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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13화 (13/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3화

눈 깜짝할 사이에 신유현의 눈앞에 도달한 고블린 제너럴은 전보다 더 강렬하게 빛나는 핏빛 오러가 피어오르는 대검을 휘둘렀다.

까앙!

그 공격을 신유현은 이그니스로 비껴 흘려 냈다.

그 직후.

까가가가가강!

고블린 제너럴의 맹공이 이어졌다.

하지만 신유현은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쉴 새 없이 퍼부어지는 핏빛 오러의 대검 공격을 이그니스로 쳐 냈다.

어둠 속에서 핏빛 검광과 흑염이 어우러지며 불꽃이 튀었다.

고블린 제너럴은 어마어마한 힘과 속도로 신유현을 밀어붙였지만 유효타를 내지 못했다.

신유현이 상체를 스윙하듯이 움직이며 피하거나 대검을 비껴 흘려 냈던 것이다.

이전 삶에서 수많은 마수들과 게티아들을 상대하며 터득한 실전 경험과 기술 덕분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화르륵!

흑염의 불꽃이 고블린 제너럴의 몸을 조금씩 불태우고 있었다.

그 때문에 고블린 제너럴은 끊임없이 흑염으로 인한 지속 대미지를 받고 있는 상황.

이대로 시간을 끈다면 신유현의 승리였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려.’

아직 흑염의 숙련도가 낮은 데다가, 보스 마수는 특성상 어마어마한 체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쓰러트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슬슬 끝내야지.’

신유현은 차크라에서 최대한 마나를 끌어냈다.

그리고 고유 스킬 하나를 발동시켰다.

[마나 집속률 25퍼센트 확인. 고유 스킬,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를 발동합니다.]

쾅!

순간 신유현을 중심으로 검은 오러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이전 삶에서 마리아와 신유현이 엮어 낸 인연의 스킬.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

보유한 마나를 전부 압축시켜서 신체 능력을 한계까지 강화시켜 준다.

그 때문에 지속 시간이 짧다는 단점이 있었다.

[발동 지속 시간까지 앞으로 10초]

‘10초면 충분하지.’

쿵!

신유현은 진각을 밟으며 지면을 박찼다. 지면에 작은 크레이터를 남기며 어마어마한 속도로 고블린 제너럴을 향해 날듯이 돌진하는 신유현.

잠시 후, 고블린 제너럴의 괴성이 숲속에서 울려 퍼졌다.

* * *

고유 스킬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를 발동한 이후부터는 신유현의 독무대였다.

비록 20퍼센트밖에 출력을 내진 못했지만 흉폭화한 고블린 제너럴을 상대하는 데는 충분했다.

고블린 제너럴은 10초가 지나기도 전에 마검 이그니스에 반으로 갈라졌으니까.

“…….”

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이정훈 패거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전투가 끝나고 흑염에 불타오르고 있는 고블린 제너럴을 바라보던 이정훈은 멍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야. 지금까지 우리가 뭘 본 거냐?”

“몰라. 뭐야, 저거. 무서워.”

이정훈 패거리는 놀랍다는 듯 신유현을 바라봤다.

지금까지 마나의 재능이 없다며 무시하고 얕잡아 봤었다.

그런데 설마 이런 엄청난 실력을 숨기고 있었을 줄이야!

신유현이 혼자서 고블린 제너럴을 때려잡는 모습을 지켜본 이정훈은 이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달았다.

“얘들아.”

“응?”

“왜?”

자신들을 부르는 소리에 김도진과 정민석은 이정훈을 돌아봤다.

“우리 이제 쟤한테 개기지 말자.”

“응.”

“그러자.”

이정훈의 말에 김도진과 정민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2성 보스 고블린 제너럴은 자신들 셋이 달라붙어도 애를 먹는 상대다. 그런 괴물을 신유현이 쓰러트린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은 신유현에게 개길 수 없었다.

그랬다가 무슨 꼴을 당할지 방금 전 똑똑히 보았으니까.

