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9화
“끄으으윽.”
“쿨럭쿨럭!”
정태성 일행들의 신음 소리가 산속 오솔길에서 울려 퍼졌다.
그들을 제압한 신유현이 끝내 단전을 폐쇄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그들은 하나같이 땅바닥을 기며 피를 토하고 있었다.
“도, 독한 새끼…….”
“네가 이러고도 사람이냐!”
“내 단전 돌려줘!”
그들은 이를 악물며 신유현을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신유현의 눈빛은 싸늘할 뿐이었다.
“웃기는군. 그 짓을 나한테 하려고 한 게 누구지? 네놈들 아닌가?”
신유현의 싸늘한 말에 정태성 일행은 흠칫거리며 입을 다물었다.
뭐라 반박할 말이 없었다.
신유현의 말대로였기 때문이다.
“네놈들은 내 단전을 폐쇄하려고 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똑같이 당할 각오는 하고 왔겠지.”
“아, 아니 그건…….”
“아니면 그 정도 각오도 없었던 것이냐?”
“큭.”
정태성은 이를 악물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솔직히 아무 생각 없이 왔었다.
설마 자신들이 신유현에게 당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하지 않았으니까.
“쓰레기 같은 놈들.”
신유현은 차가운 눈으로 정태성 일행을 노려봤다.
이전 삶에서 그들 같은 쓰레기들을 수도 없이 보아 왔다.
타인을 괴롭히는 가해자들.
대표적으로 게티아 놈들이 그랬다.
게티아들은 인류를 집요하게 괴롭히며 절망감과 고통을 선사했다.
자신들이 인류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 때문에 자신들이 인간에게 당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정태성 일행이 신유현에게 당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은 듯이.
그렇기에 타인을 괴롭히는 것이겠지.
자신은 안전하다고 믿으니까.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답은 간단하다.
‘똑같이 되돌려주면 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당한 만큼 돌려주면 된다.
똑같이 당해 봐야 정신을 차릴 테니까.
적어도 신유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제 네놈들도 알았겠지. 자신이 한 일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그 사실을 정태성 일행은 너무 늦게 배웠다.
단전이 폐쇄되면서 두 번 다시 마나를 사용할 수 없는 몸이 되었으니까.
초인들의 입장에서는 죽음보다 더한 형벌이었다.
“으으!”
신유현의 말에 정태성 일행은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땅바닥에 쓰러진 채 흙을 움켜쥐며 눈물을 흘리고 있을 뿐.
하지만 아직 신유현의 볼일은 끝나지 않았다. 정태성 일행은 신유현의 단전을 폐쇄하려고 한 대가를 치렀다.
그리고 대가를 치러야 할 인물은 아직 더 남아 있었다.
“그럼.”
신유현은 차가운 눈으로 정태성 일행을 내려다봤다.
“누가 보냈지?”
“……!”
그 말에 정태성 일행은 움찔거리며 몸을 떨었다.
“내 단전을 폐쇄하라고 누가 보냈는지 말해라.”
“모, 몰…….”
콰앙!
“크악!”
순간 정태성 옆의 땅이 폭발하듯 터져 나갔다.
신유현이 지면에 발을 내디디며 충격파를 발생시킨 것이다.
그 때문에 정태성은 비명을 지르며 지면을 몇 바퀴나 굴렀다.
“쿨럭쿨럭.”
“죽기 싫으면 답하는 게 좋을 거다. 난 지금 기분이 좋지 않거든.”
신유현은 차가운 눈으로 정태성 일행들을 내려다봤다.
그들의 뒤에 누가 있을지는 물어보나 마나였다.
분명 파천검가의 둘째 형인 신철진이 있을 테지.
하지만 증거가 필요했다.
신철진이 정태성 일행을 보내 자신의 단전을 폐쇄하려 했다는 증거가.
‘아무리 둘째 형이라고 해도 이건 선을 크게 넘었지.’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그리고 신철진을 비롯한, 자신의 단전을 폐쇄하겠다는 일에 관련되어 있는 모든 자들은 언젠가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지금 땅바닥을 뒹굴고 있는 정태성 일행처럼.
