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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26화 (26/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6화

‘설마 지금 이 시기에도 게티아 숭배 조직들이 있었다니…….’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전 삶에서 숭배자 놈들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자 분노로 몸이 떨려 왔다.

같은 인간이면서 게티아들에게 사람들을 팔아넘긴 쓰레기들.

숭배자 놈들의 밀고로 많은 사람들이 게티아들에게 붙잡혀 갔다.

그리고 고통스러운 고문들이 행해졌다.

희생자들을 고문할 때 생기는 부의 감정 에너지는 게티아들에게 있어 감미로운 쾌락이며 영혼을 강화시켜 주는 진미(珍味)였다.

그로 인해 인류는 게티아들에게 고문당하고 착취당했다.

여자도, 아이도, 노인도.

그뿐만이 아니었다.

광기로 물든 게티아 숭배자들 또한 생존자들을 고문했다.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동료들이 어디에 숨어 있는 알아내기 위해서.

그 때문에 신유현은 숭배자 놈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

“이 자식이!”

뒤늦게 최승철이 욕설을 내뱉으며 신유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 그를 향해 신유현은 이재강의 머리채를 부여잡은 채 휘둘렀다.

“끄아아악!”

머리가 쥐어뜯기는 고통에 이재강은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최승철은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이재강의 다리를 보고 다급히 방어 자세를 취했다.

퍼버벅!

재빨리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들어 올린 양팔 위로 이재강의 다리가 부딪쳤다.

“큭!”

비록 양팔이 얼얼했지만, 가드를 한 덕분에 머리를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안도도 잠시.

퍼어억!

“쿠억!”

최승철은 속이 뒤집히는 고통을 느끼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신유현의 주먹이 명치에 꽂혀 있었으니까.

“어, 어느 틈에…….”

배를 부여잡고 자리에 주저앉은 최승철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악귀와 같은 얼굴로 눈앞에 서 있는 신유현의 모습을.

“쉽게 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신유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최승철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눈앞에 있는 놈들과 같은 숭배자들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게티아들의 손에 고통스럽게 죽어 갔다.

신유현의 동료들까지도.

이전 삶에서 바르바토스에게 죽기 전까지 신유현에게는 마리아를 비롯한 여러 동료들이 있었다.

신유현은 그들과 함께 전 세계를 돌며 게티아들에게서 도망 다녔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나 숭배자 놈들이 게티아들에게 밀고를 한 탓에 하나둘 동료를 잃어 갔다.

마지막에는 마리아까지 잃고 말았다. 자신 또한 바르바토스와 싸우다가 힘이 다해 쓰러졌었지.

‘전생에서는 이놈들과 만난 적이 없었지.’

신유현은 눈앞에 있는 숭배자 놈들을 바라봤다. 이전 삶에서 그들은 무색 던전 탐사를 갔다가 전멸했다.

그 때문에 그들에게 당하기는커녕 만나지조차 못했다.

하지만.

“당하기 전에 먼저 갚아 주마.”

신유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차피 이놈들도 다른 숭배자들과 같은 짓을 하게 될 터였다.

아니, 어쩌면 이미 그러고 있을지도 몰랐다. 지금 이 시대에 벌써 게티아에 대해 알고 있는 모양이니까.

“뭐? 당하기 전에 갚아 준다니 그건 또 무슨 개소리…… 헉!”

최승철은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하다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최승철의 턱을 향해 신유현의 발이 아래에서 위로 날아들고 있었다.

퍼억!

순간 최승철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5미터가량 공중으로 떠올랐다.

쾅!

그 직후 최승철을 따라 신유현도 지면을 박차며 솟구쳐 올랐다.

강체술을 발동한 3성 초인의 신체 능력이면 5미터 정도는 제자리에서 충분히 뛰어오를 수 있었다.

그렇게 공중으로 도약한 신유현은 몸을 회전하며 발뒤꿈치로 최승철의 등을 내려찍었다.

퍼억!

콰아아앙!

신유현에게 내려찍힌 최승철은 다시 아스팔트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그리고 바닥에 크레이터가 생기며 굉음이 울려 퍼졌다.

바닥에 처박힌 최승철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숭배자 놈들이라고 해도 3성이면 이 정도인가?”

지면에 착지한 신유현은 차가운 눈으로 최승철과 이재강을 바라봤다.

숭배자 놈들은 같은 동급 초인들보다 좀 더 강했다.

게티아 놈들로부터 조금이지만 가호를 받고 있었으니까.

