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7화
“어.”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한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팟!
순간 어두운 빛이 뿜어져 나와 스켈레톤 고블린들을 감싸더니, 이내 구체의 형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칠흑의 구체 속에서 군단화된 스켈레톤이 나타났다.
“모습이 변했네?”
이전에는 고블린처럼 생겼던 스켈레톤들이 지금은 인간형에 가까워졌다.
마치 180센티의 키를 가진 해골처럼 변한 것이다.
‘이게 군단화인가?’
신유현은 눈앞에 나타난 군단화된 스켈레톤을 바라봤다.
새하얀 뼈들로 이루어진 스켈레톤들.
아무것도 없는 안구에서는 형형한 푸른빛이 빛나고 있었으며, 전신에서는 칠흑의 기운이 휘몰아치듯 뼈 사이를 감돌고 있었다.
하얀 본 소드와 본 아머로 무장 중인 20기의 스켈레톤들의 외형은 규격화되어 완전 똑같아졌다.
중무장한 스켈레톤들이 푸른 안광을 빛내며 절도 있게 도열해 있는 모습은 위압감이 상당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제부터 군단화된 스켈레톤들을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소울 포인트를 이용해서 강화도 시킬 수 있었다.
‘스켈레톤 강화는 4성이 된 후에 해야지.’
지금 당장은 자신이 먼저 강해져야 했다.
신유현의 등급이 오를수록 언데드들 또한 강해지는 데다가, 아직 잠겨 있는 스킬들을 해금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리페어처럼 언데드에게 도움이 되는 스킬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지배력도 올려야 했다.
“그럼 가 볼까?”
뀨!
그렇게 신유현은 귀여운 까망이와 군단화시킨 스켈레톤들을 데리고 던전 안으로 향했다.
* * *
키에엑!
끼에엑!
군단화된 스켈레톤들은 전날보다도 훨씬 더 파죽지세로 고블린들을 휘몰아쳤다.
신유현 또한 던전의 고블린들을 상대로 파천검법을 시전하며 종횡무진 내달렸다.
흑염으로 숲을 불태워서 고블린들을 빠르게 잡을 수도 있지만, 오늘은 스켈레톤을 운용하면서 전술과 전략을 세우는 게 목적이었으니까.
‘이번 기회에 경험을 쌓아야지.’
스켈레톤들은 명령을 받으면 그 명령을 수행하기까지의 움직임이 단순하고 직선적이었다. 그렇기에 상황에 따라 지시를 추가적으로 내려 줘야 했다.
이것이 네크로맨서가 천대받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불사왕의 스켈레톤은 학습이 가능하니까.’
군단화된 스켈레톤은 전투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그에 일부러 스켈레톤과 함께 고블린을 사냥하고 있는 것이다.
‘겸사겸사 스킬 숙련도도 올리고.’
기본적으로 스킬은 사용하면 할수록 숙련도가 오른다.
특히 SSS급 지배력 강화는 언데드를 소환하고 있으면 조금씩 숙련도를 올릴 수 있었다.
그렇게 신유현은 스켈레톤을 운용하며 2성 던전 고블린의 숲을 공략했다.
* * *
공략의 마지막인 셋째 날.
신유현은 이변을 감지했다.
‘뭐지?’
어제와 마찬가지로 스켈레톤을 운용하며 고블린을 잡고 있었다.
그런데 스켈레톤의 움직임이 뭔가 이상했다.
‘설마 이 녀석들 날 따라 하는 건가?’
놀랍게도 어느 순간부터 스켈레톤이 신유현의 움직임을 따라 하며 파천검가의 검술을 흉내 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거 어쩌면…….’
신유현의 눈이 반짝였다.
소울 포인트를 사용하지 않고도 스켈레톤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떠올랐으니까.
신유현은 스켈레톤을 향해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 검법 좀 배워 볼래?”
잠시 후, 스켈레톤들의 뼈마디가 혹사당하는 소리가 던전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 *
[축하합니다! 2성 던전 보스, 고블린 제너럴을 처치하셨습니다!]
던전을 빌릴 수 있는 마지막 날.
