을 당하게 될지는 불 보듯 뻔했다.
필설로는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짓을 당할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