하물며 최승철과 이재강은 3성 초인들 중에서 나름 실전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이었다.

하지만 신유현의 상대는 아니었다.

신유현 또한 그들과 같은 3성 중급이었으니까.

또한, 차크라의 능력과 그들이 결코 넘을 수 없는 실전 경험이 있었다.

그러니 속수무책으로 신유현에게 당할 수밖에.

‘어쨌든 게티아와 숭배자 조직에 대해 알아내야 돼.’

앞으로 약 5년 뒤.

그때를 전후로 게티아들과 숭배자들이 나타날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설마 벌써 이 시기에 게티아와 숭배자 조직이 있을 줄이야.

그 때문에 신유현은 조금이라도 게티아와 숭배자 놈들에 대한 정보를 얻어 낼 생각이었다.

그 어떤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입을 열게 만들어 주마.’

신유현은 차가운 눈으로 최승철과 이재강을 노려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이지수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남은 건 저 여자뿐이군.’

콰콰콰콰쾅!

눈앞에서 이지수와 남연아가 주변 일대를 박살 내며 싸우고 있었다.

이재강과 최승철이 신유현을 향해 달려들었을 때, 이지수 또한 남연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녀들은 아직 한창 싸우고 있는 중이었다.

‘역시 실력은 이지수가 더 좋나.’

신유현은 그녀들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봤다.

3성 중급이라고 밝혔던 이지수는 사실 상급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실력을 숨기고 있었던 모양.

하지만 그녀보다 더 놀라운 건 남연아였다.

‘분명 3성 하급이라고 했었지.’

초인들의 전투에서 승패가 무조건 등급만으로 정해지는 건 아니다.

같은 등급이라고 해도 전투에서 효율이 좋은 무술의 차이나 실전 경험, 지형지물, 그리고 운 같은 여러 상황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하지만 남연아와 이지수의 등급은 2단계나 차이가 났다.

남연아가 열세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남연아는 이지수를 상대로 밀리지 않았다.

‘설마 저런 아티팩트가 있었을 줄이야.’

남연아는 다양한 아티팩트를 가지고 있으며, 아직 연구 단계인 프로토타입 아티팩트도 있었다.

전투 지원용 아티팩트, 아스트라 비트 시스템.

마력 조작과 뇌파를 통한 원격제어로 자율 비행이 가능한 드론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스트라 비트 4개는 남연아의 몸 주변을 돌며 이지수의 공격을 마나 장벽을 발생시켜서 막아 내고 있었다.

그 덕분에 이지수와 호각으로 싸우고 있는 상황.

‘하지만 슬슬 밀리기 시작하겠지.’

지금 당장은 남연아가 버티고 있었지만 밀리는 건 시간문제였다.

아스트라 비트 시스템은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자율 비행과 자동 방어를 하며 때때로 마력탄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아스트라 비트는 어마어마한 마나를 소모한다는 것.

그 사실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사람 머리만 한 크기의 드론이 혼자 날아다니며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하고 있었으니까.

마나 소모가 크다는 사실을 예상할 수 있었고, 실제로 지금 남연아의 얼굴은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신유현은 슬며시 작은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남연아의 마나 소모가 심하긴 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이지수도 지쳐 가고 있었다.

그렇기에 신유현은 조만간 승패가 날 거라 생각했다.

다름 아닌 남연아의 승리로.

* * *

그녀들의 전투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불과 10분이 지나기도 전에 결과가 나왔으니까.

결과는 신유현의 예상대로 남연아의 승리로 돌아갔다.

마나 소모가 큰 만큼 아스트라 비트 시스템의 성능이 이지수의 실력을 웃돌았던 것이다.

“큭! 죽여라!”

이지수는 체념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 그래야 하지?”

그녀의 말에 신유현은 차가운 얼굴로 반문했다.

그러자 이지수는 신유현을 바라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역시 아무리 강해도 도련님인가 보네. 사람 죽일 각오는 없나 봐?”

그녀라면 기회가 왔을 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상대를 죽일 것이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까.

“도련님에게 한 가지 충고해 줄게. 죽일 수 있을 때 죽이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당할 수 있거든.”

이지수는 실눈을 살짝 뜨며 신유현에게 말했다.

그녀의 눈은 진심이었다.

아마 상황이 반대였다면 그녀는 신유현과 남연아를 죽였을 테지.

그런 그녀에게 신유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착각하고 있나 보군.”