이날은 다른 날들과 달리 던전을 공략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곧장 던전 공략에 나서지 않고, 스켈레톤들에게 가문의 검법을 가르친 탓이었다.
‘그런데 설마 열다섯 마리로 보스를 잡을 줄이야.’
신유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았기에 이것저것 다양하게 가르칠 수는 없었다.
파천검법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1식 무명.
하루라는 시간 안에 가르칠 수 있었던 건 고작 그거 하나였다.
하지만 성과는 대박이었다.
처음에는 서른 마리를 투입하고 리페어까지 사용한 끝에 겨우 잡았지만, 검법을 가르친 후에는 겨우 열다섯 마리만 투입해서 고블린 제너럴을 잡을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지난 3일간 고블린을 잡으면서 얻은 소울 포인트는 전부 차크라에 쏟아부었다.
그 결과.
[축하합니다! 차크라가 51포인트에 도달하였습니다.]
[우파니샤드 차크라 연공법의 숙련도가 상승하여 D급이 되었습니다.]
[2문 차크라, 스와디스타나를 개방합니다!]
번쩍!
순간 신유현의 몸에서 2문 차크라 스와디스타나 특유의 주황색 빛이 터져 나왔다.
‘으음.’
2문 차크라가 개방되면서 신유현은 꼬리뼈에서 오싹한 느낌과 함께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전율을 느꼈다.
그리고 아랫배에서 이전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의 마나가 느껴졌다.
‘이게 3성의 마나량이라고?’
이전 삶에서 3성이 되었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마나의 질과 양이 체감상 최소 2배는 넘는 것 같았다.
그 당시 신유현에게 마나의 재능이 없었다는 이유도 있지만, 기력과 히든 스탯 차크라의 차이였다.
드디어 3성이 된 것이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3성이 되었습니다.]
[언데드 마스터리 세컨드 스킬이 해방되었습니다.]
[오러 속성이 해방됩니다. 당신의 오러 속성은 무속성입니다.]
‘무속성이라고?’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전 삶에서도 신유현의 오러 속성은 무속성이었다. 그런데 이번 삶에서도 설마 무속성이 나올 줄이야.
‘지금이라면 무속성도 나쁘진 않지.’
신유현은 아쉬운 표정을 빠르게 지우며 미소를 지었다.
무속성 오러의 특징은 우수한 절삭력이었다 가장 기본에 충실한 능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
다만 단점으로는 다른 오러 속성에 비해 마나 소모가 컸다.
그 때문에 마나가 부족했었던 이전 삶에서는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나가 부족하지 않으니까.’
히든 스탯 차크라 덕분에 이전 삶과 비교도 되지 않는 마나를 손에 넣었다.
거기에 불사왕의 가호 스킬인 다크 소울 블레이즈까지.
그리고 무속성 오러에는 또 다른 특징이 있었다.
다른 오러 속성과 호환성이 좋으며 강화까지 시켜 준다는 사실이었다.
[다크 소울 블레이즈가 강화되었습니다!]
‘설마 흑염도 강화시킬 수 있을 줄이야.’
시험 삼아 무속성 오러와 흑염을 발동한 신유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무속성 오러와 다크 소울 블레이즈를 동시 운용이 가능한데다가 강화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언데드 스킬은 다음에 써야겠군.’
3성이 되면서 해금된 언데드 마스터리 스킬은 아직 사용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 소울 포인트가 꽤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3성이 되고나서 오러 속성과 스킬을 확인한 신유현은 마지막으로 능력치들을 바라봤다.
능력치:
근력 41 민첩 38
체력 40 정신 100
차크라 51 지배력 37
소울 포인트: 160
‘흠.’
지난 3일간 스켈레톤들과 함께 던전을 뛰어다닌 덕분인지 근력과 체력이 1포인트씩 상승했으며 지배력은 2포인트를 올릴 수 있었다.
“던전 공략 최초 보상은 한 번뿐이라 아쉽긴 하네.”
2성 타락한 고블린의 숲의 최초 공략 보상은 차크라 1포인트 상승이었다.
