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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24화 (24/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4화

[3성 던전 멸망한 도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여기도 던전인가?”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신유현은 앞을 바라봤다.

언제나 그렇듯 하늘에는 기분 나쁜 붉은 달이 걸려 있었다.

다만, 시간대는 밤이 아니라 낮이었다.

‘그나마 다행이군.’

낮인 경우에는 마수들의 활동이 침체되는 경향이 있으니까.

그리고 지금 신유현의 눈앞에는 폐허가 된 고층 빌딩들이 늘어서 있는 도시가 펼쳐져 있었다.

여기저기 낡아서 벽이 허물어져 있거나 반쯤 무너져 가고 있는 빌딩들.

그런데 빌딩들의 모습이 이상했다.

‘왜 이렇게 높지?’

대한민국에서 100층이 넘는 초고층 빌딩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폐허가 된 도시에 있는 빌딩들은 대부분 100층이 넘었다.

어디 그뿐인가?

초고층 빌딩에는 두께가 1미터에서 2미터 정도 되는 식물의 줄기 같은 것들이 휘감겨 있었다.

마치 멸망한 지 수십 년은 지난 듯한 모습이었다.

“신유현 헌터님.”

그때 등 뒤에서 신유현을 부르는 청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유현은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헌터가 한 명 있었다. 미확인 던전 게이트의 조사대 멤버 중 한 명인 이상혁이라는 3성 하급 초인이었다.

그리고 그제야 신유현은 이변을 알아차렸다.

“이상혁 헌터님밖에 없습니까?”

“네. 아무래도 우리만 이곳에 따로 떨어진 것 같습니다.”

신유현의 물음에 이상혁은 불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출구도 없는 것 같네요.”

“아.”

신유현의 말에 이상혁은 흠칫 놀란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조사대 멤버가 없다는 사실에 신경이 팔린 나머지, 던전 게이트의 출입구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어, 어떡하죠?”

이상혁은 긴장한 표정으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하지만 신유현은 대답하지 않고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무색 던전은 돌발 상황이 많다고 알고 있었지만…….’

설마 던전에 입장하자마자 조사대 일행과 흩어져 버릴 줄이야.

애초에 무색 던전은 미지의 부분이 많았다. 숫자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데다가 알려진 정보도 거의 없었다.

단지, 다른 던전보다 좀 더 위험하고 돌발 상황이 발생한다는 사실만이 알려져 있을 뿐.

‘시스템 메시지도 신경이 쓰이는군.’

던전에 진입하면서 떠오른 의문스러운 시스템 메시지들.

시공간 완충지대라든가.

시공 터널이라든가.

이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 애초에 누가 시스템과 던전을 만든 것일까?

이미 인류는 시스템과 던전이 어떤 존재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 정도는 유추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우주인이 만들었다는 음모론자도 있었고, 신이 만들었다는 종교인들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인류가 알아낸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던전에 있는 마수들과 싸우며 인류의 생존을 모색할 뿐.

스턴피드 현상이 발생하면 던전 주변 일대는 초토화가 되어 버리니까.

‘그런데 여긴 대체 뭘까?’

신유현은 주변을 둘러봤다.

지금 자신이 있는 폐허가 된 도시는 이질적이었다.

현재 알려진 정보에 의하면 배틀 필드는 현실과 같은 장소에 존재한다.

다만, 위상(位相)이 다를 뿐이다.

간단히 말해, 장소나 위치는 같지만 공간만이 달라진다는 소리다.

그래서 던전에 입장하면 장소는 그대로지만 생명체만 전부 사라진다.

단지 물체만이 그대로 남아 있을 뿐.

그건 지금 신유현이 있는 장소도 마찬가지.

지금 이곳은 강릉이라는 도시가 있던 장소이다.

그렇다면 초토화되어 황폐해져 있는 광야가 펼쳐져 있어야 했다.

그런데 현대에서 보기 힘든 100층이 넘는 초고층 빌딩들이 신유현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은 왜인가.