그렇게 말한 신유현은 이지수의 얼굴을 한 손으로 붙잡고서 움켜쥐었다.

“윽!”

이지수는 신유현이 얼굴을 움켜잡자 입안에 통증을 느꼈다.

딱딱한 치아가 신유현이 붙잡고 있는 볼 안쪽을 짓눌렀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입이 벌어졌다.

“내가 네놈들을 죽이지 않은 건 각오가 없기 때문이 아니다.”

신유현의 손에는 이미 피가 묻어 있었다. 이전 삶에서 수많은 게티아 숭배자 놈들을 쳐 죽여 왔으니까.

그리고 인간의 도리를 벗어난 빌런 놈들까지도.

“아르스 포올리나.”

“그, 그걸 어떻게?”

신유현의 한마디에 이지수는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실눈을 크게 떴다.

“네놈들 수법은 이미 알고 있거든.”

신유현은 강체술을 발동하며 이지수의 입안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빠각!

“으으으으읍!”

순간 이지수는 부들부들 경련하며 몸을 떨었다.

생각지도 못한 고통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그녀의 입가에는 붉은 피가 한 줄기 흘러나왔다.

신유현이 그녀의 어금니 하나를 뽑아낸 것이다.

“자폭용 독약인가? 폭탄은 아니군.”

놀랍게도 이지수의 어금니 하나는 자폭용 독약이었다. 반경 5미터 안에 있는 생명체들을 몰살시킬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아르스 포올리나의 암살자들은 임무에 실패하고 살아남지 못할 상황이라 판단되면 아군까지 포함해서 다 같이 폭사해 버린다.

그 때문에 신유현은 이재강과 최승철을 기절시키고 입에 재갈까지 물린 후, 등을 돌린 채 5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 놔둔 상태였다.

“어, 어떻게……?”

이지수는 충격과 고통으로 얼룩진 얼굴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대체 어떻게 파천검가의 삼남이 자신이 속한 조직의 이름을 알고 있단 말인가?

거기다 자폭용 독약과 폭탄까지 알고 있다니?

“이제부터 질문은 내가 한다. 넌 대답만 해.”

신유현은 차가운 눈으로 이지수를 내려다봤다.

“그럼 왜 남연아 씨를 노렸는지부터 물어볼까?”

“내가 순순히 대답해 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이지수는 입가에 피를 흘리면서도 신유현을 향해 비웃음을 흘렸다.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보군. 나는 게티아 숭배자 놈들은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

신유현에게 있어 게티아 숭배자들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들이었다.

오직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인류를 게티아들에게 팔아넘기고, 생존자들의 정보를 얻기 위해 악랄한 짓까지 서슴지 않았으니까.

그 모습을 신유현은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그렇기에 이지수뿐만 아니라 이재강과 최승철도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그들 또한 게티아 숭배자들이었으니.

화륵.

신유현의 손 위에서 흑염이 모습을 드러냈다.

신유현은 자신의 의지대로 흑염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었다.

덕분에 특정 부위만 불태우는 것도 가능했다.

“제가 도와 드릴게요.”

그때 남연아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러자 신유현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연아 씨가요?”

지금부터 신유현이 하려고 하는 일을 그녀가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 도와주겠다니?

“네. 그런 용도의 아티팩트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남연아는 개의치 않고 적극적인 표정을 지으며 이지수를 바라봤다.

그녀는 아티팩트를 사랑하는 마도공학자다.

마법을 배운 것도, 던전을 직접 탐사하거나 공략하러 가는 것도 전부 아티팩트를 연구하기 위함이었다.

그 덕분에 그녀의 손에서 수많은 아티팩트들이 탄생했다.

거의 대부분 초인들이 사용하는 무기이거나 방어구였지만, 반지나 귀걸이 같은 액세서리도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걸작은 역시 프로토타입으로 제작한 아스트라 비트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 만족하지 않았다.

더욱 다양한 상황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아티팩트들을 만들어 내려고 했다.

그중에는 그녀가 흥미 위주로 개발한 심문용 아티팩트도 있었다. 남연아는 품속에서 캡슐을 하나 꺼내 바닥에 던졌다.

촤라락!

이윽고 캡슐은 형태가 변환되며 커지더니 이지수의 눈앞에서 끔찍한 모습의 아티팩트로 변형을 완료했다.

시작형 심문용 아티팩트.

강철의 처녀, 아이언 메이든.

아이언 메이든을 꺼낸 남연아는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말했지? 실험체로 써 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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