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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15화 (15/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5화

“……!”

순간 표정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신철진의 얼굴이 썩어 들었다.

설마 가주 회의에서 신유현과 내기를 한 이야기가 나올 줄은 몰랐으니까.

“예.”

재빨리 표정을 수습한 신철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럼 내기의 결과는 정해졌군. 당연히 결과에 따르겠지?”

“그, 그렇게 하겠습니다.”

반론을 펼치려던 신철진은 고개를 푹 숙였다. 신성일이 가만히 신철진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론은 있을 수 없었다.

단지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신유현을 원망스럽다는 듯이 노려볼 뿐.

그런 신철진을 향해 신유현은 피식 웃어 보였다.

그리고 다시 신성일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지.”

그렇게 신유현의 편을 들어준 신성일은 가주 회의를 계속했다.

* * *

그날 밤.

신성일의 개인 집무실.

소파에 등을 기댄 채 홍차를 마시던 신성현이 입을 열었다.

“설마 그 아이가 정말 혼자서 2성 보스를 잡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다른 마수들도 거의 혼자 잡다시피 했더군요.”

“지금까지 힘을 숨기고 있었던가?”

“가문의 눈을 피해서 말입니까?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신성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까지 가문의 눈을 피해 기력 개방을 한 사실을 숨긴다는 건 불가능했다. 특히 가주인 신성일이나 대호법인 신성현의 눈을 피하기는 더더욱.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였다.

“그렇다면 유현이 말대로 며칠 사이에 기력 개방을 하고 강해졌다는 소리겠군.”

“그쪽이 더 타당성이 있죠. 여전히 믿기 힘들긴 하지만.”

지금까지 자신들의 눈을 피해 기력 개방을 숨긴 것이나, 기력 개방을 하고 닷새 만에 2성 중급이 된 것이나.

둘 다 믿기 힘든 일이지만 그나마 후자 쪽이 타당성이 높았다.

천재들 중에는 뒤늦게 재능이 개화해서 단기간에 말도 안 되는 속도로 강해지는 존재도 있었으니까.

“그래서 형님은 유현이를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

“그 아이가 가진 힘이 진짜인지, 그리고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봐야겠지.”

“그 말은…….”

“아직 이르긴 하지만 가문 밖의 일도 해 봐야 하지 않겠느냐?”

“국내 헌터 협회의 일을 맡기실 겁니까?”

“그래 볼 생각이다. 그 아이가 정말 힘을 가지고 있다면 별문제 없겠지.”

“후계자 쟁탈전에 등을 떠밀어 놓고도 말입니까?”

그 말에 신성일은 소리 없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늘 있었던 가주 회의에서 누구나가 알아차렸을 것이다. 쓰레기 취급을 당하던 셋째가 후계자 쟁탈전에 참가하게 되었다고.

그리고 그런 상황을 만든 건 다름 아닌 가주, 신성일이었다.

“기력 개방도 하지 못한 무능력자라면 모를까, 힘을 가졌다면 피할 수 없는 숙명이지.”

파천검가의 직계라면 피할 수 없는 가문의 숙명.

그건 바로 후계자 쟁탈전이었다.

지금까지 신유현은 기력 개방도 못 한 무능력자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역대급 재능을 가진 신철호를 제압했으며, 혼자서 2성 보스를 잡았으니까.

거기에 가주 신성일이 두둔하는 발언까지.

다른 무엇보다, 가주인 신성일이 신유현의 편을 들어주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다른 경쟁자들의 발등에 불을 떨어트리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조용히 끝나진 않겠군요.”

“그 아이에게는 좋은 시련이 되겠지.”

신성일은 차갑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동생인 신성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성현아.”

“예, 형님.”

“너야말로 어떻게 할 생각이냐? 너도 유현이와 재밌는 내기를 한 모양이던데?”

“역시 알고 계셨습니까?”

신성현은 살짝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사실 어떻게 할지 고민을 좀 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회의에서 보니 후견인이 되어도 괜찮을 것 같더군요.”

“가문의 대호법이 후견인이 된다라…….”

신성현의 대답에 신성일은 책상을 검지로 두들기며 생각에 잠겼다.

신성현이 신유현의 후견인이 된다면 파천검가의 세력 구도가 크게 변할 수 있었다.

“가문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라면 도와줘도 눈감아 주마. 결과가 어떻게 될지 흥미롭군.”

“감사합니다. 저도 그 아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군요.”

그렇게 서로 마주 보며 웃음을 터트린 그들은 차를 마시며 밤늦게까지 담소를 나눴다.

* * *

주작전 지하의 개인 연무장.

신철진의 개인 수련실이다.

“신유현, 이 빌어먹을 자식!”