그 덕분에 차크라 1포인트만큼 100 소울 포인트와 보스 마수인 고블린 챔피언을 3번 잡으면서 60 소울 포인트를 킵해 둘 수 있었다.
‘뭐, 나머지 소울 포인트들은 지배력에 투자해야겠지만.’
어둠의 성녀를 소환할 수 있는 조건은 3성 등급과 지배력 41.
앞으로 4포인트밖에 남지 않았다.
[지배력은 1포인트당 50 소울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지배력을 상승시키겠습니까?]
‘50 소울 포인트인가.’
현재 지배력은 차크라보다 필요 소모 포인트가 반이었다.
하지만 41을 찍고 난 이후부터는 차크라와 마찬가지로 100 소울 포인트를 요구할 터.
어쨌든 지배력을 찍어야 했기에 신유현은 남은 소울 포인트를 전부 소모하여 지배력을 올렸다.
[축하합니다! 지배력이 40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이제 1포인트 남았군.’
어둠의 성녀를 소환할 수 있기까지 지배력이 1포인트 남았다.
40 소울 포인트를 모으면 되는 상황.
뀨윽!
그때 신유현의 옆에서 까망이가 귀여운 트림을 했다.
그 소리에 신유현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까망이를 바라봤다.
“이제 배 좀 부르냐?”
지난 3일 동안 열심히 마정석을 먹인 덕분일까.
까망이의 등급이 2성으로, 스킬 숙련도는 F에서 E로 상승했다.
덕분에 까망이의 그림자 보관 능력은 무려 50마리까지 늘어났다.
목표로 했던 지배력 수치를 넘어선 것이다.
이걸로 이 던전에서 이룰 수 있는 건 모두 이룬 셈이었다. 거기다 까망이까지 예정에 없던 등급 상승을 이뤘으니 최대한의 효율을 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럼 이제 나가 볼까?”
뀨!
신유현의 말에 까망이가 힘차게 대답했다.
* * *
던전 공략을 마친 신유현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까망이를 그림자 속에 수납하고 현무전으로 복귀하는 중이었다.
2성 던전 타락한 고블린의 숲은 본가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었다. 가문이 관리하는 구역 중에서도 꽤 오지에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대부분 산길이라 차로 이동하기 불편한 탓에 무거운 짐 같은 걸 옮기지 않는 이상 그냥 경공술로 이동하는 게 더 나았다.
그마저도 1시간 가까이 걸리지만.
‘오늘은 좀 많이 늦어서 배고프네. 빨리 저녁 먹어야지.’
스켈레톤에게 검술을 가르치느라 평소보다 늦어져 어둑어둑해진 시간.
신유현은 어머니가 해 준 저녁을 먹을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 순간.
“얘들아, 드디어 왔다.”
“아, 씨. 왜 이제 오고 지랄이야.”
“개빡치네.”
그때 신유현의 앞에 일련의 무리가 나타났다.
신유현과 그리 나이 차이가 나지 않아 보이는 20대 초반의 사내들.
그들은 신유현을 향해 흉흉한 눈빛과 기운을 흘렸다.
“너희들은…….”
신유현은 날카로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뜨거운 적의가 느껴지는 기운.
무리의 세 명 중 한 명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작열검(灼熱劍), 정태성.
3성 중급 검사이자, 최근 주작전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인물.
그리고 신철진의 추종자.
“주작전의 인간이 나한테는 무슨 볼일이지?”
그들이 누구인지 눈치챈 신유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런 외진 장소에서 그들이 좋은 목적으로 만나러 왔을 리 없을 테니까.
“아, 별다른 건 없고 그냥 한마디 좀 하게.”
세 명 중 대표 격인 정태성이 건들거리며 웃다가 갑자기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신유현, 나대지 마라. 그러다 진짜 죽는다.”
역시나 그들은 신유현에게 시비를 걸러 온 모양이었다. 분명 며칠 전 가주전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겠지.
그때 그들의 대장인 신철진이 신유현 때문에 가주 신성일에게 깨졌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정태성의 말에 신유현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한마디 했다.
“꺼져. 처맞기 싫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