“이 일에 관련되어 있는 놈들에 대해 전부 말해라.”
신유현은 차가운 눈으로 몸을 떨고 있는 정태성 일행에게 말했다.
* * *
그날 밤.
가문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소란의 요지는 하나였다.
파천검가의 셋째가 사고를 쳤다고.
주작검대 세 명이 걸레가 되어서 돌아왔으니까.
전신의 뼈가 뒤틀리고 만신창이가 된 몸에 단전까지 폐쇄된 상태.
이제 두 번 다시 마나를 사용 할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 때문에 주작전에서는 난리가 났다. 정태성 일행은 주작전에서 기대를 하고 있던 후기지수였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만든 인물이 신유현이라고 하지 않는가?
“신유현! 너, 이 개자식이!”
가주전, 가문의 회의실.
그곳에서 분을 이기지 못한 신철진이 신유현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가주전 중앙에 홀로 서 있는 신유현은 태연했다.
그리고.
쿠구구구구.
회의실 전체에 강렬한 중압감이 짓눌러 왔다.
신유현을 쏘아보던 신철진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회의실 앞에 있던 가주 신성일이 기세만으로 신철진의 입을 다물게 만든 것이다.
“신유현, 무슨 일인지 설명해라.”
무표정한 얼굴로 신성일이 신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회의실에는 가주 신성일을 비롯한 가문의 간부들과 일가친척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여느 때라면 이렇게 모두 모이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후계자 쟁탈전에서 가문의 입장은 중립이었으니까.
다만 몇 가지 예외인 경우가 있었다.
바로 살인과 단전 폐쇄였다.
아무리 초인들의 힘이 중심이 되어 돌아간다고 해도 대한민국 사회에서 법은 지켜야 했다.
그래서 주작검대를 이끄는 신철진이 간부들과 일가친척들을 소집하며 가문 내에서 신유현에게 사문위원회를 건 것이다.
“주작검대에서 정태성이라는 자가 습격을 해 왔습니다. 제 단전을 폐쇄하겠다고 하더군요.”
신성일의 물음에 신유현은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리고 까망이는 돌아오자마자 몰래 현무전의 자신의 방으로 보냈다.
그 때문에 신성일에게 들킬 염려는 없었다.
“정태성이 습격을 해 왔다고?”
“우리가 들은 이야기와는 다른데.”
신유현의 말에 간부들이 웅성거렸다.
사문위원회의 목적은 신유현을 추궁하기 위함이었다.
신유현이 비겁한 짓으로 주작검대의 대원들을 기습하고 단전까지 폐쇄했다는 이유로 신철진이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정태성 일행이 습격을 해 왔다니?
“개소리 하지 마라! 네놈이 비겁하게 정태성을 기습하고 단전을 폐쇄시켰잖아! 어디서 발뺌이야!”
신유현의 말에 신철진이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애초에 다혈질인 신철진은 지금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유능한 인재들을 잃었으니까.
그 때문에 지금 눈에 보이는 게 없을 정도로 머리에 열이 뻗쳐 있었다.
“그럼 증거 있습니까?”
“증거?”
“제가 정태성 일행을 습격한 증거 말입니다.”
신유현은 신철진에게 존대를 했다.
지금 이곳은 가문의 중요 간부들이 모인 회의 자리였으니까.
최소한의 예의를 지킨 것이다.
그리고 신유현의 말을 들은 신철진은 씩씩거리며 소리쳤다.
“증거는 무슨! 네가 혼자 정태성 일행을 쓰러트렸다는 사실이 바로 증거다! 네놈 혼자서 정면으로 제압할 수 없을 테니까!”
정태성 일행들은 3성 중급과 최하급의 실력자들.
그에 비해 신유현은 이제 2성 중급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니 신유현 혼자서 정태성 일행을 제압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터.
하지만 현재 신유현은 3성 최하급이 된 상황이었다.
그 덕분에 정태성 일행을 혼자서 제압한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신철진은 신유현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에게 신유현은 스마트폰을 꺼내며 말했다.
