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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29화 (29/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9화

이번에는 신유현이 강유찬과 김우성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희는 딱히 이야기할 게 없군요.”

강유찬은 김우성과 이상혁을 둘러보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강유찬은 일행과 합류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다가 근처에 있던 김우성과 만나게 되었고, 이후 크롤러 무리에게 쫓기며 싸우고 있는 이상혁을 발견했다.

그래서 그를 구하고 다시 빌딩 숲에서 길을 헤메다가 멀리서 싸우고 있는 소리를 듣고 찾아온 것이다.

“빌딩에서 나가려고 했었는데 생각보다 좀 복잡하더라고요. 거기다 마수들까지 만나는 바람에 길이 어긋나 버려서…….”

강유찬의 이야기가 끝나자 이상혁이 겸연쩍은 표정으로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차마 신유현을 따라 옥상에서 뛰어내리지 못한 그는 건물 계단을 통해 내려가다가 크롤러 몇 마리와 마주쳤다.

그 때문에 정신없이 도망을 치다가 그만 길을 잃게 되었고, 다행히 강유찬과 김우성을 만나게 된 것이다.

“운이 좋았네요.”

신유현은 이상혁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설마 자신과 헤어지고 나서 크롤러들과 만났을 줄은 몰랐으니까.

천만다행으로 강유찬과 김우성을 만나지 못했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이야기는 이쯤하고 일단 던전 출입구부터 찾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강유찬의 말에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3성 던전이긴 하나 지금 자신들이 있는 장소는 무색 던전이었다.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당장 지금만 해도 던전에 입장하자마자 뿔뿔이 흩어졌었고, 출입구가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니까.

“그럼 던전 출입구를 찾을 때까지 탐사를 계속하는 걸로 하죠.”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동의합니다.”

신유현의 말에 강유찬과 김우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으니 말이다.

“그럼 주변에 탐색 드론들을 띄워 놓을게요.”

바닥에 앉아서 쉬던 남연아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작은 탐색용 아티팩트 드론들을 날리기 시작했다.

탐색용 아티팩트, 스웜(Swarm).

작은 벌레처럼 생긴 드론으로, 마도공학 기술이 들어간 아티팩트다.

주변 지형을 파악하고, 마수들이 다가오면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다.

그렇게 남연아가 스웜을 날려 보내자, 이상혁이 뒤늦게 무언가 떠올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 참. 그러고 보니 제가 마수들에게서 도망칠 때 이상한 건물을 봤습니다.”

“이상한 건물이요?”

“네. 시계탑처럼 생겼는데 엄청나게 크고, 태엽의 톱니바퀴 같은 장치들이 밖에 나와 있었어요.”

“어느 쪽이죠?”

“아마 저쪽 부근일 거예요.”

남연아의 물음에 이상혁은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그러자 남연아는 그쪽을 향해 스웜 드론들을 보냈다.

그리고 스웜과 연동되어 있는 태블릿을 바라보며 말했다.

“드론들을 먼저 보낼게요.”

“알겠습니다.”

그녀의 말에 강유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일행은 이상혁이 발견한 시계탑처럼 생긴 건물을 찾아 움직였다. 던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출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 * *

주변을 경계하며 크롤러 무리들을 몇 번 더 만났지만, 남연아의 정찰 드론 덕분에 피해 가거나 강유찬과 김우성이 처리했다.

그렇게 이동한 끝에 신유현을 포함한 일행들은 이상혁이 봤다고 한 시계탑이 있는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는…….”

신유현은 주변을 둘러봤다.

도심 속의 아주 큰 공원이었다.

그리고 중심부에 거대한 시계탑이 세워져 있었는데, 높이가 50층은 족히 되어 보였다.

또한 이상혁 말대로, 크거나 작은 수도 없이 많은 톱니바퀴들이 밖으로 드러난 채 돌아가고 있었다.

“출구예요!”

그때 남연아가 화색을 띤 얼굴로 소리쳤다. 시계탑 아래에 초록색으로 빛나는 공간의 틈이 있었던 것이다.

3성 던전 멸망한 도시의 출입구였다.

아무래도 지금 이 장소가 본래 스타트 지점이었던 모양.

