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30화
이자르가 있던 장소는 폭발과 함께 흙먼지가 치솟아 올랐기 때문에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신유현은 이자르를 쉽게 보지 않았다. 겨우 이 정도로 4성급 존재를 쓰러트릴 수는 없을 테니까.
그래도 상당한 피해는 입었을 터.
쌔액!
순간 쏟아져 내리는 흙먼지 속에서 날카로운 파공성이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흩어지는 흙먼지 속에서 이자르가 모습을 드러냈다.
“큭! 이 빌어먹을 년이!”
예상대로 이자르는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왼쪽 팔은 완전히 날아갔으며 오른쪽 팔도 절반가량 날아가 있었다.
이자르는 남연아와 신유현은 날카롭게 노려보며 말했다.
“이 정도로 날 해치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스스슥.
그 말을 끝으로 이자르의 암즈 블레이드가 수복되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다시 회복을 한다고?’
그 모습에 신유현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사이 이자르의 암즈 블레이드는 순식간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자르가 꽤 지쳐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아무래도 팔을 수복하는 데 상당한 마력과 체력을 소모한 모양.
“죽여 주마.”
쾅!
이윽고 수복을 마친 이자르는 지면을 강하게 박차며 남연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어딜!”
당연히 신유현은 파천신법을 펼치며 이자르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 버러지 같은 놈이!”
이자르는 눈살을 찌푸리며 신유현을 향해 암즈 블레이드를 내려쳤다.
까가가가강!
그리고 이어지는 경쾌한 연격.
“큭!”
일격, 일격이 살의를 가진 무거운 연격이었다.
4성과 3성의 격차라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어떻게든 신유현은 이자르의 검격을 따라 검을 움직이며 연격을 막아 냈다. 검의 속도와 힘은 단연코 이자르가 우세했다.
그럼에도 신유현은 이자르 앞에서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았다.
이자르의 검격을 하나하나 흘려 냈던 것이다.
이전 삶의 실전 경험 덕분이었다.
즉, 지금 신유현은 이자르보다 검술이나 기량적인 측면에서 우월하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이대로는 위험해.’
문제는 신유현의 마나와 체력이었다.
이자르와 맞붙기 전부터 이지수 일행과 한바탕 전투를 벌였으며, 수십 마리가 넘는 크롤러들까지 상대했으니까.
그 때문에 신유현은 지쳐 있었다.
그에 반해 이자르는 조금 지쳐 있다지만 신유현보다는 나은 상황이었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신유현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나.’
신유현은 힐끔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 아스트라 블래스터에 모든 마나를 쏟아붓고 쓰러져 있는 남연아의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정신을 잃고 기절한 모양.
아스트라 블래스터는 그녀가 가진 모든 마나와 전력을 쏟아부은 일격필살의 기술이었으니까.
“까망아!”
뀨!
신유현은 까망이를 불렀다.
그러자 신유현의 그림자 속에서 귀여운 그림자 슬라임, 까망이가 퐁 튀어나왔다.
미확인 던전 게이트를 조사하러 오기 전, 신유현은 까망이를 그림자 속에 숨겨 왔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만일의 사태였다.
덜그럭덜그럭.
까망이의 그림자가 쭉 늘어나는가 싶더니 이내 군단화된 40마리의 2성 스켈레톤 솔저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스켈레톤……?”
푸른 안광이 흘러나오는 스켈레톤들의 모습에 이자르는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신유현이 스켈레톤들을 소환할 줄은 몰랐으니까.
하지만 이내 입꼬리를 치켜 올리며 비웃음을 흘렸다.
“쓰레기로군.”
스켈레톤들의 등급이 낮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자르는 스켈레톤들을 향해 암즈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슈카칵!
아직 2성밖에 되지 않는 스켈레톤 솔저들은 이자르의 암즈 블레이드 앞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본 소드와 본 아머로 막으려고 했지만 깔끔하게 잘려 나갈 뿐이었다.
하지만 충분했다.
신유현이 고유 스킬을 사용할 찰나의 시간만 벌어 주면 되었으니까.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
모든 마나를 압축시켜 짧은 시간에 한계 이상의 힘을 낼 수 있는 사기적인 스킬.
