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8화
“뭐?”
“이게 미쳤나?”
신유현의 말에 바로 다른 두 명이 반응했다.
그들 또한 주작대 소속의 3성 하급 검사들로, 서민준과 김도윤이었다.
“역시 말로 해서는 안 된다니까.”
“뜨거운 맛을 봐야 말을 듣지.”
스르릉.
그들은 입가에 비웃음을 흘리며 허리에 차고 있던 장검을 뽑았다.
“그래서, 나를 어떻게 해보겠다고? 네놈들이 과연 할 수 있을까?”
신유현 또한 그들을 노려보며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자 정태성이 비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그 나이에 겨우 2성이 됐으면서 잘난 척은. 네가 강해져 봤자 거기서 거기지.”
그들은 방금 전 신유현이 3성 최하급이 되어 던전을 나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3성이라고 해도 엄연히 차이가 존재했다.
“네놈 따위가 우리 상대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정태성은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그들은 신유현이 2성 중급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에 반해 서민준과 김도윤은 3성 최하급 검사였으며, 정태성은 3성 중급의 실력자였다.
그러니 자신들과 신유현 사이에 격의 차이가 날 거라고 착각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신유현은 비교적 담담한 표정으로 정태성 일행을 노려보며 말했다.
“직계인 나에게 손을 대면 문제가 커질 텐데?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히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붉은 화염 무늬가 인상적인 배리어를 입고 있는 주작 대원들.
그들이 신철진의 비호를 받고 있는 주작검대의 후기지수라고 하더라도 직계를 건드리면 문제가 된다.
하지만 정태성 일행은 신유현의 말에 피식 웃을 뿐이었다.
“직계는 무슨, 아무 세력도 없는 네놈을 건드렸다고 문제될 게 있을까?”
“내 뒤에 현무전이 있는 걸 잊었어?
“현무전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언제부터 현무전이 널 따랐다고.”
신유현의 말에 정태성은 비웃음을 흘렸다.
확실히 이전 삶에서 현무전의 검사들은 신유현을 외면해 왔고, 신유현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당시에는 기력 개방조차 하지 못해 자포자기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무기력했던 이전 삶과 달리 강해질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알고 있었다.
거기다 방금 전에 3성 검사까지 된 상황.
다만 현무전의 검사들과 신유현은 너무 오랫동안 서로를 외면해 왔다.
그 때문에 시간이 좀 더 필요했고, 그들이 신유현을 따르게 할 정도의 실적도 있어야 했다.
그런데 그 전에 신철진이 선수를 친 것이다.
“너무 걱정은 하지 마라.”
“그냥 단전만 폐쇄시킬 테니까.”
서민준과 김도윤은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신유현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단전을 폐쇄시키겠다고?”
단전 폐쇄.
일반적으로 검사나 전사 계열 초인들은 심법 수련을 통해 단전을 만들고 기력 개방을 한다.
그 후 단전에 마나를 계속 축적해 가며 강해진다.
즉, 단전은 초인들에게 있어서 또 하나의 목숨과도 같았다.
그런데 그걸 폐쇄시키겠다는 말은 초인들에게 있어 죽음보다 더한 형벌이나 다름없었다.
“네놈들이 기어이 선을 넘는구나.”
신유현은 싸늘한 눈으로 정태성 일행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자 정태성이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뭐? 네놈도 잘 알고 있잖아? 파천검가가 어떤 곳인지. 당하는 놈이 잘못이지, 안 그래?”
특히 정태성의 마지막 한마디가 뼈아프게 박혀 왔다.
그야말로 지금의 파천검가를 상징하는 말이었으니까.
초인 사회는 힘을 중시하는 약육강식의 세계.
약하면 잡아먹힌다.
특히 파천검가는 초인 사회의 상징적인 집단이었다.
거기다 후계자 쟁탈전과 관련해서는 살인만 아니라면 중립적인 입장이기도 했다.
후계자 쟁탈전은 직계들끼리 알아서 하라는 뜻.
그렇기에 신유현이 정태성 일행에게 당했다고 해도 가문에서는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을 것이다.