‘설마 정말 혼자서 2성 보스를 잡을 줄은…….’

최현성 또한 복잡한 눈으로 고블린 제너럴을 쓰러트리고 쉬고 있는 신유현을 바라봤다.

‘재능이 참 무섭군.’

최현성은 자기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파천검가에서 마나의 재능이 없다고 멸시와 천대를 받던 인물.

그런데 사실은 어마어마한 재능과 실력을 숨기고 있었으며, 이제 그걸 드러내 보이려 하고 있었다.

그 사실이 흥미로웠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분명 신유현은 파천검가에 대파란을 몰고 올 터.

슬슬 직계들 중 어디에 붙을지 결정해야 할 때였지만 최현성은 당분간 지켜보기로 마음먹었다.

달라진 신유현의 모습에 파천검가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으니까.

* * *

[축하합니다! 당신은 2성 보스, 고블린 제너럴을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소울 포인트 20을 획득합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최초로 2성 던전 ‘타락한 고블린의 숲’을 공략하셨습니다. 던전 최초 공략 보상으로 차크라 능력치가 1포인트 상승합니다.]

‘역시.’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신유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던전을 최초로 공략하면 특별한 보상을 준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최초 공략 보상은 던전을 클리어하는 데 공로가 가장 큰 초인에게 주어진다. 요컨대 파티원 중에서 보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힌 사람을 뜻했다.

‘그런데 고블린 숲 던전의 최초 공략 보상이 차크라 상승이었을 줄이야.’

일반적인 초인이었으면 기력을 상승시켜 주었을 터.

다른 능력치보다 기력의 중요성이 훨씬 높기에 굉장히 좋은 보상이었다.

이전 삶에서는 최초 공략 보상이 무엇인지 몰랐었다.

신철호가 보상을 받아 갔으니까.

최현성의 도움을 받아 신철호는 2성 보스였던 고블린 챔피언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마지막 숨통까지 끊었다.

아마 그때 기력 상승 보상을 받았던 모양.

‘이런 좋은 걸 신철호가 받았었다니.’

신철호는 가문에서 역대급 재능을 가진 막내로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그래서 이런저런 특혜를 받았다.

이번 지명 의뢰 또한 마찬가지.

던전을 공략하면서 실전 경험을 쌓고, 최초 보상을 받으면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젠 내가 전부 먹어 주마.’

신유현은 파천검가가 관리하는 구역에서 앞으로 생길 던전 몇 군데를 알고 있었다.

그걸 전부 독식할 생각이었다.

그만큼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터.

‘그전에 일단 고블린 던전에서 수련부터 해야지.’

대부분의 던전은 보스를 잡으면 사라진다.

하지만 보스를 잡아도 사라지지 않는 던전들이 있었다.

바로 상시 던전이다.

상시 던전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마수가 계속해서 나타난다.

그 말인즉.

‘이곳이라면 소울 포인트를 많이 벌 수 있겠지.’

고블린 던전은 신유현에게 노다지나 다름없었다. 다른 던전보다 마수의 숫자가 많으니까.

그렇기에 고블린 던전은 수련 장소로 안성맞춤이었다.

‘그리고 언데드 스킬도 사용해 봐야 하고.’

불사왕의 언데드 스킬은 소환 스킬인 만큼 눈에 띄기 쉽다. 그래서 가능하면 사람들이 없는 장소에서 사용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고블린 제너럴을 처리하고 이후의 일들을 정리한 신유현은 최현성과 이정훈 패거리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교관님, 이제 돌아가죠.”

그렇게 이후의 일들을 정리한 신유현은 최현성과 이정훈 패거리들과 함께 붉은 달이 빛나는 던전을 뒤로했다.

* * *

고블린 던전을 공략하고 나오자 어느덧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이제 남은 건, 가문의 회수반이 던전에서 마수들이 남긴 마정석 등을 수거해 오는 일뿐.

슬슬 돌아가려던 그때.

“신유현, 아버지께서 부르신다.”