신유현은 차크라에서 마나를 끌어올리며 모으기 시작했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
잠시 후,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마나 집속률 100퍼센트 확인. 고유 스킬,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를 발동합니다.]
콰아아앙!
순간, 신유현을 중심으로 검은 오러가 맥박처럼 요동치듯 터져 나왔다.
그사이 스켈레톤 솔저들은 10마리도 채 남지 않았다.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 발동 지속 시간까지 앞으로 30초.]
‘30초라면!’
전신에서 검은빛의 오러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마검 이그니스에서 흑염이 거세게 불타올랐다.
쾅!
신유현은 지면을 박차며 나머지 스켈레톤 솔저들을 휩쓸고 있는 이자르를 향해 날듯이 달려들었다.
공간을 가르는 한 줄기 어둠처럼 신유현은 이자르를 향해 쇄도했다.
그리고 빠르게 이그니스를 휘둘렀다.
파천검법(破天劍法).
이식(二式), 파쇄(破碎).
좌에서 우로 붉은 검광과 흑염이 화려한 궤적을 남기며 이자르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자르는 다급히 암즈 블레이드를 치켜들었다.
까앙!
“컥!”
이를 악문 이자르의 입에서 비명 같은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암즈 블레이드에 금이 갔기 때문이다.
이어서 이그니스는 검붉은 빛의 궤적을 그리며 이자르를 향해 수도 없이 휘둘러졌다.
까강! 까가강!
어마어마한 속도로 내려쳐지는 검붉은 빛의 궤적.
그에 맞서 이자르의 암즈 블레이드도 은빛 궤적을 남기며 맞부딪쳤다.
챙챙챙!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검은 불꽃과 은빛 불꽃이 화려하게 피어오른다.
그들은 눈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빠른 공방전을 주고받았다.
신유현은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 덕분에 그럭저럭 이자르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해지는 쪽은 이자르였다.
이그니스와 맞부딪칠 때마다 충격파가 발생하며 암즈 블레이드가 조금씩 깎여 나갔으니까.
“이 빌어먹을 쓰레기 놈이!”
이자르는 이를 악물며 기세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조금 전보다 더 맹렬한 기세로 암즈 블레이드를 휘두르며 신유현을 압박했다.
하지만.
챙강!
순간 이자르의 오른쪽 암즈 블레이드가 부서지더니 튕겨 날아갔다.
그 때문에 일순 이자르의 오른쪽 옆구리가 드러났다.
그 틈을 신유현은 놓치지 않았다.
파천검법(破天劍法).
삼식(三式), 격멸(擊滅).
충격파를 머금은 흑염이 거칠게 불타오르며 이자르의 옆구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콰아아아앙!
순간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신유현과 이자르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동시에, 그들을 중심으로 직경 10미터가 넘는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크아아아아악!”
충격파에 휩쓸린 이자르는 비명을 지르며 수십 미터 뒤로 튕겨 날아갔다.
쾅!
이어서 신유현은 지면을 박차며 쏜살같이 이자르를 향해 내달렸다.
대기를 가르는 거친 바람처럼.
파천신법(破天迅法).
첫 번째 걸음, 질풍신보(疾風迅步).
파천신법을 펼친 신유현은 충격파로 튕겨 날아가고 있는 이자르를 따라잡았다.
그리고 다시 격멸을 내려쳤다.
쾅!
격멸에 의해 발생한 충격파가 이자르를 지면에 내리꽂았다.
콰가가가강!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아스팔트 바닥에 내리꽂히는 이자르.
직경 30미터에 달하는 크레이터가 생겨나며 폭발이 일어났다.
그로 인해 10미터 넘게 솟아오른 흙먼지는 이자르뿐만 아니라 신유현까지 집어삼켰다.
하지만 이내 흙먼지 속에서 벗어난 신유현은 지면에 검을 꽂고 한쪽 무릎을 꿇으며 착지했다.
쿵!
그 순간 신유현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의 발동 지속 시간이 마감되었습니다.]
전성기 때와 달리 오버 드라이브의 지속 시간은 상당히 짧았다. 벌써 30초가 지나 지속 시간이 끝났으니까.
“큭.”
신유현은 나머지 무릎마저 꿇으며 검에 몸을 의지했다.
전신을 엄습해 오는 무력감과 허탈감.