기껏해야 근신 처분 정도.
그리고 며칠 전 가주 회의에서 신성일이 말했던 것처럼 약한 놈이 잘못이라는 소리나 하겠지.
‘내 손으로 바꾼다.’
신유현은 마검 이그니스를 꽉 움켜쥐었다.
재능과 힘이 없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세상.
그 때문에 개화가 늦는 대기만성형 능력자들은 꽃을 피워 보지도 못하고 사라졌다.
그래서 만들고 싶었다.
재능을 가졌지만 능력을 꽃피우기도 전에 사라진 초인들을 위해서, 힘이 없어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그래야 게티아 놈들에게 대항하는 데 좀 더 도움이 될 테니까.
신유현은 정태성 일행을 싸늘하게 노려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럼 각오는 되어 있겠지?”
“각오? 무슨 각오?”
“네놈들도 똑같이 당할 각오 말이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신유현은 강체술을 발동하며 지면을 박찼다.
콰앙!
파천신법(破天迅法).
두 번째 걸음, 전광석화(電光石火).
전광석화는 짧은 거리를 번개처럼 빠르게 고속 이동이 가능한 신법.
눈 깜짝할 사이 이그니스에 흑염을 휘감은 신유현이 정태성의 앞에 섰다.
파천검법(破天劍法).
일식(一式), 무명(無明).
이윽고 이그니스가 붉은 궤적과 함께 흑염을 흩뿌리며 정태성을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정태성도 녹록하지 않았다.
3성 중급의 실력답게 신유현의 공격에 빠르게 반응했다.
까앙!
재빨리 강체술과 오러를 발동한 정태성은 신유현의 장검을 막아 냈다.
“큭!”
하지만 정태성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적지 않은 충격 때문에 손목이 저려 왔다.
‘이게 2성 중급이라고?’
생각보다 강한 신유현의 힘에 정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야 그럴 수밖에.
지금 신유현은 2성 중급이 아닌 3성 최하급이며, 기력보다 상위인 차크라를 사용하고 있으니까.
그 때문에 정태성 일행들보다 훨씬 더 효율이 좋은 강체술을 사용하고 있었다.
신체 능력만 놓고 본다면 3성 중급인 정태성에게 결코 꿀리지 않았다.
“이게 미쳤나!”
“칼침 좀 맞아 봐야 정신을 차리지!”
하지만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서민준과 김도윤은 강체술을 발동하며 붉은 오러가 빛나는 검을 찔러 들어왔다.
하지만.
깡! 깡!
신유현은 빠르게 장검을 좌우로 짧게 치듯이 움직이며 그들의 공격을 간단하게 튕겨 냈다.
“헛!”
“뭐, 뭐야!”
서민준과 김도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기습과도 같은 자신들의 공격을 막아 낼 줄이야!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점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신유현의 검술이었다.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공격을 튕겨 낸 신유현은 곧바로 공세를 전환하며 그들에게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깡! 까강! 까가가강!
“크윽!”
“무슨 위력이…….”
“진짜 2성 중급 맞아?”
휘몰아치듯 날아드는 흑염의 장검 앞에서 정태성 일행은 막아 내는 것만으로도 급급했다.
‘이, 이 검법은……?!’
‘청룡검법이라고?’
‘이번에는 백호검법까지?’
놀랍게도 신유현의 검에서 다양한 검법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때론 물처럼 부드럽게.
때론 바람처럼 빠르게.
정태성 일행들은 흑염의 오러가 흘러나오는 신유현의 공격을 막는 데만 급급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신유현은 가문의 모든 검법을 배우고 연구했다.
다른 직계들은 그들이 속한 사대수호검법이나 파천검법만 연마하거나 심법을 수련했을 뿐이었다.
초인 검사들의 강함은 마나를 사용한 강체술과 오러였으니까.
오로지 힘과 위력을 중시했기 때문에 다른 검법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신유현은 기력 개방을 하고 강체술과 오러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
거기에 가문의 다양한 검법까지 곁들이자 정태성 일행들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압도되는 중이었다.