남연아뿐만 아니라 이상혁과 강유찬, 김우성의 얼굴에도 화색이 돌았다.

드디어 던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어느 쪽이지……?’

하지만 신유현은 날카로운 눈으로 강유찬과 김우성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그니스에 손을 가져다 대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던전 출입구를 발견한 이상 둘 중 한 명은 반드시 움직임을 보일 테니까.

그 순간.

“어?”

강유찬과 김우성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목에서 무언가 이질적인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스윽.

이내 그들의 목에 실선이 생기더니 붉은 피가 흘러내리는 게 아닌가?

푸화아아악!

뒤이어 그들의 목에서 붉은 피가 분수처럼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앗!”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눈을 크게 치켜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4성 중급 초인 두 명의 목이 날아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치솟아 오르는 피 분수 너머로 강유찬과 김우성의 목을 날린 조커가 있었다.

“던전에 들어오는 건 마음대로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

헌터 같지 않았던 순한 인상을 가진 인물.

조커는 다름 아닌 이상혁이었다.

‘이상혁이 조커였다고?’

신유현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상혁을 바라봤다.

지금까지 강유찬이나 김우성 둘 중 한 명이 조커라고 생각했다.

이전 삶에서 조사대의 생존자는 4성 초인이라고 알려져 있었으니까.

그런데 설마 이상혁이 조커였을 줄이야!

“4성 초인이라고 해도 이 정도인가?”

이상혁은 두 조각이 난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강유찬과 김우성을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봤다.

그리고 섬뜩하게 빛나는 그의 붉은 눈이 신유현과 남연아를 향했다.

“네놈들은 천천히 가지고 놀다 죽여 주마.”

이상혁은 기분 나쁘게 웃으며 붉은 피가 흐르는 검을 치켜들었다.

아니, 저걸 검이라고 할 수 있을까?

조금 전 강유찬과 김우성을 두 동강 낸 이상혁의 무기는 양팔이었다.

손과 팔이 날카로운 검처럼 변형되어 있었던 것이다.

“네놈은 대체……?”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이상혁을 노려봤다.

그러자 이상혁은 날카롭게 변한 자신의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한 지점을 가리켰다.

“이거면 대답이 되려나?”

그 순간 이상혁의 머리 위로 정보가 떠올랐다.

[4성 유니크 보스, 도플갱어 이자르]

“유니크 보스!”

이상혁의 정보를 확인한 남연아가 경악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이름을 가진 유니크 마수.

마수들 중에서 수가 적으며, 유일하게 단독 개체로만 존재한다.

그만큼 만나기 힘들뿐더러 일반 동급 보스보다 격이 다른 존재였다.

그리고 성가신 점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지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일반적으로 마수들 중에서 지성을 가진 개체들은 6성 이상의 보스들뿐.

하지만 이자르처럼 이름을 가진 유니크 개체들은 비록 등급이 낮아도 지성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

또한, 지성을 가진 마수들은 대부분 인류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보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이 있었다.

“정체를 숨기고 있었다니…….”

신유현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상혁의 정체도 놀라웠지만, 무엇보다 지금까지 정체를 숨기고 있었다는 사실이 더 믿을 수 없었다.

마수가 정보를 숨기고 있었다는 소리는 이전 삶을 포함해도 들어 본 적이 없었으니까.

“대체 어떻게……?”

“그건 네놈들이 알 필요가 없지. 여기서 죽을 테니까.”

이상혁, 아니, 도플갱어 이자르는 신유현을 향해 비웃음을 보였다.

그 말인즉.

“그럼 진짜 이상혁은 어떻게 되었지?”

“이상혁? 아, 이 모습의 주인 말인가?”

신유현의 물음에 이자르는 즐거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눈을 도려내고, 혀를 뽑고, 손가락을 자르고, 피부를 벗긴 다음 마지막으로 심장을 뽑아 씹어 먹어 주었지.”

“…….”

웃으며 내뱉는 이자르의 말에 신유현은 손을 꽉 움켜쥐었다.

이 장소로 오기 전에 이상혁이 자신과 헤어진 후 크롤러들과 조우했다는 말은 거짓일 것이다.

조우한 건, 크롤러들이 아니라 이자르였을 테니까.