몸을 가득 채우며 힘을 주던 차크라 마나가 전부 사라지고 없었다.
그 때문에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으며 넘치던 마나의 상실감 때문인지 의지력까지 급격히 저하되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전신이 찢어질 듯 아프고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 힘들었다.
오버 드라이브는 강체술과 달리 몸을 혹사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일어나야지.’
신유현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정신력 수치가 높은 덕분이었다.
“해치웠나?”
다시 몸을 일으킨 신유현은 흙먼지가 피어오르고 있는 전방을 바라봤다.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까지 사용하며 이자르를 몰아붙이고 30초간 전력을 다해 공격을 퍼부었다.
아무리 이자르라고 해도 치명상을 입고 쓰러질 수밖에 없을 터.
그런데.
키햐아아아아!
흙먼지 속에서 날카로운 괴성이 울려 퍼지는 게 아닌가?
슈아아아악!
그뿐만이 아니라 소용돌이치며 치솟아 오르던 흙먼지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윽고 그 속에서 이자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이자르의 상태가 이상했다.
전신이 울룩불룩해지면서 변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4성 유니크 보스, 이자르가 페이즈2 풀 메탈 아머 모드로 이행 중입니다.]
‘페이즈2라고?’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이자르가 페이즈2 모드를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그리고 변형 중인 이자르의 모습을 보아 하니 아무래도 흉폭화에 가까워 보였다.
조금 전보다 훨씬 더 강렬한 기세를 내뿜고 있었으니까.
분명 공격력, 방어력, 속도까지 강화되어 있겠지.
어떻게 보면 신유현의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었다.
“이 타이밍에 페이즈2라니.”
신유현은 기가 막혔다.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를 쓴 직후였기에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상황.
그리고 아직 스켈레톤 솔저들이 남아 있긴 했지만 풀 메탈 아머 모드를 발동 중인 이자르를 상대할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나?”
신유현은 이를 악물며 이자르를 노려봤다.
스파크를 동반한 강렬한 기운을 내뿜으며 주변 일대를 짓누르고 있는 유니크 마수.
어마어마한 압박감이었다.
이대로 놈이 변형을 마치면 당할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지배력을 상승시키시겠습니까?]
신유현은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바라봤다. 현재 신유현이 가지고 있는 소울 포인트는 총 100.
3성 마수 크롤러 30마리를 잡고 얻었다. 3성 마수 1마리당 3 소울 포인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유현은 망설임 없이 50 소울 포인트를 지배력에 투자하여 1포인트를 올렸다.
능력치가 31에서 40까지는 50 소울 포인트가 필요했으니까.
[축하합니다. 지배력 수치가 40에서 41이 되었습니다.]
[세븐 아크스 중 한 명인 문곡성의 중재자를 소환하시겠습니까?]
‘좋아.’
신유현에게는 아직 마지막 비장의 한 수가 남아 있었다.
세븐 아크스 중 하나인 문곡성의 중재자, 어둠의 성녀.
4성이 되고 지배력 수치가 41이 되면서 불사왕의 직속 수하인 세븐 아크스 중 한 명을 소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와라!”
신유현은 흑염으로 불타오르는 이그니스를 지면에 꽂으며 소리쳤다.
그러자 지면 속에 파고든 이그니스를 중심으로, 거대한 검은 화염으로 이루어진 마법진이 생겨나는 게 아닌가?
파앗!
이어서 신유현의 눈앞에 거대한 흑빛 마도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불사왕이 남긴 유산.
프나코틱 바이블이었다.
촤라라락!
이윽고 그것이 펼쳐지면서 검은 마나가 터져 나왔다.
쩌저적!
그뿐만 아니라 프나코틱 바이블 너머로 공간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검은빛이 흘러나오는 공간의 틈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인영.
흑단 같은 머리카락 사이로 쫑긋 솟아 있는 검은 고양이의 귀와 꼬리.
고양이의 오른쪽 귀에 걸린, 붉은색 꽃 장식이 달려 있는 검은색 작은 모자.
윤기가 흐르고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 귀여운 레이스가 달려 있는 고딕 드레스까지.
[세븐 아크스 중 하나인 문곡성의 중재자, 어둠의 성녀를 소환하셨습니다.]
잠시 후, 열 살 정도로 보이는 소녀가 신유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