“그럼 어디 이것도 막을 수 있으면 막아 봐라!”
그때 악에 받친 정태성이 기운을 끌어올리며 소리쳤다.
주작검법(朱雀劍法).
삼식(三式), 작열화(灼熱化).
화르륵!
순간 검에서 붉은빛이 나며 화염이 맹렬하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정태성은 곧바로 붉게 달아오른 검을 내려쳤다.
까아아앙!
“헉!”
순간 정태성은 눈을 부릅떴다.
옆에 있던 서민준과 김도윤도 놀란 표정으로 바라봤다.
“이걸 막았다고?”
“진짜냐? 우리도 못 막는 건데…….”
작열화는 정태성의 특기 중 하나.
검신에서 내뿜는 초고열로 아무리 단단한 검이라도 녹여서 절단시킨다.
그런데 놀랍게도 흑염으로 뒤덮인 신유현의 검이 붉게 빛나는 정태성의 검을 막아 내고 있는 게 아닌가?
츠츳! 츠츠츳!
정태성과 신유현 사이에서 붉은 불꽃과 검은 불꽃이 사방으로 어지럽게 튀었다.
그 속에서 신유현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다냐?”
“뭐?”
정태성이 멍한 얼굴로 반문한 순간.
빠악!
신유현의 주먹이 정태성의 얼굴에 꽂혀 들어갔다.
“크아악!”
코가 짓뭉개진 정태성은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코피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이어서 신유현은 빠르게 서민준과 김도윤의 정강이를 발로 차서 넘어트렸다.
빠각! 빠각!
“어억!”
“아악!”
뼈가 부러지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그들은 지면에 내동댕이쳐졌다.
정강이를 부여잡고 바닥을 구르던 서민준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신유현을 올려다봤다.
“어, 어떻게?”
자신들 또한 강체술로 신체를 강화한 상태.
그런데 이토록 간단히 자신들의 뼈를 부러트리다니!
“네놈이 알 필요는 없지. 그보다 아까 뭐라고 했더라? 내 단전을 폐쇄하겠다고 했던가?”
신유현은 싸늘한 눈으로 서민준을 내려다봤다.
그 모습에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낀 서민준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 아니. 그건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
퍼억!
“컥!”
배를 걷어차인 서민준은 말을 채 끝맺지 못하고 비명을 토해 냈다.
“변명하려고 하지 마라.”
신유현은 차가운 눈으로 말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분노가 일어났다.
자신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인류의 적이자 자신이 복수를 해야 할 존재, 게티아.
그놈들은 자신과 소중한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고문하고 살해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신유현은 피눈물을 흘리며 복수를 맹세했다.
그것도 단순한 복수가 아니라 당한 만큼 철저하게 대가를 치르게 해 주겠다고.
그놈들에게 복수를 함으로써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과 인류 또한 구할 수 있을 테지.
그런데.
“감히 내 단전을 폐쇄하겠다고?”
단전은 초인들에게 있어 힘의 근원이다.
그런 단전을 폐쇄당한다면 게티아 놈들에게 복수를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수 없었다.
이전 삶에서 겪었던 끔찍한 일들을 한 번 더 겪게 될 뿐.
콱!
그 생각에 신유현은 서민준의 부러진 다리를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끄아아아악!”
그러자 서민준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내질렀다.
“이 정도로 엄살 부리지 마라.”
신유현은 얼어붙을 것 같은 차가운 눈으로 서민준을 내려다봤다.
게티아 놈들에게 당한 일에 비하면 이런 위협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무, 무슨 눈빛이…….’
서민준은 몸을 떨었다.
지금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신유현의 눈빛은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차가웠다.
대체 어떤 경험을 해야 저런 눈빛을 가진단 말인가?
“그럼 너부터 시작하지.”
“시, 시작한다니, 뭘?”
갑작스러운 말에 서민준은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그런 그에게 신유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선고했다.
“단전 폐쇄.”
“뭐?”
순간 서민준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뒤늦게 신유현의 말을 이해하고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 안 돼!”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