신철진은 울분을 토해 내듯 소리를 지르며 검을 휘둘렀다.

화르르륵!

그 순간 검신에 주작 형상의 흑색 오러가 생겨나더니 연무장 벽을 향해 날아갔다.

펑! 화아악!

이윽고 연무장 벽에 부딪친 검은 주작은 폭죽처럼 터지며 폭발했다.

그럼에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검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흑색 오러를 쏟아 냈다. 그럴 때마다 신철진의 주변에서 작은 폭발이 터졌다.

“쓰레기 주제에 감히 나를 우롱해?”

폭발 속성 오러를 다루는 신철진은 불같은 성격의 다혈질이었지만 가문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게 최대한 성질을 죽이며 지냈다.

하지만 이번에 신유현이 보인 행동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망할 놈이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니!’

신철진은 이를 갈았다.

기력 개방도 하지 못한 1성짜리 쓰레기가 2성 보스를 잡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신유현은 보란 듯이 혼자서 2성 보스를 잡았다.

그 말은 곧 자신에게 내기를 걸었을 때, 이미 혼자서 2성 보스를 잡을 힘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주작전의 사무실에서 신유현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 눈치챌 기회는 몇 번이나 있었다.

하지만 기력 개방을 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에게 있어 신유현은 기력 개방조차 하지 못한 쓰레기 같은 놈이었으니까.

그래서 혼자 보스를 잡겠다고 했을 때, 신유현의 도발에 넘어가 내기를 받아 주었다.

드디어 이놈이 가문에서 나가기 위한 구실을 찾고 있는 거라고 지레짐작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설마 정말로 혼자서 2성 보스를 잡아 올 줄이야.

어디 그뿐인가?

“내 피 같은 파천신단을 그놈에게 줘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피가 거꾸로 치솟았다.

신철진은 가문에서 공적을 세우고 받은 파천신단을 애지중지하며 보관해 왔다.

언젠가 5성이 되기 위한 벽을 돌파할 때 사용하기 위해서.

그런데 지금까지 자신의 발아래라고 생각했던 신유현에게 넘겨야 하니 속이 쓰릴 수밖에 없었다.

“날 우습게 본 대가를 치러야 할 거다, 신유현.”

신철진은 이를 악물며 신유현에게 본때를 보여 주기로 다짐했다.

* * *

다음 날.

신유현은 바로 2성 던전 타락한 고블린의 숲에 왔다.

보통 상시 던전은 하루가 지나면 리셋된다. 그래서 하루에 한 번만 이용할 수 있었다.

거기다 가주인 아버지에게 던전을 사용해도 좋다는 허가도 받은 상황.

지체할 필요는 없었다.

‘이제 불사왕의 언데드 스킬을 확인할 수 있겠군.’

신유현은 기분이 설렜다.

드디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불사왕의 언데드 스킬을 사용해 볼 수 있었으니까.

지금까지는 가문의 검법이나 심법, 그리고 불사왕의 가호 스킬밖에 써 보지 못했다.

가문 내에는 아직 신유현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아버지의 숨겨진 눈들이 존재했다. 그 때문에 가문에서 언데드 관련 스킬을 사용하는 건 부담스러웠다.

네크로맨서 특유의 기운이 흘러나올지도 모르고, 무엇보다 언데드 스킬을 발동하기 위한 사체를 구할 수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던전 안에서라면 가문의 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스킬 사용에 필요한 마수들의 사체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다.

“그럼.”

신유현은 눈앞을 바라봤다.

이미 신유현의 눈앞에는 변이 개체 고블린 두 마리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타락한 2성 머슬 고블린과 약 빤 고블린이었다.

“어디 한번 볼까?”

[프나코틱 바이블에 기록된 고유 스킬, 언데드 작성(SSS)을 발동합니다.]

신유현은 가슴 설레는 미소를 지으며 고유 스킬을 발동했다. 직후, 고블린의 뼈와 살이 자동으로 분리됐다.

불사왕의 권능 중 하나인 SSS급 고유 스킬, 언데드 작성.

이 스킬을 통해 그 어떤 사체에서든 스켈레톤 1기를 소환할 수 있었다.

달각달각.

스킬을 시전하자 고블린들의 뼈와 살이 분리되면서 스켈레톤 고블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변이 개체 고블린들을 소재로 쓴 덕분인지 체격이 건장했다.

[2성 스켈레톤 고블린을 소환하였습니다.]

신유현은 눈앞에 나타난 두 마리의 스켈레톤 고블린을 바라봤다.

생전 모습에서 뼈만 남은 고블린의 두 눈에 푸른 광망이 빛나고 있었다.

‘역시 던전에서 사용하길 잘했군.’