“일단 주변 탐색부터 하죠. 조사대 멤버와 합류를 하든가, 아니면 던전 출구를 찾아야 하니까요.”

잠시 주변을 살피며 생각에 잠겼던 신유현은 이상혁을 바라봤다.

20대 중반에 서글서글한 사람이 좋아 보이는 인상이었다.

‘실력은 평범하긴 하지만…….’

헌터 협회 회의실에서 인사를 했을 때 신유현과 같은 D급 헌터로 3성 하급 초인이라고 했다.

그와 함께 다닌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그리고 지금 문제는 4성 헌터들이고.’

그들 중 한 명이 조커일 테니까.

놈이 언제 행동을 시작할지가 관건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신유현의 말에 이상혁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신유현은 이상혁과 쓸데없이 드잡이는 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것도 파천검가의 위명 덕분인가?’

신유현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그들은 주변을 경계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마수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초고층 빌딩들 중에서 비교적 멀쩡해 보이는 건물을 발견했다.

‘옥상에 한번 올라가 볼까?’

가장 높아 보이는 빌딩 옥상에 올라가면 이 도시의 전모를 볼 수 있을지도 몰랐다.

“빌딩에 들어가 볼까요?”

“예? 빌딩에요?”

신유현의 말에 이상혁은 빌딩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저것들 때문에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은데요?”

빌딩들은 대부분 1~2미터 두께 정도 되는 녹색 줄기들이 입구를 가로막고 있었다.

“줄기 따위야 태워 버리면 되죠.”

신유현은 피식 웃었다.

화르륵!

신유현은 이그니스에서 흑염을 일으켰다.

“오!”

이상혁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사이 신유현은 입구를 막고 있는 줄기를 향해 달려들었다.

파천검법(破天劍法).

일식(一式), 무명(無明).

스아아악!

이그니스에서 붉은 검광이 번뜩이고 검은 화염이 사방으로 번져 나가면서 녹색 줄기를 불태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재가 되어 사라져 버리는 녹색 줄기들.

“허…….”

그 모습을 본 이상혁은 놀라워하며 부러운 표정을 지었다.

“대, 대단하시네요.”

“이 정도는 3성 초인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아닙니까?”

“그 나이에 그 정도면 대단한 거죠. 역시 파천검가네요.”

이상혁의 말에 신유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은 가문에서 무능하다고 쓰레기 취급을 받았었다.

그런데 자신을 부러워하는 사람이 생겨날 줄이야.

“그보다 이제 들어가죠. 다른 일행들을 찾아야 하니까요.”

신유현은 빌딩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아, 네!”

그 말에 이상혁도 신유현을 따라 빌딩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남두그룹의 장녀, 남연아.

그녀는 마도공학자의 길을 걸으면서도 헌터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성격이 좀 특이했다. 그 때문에 남두그룹에서 괴짜 취급을 받았다.

일반적인 마도공학자라면 실험실에서 안전하게 아티팩트 연구를 하지만 그녀는 달랐으니까.

던전에 가서 아티팩트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재료를 직접 보고 구했다.

이번 미확인 던전 게이트의 조사대에 참가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미확인 던전에서만 얻을 수 있는 신(新)소재를 얻기 위해 직접 온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여긴 어디지? 다른 사람들은…….”

미확인 던전 게이트에 입장한 순간 남연아는 어딘지 알 수 없는 초고층 빌딩들의 숲에 떨어졌다.

다행히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 한 명과 남성 두 명으로 구성된 D급 헌터들.

3성 중급 실력을 가진 조사대 멤버 세 명이 함께 있었으니까.

“던전 출입구도 없잖아?”

“그럼 여긴 우리뿐인가?”

조사대 멤버 중 절반이 사라지고 던전 출입구도 없는 상황.

그런데.

“운이 좋네?”

“설마 던전에 입장하자마자 타깃뿐이라니.”