던전을 나오자 예상치 못한 인물이 신유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숙부인 신성현과 마찬가지로 현재 시점에서는 자신과 접점이 없었던 존재.

설화용녀(雪花龍女) 신유라.

‘아니, 큰누나가 왜 여기에?’

파천검가의 수호신검대 중 청룡검대를 이끄는 신유라가 차가운 눈으로 신유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신유라의 등장에 신유현뿐만 아니라 최현성과 이정훈 패거리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신유현의 누나인 신유라는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이가 없는 유명인이었다.

연예인 못지않은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냉철한 여인.

젊은 나이에 파천검가의 청룡검대를 이끄는 5성 절정 검사.

그녀의 존재는 마치 절벽 위에 핀 하얀 눈꽃과도 같았다.

그런 그녀가 어째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것일까?

“오랜만이네요, 누님.”

신유현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신유라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카락과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시크한 느낌의 미녀였다.

그녀가 입고 있는 푸른색의 배리어는 그녀의 차가운 느낌을 더해 줬다.

신유현은 어렸을 때 그녀에게서 귀여움을 많이 받았었다. 당시 검술을 빠르게 배우며 신동 소리까지 들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마나의 재능이 없어 기력 개방을 하지 못하자 자연스럽게 멀어져 갔다.

가문에서 바라보는 눈들 때문에.

그리고 재능이 없다는 사실에 실망한 이유도 있었겠지.

“내가 없는 동안 재미있는 일들을 했더구나.”

“누님이 하시는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그녀의 물음에 신유현은 웃으며 맞받아쳤다.

신유라는 지난 며칠간 외부 헌터 활동을 위해 가문을 나가 있다가 어제 복귀했다.

그녀는 주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고등급 던전을 공략하거나 빌런들을 처리한다.

그에 비해 회귀를 한 후 신유현이 한 일은 귀여운 수준이었다. 그저 신철진에게 내기를 걸고, 신철호를 두들겨 팼을 뿐이었으니까.

“그래? 난 충분히 재밌어 보이던데. 아버지께서 부르시는 걸 보면.”

그런데 세간에서 얼음 여왕이라고 불리는 냉철한 신유라가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게 아닌가?

“…….”

하지만 신유현은 그녀를 따라 웃을 수 없었다.

‘벌써 알아차린 건가?’

이전 삶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가문에서 쫓겨나는 날까지 신유라는 한 번도 자신을 부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자신을 부른 이유는 뻔했다.

분명 신철호 때문일 테지.

“오늘 아침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버지께 이야기해야 할 거야.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많이 궁금하거든. 그리고…….”

신유라는 가만히 신유현을 바라봤다.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마나의 기운을.

“기력 개방을 했구나?”

“네, 닷새 전에 했습니다.”

신유현은 굳이 숨기지 않았다.

신유라는 5성 절정 검사.

그녀의 감각을 완전히 속이는 건 불가능했다.

“과연, 그래서…….”

신유현의 대답에 신유라는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자세한 건 아버지를 만나서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신유현은 신유라가 이끄는 청룡검대와 함께 가문으로 돌아왔다.

* * *

파천검가의 가주전.

지금 이곳에 가주인 신성일을 비롯하여, 신씨 일가 친족들이 모여 있었다.

가주전 내부는 마치 대기업 회의실과 흡사했다. 중앙에는 굉장히 큰 U자형 테이블과 의자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U자형 테이블 오른쪽에는 신유현의 직계 형제자매들이, 왼쪽에는 일가 친족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이 앉아 있는 뒤편에도 테이블과 의자들이 있었는데, 그쪽에는 파천검가의 간부들이 자리했다.

지금 가주전은 그야말로 괴물들의 집합소나 다름없었다. 파천검가의 실세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으니까.

최소 4성 이상부터 6성까지.

그들이 내뿜는 기백에 가주전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그리고 가주전의 비어 있는 U자형 테이블 중심에 신유현은 오롯이 서 있었다.

“신유현, 네가 왜 이 자리에 불려 왔는지 알고 있느냐?”

이윽고 신유현 앞에서 중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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