만약 가문에서 언데드 스킬을 사용했으면 신유현이 네크로맨서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들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언데드 특유의 음산한 기운이 스켈레톤 고블린의 주변을 감돌고 있었으니까.

‘그나저나 정말 사기적이네. 등급 제한이 없다니…….’

신유현은 불사왕과 관련된 스킬 정보들을 확인하면서 혀를 내둘렀다.

보통 일반 네크로맨서들은 본인의 등급을 넘어가는 언데드는 사역할 수 없었다.

즉, 네크로맨서의 등급이 3성이면 4성 이상의 마수들을 사역할 수 없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불사왕의 능력은 달랐다.

등급과 상관없이 어떠한 언데드든 사역하는 게 가능했다.

‘다만 죽은 지 12시간 이내여야 하고, 사체의 마정석을 고스란히 사용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물론 장점에 비하면 이러한 단점은 별거 아닌 문제였다. 지금 당장이라도 보스급 마수를 사역할 수 있다는 건, 가히 사기적이라 할 만한 힘이었으니까.

거기다 불사왕의 계승자 특전 덕분에 신유현의 초기 지배력 수치는 35를 찍었다.

일반적인 네크로맨서 초기 지배력인 30보다 5포인트 더 높았다.

하지만 초기 수치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당신은 처음으로 스켈레톤 고블린을 소환하셨습니다. 고유 특성 지배력 강화가 활성화됩니다.]

‘역시.’

신유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예상대로 언데드 작성 스킬을 사용하자, 지금껏 비활성화 상태였던 지배력 강화가 활성화된 것이다.

[지배력 강화(SSS)]

- 숙련도: 1단계

- 지배력 포인트 1당 언데드 1마리 조종 가능

‘다시 봐도 사기네.’

지배력 강화 스킬 설명을 본 신유현은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초인 사회에서 네크로맨서들은 천대받는 직업군이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지배력 수치이며, 10포인트로 겨우 언데드 한 마리밖에 사역할 수 없었다.

거기다 지배력을 1포인트 올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신유현은 고작 숙련도가 1단계임에도 불구하고, 포인트 1로 한 마리를 사역하는 게 가능했다.

숙련도를 올릴수록 지금보다 효율은 더욱 좋아질 터.

전대 불사왕처럼 끝을 모르는 언데드 군단을 만들어 내는 것도 꿈이 아닐 테지.

‘그리고 무엇보다…….’

신유현은 불사왕의 유산인 프나코틱 바이블을 소환했다.

팟!

그러자 신유현의 눈앞에 거대한 책이 모습을 드러냈다.

[프나코틱 바이블]

타입: 마도서(사상 무장 병기)

등급: 신화(EX)

상태: 귀속

고유 스킬: 언데드 작성(SSS)

일반 스킬: 상세 항목 참조

고유 소환수: 세븐 아크스(행방불명)

설명: 알 수 없는 시대에 만들어진 마도서 형태의 사상 무장 병기.

소유자에게 불사의 언데드를 사역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한다.

제작자는 불명이나, 불사왕 다니엘 크라이튼이 첫 번째로 소유했다.

‘프나코틱 바이블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지.’

불사왕이 지닌 힘의 근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신화급 마도서, 프나코틱 바이블.

불사왕의 모든 스킬은 프나코틱 바이블에 기록되어 있었다.

그중 핵심은 불사왕의 일곱 소환수인 세븐 아크스와 SSS급 고유 스킬 언데드 작성이었다.

‘게티아 놈들이 오기 전에 세븐 아크스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신유현은 팔짱을 끼며 프나코틱 바이블의 세븐 아크스 항목을 살펴봤다.

[세븐 아크스]

- 불사왕을 수호하는 직속 소환수들.

- 차원 전쟁 중 발생한 타임 크라이시스 사건으로 대부분 행방불명되었습니다.

- 현재 세븐 아크스 중 한 명인 문곡성의 중재자, 어둠의 성녀가 프나코틱 바이블에 봉인되어 있습니다.

- 어둠의 성녀 소환 조건:

1) 초인 등급 3성 이상.

2) 지배력 41 이상.

‘대체 차원 전쟁은 뭐고, 타임 크라이시스는 또 뭐지?’

신유현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프나코틱 바이블이나 세븐 아크스의 설명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점이 가득했다.

대체 누가 프나코틱 바이블을 제작한 건지, 그리고 차원 전쟁과 타임 크라이시스는 또 무엇인지.

아무래도 여러 가지 비밀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어쨌든 3성이 되는 수밖에.”

어둠의 성녀를 불러낸다면 세븐 아크스들을 소환할 수 있는 단서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

‘다음은…….’

신유현은 프나코틱 바이블에서 언데드 작성 항목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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