“빨리 끝내고 한잔하러 가자고.”

그들은 남연아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는 게 아닌가?

“그게 무슨…….”

그들의 표정에서 이상함을 느낀 남연아가 입을 열려는 순간.

쌔액!

그녀와 비교적 가까이에 있던 헌터, 이재강이 달려들면서 다짜고짜 검을 휘둘러 왔다.

“……!”

갑작스러운 이재강의 공격에 남연아는 자기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날렸다.

하지만 이미 늦은 상황.

뒤로 물러났지만 이재강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 순간.

까가가강!

푸른 장막이 남연아의 몸을 감싸며 이재강의 공격을 막아 냈다.

그녀가 입고 있는 하얀 가운, 아이기스 MK2가 배리어 마법을 발동한 것이다.

“아니, 이걸 막아?”

이재강은 놀란 표정으로 남연아를 바라봤다.

보통 마도공학자들은 실험실에서 아티팩트를 연구 개발을 하기 때문에 강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1~2성 수준 정도.

하지만 남연아는 일반 마도공학자들과 달랐다.

그녀는 아티팩트의 재료를 찾기 위해 자신이 직접 던전에 가는 3성 하급 실력을 지닌 D급 헌터였으니까

그뿐만이 아니라 그녀는 자신이 개발한 전용 아티팩트들도 가지고 있었다.

그 덕분에 전용 아티팩트를 사용하면 3성 상급까지 실력이 상승한다.

이른바 장비빨이었다.

“이게 무슨 짓이지?”

남연아는 날카롭게 눈을 치켜뜨며 이재강을 노려봤다.

그들은 대체 왜 자신을 노린 것일까?

그리고 대체 그들은 누구일까?

의문투성이였다.

후우우웅.

순간 이재강의 머리 위에서 마나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마나로 이루어진 거대한 망치가 나타났다.

2클래스 마법.

마나 해머.

남연아의 공격 마법이었다.

그녀는 마도공학자이면서 동시에 마법사이기도 했다.

“이건 또 뭐야?”

자신의 머리를 후려칠 듯이 떨어지는 마나 해머를 본 이재강은 강체술을 발동하며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그 직후 이재강의 앞을 스쳐 지나간 마나 해머가 지면을 강타했다.

콰앙!

둔탁한 굉음과 함께 아스팔트 바닥이 움푹 파이며 금이 쩌저적 갔다.

“피했나?”

이재강이 마나 해머를 피하는 모습을 본 남연아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등급 차이가 나는 데다, 검사는 마법사보다 움직임이 빠르기 때문이다.

“언니 성격 완전 마음에 든다.”

이번에는 세 명 중 여성 헌터, 이지수가 양손에 들고 있는 단검을 빙글빙글 돌리며 남연아를 향해 다가왔다.

“일만 아니었으면 친해지고 싶네.”

이지수는 뜨거운 눈으로 남연아를 바라봤다.

자신들에게 살해당할 위기에도 겁을 먹기는커녕 바로 반격을 해 올 줄이야.

거기에 마나 해머를 맞히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는 모습까지.

“언니라면 내 독을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독으로 감도를 올려 줄까? 아니면 손끝부터 독으로 녹여 줄까? 언니가 귀엽게 비명을 지르는 걸 보고 싶네.”

붉게 상기된 얼굴의 이지수는 혀로 입술을 핥으며 남연아를 바라봤다.

아마도 지금의 이지수가 진짜 모습이겠지.

그녀는 지금까지 자신의 독으로 수많은 희생자들을 고통스럽게 죽였다.

그녀를 따르는 이재강과 최승철도 마찬가지.

그 때문에 이지수는 남연아처럼 기세등등한 사람들을 좋아했다.

처음에는 악에 받쳐 소리치다가, 마지막에는 죽여 달라고 애원하기 때문이다.

그 순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터질 듯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남연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한마디 던졌다.

“이거 완전 미친년 아냐. 너야말로 내가 실험체로 써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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