그리고 이상혁을 잔인하게 죽인 다음 그의 모습을 훔친 것일 터.

“걱정하지 마라. 네놈들도 그놈과 똑같이 죽여 줄 테니까. 약한 놈들을 괴롭히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지.”

이자르는 기분 나쁜 미소로 말했다.

그에게 있어 3성 초인들은 언제든지 쳐 죽일 수 있는 존재였다.

그 때문에 가장 먼저 방심하고 있던 강유찬과 김우성을 뒤에서 기습하여 목을 날려 버린 것이다.

아무리 이자르라고 해도 4성 중급 초인 두 명을 상대하는 건 위험부담이 컸으니까.

하지만.

쾅!

강체술을 발동한 신유현은 지면을 강하게 박찼다.

파천신법(破天迅法).

첫 번째 걸음, 질풍신보(疾風迅步)!

지면에 작은 크레이터를 남기며 질풍처럼 빠르게 이자르를 향해 달려드는 신유현.

눈 깜짝할 사이에 이자르의 앞에 도달한 신유현은 달려드는 기세 그대로 마검, 이그니스를 휘둘렀다.

파천검법(破天劍法).

일식(一式), 무명(無明).

팟! 화르륵!

붉은 검광과 함께 흑염이 불타오르는 강렬한 일격이 이자르를 향해 날아들었다.

까아앙!

하지만 신유현의 일격은 이자르의 검처럼 변한 팔, 암즈 블레이드 앞에 가로막혔다.

“3성 따위 주제에 먹힐 줄 알았나?”

이자르는 비웃음을 흘렸다.

현재 신유현의 초인 등급은 3성 상급에 가까운 상황.

그에 반해 이자르는 4성 하급 유니크 보스였다.

하지만 신유현은 옆으로 피하며 그런 이자르를 향해 한마디 했다.

“물론 아니지.”

화르륵!

그 직후 신유현의 등 뒤에서 3서클 화염 마법 파이어 볼이 모습을 드러냈다. 신유현이 이자르를 상대하는 사이 남연아가 날린 것이다.

쾅!

직경 1미터가 넘는 화염구가 이상혁을 강타하며 폭발했다.

붉은 화염이 사방으로 확 퍼지며 이상혁을 집어삼켰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스트라 시스템 기동, 비트 전개. 마나 충전을 시작합니다.]

남연아는 아스트라 비트 4개를 한곳으로 모아 마나를 집속시키고 있었다.

키이이이잉!

4개의 아스트라 비트 끝에서 생성되고 있는 푸른 구체.

아스트라 비트 자체 내에 내장되어 있는 마정석과 남연아의 마나가 집속되고 있었다.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스트라 비트에서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마나 충전 완료. 아스트라 블래스터의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발사!”

[아스트라 블래스터 발사]

번쩍!

순간 아스트라 비트 끝에서 집속되고 있던 푸른 구체에서 눈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슈와아아아아악!

이윽고 구체에서 한 줄기 빛이 공간을 가르며 맹렬한 기세로 쏘아졌다.

그때 마침 붉은 화염이 걷히면서 이자르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아스트라 블래스터는 이미 이자르의 바로 눈앞까지 날아든 상황.

“이런 젠장!”

이자르는 재빨리 암즈 블레이드를 교차했다.

콰아아아앙!

그 순간 아스트라 블래스터가 이자르를 집어삼키며 폭발이 일어났다.

대지가 진동하고 공기가 떨렸다.

폭발의 여파로 공원에 심어져 있던 나뭇잎들이 우수수 쓸려 나갔다.

‘이게 아스트라 시스템의 힘인가?’

신유현은 경이로운 눈으로 이자르가 서 있던 장소와 아스트라 비트를 바라봤다. 이 위력은 결코 3성 초인이 낼 수 있는 힘이 아니었으니까.

최소 4성급은 되어 보였다.

‘역시 그녀가 필요해.’

신유현은 눈을 빛냈다.

남연아의 아티팩트 기술력은 예상 이상이었다.

그녀가 있으면 게티아 놈들에게 복수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테지.

“해, 해치웠나요?”

그때 남연아가 지친 표정으로 부활의 주문을 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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