“저는 증거가 있습니다. 정태성 일행과 대화한 내용을 녹음해 두었거든요.”
신유현은 신철진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정태성 일행과 대화를 나누었을 때, 신유현은 스마트폰으로 녹음을 해 두고 있었다.
그리고 회의실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서민준과 김도윤이 자신의 단전을 폐쇄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부분만 들려주었다.
그 후 신유현은 담담한 얼굴로 아버지인 신성일과 가문의 친척들, 간부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먼저 공격을 해 오고 제 단전을 폐쇄시키겠다고 한 건 정태성 일행이지 제가 아닙니다.”
“……!”
그 말에 신철진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설마 신유현이 증거를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신철진, 반론이 있느냐?”
“……없습니다.”
잠시 침묵하던 신철진은 마지못한 표정으로 답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반론을 할 수 없었다.
이쪽에는 증거가 없지만, 저쪽에는 증거가 있으니까.
만약 신유현에게 증거가 없었다면 어떻게든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주장하며 우겼을 터.
“그럼 책임을 져야겠지?”
“네.”
신철진은 이를 악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증거가 나온 이상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주작검대의 관리 소홀로 6개월간 자택 근신에 처한다.”
파천검가에서 가주 신성일의 말은 곧 법이었다. 신성일의 명령에는 무조건 따라야 했다.
“아버지!”
“가주님이라고 불러라. 못난 것.”
가문의 간부들과 일가가 모인 자리에서 신철진의 놀란 외침에 신성일은 눈살을 찌푸렸다.
주작검대의 대원들이 문제를 일으켰다는 사실은 명백했다.
부하들의 잘못은 대장이 책임져야 하는 법.
그래서 신철진에게 근신 처분을 내린 것이다.
근신 처분이 약해 보일 수 있지만, 6개월이면 후계자 자리에서 상당히 멀어진다고 봐야 했다.
그 기간 동안 다른 후계자 후보들은 열심히 대외 활동을 하고 있을 테니까.
당장 신유현만 해도 6개월 뒤면 지금보다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해져 있겠지.
거기다 어느 정도 자신만의 세력을 만들어 놓았을 터.
‘역시 누가 보냈느냐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군.’
신유현은 속으로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만약 정태성 일행을 보낸 자가 신철진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어떻게 될까?
파천검가의 후계자 후보 자리에서 퇴출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 신성일은 아무런 언급 없이 그냥 넘어갔다.
신유현 또한 걸고넘어지지 않았다.
애초에 그럴 거라 예상했으니까.
‘누가 보냈을지 아버지도 알고 있겠지.’
신성일뿐만이 아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누구나 다 신철진이 보냈을 거라 추측하고 있었다.
또한 이미 신유현은 정태성 일행으로부터 누가 보냈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그럼에도 그 사실을 밝히지 않고 잠자코 있는 이유는 증거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강압적 상황에서의 자백은 증거가 되지 못하니까.’
강요나 압박, 고문으로 인한 자백은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다.
당장 신철진부터 신유현을 비난할 것이다. 부하들을 고문해서 허위 자백을 유도한 거라고 하면서.
“신유현.”
신철진에게 근신 처분을 선고한 신성일이 나직한 목소리로 신유현을 불렀다.
“네.”
“어째서 그들의 단전을 폐하였느냐. 제압만 해도 되었을 것을.”
그 말에 신유현은 고개를 들고 아버지인 신성일을 바라봤다.
위압적인 기세가 전신을 옥죄여 온다.
단전 폐쇄는 초인들에게 있어 최고 형벌이었다.
그렇기에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위였지만, 신유현은 독단적으로 판단을 내리고 행했다.
그로 인해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신성일의 눈빛 속에서 신유현은 볼 수 있었다.
자신을 향한 기대와 흥미를.
그 순간 신유현은 지금이 중요한 승부처임을 깨달았다.
자신의 대답에 따라 처벌이 주어지거나, 아니면 보상이 주어질 테니까.
“그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